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과 크림빵 ㅣ 새소설 19
우신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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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외피 속 무른 크림만을 품은 여자가 온통 거칠고 질긴 세상을 견딘 유일한 방법> 출판사에서 사용한 홍보 문구가 인상적이었다.
책의 제목과 표지의 일러, 출판사에서 채택한 홍보 문구를 보고 어쩌면 올해 화제였던 <서브스턴스>와 같은 결의 작품일지도 모르겠단 생각을 했다.
하지만 바디호러 장르와는 다른 결의 작품이다. 호러라면 허자은 교수를 둘러싼 소문과 시선, 그가 살아온 모든 일생이 호러...이지 않을까. 아니 호러라는 단어로 뭉뚱그려도 되는 이야기인지 모르겠다. 겁에 질린 채로 읽기에는 아까운 작품이다.

240페이지 정도 되는 길지 않은 이야기에 이렇게 몰입해서 읽은 가장 큰 이유는 이 책이 현실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등장인물들 다수가 허자은을 우스꽝스럽게 묘사하지만 나는 그런 추문에 말을 얹고 보탬이 되는 인물들이 제일 힘들었다. 내가 많고 많은 작품 중에서 <서브스턴스> 를 떠올린 이유는.... 어떠한 집단 때문이었다. 세 여자의 눈으로 보이는 그 집단은 정말 읽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어떤 사람을 예시로 떠올릴 수 있을만큼 흔하지만 역하다. 그 묘사가 너무 역해서 이 책을 읽을 국어국문과 출신의 학생들과 석박사 과정을 밟고 있을 학생들이 걱정이 될 정도...
진짜 만약에 내가 대학원 과정 밟고 있는데 이 책 읽었으면 조금 힘들었을 것 같다. 하늬는 결단을 내렸지만 내가 그 입장이었다면....? 을 끝없이 질문하다가 괴로웠을 것 같다.

책은 총 3챕터로 나뉘는데 허자은 교수의 죽음을 중점으로 3명의 시점에서 전개되는 이야기다. 시선을 달리할 때마다 발견되는 사실이 괴롭기도 하고 멍하니 생각하게 되기도 했다.
음식으로 이런 상황까지 은유적으로 말할 수 있다는 것을 새롭게 느꼈던 것 같다. 처음에는 거북해질만큼 끈적이고 텁텁한 묘사에 몇 번이고 머리를 쥐어 뜯으며 보았다. 가장 견디기 힘들었던 부분은 허자은 교수와 그의 오빠가 살아온 사춘기 시절 이야기.... 책 내용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진짜 괴로웠다. 니글거리는 크림빵을 속에 품은 냉장고가 된 기분이었다.

허자은이 계속해서 말하는 아름다운 것들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된다. 허자은과 같은 특성을 가진 인물이 말한다 했을 때 떠올릴 '아름다운 것들'에 대한 묘사는 절대 아니다. 계속해서 허자은의 곁을 떠나가고, 동경하게 되는 그 아름다운은 결국 허자은에게 있어서 어떤 것이었을지 궁금하다. 혼자서 몇 번이고 생각해봤는데 '이거다!'하는 명확한 해석은 떠오르지 않는다. 누군가 이에 대해서 할 말이 있다면 꼭 그 이야기를 듣고싶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고, 많은 이야기를 들었으면 하는 작품이다


#우신영 #죽음과크림빵 #도서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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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 체면
도진기 지음 / 황금가지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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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법을 공부하면서 제일 신기했던 건, 모호한 상황을 적절한 단어로 규정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물론 처음으로 법을 공부하는 학부생 수준에 맞춘 예시들이었기에 언어로 쉽게 정리가 가능했다고 느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진실이라고 말하는 듯, 세상에는 말로, 글로 표현되지 못하는 것들이 있으며 자신의 억울함이 제대로 해명되지 못한 채 맞지 않는 죄를 짊어지고 살아가는 이들이 있다.
우리는 사법부에게 생명, 시간, 재산에 대한 판단을 맡긴다. 뉴스에 나오는 몇몇 사건들로 우리는 사법 정의에 대해 다시 생각하고는 하지만 금새 잊히고, 사법 정의에 배신당한 이들은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재판 이후의 삶을 살게 된다. 우리는 그 이후의 삶에 대해서 아는 것이 별로 없다.

