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팅게일
크리스틴 해나 지음, 공경희 옮김 / 알파미디어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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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영화와 소설이 무수히 많다. 연말 내내 읽었던 이 책은 두께도 상당하고, 27년 2월 즈음엔 영화로도 나온다고 하니 작품의 스케일이 크다는 걸 알 수 있다. 책을 완독하고 여운이 진하게 남아서 티저 영상을 찾아보았는데, 두 여배우가 이 방대하고도 장대한 파노라마를 어떻게 표현하고 전달할지 기대가 크다.


프랑스의 작은 시골 마을 카리보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교사로 근무하는 비안느. 전쟁으로 독일이 프랑스를 점령하여 모든 것이 피폐해진 상황이다. 남편 앙투안은 전쟁 포로로 끌려갔지만 비안느는 딸과 함께 그가 돌아오기만을 믿고 기다릴 수밖에 없다. 비안느에게는 이사벨이라는 동생이 있다. 이 자매들에게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에 아버지로부터 버림받았다는 과거의 상처와 트라우마가 따라다닌다. 특히 학교와 수녀원을 여러 번 탈출한 전적이 있는 이사벨은 비안느가 결혼하고 아이를 낳자 언니에게도 버림받았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비안느는 가정을 이루고 살면서도 이사벨이 방황하며 사는 것에 대해 죄책감을 갖고 있다.


소설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여인은 이사벨이자 줄리엣 제르베즈, 그리고 나이팅게일이다. 독일군에 저항하고 자유를 되찾기 위해 그녀가 벌이는 일은 용감무쌍하면서도 무모하다. 독일군 몰래 전단지를 돌리고, 자전거를 훔치고, 조종사들을 집에 숨겨주는 일들을 목숨 걸고 한다. 심지어 언니 비안느와 아버지도 모르게.

그녀는 ‘자유 네트워크‘라는 조직에 가담하여 조직원들과 점점 더 대담한 계획을 세우며 나치에 대항하고자 한다. 이사벨은 조종사들과 함께 산맥을 넘으며 위험을 무릅쓰고 그들을 영토로 데려다주는 일을 전담한다. 가짜 서류라는 것이 들키거나, 그녀가 나이팅게일이라는 것이 들통나면 수많은 위험이 따르겠지만, 그녀는 여러 번 산맥을 넘나들며 자신이 하는 일이 옳다는 신념을 굳게 지켰다.

˝나이팅게일이 노래했다˝

그녀의 작전 수행이 성공하면 조직원들에게 이 메시지가 전달된다. 무엇이 그녀를 이렇게 행동하도록 만들었을까. 아버지와 언니로부터 버림받은 불쌍하고 연약한 이사벨에게 어디서 그런 용기와 강인함과 투지가 솟아났을까. 이런 일을 한다고 해서 나라에서 훈장을 주는 것도 아니고 그녀에게 누가 보상을 해 주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이사벨이 나이팅게일 작전을 펼치고 있는 줄 꿈에도 모르는 비안느는 딸과 함께 하루하루 사는 것이 힘겹기만 하다. 배급표가 있어도 제대로 된 음식을 구할 수 없고, 동료 교사들과 마을 사람들은 유대인이나 공산주의자들이라는 이유로 독일군에게 끌려갔다. 비안느의 집에 독일군이 상주하며 그녀와 딸을 감시했다. 독일군들은 모든 것을 약탈했고, 프랑스인들을 지배하며 못살게 굴었다. 비안느의 가장 친한 친구인 라셀은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끌려갔고, 라셀의 딸인 사라는 독일군이 쏜 총에 맞아 죽었다. 매일매일이 비극이었고, 비안느는 딸을 지키기 위해, 그리고 남편 앙투안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살아간다. 하지만 그녀도 유대인 아이들을 독일군 몰래 수녀원으로 빼돌리는 일을 하면서 한 명의 목숨이라도 살리려는 노력을 한다.

