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티 보이즈 ㅣ 창비청소년문학 138
정보훈 지음 / 창비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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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상은 단체 종목인가?'
'1등이 아니면 의미가 없는 것인가?'

위의 두 질문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는 이들이 있다. 해당 질문은 두세대에 걸쳐 답을 구하게 된다. <시티보이즈>의 주인공인 희재와 진우 그리고 육상부 친구들도 고민하고, 희재와 진우의 아버지인 현진과 도철 모두가 고민한다. 그리고 독자인 우리는 희재와 같은 타임라인으로 사건을 마주하며 이야기의 종착점을 향한다.

희재는 재능은 있지만 쉽게 육상을 시작하지 못했던 아이다. 대신 달리기만큼은 언제나 함께했다. 하나 뿐인 가족인 아버지의 장례식 날에도 했을 정도다. 그만큼 달리기는 희재에게서 분리해낼 수 없는 존재다. 그런 희재에게 육상부란 자신이 있어도 되는 장소였을 것이고, 어떤 역경이 있더라도 지켜야만 하는 것이었다.

육상을 시작하기 위해 보호자가 된 도철을 몇 번이고 설득하고, 운동장을 사용하기 위해 일진들과 계주 내기를 하고, 언제나 너는 천재적인 재능이 있다던 주변인들의 말과는 달리 처음 출전한 경기에서 압도적인 훈련량의 차이를 느끼고 부끄러움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희재에게는 함께 고민하고 성장하는 진우와 진주가 있었고, 앞길을 지도해주는 도철이 있었다. 언제나 진우를 앞섰던 육상선수 효진, 야구부에서 달리기로 유명했던 정민을 육상부로 영입하고, 그들만의 경기를 완주한다. 그 경기의 결과는 어떻냐고? 이들이 항상 던지던 질문을 생각해보자. 1등이 아니면 의미가 없는 것일까? 이들의 결과와 함께 이 질문에 대한 답도 동시에 구해졌다고 생각한다. 꼭 책을 읽으며 답을 탐구해보시기를 추천한다!

작품은 전반적으로 재밌게 잘 읽혔다. [슬기로운 감빵생활], [라켓소년단]의 정보훈 작가의 첫 소설다웠다. 책장을 넘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특정 상황이나 장면이 드라마의 한 컷처럼 생생히 그려졌다. 중간 중간 삽입되어 있는 극본 형태의 챕터는 마치 주인공의 플래시백을 간접 체험하는 것같은 느낌이 든다.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인물은 야구부 출신이던 정민이었다. '도루왕'이라는 별칭이 있었지만 정작 야구부는 자기 자리가 아니라고 생각했던 인물. 제 몫을 하기 위해 육상부로 왔건만, 쉽게 풀리지 않는 일에 애를 먹는다. 다른 친구들 모두 상대학교보다 기록이 좋은 와중에, 자신만 전전긍긍한 상황에서 느꼈을 기분이 무엇이었을지 너무나 잘 알아서...책을 덮는 끝까지 계속해서 생각났던 인물이었다. 정민 역시 자신의 자리와 해답을 찾았을 것이라 믿는다.

진주도 정말 매력적인 캐릭터였다. 누구나 우러러 보는 1등을 지키고 선 학생이지만, 그 자리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들어갔는지 잘 알고 있다. 그 때문에 잠시 머뭇거리며 고민하기도 하지만 1등의 기개를 가진 사람답게 멋지게 뛰어넘었다. 희재와 진주가 서로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어떻게 성장하는지를 지켜보는 것도 이 소설을 보는 묘미 중 하나다.

작 중 희재와 진주는 고민이 생길 때마다 한강의 작은 벤치를 찾아간다. 책을 읽는 내내 나도 물이 잔잔하게 흐르는 밤의 한강에 온 기분이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열심히 달리는 시티보이즈, 희재와 그 친구들을 지켜보고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각자의 레일 위에서 열심히 달리고 있을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우리 모두 책을 덮으면 한 마음 한 뜻으로 외치고 있을 것이다.

