제5장
‘천재‘로서의 에릭슨과 그의 업적


에릭슨의 주요 제자 중의 한 사람인 자이그(Zeig, 1985년, 1985, 1985c)는에릭슨이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측면에서 천재적인 면모를 보였다고 하면서 그를 천재라고 불렀다. 즉, 에릭슨은 최면가, 심리치료가, 스승, 그리고 인간으로서 각각 천재였다고 할 수 있다. - P101

최면가로서의 에릭슨

그는 새로운 최면 유도법과 활용(utilization) 기법을 개발하였으며, 최면과 관련하여 총5권의 책을 공저하였고 130여 편의 논문을 저술하였다. 그는 미국임상최면학회를 개설하고 초대회장을 역임하였으며, 학회의 공식 학술지인 미국 임상최면저널의 초대 편집장을 10년간 역임하였다. 이러한 사실들로인하여 그는 최면의 대명사라는 뜻으로 ‘미스터 최면(Mr. Hypnosis)‘ 이라는 별명으로 불릴 정도가 되었다(Sector, 1982: 453). - P102

에릭슨 이전에는 최면치료란 것이 하나의 독립된 학문 또는 일차적인 치료적 수단으로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다.

 이미 알려진 프로이트뿐만 아니라 게슈탈트 치료의 창시자 펄스(FritzPerls), 행동주의 심리학자 월피(Joseph Wolpe), 교류분석(TA)의 창시자인번(Eric Bern)과 같은 학자들도 모두 초기에 최면과 인연을 맺었고 최면가로서의 경력을 가졌다(Zeig, 1985a, 1985, 1985c). 하지만 그들은 자신의 독자적 이론 체계를 구축하는 일에 더 많은 관심을 가졌기에 결국 최면을 버렸지만 에릭슨만은 끝까지 최면 분야에 남아서 최면을 지켰다고 할 수있다. 

오히려 그는 전통적인 최면에서 급진적으로 벗어난 기법을 개발하였다고 할 수 있다. 즉, 과거의 전통적인 최면이 권위적이고 지시적인 최면사가 수동적인 내담자에게 암시를 주는 것이었다면, 에릭슨의 최면은 내담자의 내적 자원을 일깨워서 활용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다고 볼 수 있다(Zeig, 1985a, 1985, 1985c). 이러한 그의방법은 곧 ‘자연적 접근‘ 이라고 명명될 수 있다.

심리치료가로서의 에릭슨

헤일리(1973)가 『비범한 치료』를 출판한 이래, 에릭슨은 심리치료에 대한 단기 전략적 접근(Brief StrategicApproach)의 아버지로 알려지게 되었다. - P103

다시 말해서, 에릭슨은 특정한 기법으로 내담자를 치료한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에게는 내담자 가까이에 있는 각종 내외적 자원이나 수단을 활용하는 평범하고 상식적인 차원에서 내담자를 문제에서 벗어나게 하는 능력이 있었다.  - P104

스승으로서의 에릭슨

에릭슨이 스승으로서 제자들을 가르치는 방법은 전통적인 스승의 가르치는 방법과는 달랐다. 일반적으로 그는 비범한 교수 방법을 사용하여 가르쳤다. - P104

실제로 6년간 에릭슨 밑에서 배운 제자 자이그(Zeig, 1985a, 1985, 1985c)는 에릭슨이 자기에게 환자를 의뢰한 일은 많았지만 한번도 자기가 치료한 과정을 관찰하거나 그에 대해서물어보지 않았다고 했다.
에릭슨이 스승으로서 제자들을 가르칠 때는 최면치료를 하거나 심리치료를 할 때와 마찬가지로 다중 수준의 커뮤니케이션을 사용하여 제자들에게서 자원을 끄집어 내고자 하였다. - P104

에릭슨의 입장에서는 최면, 가르침, 심리치료가 크게 구별되어서는 안되는 것이다. 이 모든 것에는 무의식적 학습 과정이 개입되기 때문이다.
사람들에게는 이미 변화에 필요한 내적 자원이 있다. 그러므로 심리치료와 최면, 심지어 가르침의 경우도 자원을 끄집어 내고 개발할 뿐만 아니라 그것을 새롭고 보다 효과적인 방식으로 통합하도록 돕는 과정이라고할 수 있다. - P105

인간으로서의 에릭슨

인간적인 측면에서의 에릭슨에 대해서는 6장에서 상세히 다룰 것이므로 여기서는 생략하고자 한다.

