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 동네로 갈게 - 시-LIM 앤솔러지
강성은 외 지음 / 열림원(도서출판)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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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시집 <너희 동네로 갈게>는 제목부터 마음에 와닿았던 책이었다. 2년 전, 교환학생을 하고 돌아온 이후로 나는 내 동네를 더욱 유심히 봤다. 주변의 모든 것들이 새로웠던 타국에서의 경험을 살려 같은 것을 보더라도 다르게 보고 싶었다. 항상 신기한 마음을 가지려 노력했더니, 분명 같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알게 모르게 다른 모습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런 와중에 이런 시집을 만나게 되어 너무 반가웠다. 그것도 15명이나 되는 시인들의 시선이 담긴 동네라니 어떤 묘사들이 가득할지 궁금했다.

다채로운 사람들의 시선으로 쓰인 시들은 당연하게도 각자만의 개성이 있다. 이런 시인들의 개성이 한데 모이니 ‘동네’라는 단어를 보고 떠올릴 수 있는 상상이 더욱 구체화된다. 어떤 ‘동네’는 어린 시절 또는 과거 특정한 시기에 함께할 수 있었던 장소였고, 다른 ‘동네’는 옆에 있는 한 사람과 미래를 그려나갈 수 있는 의미로 빚어진다. 갖가지 동네들의 의미에 대해 시를 읽어가다 보면 책을 읽는 독자 본인의 ‘동네’에 대한 생각으로 회귀한다. 나에게 있어 동네는 어떤 의미일까.

수록된 작품들 모두 각기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오산하 시인님의 작품과 김복희 시인님의 작품이 기억이 남는다. 작가님 당 2편의 작품 뒤에 이어지는 동네 일기가 모두 수록되어 있으니 꼭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시와는 다른 매력의, 작가님들이 동네를 보는 시선을 가장 세밀하게 느낄 수 있는 파트다.

시간이 흘러갈수록 동네에 대해서 되뇔 수 있는 시간은 더욱 적어진다. 쉴 새 없이 움직여야 하고, 우리가 늘 같을 것이라 기대했던 동네는 알게 모르게 모습을 바꾸어 눈 깜짝할 새에 다른 모습으로 바뀌어 있다. 과거에 두고 온 ‘동네’일수록 더욱 그런 특징이 두드러지는 것 같다.

시를 읽으면서 나는 어린 시절에 뛰어놀았던 한 동네를 계속 떠올렸다. 한 사람이 나오면 창문으로 그것을 보고 나온 다른 친구들과 함께 우르르 몰려다니던 시절. 아파트 단지 안쪽에 난 샛길에서는 경비 아저씨 눈을 피해 분필로 낙서를 하고, 비가 올 때면 그곳에 숨어있는 달팽이를 찾는 데 열중했다. 이 앤솔로지에 참여하신 시인 분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내 이야기를 떠올리며 앞으로 내가 살아갈 동네에 대한 애정이 미리 생기는 기분이었다.

늘 가까이 있어 편하지만, 가까이 있기에 인지하지 못했던 것들. 동네라는 단어에서 나오는 편안함과 색다름, 내가 알지 못했던 감정들을 모두 시와 함께 읽어나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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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 동네로 갈게 - 시-LIM 앤솔러지
강성은 외 지음 / 열림원(도서출판)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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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시집 <너희 동네로 갈게>는 제목부터 마음에 와닿았던 책이었다. 2년 전, 교환학생을 하고 돌아온 이후로 나는 내 동네를 더욱 유심히 봤다. 주변의 모든 것들이 새로웠던 타국에서의 경험을 살려 같은 것을 보더라도 다르게 보고 싶었다. 항상 신기한 마음을 가지려 노력했더니, 분명 같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알게 모르게 다른 모습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런 와중에 이런 시집을 만나게 되어 너무 반가웠다. 그것도 15명이나 되는 시인들의 시선이 담긴 동네라니 어떤 묘사들이 가득할지 궁금했다.

다채로운 사람들의 시선으로 쓰인 시들은 당연하게도 각자만의 개성이 있다. 이런 시인들의 개성이 한데 모이니 ‘동네’라는 단어를 보고 떠올릴 수 있는 상상이 더욱 구체화된다. 어떤 ‘동네’는 어린 시절 또는 과거 특정한 시기에 함께할 수 있었던 장소였고, 다른 ‘동네’는 옆에 있는 한 사람과 미래를 그려나갈 수 있는 의미로 빚어진다. 갖가지 동네들의 의미에 대해 시를 읽어가다 보면 책을 읽는 독자 본인의 ‘동네’에 대한 생각으로 회귀한다. 나에게 있어 동네는 어떤 의미일까.