"한 순간을 위해 고통받을 이유를 모른다고 해서 뭐 어떤가.
지금 땀으로 반짝이는 우리가 여기 있는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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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어보지 말 것 - 미니어처 왕국 훔쳐보기
쓰네카와 고타로 지음 / 그늘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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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어보지 말 것]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떠올랐던 감상은 '생각보다 잘 읽히네!'였다. 보통 이런 류의 미스터리 장르의 소설은 설정이 조잡하거나, 현실감이 많이 떨어진다고 느껴지면 집중이 깨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책에 수록되어 있는 6가지의 이야기 모두 그런 느낌 없이 이야기에 몰입하기 쉬웠다. 번역서임에도 불구하고 크게 번역투임이 드러나는 부분도 없었다. 여러모로 편하게 읽기 좋았던 소설이다

책은 폭우 속에서 상자를 주운 소년 우치노의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평범할 것이라 생각했던 그 상자 안에는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었다. 왕국을 만들고, 성에서 내려온 기사에게 살해당하거나 흡혈귀가 등장해 사람들을 공격하기도, 또 그런 잔혹한 사건과는 별개로 소소한 일상들을 그려나가는, 그런 현장이 재현되고 있었다. 그 비밀을 자신의 친구인 에카게에게 알린다. 에카게는 상자에 흥미를 갖게 되며 우치노와 함께 상자를 탐구하다가 이내 결심을 내린다. 바로 상자 속으로 들어가겠다는 것이다.

작은 상자 속으로 들어가기로 마음먹은 에카게와 상자 속 비밀에 대해 점점 알게 되는 우치노. 그리고 상자 속에서 나온 여러 물품들로 인해 기이한 일들을 겪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쭉 펼쳐진다. 개인적으로 은시계를 갖고 시간을 건너 뛰게 된 남매의 삶을 다룬 <스즈와 긴타의 은시계>와 직관이 지나치게 뚜렷한 한 청년이 미래를 바꾼 <통찰자> 편이 가장 흥미로웠다.

하나의 작은 상자 속에서 출발한 이야기들은 다채롭다. 어떤 이야기는 무섭기 그지 없고, 어떤 이야기는 포근하며 따뜻함이 느껴진다. 완전 반대로 무한하고 거대한 세상에 압도되는 듯한 이야기도 있다.

미스터리한 소재를 토대로 펼쳐지는 이 이야기가 몰입도 쉽고, 읽기도 편해서 이 책을 읽는 약 2주동안 즐거웠다. 여름이라 미스터리한 소설을 읽고싶었던 사람들, 소재는 독특하지만 읽기에 거부감이 들지 않는 책을 원하는 사람들, 킬링 타임으로 읽기 즐거운 책을 원하는 사람들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열어보지말것 #그늘 #그늘소설책 #쓰네카와고타로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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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미에 손을 넣으면 - 제11회 한낙원과학소설상 작품집 ㅣ 사계절 1318 문고 149
김나은 외 지음 / 사계절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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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이 발달한 미래는 어떠한가. 쉽사리 상상이 가지 않는다. 찌든 기름 냄새가 날 것 같기도 하고, 사람의 가치는 기계보다 못한 수준으로 떨어져 생계를 겨우 유지하는 이들도 늘어날 것 같다. 새롭게 발견한 영역이 인간에게 우호적이기만 하지는 않을 것 같기도 하고... 미래를 상상하는 것의 끝은 언제나 씁쓸하게 끝나서 즐겨하지 못했다. 그런 나에게 '아니야, 미래에도 희망이 있고, 사랑이 있고, 아름다움이 있어'라 말해준 것들이 바로 SF 문학이다. <아가미에 손을 넣으면>는 그 중에서도 맑은, 그래서 더 가슴이 아린 이야기들만을 모아두었다.