전문가로서의 업적

에릭슨의 전문가로서의 업적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사실은 그가 현대의 수많은 저명한 최면전문가, 심리치료 전문가, 가족치료 전문가들을 가르친 스승이었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그로 인해서 많은 새로운 심리치료의개념, 기법, 이론이 생겨났고, 새로운 치료의 접근이나 학파가 생기게 되었다.

그는 1957년에 세계 최대의최면 관련 전문가 단체인 미국임상최면학회를 설립하였으며, 이 학회의공식 학술지인 『미국 임상최면저널』의 편집자로 활동하였다.
에릭슨의 도서 목록에는 다음의 중요한 책들이 포함된다.

Hypnotic Realities (공저자: Ernest L. Rossi)Hypnotherapy-An Exploratory Casebook (공저자: Ernest L. Rossi)Experiencing Hypnosis (공저자: Ernest L. Rossi)The Practical Application of Medical and Dental Hypnosis (: SeymourHershman & Irving I. Secter)Time Distortion in Hypnosis (: Linn F. Cooper)

다음의 책들은 에릭슨의 업적 중의 특정한 부분을 소개한 것이다.

The Wisdom of Milton H, Erickson: The Complete Volume (xx): RonaldA. Havens)An Uncommon Casebook: Complete Clinical Work of Milton H. Erickson,
M.D. (편저자: William Hudson O‘Hanlon & Angela L. Hexum) - P108

에·릭·슨·최·면·과·심리·치료 
제1장
일상생활과 최면 - P29

우리는 대부분 문제와 관련된 고정관념 때문에 그 문제에 빠지게 된다.
문제와 관련된 고정관념은 우리에게 그 문제에 대해서 한쪽 방향(주로 문제성 있는 방향)으로만 보게 하기 때문에 문제에서 벗어나기가 참으로 어렵다. 이 경우 우리는 한쪽 방향으로만 마음이 묶였다고 할 수 있다. 결국고정관념이란 한쪽 방향으로 마음이 묶이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 P32

여기서 우리는 의식과 구별되는 무의식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된다. 우리는 어떤 일에 집중하고 몰입할 때 표면의식과는 다른 차원의 의식 상태에서 행동하거나 일하게 된다. 그때 우리는 무의식이 작용한다고 말한다. 우리는 무의식의 개념과 관련된 일상적 표현으로 다음과 같이 말할때가 많다.

"나도 모르게 내 입에서 큰 소리가 나왔지."
"무심결에 침을 흘리게 되었지."
"저절로 웃음이 나왔어."
"별 생각 없이 길을 가다가 우연히 그를 만났어."
"퇴근길에 습관적으로 들르는 곳이 바로 여기야." - P33

이 책은 최면, 특히 에릭슨최면에 관한 것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사람들, 특히 심리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이 최면에 대해서 오해하거나 잘못알고 있는 것이 워낙 많기에 에릭슨최면에 대해서도 제대로 접근하는 데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 P34

우물 안 개구리

사람들은 자기만의 안경을 끼고 세상을 본다. 그래서 안경의 색깔대로 세상이 보이기 마련이다. 하지만 안경을 벗는 순간 세상의 색이 자신이봐오던 색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다. 마찬가지로 우물 안 개구리는우물 밖으로 나오기 전까지는 자신이 우물 안에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할뿐만 아니라 우물 안에서 자기가 보는 것이 세상의 모든 것이라고 착각하면서 산다. 그리고 그 착각을 사실이라고 여기는 우를 범한다. - P34

우리는 이와 유사한 착각을 수없이 많이 하면서 살아간다. 기차역이나버스터미널과 같은 곳에서 흔히 경험할 수 있는 것으로, 옆 차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내가 탄 차가 출발하는 것으로 착각하게 된다. 이러한 현상은 정지해 있는 내 차 옆의 다른 차가 움직일 때 상대적으로 마치 내 차가움직이는 것처럼 순간적으로 느껴지기 때문에 생긴다.
따지고 보면 영화 속의 움직임 현상도 착각을 이용한 것이다. 영화에서는 1초당 24컷의 필름이 돌아간다고 한다. - P35

이러한 착각은 극단적인 경우에는 목숨을 앗아갈 수도 있다. 언젠가 입시철에 한 수험생이 자살한 사건이 있었다. 그 학생은 자신이 시험에 떨어진 것으로 알고 비관하여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데 알고 봤더니 사실은시험에 합격을 했다. 그는 단지 불합격한 것으로 잘못 알았던 것이다. 한마디로 착각을 한 것이다. 결국 착각이 목숨을 앗아간 셈이다. - P37