소설은 잔혹한 독일군의 만행과 전쟁이 빚은 참상을 낱낱이 묘사함과 동시에 두 자매가 서로 어떤 식으로 나치에 대항하여 생존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역사소설임에도 한 편의 위인전을 읽은 기분이다. 나는 두 자매와 함께 분노했고 슬퍼했다. 두 자매와 아버지 간의 오해가 풀리고, 그들이 서로 얼마나 그리워하고 사랑했는지를 느낄 수 있어서 다행이라 생각하면서도 전쟁이 앗아간 수많은 목숨들이 안타까웠다. 두 자매의 행보는 서로 달랐지만,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그녀들이 감내해야 했던 인내와 희생정신은 아주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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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과 편견 디어 제인 오스틴 에디션
제인 오스틴 지음, 김선형 옮김 / 엘리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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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제인 오스틴 탄생 250주년을 맞아 ‘디어 제인 오스틴 에디션‘ 3종이 나왔다. 내가 만나본 작품은 고전의 명불허전, 로맨스 소설에서 빠질 수 없는 ‘오만과 편견‘이다. 내년과 내후년까지 그녀의 또 다른 소설들이 기획되어 있어 정말 기대가 크다. 다른 건 제쳐두고라도 표지 색깔을 정말 잘 뽑은 듯하다. 비비드한 블루 양장본과 금색 컬러가 이렇게 찰떡일 줄이야! 그녀를 사랑하는 독자들에게는 연말에 선물 같이 출시된 서프라이즈 북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오만과 편견‘은 여러 번역본으로도 굉장히 많이 나와 있는데, 이번에 에디션으로 나온 번역본은 문장이 매끄럽고 위화감이 느껴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생소한 단어나 시대적으로 참고해야 할 것들이 주석에 자세히 기재되어 있어서 읽는 데 전혀 무리가 없었다.

베넷 부부에게는 다섯 명의 딸이 있다. 듬직하고 성정이 고운 장녀 제인, 특히 아버지의 총애를 받는 차녀 엘리자베스, 항상 무언가를 배우고 공부하는 걸 좋아하지만 결실은 없는 셋째 메리, 리디아가 하는 대로 따라 하는 철없는 넷째 캐서린, 허영심이 가득하고 남자를 밝히는 막내 리디아. 베넷 부인은 이 딸들이 막대한 재산을 가진 남편을 만나 가정을 꾸리는 것을 인생의 목표로 삼고 있기 때문에 딸들을 연회장에서 돋보이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여기는 인물이다.

​어느 날, 마을에 나타났다가 홀연히 사라진 건장한 신사 빙리 때문에 제인은 속앓이를 하고, 엘리자베스는 언니를 속상하게 만든 인물이 빙리의 친구 다아시라는 걸 알고는 다아시를 처음 만났을 때보다 더욱 그를 증오하며 그의 오만에 치를 떨게 된다. 다아시는 엘리자베스와의 첫 만남에서 무례하고도 오만한 인상을 깊이 남겼는데, 여기에 더해 빙리를 설득해서 제인과 헤어지게 만든 것이다. 베넷 부인은 제인의 혼사 대신 이웃집에 사는 엘리자베스의 친구 샬럿이 먼저 콜린스 씨와 혼인하자 크게 실망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작중 인물들 중에 콜린스 씨가 나오는 장면이 가장 재미있었다. 이렇게 눈치 없고 자기중심적인 인물이라니! 콜린스 씨가 입을 열 때마다 그의 장광설과 허례허식에 찌든 발언들은 그를 더욱 못나 보이게 만들고, 주위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중반부로 갈수록 엘리자베스와 다아시는 뜻하지 않게 우연한 만남을 반복한다. 샬럿 집에 초대를 받아 간 곳에서, 다아시의 외사촌인 피츠윌리엄 대령을 만난 엘리자베스는 그의 입을 통해 몇 가지 진실을 알아내고 혼란에 빠진다. 또한, 외삼촌인 가디너 부부를 따라간 여행지에서도 다아시를 만나게 되는데 생각지도 않게 그의 청혼을 받게 되는 아연실색할 일이 벌어진다. 엘리자베스는 다아시의 편지를 통해 그간의 진실을 알게 되고 설레기도 하지만, 자기가 오만하다고 생각했던 사람의 청혼이기에 모두에게 청혼받았다는 사실을 숨기고 자신이 가졌던 편견이 얼마나 무섭고도 부끄러운 일이었는지 깨닫게 된다. 더욱이 막냇동생 리디아가 벌인 사고를 수습해주고 진심으로 그녀의 가족을 걱정해주는 모습에서 엘리자베스는 다아시에게 마음을 열게 된다.