책에는 각자 다른 주제로 세계를 일구어나간 5편의 이야기들이 존재한다. 일생동안 다른 사람과 깊은 관계를 맺지 않고 살아가는 케토라인 '나'가 자신의 행성에 떨어진 인간 '유나와 우정을 나누는 <아가미에 손을 넣으면>, 죽었다 살아돌아온 윤화와 그런 친구를 대하는 태도에서 혼란을 겪는 연우의 이야기 <나란한 두 그림자>, 사용자의 정신상태와 동기화되어 기이한 '몽유병'을 일삼는 세상에서 정의로운 친구 세나와 그런 친구가 좋으면서도 어쩐지 불편한 한별이의 이야기 <몽유>, 고백하는 시나리오를 짜서 자신이 좋아하는 친구에게 로봇으로 대신 고백하며 벌어지는 귀여운 이야기인 <고백 시나리오>, 명왕성의 이름이 지어지고, 외행성으로 분류되었을 동안에 어린 마빈 박사와 소위 미친 할머니로 불렸던 베티의 유성처럼 찰나같은 우정을 그린 <플루토>

개개의 이야기 속에 드러나는 근 미래의 설정들은 신비로운 느낌을 주면서도, 그런 세상 속에서 인간이 직면한 문제는 현재의 우리가 겪고 있는 것들과 그리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이 알던 사람임을 확인받고 싶어 현재의 사람을 이리저리 휘두르려는 태도, 오작동에 생명이 희생당해도 책임소재를 탓으로 이리저리 피하는 정부와 기업, 개인의 고유한 스토리가 복제되어 진정성이 없게 되는 것 까지. 우리는 지금도 이러한 상황을 겪고 있고, 고통을 호소하기도 한다. 편리함이라는 가면 속에서 과거서부터 우리가 가져온 문제들은 방치되어 왔던 것일지도 모른다. 쓴 맛이 느껴지는 이야기 속에서 따뜻함을 느꼈던 것은 그 속에서 건재한 우정과 사랑의 존재였기 때문이다.

5편의 이야기에서 발생하는 갈등들이 해결되는 방식을 보는 것만으로도, 팍팍한 삶을 살면서 무언가 잊어버렸던 것을 깨닫게 되는 느낌을 받았다. 내가 미래에 대한 문제점을 알기 전에 이 소설을 읽었다면, 미래에 대한 불안함과 공포감이 아니라 기대감과 따뜻한 시선으로 앞을 바라볼 수 있게 되지 않았을까? 하는 기분 좋은 아쉬움도 들었다. <아가미에 손을 넣으면>에서 유나가 '나'의 아가미에 손을 넣었을 때 겪었던 감정이 지금의 나랑 비슷한 감정이지 않았을까 싶다

무더운 여름밤에 우연히 발견한 반딧불같은 책이었다. 빠르게 새 것이 헌 것이 되고, 현재가 과거가 되어버리며 존재 가치의 기준이 훅훅 바뀌는 이 세상 속에서도 바뀌지 않는 아름다움을 다시 깨닫고 싶다면 꼭 읽어보기를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단다.
플루토가 인간에게 발견되기 전부터 거기에 있었듯.
지금도 그 자리에 그대로이듯.
각자의 별에서 빛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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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은 눈을 감지 않는다 - 연쇄살인범의 딸이 써 내려간 잔혹한 진실
에이프릴 발라시오 지음, 최윤영 옮김 / 반타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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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너를 아프게 해서 미안하다'가 아니라 '원인 제공은 네가 했고, 그런 너를 아프게 한 건 미안하다'는 뜻이었다. 나는 두 문장의 차이를 알고 있다.