문화와 집단최면

우물 안의 개구리도 따지고 보면 깊은 집단최면에 걸려 있다. 개구리들은 우물이라는 제한된 공간에 갇힌 가운데 바깥세상을 전혀 보지 못하는집단최면에 걸려서 자기네들이 보는 세상이 모두라고 믿으며 그것을 부정하는 이들을 비난하기 쉽다. 그 개구리들은 우물을 벗어나서 진정한세상을 보았을 때 비로소 집단최면에서 깨어날 것이다. - P38

사실 집단최면에 걸리면 그 집단에 속하는 모든 사람은 객관적인 사실을 부정하고, 상식적이고 보편적인 규준과는 상관없이 자기들만의 믿음속에서 자신들만의 남다른 행동을 하게 된다. 그러면서도 자기들의 행동이 정당하다고 믿으며 오히려 다른 사람을 비난하는 모습을 보이게 된다.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에 붉은 티셔츠와 ‘대~한민국‘이라는 함성이전국을 휩쓸었을 때 우리 모두는 행복한 집단최면에 빠져 있었다. 레드
콤플렉스라고 할 때의 부정적인 이미지의 그 붉은색이 그렇게 예뻐 보였을 때가 또 있었겠는가? - P38

불과 1982년 이전만 해도 우리는 밤 12시가 되기 전에 모두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이른바 야간통행금지 혹은 통금이라 불리는 제도가 있어서 밤 12시 이후에는 외출할 수 없었고, 그것을 어길 시 모두가 일단 파출소(현 경찰지구대)에 잡혀가는 세상에 살았던 것이다. (중략) 물론 법으로 정해진 것이기는 하지만, 통금시간이란 것은 하나의 문화로서 집단최면적인 힘을 발휘하고 있었다. (중략). 하지만 통금시대의 경험이 없는 오늘날의 젊은이들은 그 통금문화를 전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그것은 문화가 다르기 때문인데, 그 문화 차이가 바로 집단최면의 차이라고할 수 있다. - P39

어떤 것이 맞느냐 틀리느냐의 문제를 떠나서 특정 집단에 속한 사람들은 특정한 가치관이나 행동 양식을 문화나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공유한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그러한 것은 특별한 이유나 논리적 조건에 상관없이 받아들여지고 사고와 감정 그리고 행동을 지배하고 규제한다. 그래서 그 집단에 속한 사람들은 무비판적이고 무조건적으로 그러한 것을 받아들이고 실천하게 된다. 그것은 바로 집단최면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 P39

흔한 일상의 트랜스와 자기최면

앞에서 언급했던 일상의 경험을 다시 한 번 상기해 보자. 그러한 경험은 워낙 일상적으로 쉽게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이기에 ‘흔한 일상의 트랜스(common everyday trance)‘ 라는 차원에서 이해될 수 있다. 이 개념은 에릭슨이 명명한 개념(Erickson & Rossi, 1976)으로 일종의 ‘최면적‘ 경험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의식하 의식하지 못하건 많은 트랜스 현상을 경험하는데, 그것은 또한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보편적인것이기에 ‘흔한 일상의 트랜스‘ 라고 부를 수 있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그것은 일상에서 경험하는 보편적인 자기최면 현상이라고도 할 수 있다. - P40

때로는 재미있는 TV를 시청하는 가운데 전화벨이 울려도 그 소리를 듣지못하는 경우도 있으며, 생각에 잠겨 걷는 동안 옆에서 아는 사람이 지나가거나 심지어 인사를 건네도 모르고 그냥 지나치는 경우도 있다. 사람들은 또한 과거에 자신이 사고를 경험한 자리에 가면 괜히 기분이 언짢아져서 무의식적으로 그 장소를 피하고 싶어지기도 한다. 이러한 것은 모두 잠깐 동안이나마 자기최면에 빠져 있었던 예에 해당된다. - P40

하지만 그러한 사실을 의식하지 못하기에 자기최면에 대해서 사람들은 ‘특별한 상황에서특정한 형식으로 하는 것 쯤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사실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에릭슨은 사람들은 누구나 일상에서 그와 같은경험을 하면서 살아간다고 하였다(Erickson & Rossi, 1976). - P41

자기최면에는 부정적 자기최면과 긍정적 자기최면의 두 가지가 있다.
부정적 자기최면은 성공하는 인생에 도움이 되지 못하고 방해가 되는 것이다. - P42

