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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수학
야무챠 지음, 김은진 옮김 / Gbrain(지브레인) / 2010년 11월
평점 :
품절


학창시절 난 수학을 참 못했다.

중학교때까지는 뭐 괜찮았는데, 고등학교 2학년부터 나의 수학 실력은 정신을 못차리기 시작하더니 대입때는 내 인생을 갉아먹는 존재가 되어 있었다.

경제학에서 수학이 나와도, 물리에서 수학이 나와도 괜찮았다.(물론 산수였으니 그러했을거다)

그러나 수학 자체만은 너무 진덜머리가 나서 지금도 수학이라고 하면 사실 좀 치가 떨린다.

대학가서 가장 좋은 것 중에 하나가 수학을 안해도 되는 것이었을 정도니까.

 

필자도 학창시절 수학을 싫어한다는 소개를 보고 이 책을 선택했다.

나처럼 수학을 싫어했던 사람이 쓴 수학에 관한 책이라면 그닥 나쁘지 않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모든 영역을 두루 섭렵하겠다는 욕심으로 대순진리교책과 불교책까지 손에 잡는데,

까짓 수학쯤이야.

 

첫 장을 넘겨 저자 소개를 보고 픽, 웃음이 났다.

사는 게 무료해서 재산의 상당 부분을 주식에 투자하고 엄청난 손해 본 후 안정된 직장을 그만두고 사업을 시작했으나 계속 적자.

흑자로 돌아섰으나 계획없이 직원을 늘리는 바람에 회사가 지금 또 적자로 돌아섰다고.

이게 수학책을 쓰는 사람의 이력이라니.

대단하다, 싶었다.

지나치게 만화같지 않은가.

회계 분기나  손익계산 그런 거 할 줄 모르나? 이 사람 경영은 제대로 공부하고 회사 운영하고 있는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헐렁한 사람이 쓴 책이 뭐 얼마나 대단하겠냐 싶어서 별 생각없이 읽어내려갔다.

 

파르마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사실 파르마에 대한 이야기이므로 각 장의 마지막 번외편을 제외하고는 계속 파르마 관련 이야기가 나온다.

아마추어 수학자였으면서도 프로 수학자를 놀려먹는 재미에 푹 빠진 수학 천재인 파르마는

어떠한 수학 이론을 증명하고 나면 증명을 위해 쓴 메모들을 다 없애버린다.

수학은 그에게 그저 카타르시스를 주는 취미였기에 가능했을 일이다.

남들은 직업 삼아 목숨걸어도 밝히지 못하는 것들을 파르마는 놀이삼아 즐기며 밝혀낸다.

파르마 사후 그 아들이 메모들을 모아 책을 쓰지 않았더라면 그의 이름은 그냥 묻히고 말았을 거라 한다.

파르마가 증명했다고 하지만 흔적이 남아있지 않은 경우가 48가지였던가?

그러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파르마가 남긴 간단한 수학 정리를 증명하기 위한 수학자의 몸부림이 악마의 속삭임에 홀린 그 무엇이 되고 마는 것이다.

일생을 털어넣어도 간단해 보이는 그 식 하나를 증명하지 못하는 수학자가 넘쳐나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내가 수학책에 이렇게 몰입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수학 관련 책을 읽으며 이렇게 가슴이 뛰고 설레다니.

지금 내가 느끼는 이 육체에 스민 자아가 진정 내가 맞나,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고등학교때까지 배운 수학적 지식들이 총 동원되며 필자가 적어놓은 이론들을 이해하기 위해 뇌가 열심히 반응하는 것을 느꼈다. 이 책을 손에 잡고는 다 읽을 때까지 놓을 수가 없었다.

아이 엄마인지라 중간 중간 아이 밥을 챙겨준다던가, 화장실 일을 봐준다던가 쏟은 우유를 처리한다던가 하는 일을 하면서도 보살핌이 끝나면 이내 몸과 마음은 책에게 돌아와 있었다.(그러면서도 불과 몇 시간만에 다 읽었다)

책을 읽으며 내내 이 책을 내 아이에게 언제쯤 권하는 게 좋을 지를 생각해보았다.

