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의 연구 중 하나는 외부에서 적용된 잡음이 확률공명을 통해 작동한다는 사실을 최초로 입증하기도 했다. 그는 주걱철갑상어(paddlefish)로 연구를 하고 있었는데 이 어류는 코에 있는 전기감각기 (electrosensor)로 먹잇감인 플랑크톤이 내는 희미한 전기적 신호를 감지해서 먹이를 찾는다.  - P238

잡음 수준이 중간대일 때 최적의 수행성과가 나오는 것은 확률 공명의 특징 중 하나다. 잡음이 너무 작으면 신호가 역치에 도달하지 못하고, 잡음이 너무 심하면 신호가 잡음에 묻혀버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잡음-이득 관계 그래프를 그려보면 U를 거꾸로 뒤집은모양이 나온다. - P238

하지만 생물 시스템이 내부적으로 발생시킨 잡음을 이용한다는 개념에는 아직 의문이 남아 있다. 그중 하나가 초파리의 국소신경세포에서 발생하는 잡음이 진정한 잡음인가 하는 점이다.  - P239

잡음은 엄격한 수학적 정의를 가지고 있는데, 복잡한 생물학적 시스템에서 잡음처럼 보이는 것들은 보통 다른 어디선가 새어나오는 신호로 판명되는 경우가 많다. "그 ‘잡음‘의 원천을 가져다가그것이 잡음의 통계학적 발자국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코스코의 말이다. - P240

부자키는 포유류에서 뇌의 활성을 조절하는 잡음 비슷한 신호가 있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미에센뷔크의 의견에 동의하지만, 거기에 특화된 잡음 발생 회로를 끌어들일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대신 그는 뇌 전체에서 자발적으로 발생하는 신경 활동을 지목한다. - P240

자발적 활성이 신경세포 네트워크로 퍼져나가 초당 약 40회 정도의 속도로 신경 흥분이 동기화되는 과도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일례로 소위 감마파(gamma wave)라 불리는 뇌파는 서로 다른 인지 과정을 한데 묶어 지각(perception)을 만들어내는방법이라 제안되고 있다.
부자키는 유입되는 희미한 신호가 이런 자발적 활성파의 등에 올라타 역치를 뛰어넘을 수 있다고 말한다. - P241

과연 자연선택이 무작위 잡음 발생기를 장착한 뇌를 만들어 낸것인지, 아니면 그저 다른 신경 신호를 빌려다가 잡음으로 사용하는 능력을 갖춘 뇌를 만들어낸 것인지 밝히려면 조금 더 시간이 걸릴 것이다. 어느 쪽이 맞든 초파리의 뇌는 약간의 디더 없이는 기능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아마 우리의 뇌도 디더를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 P241

3
우연과 수학
기이하기 짝이 없는 우연의 수학

우연이란 정확히 무엇일까? 그것을 정량화하거나, 생물학 표본의 집합처럼 취급해서 분류할 수 있을까? 우연은 서로 다른 강도로 찾아오나? 이 장은 행운과 우연의 과학과 수학을 다루지만 그렇다고 마냥 숫자만 언급하지는 않는다. - P129

내가 아는 우연, 내가 모르는 우연

지금쯤은 당신도 눈치 챘겠지만 인간의 뇌는 패턴을 기가 막히게 잘 찾아낸다. 이것은 과학의 주춧돌이 되어준 능력 중 하나다.
우리는 어떤 패턴을 알아차리고 나면 그것을 수학적으로 정확하게밝히려 한다. 그리고 그 다음에는 수학을 이용해 우리를 둘러싼 세계를 이해하려고 한다. - P130

약 한 세기 전만 해도 모든 것이 간단해 보였고, 세상은 행성의 궤도, 밀물과 썰물 같은 자연현상처럼 물리법칙의 지배를 받는 것과 오솔길에 떨어진 우박의 패턴같이 물리법칙의 지배를 받지 않는 것으로 나뉘었다. - P130

하지만 1870년 아돌프 케틀레(Adolphe Quetelet)의 발견으로 질서(order)와 혼돈(chaos)을 나누고 있던 벽에최초의 균열이 생긴다. 무작위인 사건에도 통계적인 패턴이 존재하고 있었던 것이다. - P131

날씨는 진정 무작위적인 현상일까? 아니면 어떤 패턴이 있을까? 주사위는 정말 무작위로 수를만들어내는 것일까, 아니면 사실은 이미 모든 것이 결정되어 있는것일까? 물리학자들은 아주 작은 세계를 연구하는 과학인 양자역학에서 무작위성을 그 절대적인 기반으로 삼았다. - P131

 만약 내가 ‘공정한 동전던지기를 해서 6번 연속 앞면이 나왔다고 해도 7번째 던지기에서앞면이나 뒷면이 나올 확률은 여전히 똑같다. 반대로 한 계의 과거가 미래에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영향을 미칠 경우 그 계는 질서가 있다고 한다. 우리는 다음 날 해가 뜨는 시간을 몇 분의 1초 단위로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고, 매일 아침마다 그 예측은 맞아떨어진다. 따라서 동전 던지기는 무작위적이지만 일출은 그렇지 않다. - P132

일출의 패턴은 지구 궤도의 규칙적인 기하학에서 기원한다. 무작위 동전 던지기에서 나타나는 통계적 패턴은 훨씬 당혹스럽다.
공정한 동전으로 던지기를 오랫동안 하면 앞면과 뒷면이 비슷한 빈도로 나온다는 것을 실험을 통해 입증할 수 있다.  - P132

