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음운론의 뜻

언어는 뜻과 소리로 이루어진 하나의 기호이다. 언어를 탐구하여 그 본질을 밝히고 인간의 언어 능력을 설명해 내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학문을 언어학이라고 하는데, 그 대상이 우리말로 한정되면 한국어학 혹은 국어학이라고 한다. 언어학은 구체적인 연구 영역에 따라 몇 개의 하위분야로 나뉘는데, 그 중 말소리를 대상으로 하는 분야가 음운론(音韻論, phonology)이다. - P1

그런데 말소리 발음의 원리를 설명하는 일은 이와 관련된 국어 화자의 언어 능력을 밝히는 것과 같다. - P1

요컨대, 국어 음운론은 국어 화자가 자신의 머릿속에 들어있는 형태소나 단어, 혹은 이들의 연결체를 올바르게, 그리고 통일된 방식으로 발음하도록 하는 언어 요소와 장치, 다시 말해 머릿속에 들어 있는 국어의 말소리 목록과 체계, 말소리의 변동을 관장하는 음운 규칙 등을 밝혀내고자 하는, 국어학의 하위 분야이다. - P2

2. 음운론이 하는 일

음운론이 하는 일은 크게 세 가지 정도로 나뉜다. 먼저 음운론은 한 언어에서 쓰이는 말소리의 목록과 체계를 알아내려고 한다. 한 언어에서 뜻을 구별하는 데 사용되는 소리를 음소(phoneine)‘라 하고 말소리의 길이나 높낮이, 세기 등이 뜻을 구별하는 구실을 하면 이를 ‘운소(prosodeme)‘
라 하는데 이들을 함께 말할 때는 줄여서 ‘음운‘이라고 한다. - P2

다음으로, 음운론은 발화 과정에서 일어나는 말소리의 바뀜을 연구한다. 말소리는 그 놓이는 자리에 따라서 원래의 소릿값을 지키지 못하고다른 소리로 바뀌기도 하는데 이러한 말소리의 바뀜을 ‘음운의 변동‘이라고 한다. - P2

즉 음운론은 언어생활과 관련된 각종어문 규범, 예를 들어 표기법이나 표준어, 표준 발음 등을 정하는 데 필요한바탕 이론을 제공한다. 우리나라에서도 한글 맞춤법이나 표준어 규정,
표준 발음법 등의 어문 규범은 상당 부분 음운론의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하고 있다. 아울러 이 학문의 연구 결과는 학교 문법의 한 부분으로 초·중등학교 국어과 교육의 교수·학습 내용이 된다. - P3

먼저 ㄷ) 층위, 즉 실제 발화된 상태의 말소리들을 관찰하여 우리말에서 쓰이는 모든 음성을 찾아내고 이들에 대해 음소 분석의 방법을 적용하여 우리말의 음운 목록을 알아낸다. - P4

한편 ㄷ)을 발음형이라고 했는데, 발음을 해 보면 낱낱의 소리 단위로 발음되는 경우보다 두 개나 세 개 정도의 소리가 하나로 뭉쳐진 상태로 발음되는 경우가 많음을 알 수 있다. - P4

한편, 언어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서 그 모습을 바꾸는 성질을 가지고있다. 언어 체계에 큰 변화가 일어난 시기를 경계로 해서 시대 구분을 하고 각 시대별 언어의 모습을 통시적으로 비교하면 언어사가 되는데 그중에서도 말소리 측면의 변화상을 ‘음운사‘라고 부른다. - P5

1. 음성학

(중략), 이 일을 위해서는 음성학(學, phonetics)의 도움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사람의 발음 기관을 통해 나오는 말소리의 모습과 성질을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학문을 음성학이라고 하는데, 이는 그 자체로 체계를 갖춘 하나의 학문일 뿐 아니라 음운론을 비롯한 언어학 연구의 바탕이 된다. - P7

음성학과 음운론은 둘 다 말소리를 연구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공통성을 가지지만 연구 방향과 내용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음운론이 한언어를 이루고 있는 말소리의 구조와 체계를 연구하고 그것이 의미 전달의 과정에 관여하는 양상, 즉 발소리의 기능을 연구하는 학문이라면, 음성학은 발음 기관을 통해 말소리가 만들어져 나오는 과정, 화자의 입에서 청자의 귀로 전달될 때의 낱소리의 물리적 성질 등을 객관적으로 연구하는 학문이다. - P7