파르마의 정리나 2,3,4,5차 방정식에 관한 부분을 좀 더 깊이 이해하려면 수학을 좀 배우고 난 고등학교 1학년쯤이 유리하긴 할테지만, 수학자들의 열성을 느끼는 것에 목적을 둔다면 좀 더 어린 나이에도 충분히 가능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수학 이론들에 대한 부가설명은 따로 해주는 것이 좋을테지만.

정말 좋은 책이 나에게 와 준 것 같은 느낌에 너무 기분이 좋았다.

내 아이에게 물려줄 좋은 자산들이 늘어나고 있다.

 

회사가 어려운 사정일텐데도 이런 책을 써준 작가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이 책이 회사내 자금 사정을 해결하기 위한 임시 방편이면 어떠한가.

그것으로 인해 수학에 관한 내 마음이 바뀌는 기적을 경험했고, 그 기적은 내 아들에게 전달될텐데

그가 어떤 마인드를 가진 사람이라는 것이 무슨 대수랴.

주식 투자로 엄청난 돈을 날렸든, 계획없이 사원을 늘려 회사 흑자가 적자로 돌아섰든,

이제 그런 것따위는 내게 중요하지 않다.

오히려 그러한 역경이 필자에게 이런 수학 세계를 안내해 주었다면 나로서는 고마운 일이다.

그가 썼다는 [ 철학적이거나 혹은 과학적이거나] 도 읽어봐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현실의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파르마에 관한 이 이야기는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결국 파르마의 정리가 앤드루 와일즈에 의해 증명된 것이다.

그 증명을 위해 걸린 시간은 350년이다.

프르마가 죽은 후 350년의 시간이 흘러 정리가 완성된 것이다.

뉴턴 탄생 350주년 기념 행사장에서 앤드류는 멋지게 파르마의 정리를 증명해낸다.

증명 심사 과정에서 보인 이론의 구멍으로 인해 약간의 수정 작업을 거쳐야 했긴 했지만,

결국 그는 해낸다.

 

작은 구멍을 메우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이론을 찾아 헤맬때는 보이지 않던 것이

마음을 비우고 문제를 대하기 시작하자, 객관적인 눈으로 그것을 볼 수 있게 되고 결국

앤드루는 자신의 서랍 속 이론으로 그것을 해결한다.

 

많은 일들이 그러하다고 생각한다.

머리 싸매고 무언가를 해결하기 위해 고심할 때는 보이지 않는 것이 조금 떨어져서 마음을 비우고

그 문제를 대하면 때로 너무도 간단히 해결책이 눈에 들어온다.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문제와 나의 거리.

객관적 시각일 것이다.

그래서 힘든 일은 겪을 당시엔 죽을 것만 같은데,

지나고 나서는 이렇게 저렇게 했더라면 좋았을텐데 하는 후회가 남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철학이 아닐까.

세상 모든 일에는 철학이 있다.

또 모든 대상에도 철학이 있다.

철학은 나에게도 있고, 너에게도 있고, 그에게도 있다.

어렵게만 대하면 한 없이 어려울 것 같은 철학이 마음의 경계만 허물면 이렇듯 편하게 다가올 수 있는 것 또한

앤드루가 마지막 파르마의 정리 헛 점을 매울 때와 같은 것이란 생각이 든다.

 

우리 생각의 본질이 바로 철학이라는 생각을 하며 이 책이 내게 준 감동을 가만히 마음에 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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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철학의 뿌리는 내게 있다 - 나는 책을 통해 여행을 한다
윤정은 지음 / 북포스 / 2010년 10월
평점 :
절판


정성스레 겉페이지를 넘겨

책을 열며, 를 읽었다.

글이 너무나 진솔하고 와닿아서 가슴이 설레였다.

작가, 젊구나. 를 여는 글을 통해 알았다.

젊은 그녀가 철학적 사유를 가지고 책까지 내다니.

대단하다.

부럽다.

궁금하다.

그러한 동사들이 머리 속을 윙윙거리며 나에게 책 읽기를 재촉했다.

요즘 자는 시간도 아까워서 눈이 빨개져가며 책 읽기에 열중하고 있는 터라,

더욱 힘차게 박차를 가할 수 있었겠다.

 

검색으로 본 그녀의 사진은 참으로 신선했다.

