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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부 저 때문에 벌어진 일이에요
에밀리 오스틴 지음, 나연수 옮김 / 클레이하우스 / 2025년 5월
평점 :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무상으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한 글입니다.]

자신보다 타인을 더 생각하고 배려하는 모습, 우울하고 무기력한 모습의 주인공이 나오는 장편소설 '전부 저 때문에 벌어진 일이에요'를 읽었습니다. 소설 속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이 길다라는 주인공의 잘못으로 인해 벌어지는 일은 당연히 아니에요. 그렇지만, 길다는 모든 것이 다 자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자기를 비난하는 사람이에요. 그런 모습을 보며 나도 저랬던 경험이 있었는데..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조금은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또 많이 안타깝고 속상하기도 했어요.
소설 속 한 장면을 예로 들어볼게요. 카페에서 음료를 주문했는데 다른 음료가 나온 경험 있으신가요? 아이스 음료를 주문했는데 아주 뜨거운 커피를 받았던 적도 있고,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허니 브레드를 주문했는데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크림라떼를 받았던 적도 있어요. 야끼우동을 주문했는데 짬뽕이 나오기도 하고, 돌솥비비밥을 주문했는데 곤드레밥이 나오기도 했어요. 그럴 때마다 짧은 시간 동안 수많은 생각을 해요. 내가 주문할 때 잘못 말했었나? 아닌데.. 그래도 그냥 이대로 먹을까? 고민 끝에 "감사합니다." 하고 그냥 먹었던 날도 있었고 조심스럽게 말씀드렸던 날도 있어요.
이런 장면 외에도 타인의 행동을 보며 내가 뭘 잘못했나 생각하는 모습, 아예 나와 관련이 없는 일인데도 상대방이 상처를 받을까 봐 내가 고민하고 애쓰게 되는 모습 등을 보며 길다에게 더 짠한 마음이 생겼던 것 같아요.
물론, 소설 속 길다의 행동이 답답하거나 이해가 안 되기도 했어요. 굳이 왜 저렇게까지 하나 생각하다가 또 떠올랐어요. 저도 가끔 친구들에게 그런 말을 듣곤 했었거든요. 그래서 '전부 저 때문에 벌어진 일이에요'를 읽으며 저를 되돌아보고 이런 태도는 나를 위해 고쳐야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도 길다를 보면서 그런 마음을 가졌을 거란 생각, 해본 적 있나요?
길다와 로즈메리의 대화를 보다가 이 문장을 읽고 잠시 책장을 넘기는 걸 멈추고 생각했어요. 내가 나의 주변 사람들을 보며 느끼는 감정, 내가 하고자 하는 것들이 다른 누군가는 나를 보며 그런 마음을 가졌겠구나.

길다가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됐을 때 가족, 친구, 주변 사람들에게 전하는 메세지입니다. 엄마, 아빠, 남동생 일라이에게 전하는 말을 길다 본인에게도 해줬으면 좋겠어요. 길다가 아무것도 걱정하지 않기를, 길다가 원하는 대로 살고 원하는 건 뭐든지 해보길. 이 책을 읽은 모든 사람들이, 그리고 저 또한 원하는 것을 하며 살았으면 좋겠어요.
답답한 행동을 하는 모습에 이해가 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타인에 대한 배려와 애정으로 인한 행동이었고 자신보다 타인을 더 아껴서 하게 된 행동이었기 때문에 마냥 길다를 답답해하지 않았으면 해요. 길다와 비슷한 행동을 할 때가 저에게도 있어서 괜히 길다의 편에서 이야기해 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