수록된 작품들 모두 각기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오산하 시인님의 작품과 김복희 시인님의 작품이 기억이 남는다. 작가님 당 2편의 작품 뒤에 이어지는 동네 일기가 모두 수록되어 있으니 꼭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시와는 다른 매력의, 작가님들이 동네를 보는 시선을 가장 세밀하게 느낄 수 있는 파트다.

시간이 흘러갈수록 동네에 대해서 되뇔 수 있는 시간은 더욱 적어진다. 쉴 새 없이 움직여야 하고, 우리가 늘 같을 것이라 기대했던 동네는 알게 모르게 모습을 바꾸어 눈 깜짝할 새에 다른 모습으로 바뀌어 있다. 과거에 두고 온 ‘동네’일수록 더욱 그런 특징이 두드러지는 것 같다.

시를 읽으면서 나는 어린 시절에 뛰어놀았던 한 동네를 계속 떠올렸다. 한 사람이 나오면 창문으로 그것을 보고 나온 다른 친구들과 함께 우르르 몰려다니던 시절. 아파트 단지 안쪽에 난 샛길에서는 경비 아저씨 눈을 피해 분필로 낙서를 하고, 비가 올 때면 그곳에 숨어있는 달팽이를 찾는 데 열중했다. 이 앤솔로지에 참여하신 시인 분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내 이야기를 떠올리며 앞으로 내가 살아갈 동네에 대한 애정이 미리 생기는 기분이었다.

늘 가까이 있어 편하지만, 가까이 있기에 인지하지 못했던 것들. 동네라는 단어에서 나오는 편안함과 색다름, 내가 알지 못했던 감정들을 모두 시와 함께 읽어나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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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갱이들 - 제6회 박지리문학상 수상작
황보나 지음 / 사계절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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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죽음 이후의 남겨진 자들은 어떤 삶을 살아가나?’ 작년 내내 생각했던 질문이었다. 개인적인 일 때문에 죽음에 대해 사회에 어떤 메세지를 보내고 싶은지 고민해야 했다. 그 당시 나왔던 내 나름대로의 결론은, 죽은 사람의 삶도 산 사람의 삶도 죽음을 기점으로 하여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것이 어떤 형태가 되든 말이다. 나만의 결론이 깊이 자리잡은 상태였기에, 『알갱이들 』의 출간 소식이 들렸을 때 자연스럽게 흥미가 생겼다. 죽음 이후의 사람들의 모습을 말하는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 궁금했다.

작품은 고등학생 현비의 시선으로 전개된다. 현비는 자신의 단짝 친구 정미를 잃어버렸다. 정미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기 때문이다. 이 탓에 정미의 언니 유미는 끈질기게도 현비를 찾아왔다. 정미가 죽은 이후 이사간 곳에서 현비는 새 친구 소윤이를 만나는데 소윤이는 라희라는 친구에게 지독하리만치 괴롭힘을 당한다. 현비는 적극적으로 저지하는 대신 소윤이가 들은 말을 부정해주며 곁을 지킨다.

그러다 라희가 전남친의 집에서 반지를 가져오라는 부탁 아닌 명령(?)에 현비도 어떨결에 소윤이를 따라 전남친 예준의 집에 간다. 그리고 그곳 소파 밑에서 만날 거라고 상상도 못했던 고모부의 혼을 본다. 그리고 고모부를 그 집에서 꺼내기 위해, 또 고모부의 부탁을 들어주고, 유미의 바람을 들어주기 위해 현비의 삶이 이곳 저곳으로 요동치기 시작한다.

일단 책을 다 읽고 나서 느낀 것은 현비를 둘러싼 현실이 너무나도 가혹하다는 것이었고, 주변 인물들 모두 제정신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고작 고등학생인 현비에게 사건의 진상을 알려달라느니, 참회하라느니, 몸을 보여주면 부탁을 들어주겠다니… 말도 안되는 것들을 보니 정말 한숨이 나왔다. 현비는 그곳에서 마구 흔들린다. 현비를 묘사하는 표현은 다소 차분할지 몰라도 내 눈에 현비는 그렇게 보였다.

그래서 고모부와 고모의 이야기가 등장했을 때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유일하게 현비에게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해주는 것은 이들이다. 사춘기 여고생에게 단짝 친구는 영혼의 한 쪽과도 같다. 영혼을 상실한 것이나 마찬가지였을 한비에게 두 사람은 본인의 이야기를 하며 위로를 건내기도 하고, 본인이 생각한 삶에 대해서 넌지시 말해주기도 한다. 이들의 의견이 근시일 또는 먼 훗날에 한비의 답답함을 해소해주기를 바랐다.