동전을 얇은 원형의 원잔으로 모형화할 수 있다. 만약 원잔을 수직으로 던져 올릴 때 그 속도와 회전속도를 알 수 있다면, 동전이바닥에 떨어져 멈출 때까지 몇 바퀴나 돌지 정확히 계산할 수 있다. 원반이 바닥에 닿았다가 튀어 오르면 계산이 더 어려워지기는하겠지만 원칙적으로는 불가능하지 않다. 던져 올린 동전은 고전역학계(classical mechanical system)인 것이다. - P133

당신이 동전을 던져 올린순간 그 동전의 운명은 결정되어 있다(바람이나 지나가는 고양이, 기타외부 요인은 무시하자). 하지만 당신은 동전의 속도나 회전속도를 모르기 때문에 그 필연적인 운명이 어떻게 펼쳐질지 알 수 없다. - P133

주사위도 마찬가지다. 주사위 역시 역학적인 행동을 나타내고 결정론적인 운동방정식의 지배를 받는 튀어 오르는 정육면체로 모형화할 수 있다. 만약 당신이 초기 운동을 충분히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고, 충분히 빠른 속도로 계산을 할 수 있다면 정확한 결과를 예측할 수 있다. - P133

카오스는 무작위성과는 다르다. 하지만 모든 측정에 따라오는 정확성의 한계 때문에 예측이 불가능하다. 무작위 계에서는 과거가 미래에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 반면 카오스계에서는 과거가 미래에 영향을 미치기는 한다. - P134

진정한 카오스계에서는 이런 오류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주사위의 모서리가 바로 이런 기하급수적인 발산(divergence)을 야기한다. 수학적으로 완벽한 정육면체가 편평한 탁자에 부딪혀 튀어 오를 때는 이런 모서리 때문에 카오스적인 행동이 나타난다. - P135

여기에 답하기 위해 물리학에서 무작위 모형이 처음 큰 성공을거둔 예를 살펴보자. 바로 통계역학이다. 이 이론은 기체의 물리학인 열역학을 뒷받침하는 근거다. - P135

루트비히 볼츠만(Ludwig Boltzmann)은 분자를 작고 단단한 구체로 모형화해서 서로 튕겨 나가는 분자들이 기체 법칙이나 다른 것들과 어떻게 관련되는지 최초로 탐구한 사람이다. 그의 이론에서는 압력, 부피, 온도 같은 고전적 변수들이 내재적인 무작위성을 가정하는 통계적 평균으로서 나타났다. 이런 가정이 정당화될 수 있을까? - P136

하지만 볼츠만은 모든 구체의 정확한 경로를 일일이 추적하는 대신 구체들의 위치와 속도가 어느 특정 방향으로 왜곡되지 않는 통계적 패턴을 가지고 있다고 가정했다. - P136

통계역학은 엄청나게 많은 구체의 결정론적인 운동을 평균 같은 통계적 측정치로 표현한다. 바꿔 말하면 거시 수준에서 결정론적 모형을 정당화하기 위해 미시 수준에서의 무작위 모형을 이용하는 것이다. 이것이 과연 정당한 일일까? - P136

그렇다. 당시에 볼츠만 자신은 몰랐지만 이것은 정당한 방법이다. 그는 사실상 2가지 주장을 한 것이나 다름없다. 하나는 구체들의 운동이 카오스적이라는 것이고, 또 하나는 그 카오스가 잘 정의된 평균 상태를 만들어내는 특별한 종류라는 것이다. 이런 개념으로부터 에르고드 이론(ergodic theory)이라는 수학의 한 분야가 통째로 생겨났고, 수학자들이 이룬 발전 덕분에 볼츠만의 ‘가설‘은 이제 ‘정리‘의 반열에 오르게 됐다. - P137

그럼 기체는 실제로 무작위적인 것일까, 그렇지 않은 것일까? 이것은 모두 당신의 관점에 달려 있다. 어떤 측면은 통계적으로 모형화하는 것이 가장 좋고, 또 어떤 측면은 결정론적으로 모형화하는것이 가장 좋다. 하나의 정답은 존재하지 않으며 모든 것은 맥락에 따라 다르다. 이것은 전혀 특이한 상황이 아니다. - P137

그렇다면 진정으로 무작위적인 것은 없다는 말인가? 양자세계의 뿌리를 이해하기 전에는 확실하게 얘기할 수 없다. 양자역학의 일반적인 해석에서는 아원자 수준까지 파고들어가 보면 우주는 진정으로, 그리고 환원불가능한 방식으로 무작위적이라고 주장한다.  - P138

이런 주장을 정당화할 수 있는 수학적 논증은 분명히 존재한다.
1964년에 존 벨(John Bell)은 양자역학이 무작위적인지, 숨은 변수에 지배되고 있는지 검증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냈다. 숨은 변수란 사실상 우리가 아직 어떻게 관찰해야 할지 알지 못하는 양자적 속성을 말하는 것이다.  - P138

대부분의 물리학자들은 벨의 연구에 기초한 실험을 통해 양자계는 무작위성이, 그리고 ‘원격작용(action at a distance)‘이라는 이상한현상이 지배한다는 것이 확인됐다고 생각한다. 사실 이들은 양자론에서 무작위성이 근본적인 역할을 한다고 인정하고자 하는 열망이 너무 강한 나머지 더 이상의 문제제기를 무시해버리는 경향이있다. 이것은 참 안타까운 일이다. - P139

(전략), 핵심은 수학적 정리 (mathematicaltheorem)에는 가정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벨은 자신의 주된가정은 명확하게 밝혔지만 그의 정리를 증명하는 과정에서 일부암묵적인 가정도 끼어들었다. 이 점은 별로 알려져 있지 않다. 벨연구의 실험 버전에는 허점도 있다. - P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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