음성학은 그 연구 대상과 방향에 따라 다시 세 가지 정도로 나뉜다.
먼저 조음 음성학(articulatory phonetics)‘은 말소리가 만들어지는 과정에 관심을 가지는데, 주로 낱소리가 만들어지는 자리(조음 위치)와 만들어지는 방법(조음 방법), 이 과정에 관여하는 조음 기관의 움직임, 그 움직임에의해 나타나는 소리의 성질 등을 연구한다. 조음 음성학을 ‘생리 음성학(physiological phonetics)‘이라고도 한다. 다음으로 ‘음향 음성학(acoustic phonetics)‘이있는데, 이 분야는 말소리의 음향적 측면을 주로 연구한다. 화자의 입에 소리 자체서 나온 말소리가 청자의 귀에 전달되는 데에는 공기의 진동이 중요한 구실을 하게 된다. 말소리를 실은 공기의 진동에서 여러 가지 음향학적특성을 찾아내어 그것으로 말소리의 성질을 규명하는 분야가 음향 음성학이다. 마지막으로, 말소리 청취의 측면을 연구하는 분야는 청취 음성
"학(auditory phonetics)‘이라고 한다. 청취 음성학은 청자의 소리 듣기 감각과 소리에 대한 인상 등에 관심을 가진다. 음성학의 역사로 보면 조음 음성학이 먼저 발달했으나 최근에는 여러 가지 음성 분석 장비의 눈부신 발달로 인해 음향 음성학 방면의 연구가 눈에 띄는 성과를 올리고 있다. - P8

2. 말소리가 나는 과정


말소리가 만들어지는 과정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먼저 말소리를내는 데 필요한 최초의 움직임은 숨쉬기이다. 말소리는 숨을 쉬기 위해 들이마시고 내뱉는 공기에 얹혀 나기 때문이다.  - P9

말을 할 때에는 성문의 열림과 닫힘이 빠른 속도로 반복된다. 이때 성문이 가볍게 닫힌 상태에서 공기가 지나가면 마주 보고 있는 목청이 떨게되는데, 이 목청 떨림(성대진동)에 의해서 나는 소리를 유성음(울림소리, voiced)이라고 한다. - P11

한편 대부분의 무성음(voiceless)은 벌어진 목청 사이로 그냥 지나간 공기가 후두 위쪽에 있는 여러 기관의 다양한 작용에 의해 소리가 나게 된다.
다시 말해 대부분의 무성음은 후두에서는 아직 소리가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이다. 그러나 몇 개의 무성음은 이곳에서 만들어진다. - P11

성대가 붙지 않을 정도로 작은 틈새를 만들어 공기가 지나가게 하면 그 사이에서 마찰이 일어나게 되는데, 우리말의 ‘ㅎ(b)‘ 소리가 이 소리에 가까워서 이 소리를 일반적으로 성문 마찰음이라고 부른다.⁶

6 그런데 ‘ㅎ‘이 나는 과정을 관찰해 보면 그 마찰이 일어나는 곳이 반드시 한 곳이 아니라 뒤따르는 모음의 종류에 따라 달라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점을 고려하면, ‘ㅎ‘이 나는 곳을 성문으로만 제한하기 어렵다고 할 수 있다. - P11

성문을 지난 공기는 울대마개(후두개, epiglottis)를 통과하여 목안(=인두,
pharynx)에 다다랐다가 다시 입이나 코를 지나 밖으로 나오게 된다. 말소리가 구체적인 모습과 성질을 갖추기 위해서는, 목청으로부터 소리를 싣고올라온 공기가 후두의 위쪽에 자리 잡고 있는 목안, 입안의 여러 부위들, 코 등의 기관을 거치면서 필요한 작용을 받아야 한다. 이 작용을 소리다듬기‘라고 하고 이 과정을 ‘조음 과정(articulatory process)‘이라 하며 이 과정에 참여하는 기관을 ‘조음부(articulator)‘라고 한다. - P13

목안까지 다다른 공기가 입을 통해 나가느냐 코를 통해 나가느냐 하는것은 목젖(구개수, uvula)의 움직임에 따른다. (중략). 우리말의 ‘ㄴ, ㅁㅇ‘과 같은 자음은 공기가 코로나가면서 코안을 울려 나는 비음(콧소리)이다. 비음도 그 구체적인 소릿값은 입안 기관의 움직임에 의해 결정되므로, 입이야말로 소릿값을 결정하는 데 가장 중요한 구실을 하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 P13