넷플릭스에서 본 ‘브리저튼‘의 시대 상황과 내용이 흡사해서 책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브리저튼‘과 오버랩되었다. 아들이 없는 베넷 가문은 한정 상속으로 집안 재산이 묶여 있기 때문에 딸들이 어느 정도의 지참금을 마련해서 귀족에게 시집가는 것만이 가장 최선인데, 이러한 시대적 배경과 각자 성격이 다른 다섯 명의 딸들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일들이 무척 흥미롭고도 재미있다. 읽을수록 왜 제목이 오만과 편견인지 아주 잘 알 수 있다. 진정한 이해가 바탕이 되어 오만과 편견을 극복한 사랑 이야기뿐 아니라 엘리자베스 스스로 행복을 찾아 나서는 당당함과 자신의 감정에 충실한 모습이 보기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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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석 전집 1 다시 읽는 우리 문학 2
이효석 지음 / 가람기획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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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이효석님의 생애에 이렇게 단편 작품이 많았던가? 방대한 작품과 책 두께에 놀라고, 이효석 전집 2권이 있어서 더욱 놀라울 따름이다. 그의 대표작인 ‘메밀꽃 필 무렵‘만 알고 있어서 부끄럽다. 책 전반부에 이효석님의 생가와 친필 원고와 편지 등이 실린 사진을 보고 글을 읽었더니 실로 감동의 생생함이 더해진다. 한 가지 특이했던 점은 보통 작품 해석이나 평이 뒷부분에 실려 있는데 이 책은 앞부분에 실려 있다는 점이다.


작품 배열은 발표 연대순으로 되어 있으며, 속어나 방언 등은 원문을 그대로 살렸다. 그래서 처음 보는 단어가 굉장히 많았고 주석을 보고도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 어휘도 있었다. 또한, 주석이 해당 페이지 바로 밑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작품이 끝나고 한데 몰아져 있어서 페이지를 이쪽저쪽으로 넘기면서 봐야 해서 좀 불편했다. 주석에 한 번 기재된 단어는 다시 기재되지 않는다. 그래서 주석에서 한 번 읽어본 단어였던 것이 기억은 나지만 정확히 무슨 뜻인지 몰라 개별적으로 그 뜻을 찾아가며 읽어 내려갔다. 옛 문학이기에 이러한 묘미가 있는 것이리라.


[깨트려진 홍등​]
가장 재밌고 흥미진진하게 읽은 작품이다. 홍등가에 팔려 와 악덕 포주에게 온갖 천대와 모욕을 당하자, 소녀들은 똘똘 뭉쳐 단식 투쟁을 벌여 가며 포주와 협상하고자 한다. 포주는 소녀들이 원하는 대로 해주지 않고 결국 소녀들은 파업을 선언하며 손님을 받지 않는다. 소녀 하나가 돌을 집어 들고 붉은 등을 겨누는데, 홍등이 깨지면서 주위는 순식간에 암흑으로 변한다. 악덕 포주에 맞선 홍등가 여성들의 삶과 투쟁을 다룬 이야기다. 소녀들의 거칠고 당찬 말들이 인상 깊었으며, 인권을 위해 싸우는 모습에서 맹랑한 기세가 느껴진다. 여성들의 기구하고도 비참한 현실을 사뭇 유쾌하게 그린 작품이지만, 홍등을 깨뜨리고도 현실 타파를 할 수 없는 소녀들이기에 짠하면서도 애환이 깊게 느껴진다.

[약령기​]
작품 중에서 가장 슬프다. ‘약령기‘라는 뜻을 찾아보니, 반려견 발달기를 지칭하는 용어라고 한다. 찬란하고도 아픈 청춘의 한 페이지를 회상하며 기록한 유년 시절의 이야기를 주인공 학수를 통해 담아낸 이야기이다. 학수는 학비를 내지 못할 정도로 가난하다. 배를 주리고 빈혈증에 쓰러지며 매일 사는 것이 고달프지만 그에게는 사랑하는 금옥이가 있다. 하지만 금옥이는 다른 사람과 혼인을 앞두고 있고 학수는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어 애만 태운다. 결국 금옥이는 바다에 몸을 던지고 싸늘한 시체로 발견된다. 학수는 눈물을 삼키며 고향을 떠나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가 밝은 미래를 꿈꾸게 된다는 결말이다. 1930년대 빈민층의 비참한 생활상을 그리면서도 작중 인물이 품고 있는 사랑을 애틋하면서도 서정적으로 표현한 것 같다.