정장 차림으로 책을 들고 있는 사진은 참으로 성숙했는데,

화장기 거의 없는 얼굴로 아이처럼 카메라를 응시하며 찍은 사진에서는

마치 막내 여동생 뻘 같다는 생각도 했다.

나는 뭐하며 살았나, 하는 자괴감도 밀려오고

부럽다는 막연한 시샘도 올라왔다.

 

그녀는 책의 중요성을 처음부터 끝까지 강조한다.

자신을 이룬 것도 모두 책의 힘이었다, 말한다.

그래.

모든 성공한 리더(leader)들이 리더(reader)라는 사실 누가 감히 딴지 걸 수 있겠는가.

수없이 많은 예로 뒷받침할 수 있는 명제라서 설명없이도 너무나 잘 아는 진실이다.

책은 생존이라고 외쳐도 결국 그 글은 책을 읽는 사람들에게 또 다시 읽힌다.

그녀는 그저 독서를 하는 사람들을 독려하여 지독한 독서가로 만들고 싶어하는 모양이다.

혜민아빠의 예에서 그렇게 느꼈다.

그는 한 달 두 세권의 책은 읽는 사람이었지만

자극을 받아 1년 180권 이상의 책을 읽고 전문화 되어갔다.

정독과 다독 모두 중요하지만 난 올해 정독에 더 비중을 둔 독서를 했다.

책을 읽고 줄을 치고 그 줄 친 부분들을 필사했다.

그리고 틈나는대로 읽었다.

지하철안에서도, 잠깐 짬이 날 때도 나는 내가 적어놓은 글들을 다시금 들여다봤다.

그러면 그 책을 읽을 때 내가 느꼈던 세세한 감정들이 하나 하나 모두 살아나서 어느 새 내 안에서 춤추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정독을 하며 다독을 하려고 노력한다.

한 달 평균 약 7~8권은 읽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읽어대도 무식하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내가 부족한 사람이라는 것을 떨칠 수가 없다.

60대쯤 되야 책들이 이야기해주는 보물같은 진리들이 내 몸과 생활 속에 알알이 박혀질까.

 

이 책의 저자가 책을 참 많이 읽었다는 것은 잘 알겠다.

토막토막 책 이야기가 끊임없이 나온다.

짤막짤막하게 스토리 요약까지 해 놓은 소설 이야기들도 많이 나온다.

 

이 책의 정체가 궁금하다.

독서 에세이로 분류되어 있는데, 독서 에세이라고 하기엔 책들에 대한 소개가 너무 빈약하다.

그렇다고 자기 계발서라고 하기엔 자신의 주장이 너무 없다.

 

정말로 독서 에세이를 쓰고 싶었던 거라면 차라리

책들을 기준으로 챕터를 나눈 후 좀 더 깊이 그 책을 파고드는 게 낫지 않았을까.

그게 싫어서 이러한 형식을 취했다면 책에 대한 소개를 좀 더 진중하고 깊게 하는 것은 어떠했을까.

 

그녀가 이야기 하는 책들이 좋은 책이라는 건 안다.

그리고 그 좋은 책들을 참 많이 읽은 젊은 작가라는 것도 알겠다.

이 젊은 작가가 나중에 나이 들어 이 책을 스스로 어떻게 평가할까,가 궁금해진다.

 

비문은 어찌 그리 많은 지.

어떤 문장은 주어가 없고, 어떤 문장은 목적어가 없고, 어떤 문장은 술어 호응이 맞지 않다.

 

읽다가 여러 번 화가 났다.

정체불명의 애매한 느낌에, 비문 투성이에.

다른 건 그저 작가의 스타일이라고 하고 넘어가더라도 비문은 정말 나를 미치게 만들었다.

도대체 무슨 소리지? (술어 호응 오류)

도대체 뭘 주제로 말하고 있는거지? (주어 행방불명)

간간히 나오는 젊은 이의 말투도 솔직히 거슬렸다.

나도 젊다.

하지만 구어체적인 표현이 그다지 고급스럽지 않게 적혀진 내용을 보며

나도 모르게 한 숨이 나왔다.

 

그러다가 2부의 7. 사유, 잘 다루면 보약이지만 남용하면 독이다- 에서 자신의 이러한 문제점을 스스로 지적했다.