3. 자음

3.1. 자음의 특성

성문을 통과한 공기가 입 밖으로 나올 때까지 거치는 통로를 공깃길이라 하는데, 이 공깃길의 가운데 부분이 순간적으로 막히거나 매우 좁아져서 공기의 흐름이 방해를 받아 나는 소리를 자음(닿소리, consonant)이라고 한다. 이에 반해, 공깃길의 모양은 변하지만 공기의 흐름이 전혀 방해를 받지 않고 나는 소리가 모음이다. - P14

3.2. 조음 위치

공깃길이 막히거나 극도로 좁아져서 공기의 흐름이 방해를 받는 자리가 곧 자음의 조음 위치가 되는데, 언어에 따라 이 자리는 매우 다양하다.
이들을 ‘능동부-고정부‘ 식으로 나열해 보면 아랫입술-윗입술(양순음),
아랫입술-윗니끝(순치음), 혀끝-윗니끝(치간음), 혀끝윗니 뒤쪽(음),
혀끝-윗잇몸(치조음), 혀끝-윗잇몸 뒤쪽(후치경음), 혀끝-센입천장(권설음), 혓바닥의 앞부분 센입천장(경구개음), 혓바닥의 뒷부분 여린입천장(연구개음), 혀뿌리인두벽(인두음), 목청(성문음) 등을 들 수 있다. - P15

허웅(1985: 41)에서 ‘ㄷ‘류에 대해 ‘잇소리와 잇몸소리의가운데에서 나는 gingival‘이라고 했거니와, 사실 이 소리들은 윗니 뒤쪽으로부터 잇몸에 이르기까지 넓은 곳에서 나기 때문에 정확하게 ‘윗잇몸‘
한 곳으로 한정하기가 곤란하다. 이에 대해 이호영(1996: 47)에서는 윗잇몸소리 전체를 개인에 따라 치음이나 치조음으로 발음한다고 했고, 이현복(1998: 110)에서는 세대나 성에 따른 발음 경향으로 보아서, 주로 젊은세대나 여성층에서 잇소리로 내는 경우가 있다고 하였다. 배주채(2013:77~78)에서는 우리말 자음의 조음 위치에 치음을 따로 두고 ‘ㄷ,ㄸ, ㅌ,
ㄴ‘을 이곳에서 나는 자음으로, ‘ㄹ, ㅅ,ㅆ‘은 치조음으로 처리하고 있다.¹⁰ 이 책에서는 이러한 사실을 지적하면서도, 학교 문법과의 혼란을피하기 위해 전통적인 관점을 따르기로 한다.

10 배주채(2013)에서는 자음의 조음 위치를 모두 여섯 군데로 잡고 있다. - P16

1. 음절의 뜻

앞의 두 장에서 우리는 말소리의 물리적인 모습과 성질, 우리말의 음성과 음소, 음운 체계에 대해 살펴보았다. 이번 장에서 살필 내용은 음소의바로 위 단위인 음절(syllable)이다.
다음 문장을 발음하고 그 발음을 음성 전사 기호로 옮겨 적어 보자.

ㄱ) 윤하가 밥을 먹는다junha-ka pap-il mak-nin-ta
ㄴ) [윤하가 바블 멍는다] [junhaga pabil mayninda]

ㄱ)은 단어나 조사, 어미 등의 원래 형태 혹은 ‘기저형‘ 상태로 전사한것이고 ㄴ)은 이를 실제로 발음한 상태를 옮겨 적은 것이다 - P73

요컨대, 음절은 음성학적으로 ‘하나의 발화체 안에서 단독으로 발음되는 최소의 소리 단위‘ 정도로 정의될 수 있겠다. 음절은 말소리를 구성하는 여러 층위의 단위 중 음소가 결합하여 이루는 첫 상위 단위가 된다.
한글 맞춤법은 음절 단위로 모아쓰기를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이때의 음절은 어떤 형태의 원형을 밝혀 적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발음상의 음절과는 일치하지 않을 수가 있다. 음운론에서 말하는 음절은 ㄴ)과같이 소리 나는 대로 적었을 때의 한 글자와 같다고 보면 된다. - P74

2. 음절의 구성과 유형

2.1. 음절의 구성 방식

음운론에서 음절에 관련되는 중요한 문제 중 하나는 음절이 구성되는 방식, 즉 범언어적으로 어떤 소리들이 하나의 음절로 묶여서 발음되는가하는 물음에 대한 답을 찾는 일이다. - P74