[법의 체면]은 법, 정의, 재판 등과 관련된 이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법과 관련된 소설이라 하면 흔히들 사회고발적인 면만을 생각하기 마련인데, 이 책은 추리소설로서의 재미도 담았다. 이야기 속에 절묘하게 섞인 단서들과 짜임새있게 쌓아올려진 결말은 결국 독자들이 뒷통수를 매만지며 이야기의 첫 페이지를 읽게 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크게 충격과 배신감을 느꼈던 것은 3번째 이야기인 <완전 범죄> 였다. 재판은 과연 객관적인 사실만을 다루며 공정하게 이루어지는가? 담당하는 재판관은 그런 자격이 있는 것인가? 검사는? 변호사는? 굳이 재판까지 가지 않아도 우리는 명문화된 규정을 따르지 않은 채 얼기설기 기워가듯 완결되어 가는 일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재판이 이러한 사례의 예외라고 단언할 수 있는가? 어쩌면 우리가 이에 대해 본격적으로 의문을 제기하지 않은 것은, 이러한 모순에서 희생되었던 것은 목소리를 쉽게 낼 수 없었던 소수자들이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책 페이지를 넘기기 힘들었던 이야기였다.

결코 가벼운 소재는 아니지만, 글이 정말 정말 쉽게 읽힌다. 법과 관련된 글이라하면 길고, 어려운 단어가 많고, 쉽게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여 겁먹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실제로도 읽기 어려운 책을 몇 번 봤었다. 이러한 걱정이 무색하게도 [법의 체면]은 쉽게 읽히고, 상황이 크게 복잡하게 묘사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언뜻 보면 인과관계가 명확해보이는, 더는 함정이 보일 것 같지 않은 일들 사이에 숨겨진 날카로운 칼날이 더 깊이 파고든다. 이것이 이 책의 매력이자 무서운 점이다. 이 책이 정말 재미있게 읽힌 탓에 작가님의 다른 책들도 읽어보고 싶어졌다.

정의에 대해 몇 번이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법과 관련된 추리 장르의 이야기를 읽어보고 싶다면 정말정말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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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는 모든 것을 의심하라 - 상식과 통념을 부수는 60개의 역설들
조지 G. 슈피로 지음, 이혜경 옮김 / 현암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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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나는 내가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와 비슷한 문장에 의문을 제기한 적이 있다면 꼭 이 책을 읽어보라 권하고 싶다. 일상에서 너무나 당연하게 쓴 나머지 그것들이 운용되는 원리나, 참거짓의 모호함을 모르고 짚어가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겉으로 보기에 말이 안 되는 것 같아도 당연하게 넘어가기도 한다. 이 책은 재미있게도 그런 60가지나 되는 사례를 설명한다. 만약 수학 분야의 역설이나 논리학적 역설만을 다루었다면 머리가 아팠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12가지 분야로 나눈 덕에 다양한 분야의 역설을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목차를 먼저 읽어보고, 마음에 드는 파트부터 읽어도 문제없는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이 책은 우리가 슬픈 책을 읽고 눈물을 흘리는 것에도 의문을 제기한다. 단순히 '이상하지 않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진술을 말한 뒤, 그 진술 간 배치되는 사실을 짚어낸다. 그리고 놀라운 점은 작가가 그리는 대로 따라가다 보면, 그 사실이 꽤 믿을만하고 납득이 간다는 것이다. 이게 참 재미있는 포인트였다.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부분은 정치 파트였다. 민주주의에 대한 역설이 흥미로웠던 건 아마 요즘 전 세계적으로 많은 모순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혼자서 생각할 땐 '만사를 해결하는 도구가 아니다.' 정도로만 느꼈다면 책에서는 논리적으로 우리가 그렇게 느끼는 이유와 실제로 왜 그런지를 설명한다. 명쾌하게 짚어내는 부분이 참 시원했던 것 같다.