현비는 정미가 죽은 이유를 알지 못한다. 그리고 그렇게 정미가 가버린 이유를 알고 싶어하던 유미도 더 이상 현비를 추궁하지 않는다. 옥상에서의 대화는 오히려 현비를 걱정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작품의 끝이 보일 때쯤 답답하고 짜증나기만 했던 유미 언니의 마음도 조금은 이해가 갔다. 죽은 사람의 마음을 알지 못하여 남겨진 이들은 얼마나 답답하겠는가. 그의 행동이 바람직하다고는 말을 못하겠으나 공감은 갔다. 그리고 현비 역시도 주변에 휩쓸리면서, 결국에는 나아가야 하는 본인만의 이유를 찾는다.

죽은 사람의 의중을 남겨진 사람들은 알지 못한다. 때문에 우리는 죽음에 대해 입을 여는 것을 더욱 어려워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죽음 이후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산 사람들이 더더욱 말해야겠다는 것을 확신했던 작품이었다. 작 중 인물들은 바람직한 태도를 보이지 않는데 오히려 이들의 태도로 하여금 더 바람직한 면을 고민할 수 있었다. 산 사람이 살아야만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 모두가 남겨지는 삶을 살게 된다. 이 삶에 대해 고민해본 적이 있다면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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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백나무성의 라푼젤
배명은 지음 / 고블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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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아름다운 공포’라는 말은 성립될 수 있는가? 『측백나무성의 라푼젤』 속 다양한 작품들을 읽고 나니 문득 떠오른 말이었다. 공포는 아름다움으로도, 슬픔으로도 이어질 수 있는 감각이다. 그런 다채로운 공포들로 이루어진 7개의 이야기들은 책을 덮은 이후에도 잔잔한 여운에 빠지게끔 한다. 무서워서, 무언가 찜찜해서가 아니라 이야기 속 어떤 이들을 떠올리며 겪게 되는 여운이다.

7가지의 이야기는 민속적 요소를 활용한 이야기, 잔혹 동화 이야기, 그리고 사회의 어두운 면을 공포로 극대화한 이야기라는 세 가지 종류로 나눠볼 수 있다.

먼저 민속적 요소를 활용한 이야기에는 「1월 16일생」과 「매혹」이 있다. 「1월 16일생」은 정월 대보름, 귀신날, 야광귀 등 현재에도 남아 있는 민속적인 풍습들과 정겨운 우리나라의 괴물이 등장한다. 이 이야기의 경우 약간의 반전과 함께 감동을 주기도 하니 꼭 스포 없이 읽어보기를 바란다.

「매혹」은 서평의 초반 부분에서 제시했던 ‘아름다운 공포’에 가장 가까운 작품이다. 수상한 신을 모시는 폐쇄적인 마을이라는, 공포 장르에서는 자칫하면 식상할 수 있는 소재를 재밌게 풀어냈다. 나는 서은이가 마을의 신에게 사랑받는다는 설정이 마음에 들었다. 위협적으로 다가오는 신을 담은 서은이의 눈에는 신이 참 매혹적으로 보였다는 것도.

‘잔혹 동화’로는 「모자 장수」, 「측백나무성의 라푼젤」이 있다. 소재를 보면 예상이 갈 것 같은 이야기지만, 7개의 이야기 중 가장 예측이 안되었던 작품들이다. 일제강점기 설원에서 펼쳐지는 모자 장수와 아리의 이야기, 그리고 괴기스러운 모습이지만 진상을 다 알고 나면 서글프기만 한 도희와 지수의 이야기. 동화가 되기에는 너무나 각박한 상황 속에서 인물들이 내리는 선택들을 따라가다 보면 공포에 대해서 더 자세히 생각해 보게 된다.

마지막으로 너무나 현실적이어서 입이 써지는 이야기, 「결계의 방」, 「벌레 대왕」, 「나를 부르는 소리」가 있다. 각각 부동산 사기, 묻지 마 폭행/범행, 데이트 폭력이 떠오르는 이야기들이었다. 현실적인 이야기들로 짜인 배경임에도 불구하고, 그 사이에서 등장하는 비현실적인 공포 요소들이 어색하지 않다는 게 신기했다. 현실 속 부조리함을 멈추기 위해서는 비현실적인 사건이 필수적인가 싶기도 하다. 취준생 입장에서 「결계의 방」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등장인물 모두 열심히 살았다 그만해라….

배명은 작가님을 좋아한다면 꼭 읽어보기를 추천하고 싶다. 어떤 작품으로 작가님을 접했든, 다채로운 매력을 가진 소설들이 한데 모여있는 책이라는 것만으로도 읽을 가치가 충분히 있다. 무엇보다도 재미있다! 다양한 공포 중에서도 읽고 나서 생각이 많아지는 소설, 민속/토속적인 요소들이 들어간 것들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도 필수다.