이 물음에 대해서는몇몇 이론이 나름대로의 답을 제시하였는데, 그 중에는 울림도라는 개념을 이용하여 보편적인 음절 구성 방식을 설명하려는 이론도 있었고, 열림도를 바탕으로 하는 개념인 ‘내파음/외파음‘ 혹은 ‘점강음/점약음‘을 가지고 음절 구성 방식을 설명하려는 이론도 있었다.(허웅, 1985: 109-118 참조)먼저 올림도를 가지고 음절을 설명하는 이론에 대해 알아보자. 울림도(공명도, sonority)는 모든 소리들이 가지고 있는 본질적 에너지를 말하는데,
다른 조건이 같으면 울림도 도수가 높은 소리일수록 더 잘 들린다고 보면된다. - P75

다음으로, ‘내파음/외파음은 소쉬르(F. de Saussure)의 개념인데 그는 말소리를 조음할 때 공깃길의 크기, 즉 턱이 벌어지는 정도를 열림도(간극도perture)라 하고 그 등급을 가지고 음절 구성과 경계 등의 문제를 설명했다. - P75

모음 사이에 두 개의 자음이 있을 때 앞의자음은 점점 닫히는 중에 있으므로 내파음인 반면, 뒤의 자음은 열리는중에 있으므로 외파음이다. 음절 경계는 내파음과 외파음의 사이에 놓이게 된다. 한편, 그라몽(M. Grammont)은 소쉬르의 ‘내파음/외파음‘을 ‘점강음/점약음‘의 개념으로 바꾸어 비슷한 방법으로 음절과 관련된 여러 문제를설명했다. 점강음/점약음을 가지고 이들의 음절 이론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ㄱ) 한 음절은 첫 점강음에서 다음 점강음 앞의 점약음까지의 소리의 모임이다.
ㄴ) 음절의 경계는 점약음과 점강음 사이에 놓인다.
ㄷ) 음절 구성의 필수 성분인 성절음은 경계 혹은 점강음 다음의 점약음이 된다. - P76

우리말의 음절 구성 방식은 비교적 간단하다. 성절음이 될 수 있는 것은 모음밖에 없고 하나의 음절은 모음 하나에 자음이 앞뒤에 붙거나 붙지않은 상태로 만들어진다. 따라서 우리말의 음절은 다음과 같은 기본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 P77

 이것은 어떤 소리 연속체가 우리말에서 하나의 정상적인 음절로 인정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조건이자제약이다. 기저형에서 자음군을 말 자음으로 가진 형태소나 단어가 단독으로 발화되거나 자음으로 시작하는 형태소와 결합할 때, 자음군 단순화라는 음운 변동이 일어나는 것은 이 제약을 따르기 위한 것이다. 아울러,
초성 자리나 종성 자리에 자음이 둘 이상 달린 외국어 단어가 외래어로들어올 때 음절수가 달라지는 것도 위의 음절 구성 제약에 따르기 위한과정이다. - P78

①은 우리말에 ‘ㅇ(ㅁ)‘을 초성으로 하는 음절형은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말해 준다. 이 제약으로 인해, 음절의 초성 자리에는 18개의 자음만올 수 있다. ②는 음절말, 즉 종성 자리에 놓인 자음은 입안 공깃길의개방 없이 나는 소리, 즉 불파음‘으로 실현되어야 한다는 음성학적 불파음화가 음절 구성 제약으로 나타난 것이다. - P78

3. 음절의 구조

앞에서 보았듯이, 우리말의 음절 유형은 ‘중성‘형, ‘초성+중성‘형, ‘중성+종성‘형, ‘초성+중성+종성형의 넷이다. 이 중에서 ‘초성+중성+종성(C-V-C)‘ 형을 기본형으로 잡을 수 있을 텐데, 그 이유는 ‘중성형은 초성자리와 종성 자리가, ‘초성+중성‘형은 종성 자리가, ‘중성+종성형은 초성 자리가 빈 상태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관심을 가질 만한 문제는 이 음절형이 어떤 모습으로 구성되어 있을까 하는것이다. - P82

한 언어의 음절 구조는 모국어 화자들이 가진 언어 능력의 내면에 존재하면서 언어 수행의 표층에 다양한 모습으로 반영되기 때문에 그 언어의음절 구조를 알아내기 위해서는 말소리의 실현 양상을 포함한 여러 가지언어 현상을 폭넓게 관찰할 필요가 있다. 중국어는 대표적인 ‘머리몸통‘
구조의 언어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중국 운학의 오랜 전통을 고려한 판단이다. - P8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