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아저씨 1
남궁문 지음 / 시디안 / 2010년 9월
평점 :
품절








56년생.

미혼.

가난한 화가.

 

별로 평범해보이는 프로필은 아니다.

하긴 예술가는 지나치리만큼 풍부한 감수성으로 자신의 살을 파먹으면서도 감정을 승화시키는 사람들이니까.

나의 아버지와 또래인 그는 힘들고 지친 여행길을 마다않고 헤쳐나간다.

나이 들면서 좀 더 안락하게 지내고 싶어하시는 나의 부모님의 여행과는 정반대 여행이다.

비행기를 타고 가는 그것과 달리 그는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

요즘은 좋은 자전거도 많아 집 한채가 굴러가는 경우도 허다한데, 그는 썩은 철 자전거로 여행한다.

그것도 친구가 타라며 준.

브레이크가 고장 나 죽을 고비를 넘기게 한, 그런 자전고로.

 

그가 그린 그림, 찍은 사진, 작업한 포토샵.

하나같이 강한 인상을 남기며 그가 걸어간 길을 함께 가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죽는 줄 알았다, 면서도 그 길을 멈출 수 없는 그 낭만과 여유.

그것이 나는 좋다.

 

빠른 것은 생각마저 앗아가는 것인가, 라는 생각을 들게 만드는 중간 중간의 버스 여행도 퍽이나 인상적이었다.

느림의 미학이라고 했던가.

천천히 하는 여행은 길가에 핀 들풀과의 대화를 주선하고 하늘과의 눈맞춤을 안내한다.

그래서 사람들이 배낭여행의 매력을 놓을 수 없고, 자전거와 걷기의 매력을 뿌리칠 수 없는 것이리라.

 

남편은 출퇴근을 자전거로 한다.

1시간 거리를 그렇게 달린다.

그와는 달리 알루미늄 자전거에 안전장비와 기능성 옷을 모두 갖춰입고 최대한 안전을 확보한 후 달린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남편을 출근시켜놓고나면 잘 갔을까, 무슨 일이 있진 않을까.. 하는 잡스러운 생각이 머리 속을 한참 메운다.

그런데 야간에 고갯길을 브레이크조차 안심되지 않는 그런 자전거로, 심지어 조그마한 불빛도 없이 내달리는 그를

대단하다고 해야할 지, 괴짜라고 해야 할 지.

그에게도 아내가 있었다면 자식이 있었다면 아마도 그렇게 야생적인 여행은 하기 힘들었을게다.

 

자유라는 것.

그것을 위해 결혼조차 포기했다는 그를 보면서 우리는 각기 그렇게 다른 생각과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처음에 책을 들춰봤을 때 그를 향해 시선을 둔 카메라를 느끼면서 누군가 동행한 것이라고 내 멋대로 생각해버렸다.

삼각대를 가지고 다니면서 하나 하나 자신의 모습을 담아낸 그의 열정에 정말 감동을 느낀다.

하기야 그러한 특별한 여행 속 내 모습을 남기는 것에 그러한 수고쯤 별 것 아닐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올 여름 휴가때 다녀온 동해바다, 7번 국도.

그곳을 여행하는 부분을 읽으면서 간간히 지나가던 자전거 여행자들이 생각났다.

하지만 내가 본 사람들은 모두 좋은 장비를 갖춘 사람들이었다.

그처럼 허름하고 위험한 자전거로 장비도 없이 혼자 달리는 사람을 본 적은 없다.

그런 사람을 봤다면 나도 괴상망측하다고 생각했겠다.

 

산이 넘쳐나는 강원도를 여행하면서 산이 많다고 투덜대는 그를 보며 웃음이 절로 나왔다.

나라도 그랬을테지.

머리로 알아도 몸으로 부딪치면 또 다른 문제가 되니까.

 

퇴직 후 자전거 여행을 함께 하고 싶다는 내게 위험해서 안된다고 딱 잘라 말하던 남편을 이 책을 통해 십분 이해했다.

자전거 여행은 참으로 위험하고 어쩌면 무모하기도 한 도전일 수 있겠다.

남자들끼리, 혹은 남자몸이라면 몰라도 여자인 내겐 큰 무리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책을 읽고 느낀 감동과 즐거움을 뒤로

남편이 과연 나를 모시고(?) 다니게 될 상황이 될 여행이 더 녹녹치 않게 다가온다.

그래도 포기할 수는 없으니 차에 자전거를 매달고 캠핑을 가서 타는 정도로 만족해보려고 계획을 조금 수정해본다.

 

예술인의 여행일지인데다가 느린 여정이므로 참으로 섬세하고 훈훈하다.

각박한 세상, 그러한 따스함이 그립다면 이 책의 글밥과 사진을 통해 여유의 시간을 가져보기 바란다.

 

커피 브레이크가 아닌 티 타임같은 휴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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