인생에서 불만을 갖거나 불평의 요소가 많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혼자서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를 갖거나 마음의 고통 또는 어려움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스스로의 우물에 갇혀 있거나 부정적인 ‘자기최면‘에 빠져있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빨리 우물에서 벗어나 더 넓은 세상을 볼 필요가 있다. 즉, 우물이라는 부정적인 자기최면에서 벗어나 세상이라는보다 나은 긍정적 자기최면으로 들어가야 할 것이다.
이상과 같이 최면이란 결코 먼 곳에 있는 특별한 것이 아니며, 우리의삶 속에서 늘 우리와 함께하면서 우리의 행동과 함께하는 것이라고 할 수있다. - P43

과거에 실패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또 다른 도전의 상황에서 그런 실패 경험이 생각남으로써 또다시 실패할 것이라는 자기최면에 빠지고, 그래서 도전을 포기하거나 아예 도전 자체를 시도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런 경우를 두고 우리 속담에서는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하였다. 자라 때문에 놀란 사람이 자기최면에 빠져서 자라와 비슷하게 생긴 솥뚜껑을 보고도 놀란다는 것이다. - P43

뒤에서 상세하게 살펴보겠지만, 이러한 에릭슨의 최면에 대한 개념은모든 우리의 의식 상태는 곧 트랜스이며 소위 정상적인 각성의식(normalwaking consciousness)이란 것도 결국 ‘합의된 트랜스(consensus trance)‘라는 초월주의(transpersonal) 심리학자 타트(Tart, 1986)의 개념과 유사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합의된 트랜스란 일종의 자동화된 의식 상태를 말한다. 사람들은 어떤현상이나 사태가 사실이기 때문이 아니라 사실이라고 배우거나 들었기때문에 그렇게 믿는다. 그래서 우리가 상식이라고 생각하며 믿게 하는모든 우리의 의식은 그 자체가 우리 자신이 만든 것이라기보다는 부모나선생을 비롯한 의미 있는 타인이 심어 준 것이라고 할 수도 있다. - P44

이상과 같이 생각해 볼 때 최면이란 것은 우리의 일상생활과 뗄 수 없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은 최면에 대해서부정적인 선입견을 갖고 있고 오해를 한다. 그래서 최면이 특히 학문적인 차원에서 제대로 이해받거나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 P44

최면과 심리치료 제2장
최면에 대한 이해

최근 들어 최면에 대한 관심이 크게 증폭되어 가고 있다. 그래서 최면관련 책들(고제원, 2003, 2008; 설기문, 1998, 2000, 2003a, 2009 이윤주, 양정국,
2007 정동하, 2002)과 함께 다양한 논문(고재원, 2004; 김광원, 2001; 김민옥,
길헤금, 윤덕미, 김기환 2002 김정진, 2001: 변영돈, 1998 설기문, 1999a, 1999b,
2002, 2007, 연게임, 2006, 이길범, 1984: 이종윤, 2004; 진주희, 2007; 표주연1999)이 의학계, 심리학계, 교육학계 등지에서 발표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많은 사람에게 최면은 호기심의 대상, 미신적인 것으로만 생가되고 있으면서 학문적인 대상으로 여겨지는 경향은 부족한 것 같다. 특히 가장 관련 있는 학문 분야 중 하나인 심리학 분야에서도 최면을 학문으로 다루고 연구하는 분위기는 미약한 것이 사실이다.  - P45

사실 사람들이 가진 최면에 대한 대부분의 인식은 잘못된 고정관념과 선입견에 따른 오해에 기반하고 있다. 그래서 최면을 학문적으로 접근하거나 연구하는 데 어려움이 많이 따른다. - P45

최면의 개념과 정의

일반적으로 최면은 간단하게 ‘심신이 이완된 집중의 상태‘라고 정의할수 있다. 하지만 최면에 대한 정의는 학자 또는 학파마다 다양하다. 그러므로 최면의 개념을 다양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 P46

●광의와 협의의 정의

최면에는 넓은 의미의 개념과 좁은 의미의 개념이 있다. 영화나 TV에서볼 수 있는 최면의 장면은 좁은 의미, 전통적 의미의 최면 개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최면에 걸린 사람은 마치 인사불성 상태에서 아무것도 의식하지 못할 것 같고, 최면사가 시키는 대로 할 것이며 최면에서깨어난 후에는 최면 동안에 있었던 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할 것처럼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넓은 의미의 개념으로 최면을 보면 우리는 일상생활 전반에 걸쳐서 최면적 경험을 한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좁은 의미의 개념은 넓은 의미의 개념에 비해서 깊은 최면 상태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것만이 최면의 전부는 분명 아니다. 최면의 형태는 얼마든지다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TV 프로그램을 시청하거나 라디오를 들을 때, 또는 소설을 읽을 때는 그것에 ‘정신이 빠져서 다른 일을 의식하지 못할 때가 많다. 그렇게 본다면 우리는 무의식적 상태에서 어떤 일을 한다고 말할 수 있다.
이것이 트랜스 상태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전략) 일종의 무의식 상태에서 자동적으로 이루어지면서 몸과 마음이 나른해지고 최면 상태에 빠지기 쉽기 때문에 졸음 상태로 연결된다. 이처럼 최면이란 잠들기 직전의 상태와 같다고도 할수 있다. 잠들기 직전 우리의 몸은 최대로 이완되어 나른해진다. 마음도 마찬가지다.