[마음의 의장 / 수난​]
단편소설이지만 이야기가 이어져 있는 작품들도 있다. 아마 발표 순서대로 배열되어 있어서 하나의 이야기로 엮지 못한 것 같다. 작품 제목이 다르기 때문에 이야기를 읽지 않는 한 두 작품이 이어져 있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할 수도 있으리라. ‘마음의 의장‘에서는 아내가 고향으로 떠나고 홀로 남겨진 남자의 고독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남자의 곁에는 유라라는 여성이 있다. 두 사람은 서구적 세련미와 예술적 취향을 공유하는 사이인데, 뭐랄까 요즘 말로 ‘썸 타는 사이‘쯤 될까? 가벼운 유희적인 관계는 아니다. 남자는 유라를 사랑하면서도 그녀의 복잡한 남성 관계를 방관하거나 그 속에서 묘한 심리적 자극을 받는다. 유라는 자유분방하면서도 근대적인 여성이다. 남자들이 본인을 원한다는 사실을 즐기지만 역시 내면이 고독하고 삶의 결핍을 안고 있다. 그러한 상황을 ‘수난‘이라는 제목으로 잘 지은 것 같다. 이 작품은 1930년대 후반에 발표되었는데, 아마도 지식인들의 정신적으로 허무한 관계, 텅 빈 마음이나 고독을 나타낸 듯하다.


글이 너무 짧아 다음 이야기가 궁금할 만큼 아쉬운 작품도 있었고, 소설 제목과 이야기가 한 번에 와닿지 않아 왜 제목을 이렇게 지었을까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드는 작품도 있었다. 내가 이 작품을 잘 이해한 것이 맞나 여전히 궁금한 작품도 있다. 근대문학은 역시 어렵다. 작품 속 화자는 남성이 많고 주로 가난하고 절망적인 상황에 놓여 있는데, 일제강점기의 암담한 상황과 근원적인 슬픔 속에서도 희망을 버리지 않고 이상적인 세계를 지향하는 작품도 곳곳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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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이효석님의 생애에 이렇게 단편 작품이 많았던가? 방대한 작품과 책 두께에 놀라고, 이효석 전집 2권이 있어서 더욱 놀라울 따름이다. 그의 대표작인 ‘메밀꽃 필 무렵‘만 알고 있어서 부끄럽다. 책 전반부에 이효석님의 생가와 친필 원고와 편지 등이 실린 사진을 보고 글을 읽었더니 실로 감동의 생생함이 더해진다. 한 가지 특이했던 점은 보통 작품 해석이나 평이 뒷부분에 실려 있는데 이 책은 앞부분에 실려 있다는 점이다.


작품 배열은 발표 연대순으로 되어 있으며, 속어나 방언 등은 원문을 그대로 살렸다. 그래서 처음 보는 단어가 굉장히 많았고 주석을 보고도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 어휘도 있었다. 또한, 주석이 해당 페이지 바로 밑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작품이 끝나고 한데 몰아져 있어서 페이지를 이쪽저쪽으로 넘기면서 봐야 해서 좀 불편했다. 주석에 한 번 기재된 단어는 다시 기재되지 않는다. 그래서 주석에서 한 번 읽어본 단어였던 것이 기억은 나지만 정확히 무슨 뜻인지 몰라 개별적으로 그 뜻을 찾아가며 읽어 내려갔다. 옛 문학이기에 이러한 묘미가 있는 것이리라.


[깨트려진 홍등​]
가장 재밌고 흥미진진하게 읽은 작품이다. 홍등가에 팔려 와 악덕 포주에게 온갖 천대와 모욕을 당하자, 소녀들은 똘똘 뭉쳐 단식 투쟁을 벌여 가며 포주와 협상하고자 한다. 포주는 소녀들이 원하는 대로 해주지 않고 결국 소녀들은 파업을 선언하며 손님을 받지 않는다. 소녀 하나가 돌을 집어 들고 붉은 등을 겨누는데, 홍등이 깨지면서 주위는 순식간에 암흑으로 변한다. 악덕 포주에 맞선 홍등가 여성들의 삶과 투쟁을 다룬 이야기다. 소녀들의 거칠고 당찬 말들이 인상 깊었으며, 인권을 위해 싸우는 모습에서 맹랑한 기세가 느껴진다. 여성들의 기구하고도 비참한 현실을 사뭇 유쾌하게 그린 작품이지만, 홍등을 깨뜨리고도 현실 타파를 할 수 없는 소녀들이기에 짠하면서도 애환이 깊게 느껴진다.