 

마음에 낀 욕심은 글에도 드러난다. 좀 더 있어 보이는 책을 써야 하지 않을까 하는 욕심이 베어 개인적 체험에서 우러나온 깨달음이 아닌 기성작가들의 문체와 사고를 베낀 듯 어슬픈 글을 쓴 것이다...

...... 중략,.,,,,,,,

시대에 딸려가는 작가가 아니라 시대를 리드하며 마음을 울리는 한 줄의 글을 쓰고 싶다는 욕심에 생생한 청춘의 이야기를 내놓으며 혁신적이거나 참신한 책을 쓰기보다는 어설픈 연륜의 깊이를 따라했기 때문이다. 요즘 그런 스스로 때문에 미칠 노릇이다.

p145~146

 

물론 중간중간 솔직한 자신의 이야기들이 나온다.

그러면서 자신이 승화한 이야기들도 분명 다룬다.

책에서 수 차례 강조한 것처럼 "솔직성"과 "진정성"을 추구하려는 노력이 곳곳에 보였다.

 

그녀의 느낌은 이렇다.

여러 화사하고 고급스러운 수 많은 조각들로 바느질 된 천.

 

그 화사하고 고급스러운 조각들은 바로 그녀가 이야기하는 기성작가들의 문체와 사고이다.

 

그녀의 다른 책은 읽어보지 않았지만,

이 책이 주는 느낌은 글쎄다.

 

나도 글쟁이가 되고 싶어하는 사람이다. 

연륜이 쌓이고 정말 내 이야기들이 내 안에서 차고 넘칠 때, 나는 글쟁이가 되고 싶다.

지혜의 봇물을 젊고 싱싱한 사람들에게 옛 이야기 하듯 나누고 싶다.

그래서 글쟁이로써의 그녀의 고민과 시행착오가 나쁘게만 보이는 것은 아니다.

수 많은 실패는 젊어서 일부러 하는 것이라 했다.

 

20대 초반에 무라카미 하루키 책을 읽다가 던져버린 적이 있다.

그의 책을 읽다, 그의 사고 방식대로 사고하고 있는 내가 싫어졌기 때문이었다.

다른 책들을 많이 읽고 몇 년 후에 다시 하루키 책을 들었을 때 비로소 나는 그의 방식대로 사고하지 않을 수 있었다.

난 조지오웰의 1984를 굉장히 감명깊게 읽었는데, 하루키의 IQ84가 그 작품에서 모티브를 얻은 것이라니 한 번 읽어봐야겠다.

 

열린 마음으로 항상 책의 내용은 취사선택하는 것이라 말하며, 수위높은 비난을 받는 책도 충분히 존중하며 읽는 내가

이 책에 대해 따가운 소리를 한 것은 역시 비문에서 느꼈던 짜증이 가장 큰 원인일 것이다.

무엇이든 기본이 중요하다.

마오가 김연아를 이길 수 없는 이유도 바로 그 기본때문이다.

작가가 글쓰기의 기본에 대한 고민을 좀 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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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일의 신 택리지 : 살고 싶은 곳 - 두 발로 쓴 대한민국 국토 교과서 신정일의 신 택리지 1
신정일 지음 / 타임북스 / 2010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요즈음 난 좋은 책들이 많이 나온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데,

그 중 하나는 바로 이 책을 말한다.

 

살림의 경제학을 본 후 삶을 바라보는 시각 자체에 짐짓 큰 충격을 받은 나는 어찌서인지 별로 의도하지 않음에도 이러한 류의 책을 더욱 더 많이 접하게 된다.

아마도 내 안에 비경쟁적이고 자연친화적인 그러한 욕구가 크게 자리잡고 있어서일게다.

 

이 책 역시 자연환경의 아름다움과 그것의 가치를 바로 알지 못하고 경제적 이익 추구에만 급급한 나머지 마구 훼손시키는 것에 대해서 경고한다.

사람이 나고 자라는 곳이 바로 자연인데, 우리는 감히 이것을 통제하고 다스릴 수 있다는 뻔뻔하고 거만스러운 서양의 생각들을 여과없이 받아들여 선조들과는 다르게 자연을 헤집고 있다.

4대강처럼 말이다.

국민들이 아무리 반대해도 불도저처럼 이명박 정부는 이미 상당부분 4대강 사업을 진행해놨다.