심신이 고도로 이완된 집중의 상태

앞에서도 잠시 언급했듯이, 일반적으로 최면은 심신이 고도로 이완된 집중의 상태라고 정의할 수 있다. 이런 상태는 잠들기 직전의 상태처럼 몸과 마음이 최대로 이완된 상태라고 할 수 있는데, 이 경우에 의식은 깨어 있기 때문에 고도의 정신 집중이 가능한 상태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일상생활에서 무의식중에 최면 상태를 많이 경험하지만 그것이 최면이라는 것을 잘 인식하지 못한다. - P48

잠들기 직전의 나른한 상태

앞에서 최면이 잠들기 직전의 상태와 같다고 했는데, 이에 대해서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우리는 밤에 잠을 자려고 누워 있으면 온몸이 이완되고 마음이 편안해짐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개인마다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 몇 분 내에 곧바로 편안한 잠의 세계로 빠져들게 된다. - P49

우리가 잠들기 직전의 상태에서 잠에 바로 빠져들지 않고 몸과 마음의이완 상태를 충분히 느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일반적으로는 이런 시간이 바로 잠으로 연결되어 버리기 때문에 아주 짧지만, 최면 상태는 이러한 상태를 최대한연장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잠들어 버리면의식이 사라지는 무의식 상태가 된다 - P49

서양 사람들도 최면에 대해서 그렇게 생각하였기 때문에 최면을 의미하는 영어 단어 hypnosis를 분석해 보면 잠과 관련된 의미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이 단어는 영국의 의사였던 브레이드(Braid)가 1842년에 잠 또는 잠의 신을 의미하는 그리스어 hypnos를 기반으로 하여 만든 것이다(Simpkins & Simpkins, 2000), 그때도 최면 상태를 잠과관련된 것으로 생각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 P50

● 마음을 움직이거나 마음이 움직이는 것

또 다른 차원에서 최면을 생각해 본다면 한마디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의 마음은 쉽게 움직이기도 하고 잘움직이지 않기도 한다. 마음이 쉽게 움직인다는 의미에서 마음을 흔들리는 갈대‘에 비유하기도 하지만, 잘 움직이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말을물가로 데려갈 수는 있지만 물을 마시게 할 수는 없다.‘는 속담도 생긴 것같다. - P50

또 특정한 생각을 떨쳐 버리지 못하고 계속하여 강박관념에 얽매어 있다면 그 또한 최면상태에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이 모든 것은 결국 어떤 말이나 생각 때문에마음이 움직이거나 그것에 마음이 얽매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최면이란 결국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라는 차원에서 최면을 생각할 때, 최면기술이란것은 결국 마음을 쉽게 움직이는 데 도움이 되는 언어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상대방의 마음을 잘 움직이기 위해서는 그의 특성을 잘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 P51

최면에 대한 오해의 근원

다시 말해, 최면에 대해서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고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면서 여러 가지 오해를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최면이 학문적으로도 백안시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최면에 대해서 정확하게 잘 모르면서 부정적인 선입견을 가지거나 오해를 하며, 왜 학자들은 최면에 대해서 학문적인 가치를 잘 인정하지 않고무시하거나 배타적으로 대할까?

● 대중매체의 영향

대부분의 사람이 최면을 접하는 것은 TV나 영화와 같은 대중매체를 통해서다. 이런 매체에서 최면을 다룰 때는 기본적으로 흥미를 끌기 위해 시청자나 관객이 재미를 느끼거나 신기하게 여길 만한 내용을 중심으로 편집하게 된다. - P52

사실 최면에서 그러한 극적인 장면이 많이 연출되기도 한다. 그러나 결코 그것이 전부가 아닌데도 사람들에게는 그런 장면만 부각되어 있어 최면이라 하면 다소 마술적이고 신비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우리나라에서는 최면을 ‘최면‘이라고 부르는 것 같다. - P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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