아름다운 공포는 존재할 수 있다. 무서운 존재가 구성되는 과정이든, 그 공포를 맞딱뜨린 인간이 행하는 선택이든 어떤 면에서는 극한 상황에서 야기되는 기적이나 마찬가지이니 말이다. 이런 이유로 공포는 여름에 읽는 것이 제격이라지만, 『측백나무성의 라푼젤』은 서늘한 가을바람을 맞으며 읽기 좋은듯 하다. 서늘함 속에서 느껴지는 낯선 감각들을 잘 포착해 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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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수 살인 사건 ㅣ 비명과 침묵 4
사카구치 안고 지음, 정혜원 옮김 / 니케북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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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사카구치 안고의 『활짝 핀 벚꽃나무 숲 아래』를 읽고 충격에 빠졌던 기억이 있다. 자극적이고 괴짜같은 이야기에 정신없이 끌려가다보니 어느새 이야기가 끝나 있었다. 그 이후로 사카구치 안고는 내 안에서 다자이 오사무보다 더 이상한 일본 작가로 정해져 있었다. (알고보니 두 사람이 꽤 친한 사이라던…) 그러다 니케북스에서 ‘비명과 침묵’이라는, 미스터리와 공포 장르의 고전을 다루는 시리즈가 등장했음을 알았다. 애초에 사랑하는 장르였을 뿐더러 사카구치 안고라는 강렬한 기억을 안겨준 작가가 있어 『투수 살인 사건』 서평을 작성하게 되었다.

『투수 살인 사건』에는 총 3편의 단편 소설이 수록 되어 있다. 표제작인 「투수 살인 사건 」, 온천의 부호가 살해당하며 시작되는 「그림자 없는 범인」, 의심과 두려움으로 시작해 예상치 못한 반전을 선사하는 「암호」까지 총 3편의 추리 소설들로 구성되어 있다.

「투수 살인 사건 」은 정말 깔끔함 그 자체인 추리 소설이다. 명탐정이 용의자들을 하나씩 심문하는 장면을 그대로 보여주고, 용의선상에서 제외되는 이들은 깔끔히 보내준다. 깔끔하고 꼼꼼한 복선과 회수 역시 이 이야기의 매력이지만, 내가 가장 좋았던 것은 등장인물과 동시대에 사는 것 같이 당시의 분위기가 생생하게 느껴진다는 점이다. 그래서 왜 스카우트가 목숨을 걸고 유망주인 선수들을 빼오기 위해서 노력해야 하는지, 교토와 도쿄를 수없이 오가며 일해야 하는 지 납득이 잘되는 편이다. 만약 일본의 지리를 모른다면 서쪽부터 교토 - 나고야 - 도쿄 순으로 지역들이 위치해 있다는 점만 알아두면 좋다.

「그림자 없는 범인」의 경우, 추리 소설이라기보단 만담회에 가깝다고 느꼈다. 책 초반의 ‘일러두기’에 오늘날의 인권 의식에 비추어 볼 때 부적절한 표현이 있으나 집필 당시의 시대적 배경을 고려하였다는 문구가 있는데, 이 이야기 때문에 그 경고가 들어간 것은 아닐까…하고 감히 예측해볼 정도다.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당당한 성적 어필과 말도 안되는 대화, 야무지게 서로에게 행하는 츳코미까지 그냥 웃겼다. 범인은 예상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으나 범행 동기가 신선하게 느껴졌다.

「암호」는 전쟁 이후의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는 이야기다. 공습으로 인해 두 눈을 잃은 아내와 갑작스럽게 발견한 친우의 장서 속 한 암호를 보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아내를 의심하기 시작한 주인공은 스스로도 혼란스러워하고 괴로워하며 실마리를 하나씩 찾아간다. 그 주인공의 내면 묘사는 정말 불안함을 한 번이라도 겪었으면 안타까울 정도로 이해가 가는 부분이 많다. 그리고 모든 진실이 밝혀지는 순간을 제발! 스포 없이 보기를 바란다.

세 편의 이야기를 다 읽고 나니 공통적으로 허무함, 날 것의 분위기가 느껴졌다. 이러한 특색 모두 사카구치 안고가 몸담고 있던 괴뢰파적인 특성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전쟁 전후가 배경인만큼, 사람들의 분위기가 가라앉아있고 묘하게 불안정해보인다. 인간의 죽음을 눈앞에 두고 펼쳐지는 이 이야기들은 허무하게도 느껴지고, 한 편으로는 이해도 간다. 클래식한 고전 답게 담백하게 즐길 수 있다. 미스터리와 공포 장르의 이야기라고 하더라도. 추리 소설 장르를 사랑한다면 꼭 도전해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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