선거가 투표가 이렇게 중요하다는 것을 자연이 이렇듯 엄청난 희생을 치르고 나서야 알아차리다니..

댓가가 너무 크지 않은가.

물론 그 전에도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지만, 되돌릴 수 없는 그 파괴적 생산성을 생각할 때 이것은 처참한 지경이다.

 

저자는 이에 깊은 슬픔을 느끼고, 국민들이 좀 더 우리 국토에 대해 알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썼다고 난 그렇게 생각한다.

그리고 그 뜻을 함께 할 수 있는 훌륭한 출판사를 만나 이런 좋은 책이 만들어지게 된 것이

독자의 한 사람으로써 감사하고 감사할 뿐이다.

 

이중환의 택리지를 보며 우리의 국토가 얼마나 많이 바뀌었고, 또 살기 좋은 곳에 대한 궁금증을 가지고 두 발로 대장정을 나선 저자는 참으로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자전거 여행을 다니는 남궁 문씨나 신정일씨나 모두 대단하다.

자신의 일상에 갇혀 뜻이 있음에도 나서지 못하는 보통 우리네들에게는 그럴 수 밖에 없다.

스스로들은 대단하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 뻔하지만 말이다.

 

이 책은 사진이 너무나 아름답다.

우리나라의 이 곳 저 곳을 정성스레 카메라에 담았다.

사진만 보아도 그의 정성이 느껴진다.

그의 국토 사랑이 절절이 전해져온다.

 

이러한 책을 10권이나 쓰다니.

게다가 그는 국토를 발로 찾아다니면서 느낀 점을 그저 적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한 구절, 한 구절을 읽어내려갈 때마다 그가 이 책을 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참고 서적을 들췄을 지 상상도 되지 않을 정도로 풍부하고 좋은 이야기들이 넘쳐났다.

이러한 책을 쓸 수 있다면,

우리 자식들에게 이러한 유물을 남겨주고 떠날 수 있다면,

스스로 부여하는 삶에 대한 가치가 훨씬 더 올라갈 거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직접 보지 않으면 알 수 없고, 느끼지 않으면 이해할 수 없다.

어릴 적 나에게 지표가 되어준 질문 하나가 있다.

 

" 지금 당신은 어떤 책을 읽고 계십니까? "

 

이 질문에 주저하지 않고 언제든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배웠다.

당신은 지금 어떠한 책을 읽고 있는가.

 

이지성씨의 말처럼 독서라고 해서 모든 게 다 같은 독서가 아니다.

나의 사고체계와 사고방식에 변화를 줄 좋은 책을 선별해야 할 때다.

특히 지금처럼 좋은 책이 많이 나오고 있는 것만큼 별스럽지 않은 책, 혹은 독이 되는 책들도 넘쳐나는 때에는 말이다.

 

2000년 넘게 사람들에게 사랑받아오고 그 가치를 인정받은 고전 읽기를 강조한 그도 이 책의 가치에 대해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 책 또한 그런 책이 될 것이 분명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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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아저씨 2
남궁문 지음 / 시디안 / 2010년 9월
평점 :
절판


1편보다 상당히 세련된 느낌이다.

 

처음 여행을 시작하면서 느낀 감정이나 이야기들에서 보여지는 초조함이나 걱정, 두려움등은 많이 걷어진 것 같았다.

이젠 제법 자신만의 방법도 생겼다.

여행을 좀 더 즐기게 된 저자를 보며 괜시리 흐뭇해지기까지 했다.

 

1편이 목숨을 건 무모하고 만화스러운 여행기라면,

2편은 조금은 색다르고 편안하면서도 즐거운 여행기라 생각한다.

 

여기저기 다니면서 느끼는 감정들도 그렇고,

표현이나 사진, 또 준비.

 

역시 여행도 글도 해봐야 는다.

 

몇 해전 첫 캠핑했을 때가 생각난다.

가을이라고 순진하게 가을 옷을 입고 가서 밤에 화장실 다녀오는 동안 동태가 될 뻔했던 일을 생각하며 웃음이 나왔다.

그제사 주위를 둘러보니 모두 한 겨울 옷을 입고 있더라는.

 

쥐를 낚시한 노인과의 일화.

꽃이 가득한 이 곳 저 곳을 다니며 찍은 사진들..

