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아저씨 2
남궁문 지음 / 시디안 / 2010년 9월
평점 :
절판


1편보다 상당히 세련된 느낌이다.

 

처음 여행을 시작하면서 느낀 감정이나 이야기들에서 보여지는 초조함이나 걱정, 두려움등은 많이 걷어진 것 같았다.

이젠 제법 자신만의 방법도 생겼다.

여행을 좀 더 즐기게 된 저자를 보며 괜시리 흐뭇해지기까지 했다.

 

1편이 목숨을 건 무모하고 만화스러운 여행기라면,

2편은 조금은 색다르고 편안하면서도 즐거운 여행기라 생각한다.

 

여기저기 다니면서 느끼는 감정들도 그렇고,

표현이나 사진, 또 준비.

 

역시 여행도 글도 해봐야 는다.

 

몇 해전 첫 캠핑했을 때가 생각난다.

가을이라고 순진하게 가을 옷을 입고 가서 밤에 화장실 다녀오는 동안 동태가 될 뻔했던 일을 생각하며 웃음이 나왔다.

그제사 주위를 둘러보니 모두 한 겨울 옷을 입고 있더라는.

 

쥐를 낚시한 노인과의 일화.

꽃이 가득한 이 곳 저 곳을 다니며 찍은 사진들..

신문사에 자전거 여행을 연재하기로 하고 하는 작업 사진과 또 여행.

 

여기 저기 적혀있는 시는 마음에 한 줌 햇살처럼 다가오기도 했다.

 

1편에서도 마찬가지였지만 2편에서 역시 사진에 눈이 가서 한참동안이나 돌아 올 생각을 못했다.

들판에 아무렇게나 핀 야생꽃이 얼마나 아름답고 어여쁜지 눈이 떼지지 않았다.

 

남편에게 이 페이지, 저 페이지 넘겨가면서 여기도 가고 싶고, 여기도 가보고 싶다고 하자

그래, 가자. 한다.

가까운 지역이라면 우리도 제법 다니는 편이지만, 휴가때나 되어야 강원도에 가보는데..

전라도와 경상도를 언제 가볼까, 싶지만

그의 대답은 언제나 속시원하다.

약간 우유부단하고 조금은 너무 신중한 면때문에 답답한 내가 그의 그런 시원스러움을 보며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적도 많긴 하지만 이럴 땐 조금 야속하다.

언제!!! 하며 칭얼거리게 되니까.

 

내 생활 공간에서 벗어나 어디로든 낯선 환경으로 여행을 한다는 것.

그래서 새로운 곳을 만나 그 안에서 여러 가지를 느끼며 행복에 젖어드는 것.

그것은 분명 행복하고 소중한 경험일 것이다.

국내를 열심히 다니자, 우리나라처럼 아름다운 나라는 없다. 라고 생각하며

나름 열심히 여행하는 우리지만 저자처럼 모든 걸 내려놓고 다닐 수가 없다.

남편이 퇴직 한 후엔 좀 가능할까.

아들이 성인이 되기 전에 유럽 배낭 여행 1개월을 무작정 계획 중이다.

돈이 없으면 땡 빚을 내서라도 아이에게 넓은 세상을 경험하게 해주고 싶다.

그래서 없는 시간 쪼개어 영어 공부도 나름 열심히 한다.

 

가난한데도, 제대로 된 장비조차 없는데도, 우리 나라 이 곳 저 곳을 마치 제 집처럼 여행하고 다니는 그를 보며,

또 그 여행을 통해 얻어진 자신감과 그 여유로움을 보며 가만 내 계획과 생활을 들여다보게 되었다.

 

그의 그런 여행을 놓고 남편은 혼자이기에 가능한 여행이라고 한다.

동감이다.

하지만 여자인 난 혼자였더라도 할 수 없었을 여행일텐데..

여자라는 테두리 속에 스스로를 가두면서 핑계 삼는 거라는 생각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럴 땐 내가 낳은 아이가 아들인 것이 좋다.

좀 더 마음껏 폭넓게 덜 위협적으로 세상을 누빌 수 있을 것 같은 막연함으로.

 

신자유주의를 들먹이며 빈익빈 부익부를 심화시키고 있는 이 때에

남궁 문과 같은 사람은 답답한 사회 현실에 숨통을 틔여주는 소나기 같은 존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내 삶의 가장 시원하고 큰 소나기, 또 가장 따스한 햇살은 바로 나 자신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알기에

그가 주는 시원함으로 나를 비추어봐야겠다.

 

요즘 좋은 책들이 많이 출간된다.

그래서 읽어야 할 독서 목록표엔 책 제목이 더욱 늘어지지만

그 늘어짐이 참 행복하다.

 

삶의 쉼표.

사색, 낭만, 여유는 내가 찾아야 할 것이기에

가슴에 따스함을 품으며 이 책을 덮는다.

 

죽도록 고생하며 만든 여행기를 이렇게 만인에게 공개해준 남궁 문님께 고마움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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