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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팅게일
크리스틴 해나 지음, 공경희 옮김 / 알파미디어 / 2025년 12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영화와 소설이 무수히 많다. 연말 내내 읽었던 이 책은 두께도 상당하고, 27년 2월 즈음엔 영화로도 나온다고 하니 작품의 스케일이 크다는 걸 알 수 있다. 책을 완독하고 여운이 진하게 남아서 티저 영상을 찾아보았는데, 두 여배우가 이 방대하고도 장대한 파노라마를 어떻게 표현하고 전달할지 기대가 크다.
프랑스의 작은 시골 마을 카리보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교사로 근무하는 비안느. 전쟁으로 독일이 프랑스를 점령하여 모든 것이 피폐해진 상황이다. 남편 앙투안은 전쟁 포로로 끌려갔지만 비안느는 딸과 함께 그가 돌아오기만을 믿고 기다릴 수밖에 없다. 비안느에게는 이사벨이라는 동생이 있다. 이 자매들에게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에 아버지로부터 버림받았다는 과거의 상처와 트라우마가 따라다닌다. 특히 학교와 수녀원을 여러 번 탈출한 전적이 있는 이사벨은 비안느가 결혼하고 아이를 낳자 언니에게도 버림받았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비안느는 가정을 이루고 살면서도 이사벨이 방황하며 사는 것에 대해 죄책감을 갖고 있다.
소설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여인은 이사벨이자 줄리엣 제르베즈, 그리고 나이팅게일이다. 독일군에 저항하고 자유를 되찾기 위해 그녀가 벌이는 일은 용감무쌍하면서도 무모하다. 독일군 몰래 전단지를 돌리고, 자전거를 훔치고, 조종사들을 집에 숨겨주는 일들을 목숨 걸고 한다. 심지어 언니 비안느와 아버지도 모르게.
그녀는 ‘자유 네트워크‘라는 조직에 가담하여 조직원들과 점점 더 대담한 계획을 세우며 나치에 대항하고자 한다. 이사벨은 조종사들과 함께 산맥을 넘으며 위험을 무릅쓰고 그들을 영토로 데려다주는 일을 전담한다. 가짜 서류라는 것이 들키거나, 그녀가 나이팅게일이라는 것이 들통나면 수많은 위험이 따르겠지만, 그녀는 여러 번 산맥을 넘나들며 자신이 하는 일이 옳다는 신념을 굳게 지켰다.
˝나이팅게일이 노래했다˝
그녀의 작전 수행이 성공하면 조직원들에게 이 메시지가 전달된다. 무엇이 그녀를 이렇게 행동하도록 만들었을까. 아버지와 언니로부터 버림받은 불쌍하고 연약한 이사벨에게 어디서 그런 용기와 강인함과 투지가 솟아났을까. 이런 일을 한다고 해서 나라에서 훈장을 주는 것도 아니고 그녀에게 누가 보상을 해 주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이사벨이 나이팅게일 작전을 펼치고 있는 줄 꿈에도 모르는 비안느는 딸과 함께 하루하루 사는 것이 힘겹기만 하다. 배급표가 있어도 제대로 된 음식을 구할 수 없고, 동료 교사들과 마을 사람들은 유대인이나 공산주의자들이라는 이유로 독일군에게 끌려갔다. 비안느의 집에 독일군이 상주하며 그녀와 딸을 감시했다. 독일군들은 모든 것을 약탈했고, 프랑스인들을 지배하며 못살게 굴었다. 비안느의 가장 친한 친구인 라셀은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끌려갔고, 라셀의 딸인 사라는 독일군이 쏜 총에 맞아 죽었다. 매일매일이 비극이었고, 비안느는 딸을 지키기 위해, 그리고 남편 앙투안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살아간다. 하지만 그녀도 유대인 아이들을 독일군 몰래 수녀원으로 빼돌리는 일을 하면서 한 명의 목숨이라도 살리려는 노력을 한다.
소설은 잔혹한 독일군의 만행과 전쟁이 빚은 참상을 낱낱이 묘사함과 동시에 두 자매가 서로 어떤 식으로 나치에 대항하여 생존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역사소설임에도 한 편의 위인전을 읽은 기분이다. 나는 두 자매와 함께 분노했고 슬퍼했다. 두 자매와 아버지 간의 오해가 풀리고, 그들이 서로 얼마나 그리워하고 사랑했는지를 느낄 수 있어서 다행이라 생각하면서도 전쟁이 앗아간 수많은 목숨들이 안타까웠다. 두 자매의 행보는 서로 달랐지만,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그녀들이 감내해야 했던 인내와 희생정신은 아주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