[약령기​]
작품 중에서 가장 슬프다. ‘약령기‘라는 뜻을 찾아보니, 반려견 발달기를 지칭하는 용어라고 한다. 찬란하고도 아픈 청춘의 한 페이지를 회상하며 기록한 유년 시절의 이야기를 주인공 학수를 통해 담아낸 이야기이다. 학수는 학비를 내지 못할 정도로 가난하다. 배를 주리고 빈혈증에 쓰러지며 매일 사는 것이 고달프지만 그에게는 사랑하는 금옥이가 있다. 하지만 금옥이는 다른 사람과 혼인을 앞두고 있고 학수는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어 애만 태운다. 결국 금옥이는 바다에 몸을 던지고 싸늘한 시체로 발견된다. 학수는 눈물을 삼키며 고향을 떠나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가 밝은 미래를 꿈꾸게 된다는 결말이다. 1930년대 빈민층의 비참한 생활상을 그리면서도 작중 인물이 품고 있는 사랑을 애틋하면서도 서정적으로 표현한 것 같다.

[마음의 의장 / 수난​]
단편소설이지만 이야기가 이어져 있는 작품들도 있다. 아마 발표 순서대로 배열되어 있어서 하나의 이야기로 엮지 못한 것 같다. 작품 제목이 다르기 때문에 이야기를 읽지 않는 한 두 작품이 이어져 있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할 수도 있으리라. ‘마음의 의장‘에서는 아내가 고향으로 떠나고 홀로 남겨진 남자의 고독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남자의 곁에는 유라라는 여성이 있다. 두 사람은 서구적 세련미와 예술적 취향을 공유하는 사이인데, 뭐랄까 요즘 말로 ‘썸 타는 사이‘쯤 될까? 가벼운 유희적인 관계는 아니다. 남자는 유라를 사랑하면서도 그녀의 복잡한 남성 관계를 방관하거나 그 속에서 묘한 심리적 자극을 받는다. 유라는 자유분방하면서도 근대적인 여성이다. 남자들이 본인을 원한다는 사실을 즐기지만 역시 내면이 고독하고 삶의 결핍을 안고 있다. 그러한 상황을 ‘수난‘이라는 제목으로 잘 지은 것 같다. 이 작품은 1930년대 후반에 발표되었는데, 아마도 지식인들의 정신적으로 허무한 관계, 텅 빈 마음이나 고독을 나타낸 듯하다.


글이 너무 짧아 다음 이야기가 궁금할 만큼 아쉬운 작품도 있었고, 소설 제목과 이야기가 한 번에 와닿지 않아 왜 제목을 이렇게 지었을까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드는 작품도 있었다. 내가 이 작품을 잘 이해한 것이 맞나 여전히 궁금한 작품도 있다. 근대문학은 역시 어렵다. 작품 속 화자는 남성이 많고 주로 가난하고 절망적인 상황에 놓여 있는데, 일제강점기의 암담한 상황과 근원적인 슬픔 속에서도 희망을 버리지 않고 이상적인 세계를 지향하는 작품도 곳곳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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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멀 라이프 최적화 - 100억 부자를 만드는
황재수 지음 / 두드림미디어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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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미니멀 게임으로 공간을 가볍게!​>
우리는 소비로 자신을 채우고 사는 자본주의 시대에 살고 있다. 책은 막연하게 무조건 소비를 줄이고, 사지 말고, 물건을 쟁여 두지 말라는 획일화된 입바른 소리를 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나를 억누르는 쓸데없는 물건을 줄이고 버리는 것만으로도 여유 공간이 생기는데, 필자는 이 여유 공간이 우리에게 더 큰 에너지를 수용할 수 있는 활력을 충전해준다고 한다. 완전 공감이다. 예전에는 물건이 많은 것이 그저 좋아 보였고, 쌓아두면 언젠가 사용하겠지라는 생각에 물건 버리는 것이 힘들었다. 물론 물건이 많으니 찾는 것도 너무 힘들어서 그 자체가 스트레스였다. 그래서 필자는 강조한다. 미니멀 게임을 통해 매일 일정 수의 물건을 비우라는 것. 비우고 나면 물건 하나를 사고 집안에 들이더라도 엄청 신중해질 것이라는 것. 왜 물건을 사는 건 쉬워도 버리는 것은 어려울까? 법정 스님의 무소유를 여러 번 읽어도, 월든을 읽어도 소용이 없다. 그냥 하루에 한 개씩 집안에서 버릴 만한 것을 찾고, 정말 필요한 것만을 신중하게 사는 것이 답이다.