출판사에서 홍보로 짧막하게 내건 문구를 보고 고민을 많이 했다. 살인자인 아버지를 고발한 딸의 이야기. 보기만 해도 숨막히는 내용들이 상상되었다. 어떻게 보면 가장 가까운 가족의 입장에서 살인자의 내밀한 면을 볼 수 있는 흥미로운 기회일수도 있겠지만, 나는 어린 시절부터 살인자의 기질을 가진 아버지로부터 고통받을 딸의 생활이 생생히 떠올라서 선뜻 읽을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고른 이유는 딸의 용기있는 선택 때문이었다. 자신을 상처입힌 가족을 신고하는 것은 무척이나 어렵다. 가끔씩 자신을 사랑해주는 면모를 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사람이 다른 사람을 살해했다면? 나는 그것도 모르고 사람을 죽인 손을 잡고, 사람을 죽인 사람의 품에 안겨있었던 거라면? 신고를 하고,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작가는 경찰에 신고를 했다. 폭력적이고 살인을 저지른 아빠의 아래에서 벗어나 자신이 꾸린 가정을 보고 있으니, 살해당한 이들의 가족이 겪을 아픔을 두고만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 책이 세상 밖으로 나오고 우리가 살인마의 모습을 가족의 입장에서 살펴볼 수 있게 된 것은 모두 작가의 용감한 선택 덕분이다.

"아빠가 출소하고 나면, 나는 집에서 나올 생각이었다. 그러자 희망이 솟구쳤다. 내 인생은 전적으로 내 손에 달려 있었다."

책을 읽는 내내 어린 시절 느꼈던 감정을 어떻게 이렇게 잘 담아낼 수 있는걸까 하고 궁금해하다가, 그만큼 매 순간이 힘들고 잊고 싶어도 잊을수가 없는 순간들이었기 때문이었나 싶어 심각해지기도 했다.
살인자의 내면보다는, 타인과 가족 그리고 자신까지 해치는 사람의 곁에서 끝까지 살아남은 생존자의 일지를 보는 기분이었다. 요근래 읽었던 그 누구보다도 용기있는 사람의 이야기가 분명 많은 사람들에게 힘이 될 거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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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세, 여기를 봐
나카타 에이이치 지음, 박정아 옮김 / 모모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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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10대 시절을 되돌아보면 어리숙했던 내 행동이 많이 생각난다. 때로는 그 사실 자체가 너무 부끄러워서 괴롭기도 했다. 때묻지 않고 순수했기에 가능했다는 것을 깨닫고 나서는 그리워지기도 한다. 책에 수록된 4편의 이야기는 모두 서투르고, 어리숙하고 부끄럽고.... 그래서 괜히 더 신경쓰였던 이야기다. 모두 독자적인 이야기로 이어지지는 않지만 공통적으로 풋풋하고 상쾌한 사랑이야기다

난데없이 동경하는 선배가 위장연애를 하라며 이어준 여자아이를 좋아하게 된 <모모세, 여기를 봐>, 사고로 정신을 잃고 난 뒤 과외로 만난 초등학생 남자아이가 5년간 곁을 지켜주었던 <해변에서>, 출판사 아르바이트를 하며 우연히 젊은 국어선생님의 작품 활동을 알게 된 <양배추밭, 그 소리>, 튀는 외모 때문에 변장하고 다니다 우연히 본모습을 카사노바같은 남자애에게 들켜버리며 시작되는 < 고우메가 지나간다> 4편 모두 낯설고 이리저리 변하는 자기 마음을 깨닫고 당황해하다가, 결국 조금씩 성장해나가는 귀여운 10대들의 이야기다.

책을 읽는 내내, 어리숙한 태도 사이로 보이는 진심이 정말 귀엽게 느껴졌다. 내가 그 진심을 받은 것 마냥 감동받았다. 모모세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끙끙대다가 이렇게 괴로운 감정은 애초에 모르는 게 나았다며 후회하는 간바루도, 키 작은 자신과 눈높이도 똑같고 카사노바같다며 심드렁했던 과거와 달리 엮이면 엮일수록 그 애를 좋아하는 자신을 깨닫고서 인정하지 않으려하는 유즈키도! 모두 '내가 이럴 리 없어!'라며 자신을 부정하다가 결국 인정하고 스르륵 진심을 내보이는 게 정말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쨍하게 푸른 표지가 인상깊었는데 내용 모두 시원하고 여름같은 그야말로 청춘들의 이야기에 어울리는 것 같아서 맘에 든다
싱그럽고 귀여운 이야기를 보고 싶다면 꼭 추천! 무르익어가는 여름의 초입에 보기 딱 좋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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