신문사에 자전거 여행을 연재하기로 하고 하는 작업 사진과 또 여행.

 

여기 저기 적혀있는 시는 마음에 한 줌 햇살처럼 다가오기도 했다.

 

1편에서도 마찬가지였지만 2편에서 역시 사진에 눈이 가서 한참동안이나 돌아 올 생각을 못했다.

들판에 아무렇게나 핀 야생꽃이 얼마나 아름답고 어여쁜지 눈이 떼지지 않았다.

 

남편에게 이 페이지, 저 페이지 넘겨가면서 여기도 가고 싶고, 여기도 가보고 싶다고 하자

그래, 가자. 한다.

가까운 지역이라면 우리도 제법 다니는 편이지만, 휴가때나 되어야 강원도에 가보는데..

전라도와 경상도를 언제 가볼까, 싶지만

그의 대답은 언제나 속시원하다.

약간 우유부단하고 조금은 너무 신중한 면때문에 답답한 내가 그의 그런 시원스러움을 보며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적도 많긴 하지만 이럴 땐 조금 야속하다.

언제!!! 하며 칭얼거리게 되니까.

 

내 생활 공간에서 벗어나 어디로든 낯선 환경으로 여행을 한다는 것.

그래서 새로운 곳을 만나 그 안에서 여러 가지를 느끼며 행복에 젖어드는 것.

그것은 분명 행복하고 소중한 경험일 것이다.

국내를 열심히 다니자, 우리나라처럼 아름다운 나라는 없다. 라고 생각하며

나름 열심히 여행하는 우리지만 저자처럼 모든 걸 내려놓고 다닐 수가 없다.

남편이 퇴직 한 후엔 좀 가능할까.

아들이 성인이 되기 전에 유럽 배낭 여행 1개월을 무작정 계획 중이다.

돈이 없으면 땡 빚을 내서라도 아이에게 넓은 세상을 경험하게 해주고 싶다.

그래서 없는 시간 쪼개어 영어 공부도 나름 열심히 한다.

 

가난한데도, 제대로 된 장비조차 없는데도, 우리 나라 이 곳 저 곳을 마치 제 집처럼 여행하고 다니는 그를 보며,

또 그 여행을 통해 얻어진 자신감과 그 여유로움을 보며 가만 내 계획과 생활을 들여다보게 되었다.

 

그의 그런 여행을 놓고 남편은 혼자이기에 가능한 여행이라고 한다.

동감이다.

하지만 여자인 난 혼자였더라도 할 수 없었을 여행일텐데..

여자라는 테두리 속에 스스로를 가두면서 핑계 삼는 거라는 생각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럴 땐 내가 낳은 아이가 아들인 것이 좋다.

좀 더 마음껏 폭넓게 덜 위협적으로 세상을 누빌 수 있을 것 같은 막연함으로.

 

신자유주의를 들먹이며 빈익빈 부익부를 심화시키고 있는 이 때에

남궁 문과 같은 사람은 답답한 사회 현실에 숨통을 틔여주는 소나기 같은 존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내 삶의 가장 시원하고 큰 소나기, 또 가장 따스한 햇살은 바로 나 자신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알기에

그가 주는 시원함으로 나를 비추어봐야겠다.

 

요즘 좋은 책들이 많이 출간된다.

그래서 읽어야 할 독서 목록표엔 책 제목이 더욱 늘어지지만

그 늘어짐이 참 행복하다.

 

삶의 쉼표.

사색, 낭만, 여유는 내가 찾아야 할 것이기에

가슴에 따스함을 품으며 이 책을 덮는다.

 

죽도록 고생하며 만든 여행기를 이렇게 만인에게 공개해준 남궁 문님께 고마움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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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아저씨 1
남궁문 지음 / 시디안 / 2010년 9월
평점 :
품절








56년생.

미혼.

가난한 화가.

 

별로 평범해보이는 프로필은 아니다.

하긴 예술가는 지나치리만큼 풍부한 감수성으로 자신의 살을 파먹으면서도 감정을 승화시키는 사람들이니까.

나의 아버지와 또래인 그는 힘들고 지친 여행길을 마다않고 헤쳐나간다.

나이 들면서 좀 더 안락하게 지내고 싶어하시는 나의 부모님의 여행과는 정반대 여행이다.

