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철학의 뿌리는 내게 있다 - 나는 책을 통해 여행을 한다
윤정은 지음 / 북포스 / 2010년 10월
평점 :
절판


정성스레 겉페이지를 넘겨

책을 열며, 를 읽었다.

글이 너무나 진솔하고 와닿아서 가슴이 설레였다.

작가, 젊구나. 를 여는 글을 통해 알았다.

젊은 그녀가 철학적 사유를 가지고 책까지 내다니.

대단하다.

부럽다.

궁금하다.

그러한 동사들이 머리 속을 윙윙거리며 나에게 책 읽기를 재촉했다.

요즘 자는 시간도 아까워서 눈이 빨개져가며 책 읽기에 열중하고 있는 터라,

더욱 힘차게 박차를 가할 수 있었겠다.

 

검색으로 본 그녀의 사진은 참으로 신선했다.

정장 차림으로 책을 들고 있는 사진은 참으로 성숙했는데,

화장기 거의 없는 얼굴로 아이처럼 카메라를 응시하며 찍은 사진에서는

마치 막내 여동생 뻘 같다는 생각도 했다.

나는 뭐하며 살았나, 하는 자괴감도 밀려오고

부럽다는 막연한 시샘도 올라왔다.

 

그녀는 책의 중요성을 처음부터 끝까지 강조한다.

자신을 이룬 것도 모두 책의 힘이었다, 말한다.

그래.

모든 성공한 리더(leader)들이 리더(reader)라는 사실 누가 감히 딴지 걸 수 있겠는가.

수없이 많은 예로 뒷받침할 수 있는 명제라서 설명없이도 너무나 잘 아는 진실이다.

책은 생존이라고 외쳐도 결국 그 글은 책을 읽는 사람들에게 또 다시 읽힌다.

그녀는 그저 독서를 하는 사람들을 독려하여 지독한 독서가로 만들고 싶어하는 모양이다.

혜민아빠의 예에서 그렇게 느꼈다.

그는 한 달 두 세권의 책은 읽는 사람이었지만

자극을 받아 1년 180권 이상의 책을 읽고 전문화 되어갔다.

정독과 다독 모두 중요하지만 난 올해 정독에 더 비중을 둔 독서를 했다.

책을 읽고 줄을 치고 그 줄 친 부분들을 필사했다.

그리고 틈나는대로 읽었다.

지하철안에서도, 잠깐 짬이 날 때도 나는 내가 적어놓은 글들을 다시금 들여다봤다.

그러면 그 책을 읽을 때 내가 느꼈던 세세한 감정들이 하나 하나 모두 살아나서 어느 새 내 안에서 춤추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정독을 하며 다독을 하려고 노력한다.

한 달 평균 약 7~8권은 읽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읽어대도 무식하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내가 부족한 사람이라는 것을 떨칠 수가 없다.

60대쯤 되야 책들이 이야기해주는 보물같은 진리들이 내 몸과 생활 속에 알알이 박혀질까.

 

이 책의 저자가 책을 참 많이 읽었다는 것은 잘 알겠다.

토막토막 책 이야기가 끊임없이 나온다.

짤막짤막하게 스토리 요약까지 해 놓은 소설 이야기들도 많이 나온다.

 

이 책의 정체가 궁금하다.

독서 에세이로 분류되어 있는데, 독서 에세이라고 하기엔 책들에 대한 소개가 너무 빈약하다.

그렇다고 자기 계발서라고 하기엔 자신의 주장이 너무 없다.

 

정말로 독서 에세이를 쓰고 싶었던 거라면 차라리

책들을 기준으로 챕터를 나눈 후 좀 더 깊이 그 책을 파고드는 게 낫지 않았을까.

그게 싫어서 이러한 형식을 취했다면 책에 대한 소개를 좀 더 진중하고 깊게 하는 것은 어떠했을까.

 

그녀가 이야기 하는 책들이 좋은 책이라는 건 안다.

그리고 그 좋은 책들을 참 많이 읽은 젊은 작가라는 것도 알겠다.