<찝찝한 중고 거래>
필자는 확률적으로 찝찝한 중고 거래 마켓에 대해 이야기한다. 나는 이 챕터를 읽고 중고 거래에 대해 재고해 보게 되었다. 물론 판매하는 것은 제외하고 말이다. 어떤 물품이든 중고는 남이 쓰던 물건인데, 중고 시장으로 흘러나오는 물건들의 사용자들이 어떤 사람인지 모르는 채 무분별하게 유입되어 찝찝한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무조건 싸다고 구매하고, 희귀한 물건이라 구매하고, 지금 당장 필요하지 않지만 언젠가 쓰겠지 하고 구매한 내 자신을 반성한다. 책도 중고로 들일 때가 있는데 절판된 것이 아닌 이상 이왕이면 새 책을 사도록 해야겠다.

<소확행의 허점​>
한동안 소확행과 같은 사소한 사치가 좋아 보였고, 이는 나를 합리화시키며 마음의 가책을 느끼지 않게 만들었다. 하지만 천 원, 이천 원 소소한 금액의 물건이 별것 아닌 것 같아도 쌓이면 집에 쓰레기를 만든다. 예쁜 쓰레기처럼 무서운 것이 없다. 왜 사용하지 않을 것을 뻔히 알면서도 예쁘고 귀엽다는 이유로 구매한 것일까? 필요하지 않은데 사은품에 눈이 멀어 구매한 것도 많다. 이래서야 필자가 명시한 공간의 여유는커녕, 집에 잡동사니 무덤만 만들고 있는 꼴이다.

<정수기의 쓸모>
어느 미니멀 라이프 책에도 다루지 않는 화제라고 생각한다. 집에 정수기를 두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겼고, 4개월에 한 번씩 오는 정수기 직원을 통해 필터와 직수관을 관리받으며 안심하고 있었는데 이것이야말로 자면서도 돈이 줄줄 새어 나가는 방식이다. 정수기가 가장 깨끗한 물이 아니라는 걸 알기 전까지는 말이다. 물론 1인 가구의 증가로 전자제품의 렌탈이 늘어나는 것을 막을 방법은 없고, 부득이하게 렌탈을 선택하는 사람들을 탓하지는 못한다. 필자는 정수기를 예로 들었지만 공기청정기나 안마의자, 의류 관리기 등 대기업의 소리 없는 이득 쌓기는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정말 이런 렌탈 제품들이 우리 생활에서 꼭 필요할까? 예전에는 이런 물건들 없이도 잘 살았는데 말이다. 스마트한 시대라고는 하지만 미니멀 라이프를 지향함에 있어 이런 물품들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당연한 얘기지만 물은 끓여 먹는 것이 가장 좋다. 엄마가 끓여주시는 구수한 보리차, 이것이 몸에도 좋고 인체에 가장 무해하다. 나는 얼음 정수기 렌탈 계약을 하고 후회한 적이 있다. 얼음은 한여름에만 가끔 이용할 뿐더러 얼음이 떨어지면서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무척 거슬려서 지금은 얼음 기능을 잠금 해 놓고 사용한다. 비용은 비용대로 나가고 이게 무슨 짓인지 모르겠다.

책에는 미니멀 라이프와 연계되는 미니멀 풍수와 재물운에 길한 집의 위치, 소형 주택에 관한 정보도 가득하다. 사실 이런 풍수적인 것들이 미니멀 라이프와 무슨 연관이 있을까 생각했는데, 지금은 이것이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것과 미니멀 라이프를 지향해야 경제적 자유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책의 끝부분에는 재테크의 한 부분으로서 브라질 국채가 언급되고 있다. 원화 가치 하락이 지속되는 가운데 원화 대비 브라질 화폐인 헤알화의 가치가 상승하면서 환차익이 생기기 때문에 요즘 부쩍 브라질 국채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많은 듯하다. 나도 목돈이나 여윳돈이 있으면 브라질 국채에 투자하고 싶을 만큼 솔깃한 이야기다. 하지만 모든 투자에는 리스크가 있는 법! 이렇게 높은 수익률에도 환율·금리·정치적인 리스크가 커지면 나 같은 쫄보는 감당이 안 될 것이다. 내가 고액 자산가라면 몰라도 수익률만 보고 덤비면 큰 코 다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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