하루하루를 지내다 보면 문득 세상이 무료하게 느껴지는 그런 순간이 오는 것 같다. 아는 것이 많으면 새로운 것을 접할 기회가 줄어들고, 설렘을 느끼는 것도 자연스레 줄어들게 되니까. 하지만 내가 당연하다 믿었던 것들이 아니였다는 것을 알게되면 나를 둘러싸고 있는 세상이 조금 더 풍부한 존재였다는 것을 알게된다. 이 책은 우리가 잠시 세상을 더 깊이 이해하고, 풍부하게 느낄 수 있게 한다. 어려울 것 같아도 만약 끌리는 이야기가 있었다면 이 책을 읽어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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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내가 되고 싶었던 것은
고정욱 지음 / 샘터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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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되고싶었던 것이 있다. 간혹 잊어버릴 때도 있지만, 밑바닥을 칠 때 앞 길을 밝혀주는 것은 과거에 내가 소중하게 품었던 것들이다. 어릴 적 많은 시간을 함께했던 고정욱 작가님이 해주시는 이야기는 더 진정성 있게 다가왔다. 이런 류의 에세이는 자칫하다간 속알맹이 없는 따뜻한 위로처럼 느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거침없이 풀어나가는 작가님의 솔직한 이야기에 거부감보다는 '나도 이렇게 생각해....', '나도 이런 상황에 부딪히면 진짜 미쳐버릴 것 같애' 라며 계속해서 읽었던 것 같다. 작가님께서 속시원하게 이런 건 아니다! 라고 쓰신 부분에서는 내가 다 속이 시원하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는 작가님 강연을 들었던 사람이라면 더 재밌게 읽을 것이라 생각한다. 글의 형식인데도 불구하고 작가님이 직접 내 앞에서 말하는 것 같다. ㅋㅋㅋㅋ 여러모로 재미있었던 포인트

작가님께서는 꾸준히 장애인에 대한 이야기를 쓰시는데 이 책에도 포함되어 있다. 우리 모두가 알아야하는 이야기이고, 요즘 세상에 아직까지도 편견에 사로잡힌 사람이 있다면 잡아다가 앉혀두고 읽게 해주고 싶다.

어린 시절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셨던 작가님께서 쓰신 책이라 <어릴 적 내가 되고 싶었던 것은>이 더 깊이 다가오는 것 같다. 한 번이라도 고정욱 작가님의 책을 읽어봤다면, 제목을 보고 뭔가 씁슬해졌다면, 잠시 방황하는 기분이라면 꼭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오랜만에 재미있게 읽었던 에세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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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이름들의 낙원
허주은 지음, 유혜인 옮김 / 창비교육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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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조선이 본격적으로 기세가 기울기 시작한 것은 정조의 사후라고 생각하는데, 그 혼란스러운 시기에 일어난 일이라 더 흥미롭게 몰입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암울하고 혼잡한 시기에 굳세게 활동하는 자들의 이야기야말로 요즘 시대에 필요한 것 같아서...
새로이 받아들이려는 자들과 자신의 것을 위해 머물러있기를 바라는 자들. 그 자들과 얽힌 천주교 신자들의 이야기는 또 무엇인지. 다모인 ’설‘의 입장에서 전개되는 이 이야기는 뭉친 실타래를 한꺼번에 왕창 던져주는 느낌이었다. 코가 잘린 채 발견된 양반집 자제의 시체. 이 사건을 파헤치는 족족 의심스럽고 기묘한 단서들만이 주인공을 반긴다. 평범한 10대 소녀와는 조금 달랐던 설이는 용감하게 사람을 구하기도 하고, 겁없이 뛰어들어 증거를 수집하며 앞으로 성큼성큼 나아간다. 그러면서도 끊임없이 사라져버린 자신의 오라버니를 찾는 것도 멈추지 않는다.

미스터리한 사건만 덩그러니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 시대에 살아 숨쉬었다면 귀에 들렸을 것들을 생생하게 묘사한 덕에 이야기의 생생함을 더 느낄 수 있었다
한 치 앞도 안보이는 미래와 혼란스러운 현재에서 굳건히 나아가는 이야기를 찾고 있다면 꼭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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