비행기를 타고 가는 그것과 달리 그는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

요즘은 좋은 자전거도 많아 집 한채가 굴러가는 경우도 허다한데, 그는 썩은 철 자전거로 여행한다.

그것도 친구가 타라며 준.

브레이크가 고장 나 죽을 고비를 넘기게 한, 그런 자전고로.

 

그가 그린 그림, 찍은 사진, 작업한 포토샵.

하나같이 강한 인상을 남기며 그가 걸어간 길을 함께 가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죽는 줄 알았다, 면서도 그 길을 멈출 수 없는 그 낭만과 여유.

그것이 나는 좋다.

 

빠른 것은 생각마저 앗아가는 것인가, 라는 생각을 들게 만드는 중간 중간의 버스 여행도 퍽이나 인상적이었다.

느림의 미학이라고 했던가.

천천히 하는 여행은 길가에 핀 들풀과의 대화를 주선하고 하늘과의 눈맞춤을 안내한다.

그래서 사람들이 배낭여행의 매력을 놓을 수 없고, 자전거와 걷기의 매력을 뿌리칠 수 없는 것이리라.

 

남편은 출퇴근을 자전거로 한다.

1시간 거리를 그렇게 달린다.

그와는 달리 알루미늄 자전거에 안전장비와 기능성 옷을 모두 갖춰입고 최대한 안전을 확보한 후 달린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남편을 출근시켜놓고나면 잘 갔을까, 무슨 일이 있진 않을까.. 하는 잡스러운 생각이 머리 속을 한참 메운다.

그런데 야간에 고갯길을 브레이크조차 안심되지 않는 그런 자전거로, 심지어 조그마한 불빛도 없이 내달리는 그를

대단하다고 해야할 지, 괴짜라고 해야 할 지.

그에게도 아내가 있었다면 자식이 있었다면 아마도 그렇게 야생적인 여행은 하기 힘들었을게다.

 

자유라는 것.

그것을 위해 결혼조차 포기했다는 그를 보면서 우리는 각기 그렇게 다른 생각과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처음에 책을 들춰봤을 때 그를 향해 시선을 둔 카메라를 느끼면서 누군가 동행한 것이라고 내 멋대로 생각해버렸다.

삼각대를 가지고 다니면서 하나 하나 자신의 모습을 담아낸 그의 열정에 정말 감동을 느낀다.

하기야 그러한 특별한 여행 속 내 모습을 남기는 것에 그러한 수고쯤 별 것 아닐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올 여름 휴가때 다녀온 동해바다, 7번 국도.

그곳을 여행하는 부분을 읽으면서 간간히 지나가던 자전거 여행자들이 생각났다.

하지만 내가 본 사람들은 모두 좋은 장비를 갖춘 사람들이었다.

그처럼 허름하고 위험한 자전거로 장비도 없이 혼자 달리는 사람을 본 적은 없다.

그런 사람을 봤다면 나도 괴상망측하다고 생각했겠다.

 

산이 넘쳐나는 강원도를 여행하면서 산이 많다고 투덜대는 그를 보며 웃음이 절로 나왔다.

나라도 그랬을테지.

머리로 알아도 몸으로 부딪치면 또 다른 문제가 되니까.

 

퇴직 후 자전거 여행을 함께 하고 싶다는 내게 위험해서 안된다고 딱 잘라 말하던 남편을 이 책을 통해 십분 이해했다.

자전거 여행은 참으로 위험하고 어쩌면 무모하기도 한 도전일 수 있겠다.

남자들끼리, 혹은 남자몸이라면 몰라도 여자인 내겐 큰 무리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책을 읽고 느낀 감동과 즐거움을 뒤로

남편이 과연 나를 모시고(?) 다니게 될 상황이 될 여행이 더 녹녹치 않게 다가온다.

그래도 포기할 수는 없으니 차에 자전거를 매달고 캠핑을 가서 타는 정도로 만족해보려고 계획을 조금 수정해본다.

 

예술인의 여행일지인데다가 느린 여정이므로 참으로 섬세하고 훈훈하다.

각박한 세상, 그러한 따스함이 그립다면 이 책의 글밥과 사진을 통해 여유의 시간을 가져보기 바란다.

 

커피 브레이크가 아닌 티 타임같은 휴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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