이 젊은 작가가 나중에 나이 들어 이 책을 스스로 어떻게 평가할까,가 궁금해진다.

 

비문은 어찌 그리 많은 지.

어떤 문장은 주어가 없고, 어떤 문장은 목적어가 없고, 어떤 문장은 술어 호응이 맞지 않다.

 

읽다가 여러 번 화가 났다.

정체불명의 애매한 느낌에, 비문 투성이에.

다른 건 그저 작가의 스타일이라고 하고 넘어가더라도 비문은 정말 나를 미치게 만들었다.

도대체 무슨 소리지? (술어 호응 오류)

도대체 뭘 주제로 말하고 있는거지? (주어 행방불명)

간간히 나오는 젊은 이의 말투도 솔직히 거슬렸다.

나도 젊다.

하지만 구어체적인 표현이 그다지 고급스럽지 않게 적혀진 내용을 보며

나도 모르게 한 숨이 나왔다.

 

그러다가 2부의 7. 사유, 잘 다루면 보약이지만 남용하면 독이다- 에서 자신의 이러한 문제점을 스스로 지적했다.

 

마음에 낀 욕심은 글에도 드러난다. 좀 더 있어 보이는 책을 써야 하지 않을까 하는 욕심이 베어 개인적 체험에서 우러나온 깨달음이 아닌 기성작가들의 문체와 사고를 베낀 듯 어슬픈 글을 쓴 것이다...

...... 중략,.,,,,,,,

시대에 딸려가는 작가가 아니라 시대를 리드하며 마음을 울리는 한 줄의 글을 쓰고 싶다는 욕심에 생생한 청춘의 이야기를 내놓으며 혁신적이거나 참신한 책을 쓰기보다는 어설픈 연륜의 깊이를 따라했기 때문이다. 요즘 그런 스스로 때문에 미칠 노릇이다.

p145~146

 

물론 중간중간 솔직한 자신의 이야기들이 나온다.

그러면서 자신이 승화한 이야기들도 분명 다룬다.

책에서 수 차례 강조한 것처럼 "솔직성"과 "진정성"을 추구하려는 노력이 곳곳에 보였다.

 

그녀의 느낌은 이렇다.

여러 화사하고 고급스러운 수 많은 조각들로 바느질 된 천.

 

그 화사하고 고급스러운 조각들은 바로 그녀가 이야기하는 기성작가들의 문체와 사고이다.

 

그녀의 다른 책은 읽어보지 않았지만,

이 책이 주는 느낌은 글쎄다.

 

나도 글쟁이가 되고 싶어하는 사람이다. 

연륜이 쌓이고 정말 내 이야기들이 내 안에서 차고 넘칠 때, 나는 글쟁이가 되고 싶다.

지혜의 봇물을 젊고 싱싱한 사람들에게 옛 이야기 하듯 나누고 싶다.

그래서 글쟁이로써의 그녀의 고민과 시행착오가 나쁘게만 보이는 것은 아니다.

수 많은 실패는 젊어서 일부러 하는 것이라 했다.

 

20대 초반에 무라카미 하루키 책을 읽다가 던져버린 적이 있다.

그의 책을 읽다, 그의 사고 방식대로 사고하고 있는 내가 싫어졌기 때문이었다.

다른 책들을 많이 읽고 몇 년 후에 다시 하루키 책을 들었을 때 비로소 나는 그의 방식대로 사고하지 않을 수 있었다.

난 조지오웰의 1984를 굉장히 감명깊게 읽었는데, 하루키의 IQ84가 그 작품에서 모티브를 얻은 것이라니 한 번 읽어봐야겠다.

 

열린 마음으로 항상 책의 내용은 취사선택하는 것이라 말하며, 수위높은 비난을 받는 책도 충분히 존중하며 읽는 내가

이 책에 대해 따가운 소리를 한 것은 역시 비문에서 느꼈던 짜증이 가장 큰 원인일 것이다.

무엇이든 기본이 중요하다.

마오가 김연아를 이길 수 없는 이유도 바로 그 기본때문이다.

작가가 글쓰기의 기본에 대한 고민을 좀 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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