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 니체 - 예술가적 철학자 New 니체 100배 즐기기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유진상 엮음 / 휘닉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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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수험생이 끝나고 대학을 선택하던 시기에 철학과로 진학하는 사람들을 보면, 도대체 거기서 뭘 하려고? 하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철학이라는 것. 참으로 난해하고 학문으로만 가치를 지니는 상아탑 속 존재로밖에는 인식이 되지 않았던 탓이다.

한 마디로 참으로 무지했다.

 

엄마가 되어 여러 육아서를 보던 중 이지성님의 미래형 커리률럼이라는 책을 접하면서 철학에 대한 내 편협함을 좀 떨쳐낼 수 있었다.

행복의 정복이나 프랑스 고교 철학등을 사서 읽기 시작했고, 철학과 교수님께 부탁해서 가끔 강의를 듣기도 했다.

공부를 좀 해보려고 하면 할수록 철학이라는 것이 우리 삶의 깊은 본질을 가지고 있는 훌륭한 사색이라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좀처럼 쉽지 않았다.

어려웠다.

쉽게 풀어서 씌여진 책들을 보아도 그러한데 니체가 직접 이야기한 주제들을 엮어놓은 이 책이야 말해서 무엇하랴.

물론 쉬운 부분, 즐거운 부분, 재밌는 부분도 많았다.

 

여성은 명예, 권력, 부를 원한다. 그 모든 것을 한번에 취할 수 있는 방법은 바로 남자

 

철학자의 이야기를 듣다가 폭소를 터뜨릴 줄은 정말 몰랐다.

여러가지 다른 이야기들.. 이해할 수 없어서 몇 번이나 다시 읽어봐도 뜻을 알 수 없는 이야기들,

가슴 깊이 다가오는 이야기들, 또 다른 방식으로 여성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는 그의 언어들도 모두 모두 즐거웠다.

그의 생각이 진리는 아니다.

철학은 끝없이 진리를 탐구하는 학문이다.  그 해답을 찾지 못해 방황하는 이들의 이정표.

그 해답이라는 것은 각자의 가슴속에 살아 숨쉬는 가치라고 믿기 때문에 나는 그의 생각을 비난하고 싶지도 비판하고 싶지도 않다.

다만 그의 여러 깊은 사고력에 경애를 표하며 즐거움을 느낀다.

 

사고하는 방식과 체계를 잡아 좀 더 깊이있는 사색으로 풍요로운 인생을 채워가고 싶다면,

가벼운 것들이 주는 즐거움만으로 만족하지는 말자.

 

철학자든, 누구든 자신의 생각을 타인에게 집어넣으려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나쁜 짓이라는 요시모토의 이야기에 심히 공감하는 나는 그저 동조하거나 고개를 가로저어 버리거나 웃거나 하며 즐기며 배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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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의 순간 판단의 기술
와다 히데키 지음, 오영훈 옮김 / 두리미디어 / 2010년 6월
평점 :
품절







노하우에 관한 책이라고 생각했다.

 

평소 잘하는 영역에서 말하고 행동하는 것을 보면 나름 참 똑똑한데, 실생활에서는 너무나 멍청한 나 자신이 한심하고 싫어져서 접하게 된 책이었다.

 

아들을 낳고 얼마 안되었을 때 그 떡아기 안고 세 번이나 넘어지는 바람에 엄청 위험한 순간을 모면하고.. 때로는 아기를 보호하기 위해 내 몸을 지지대로 사용하다가 다리가 전부 다 상처로 채워졌던 기억.. 일상 생활에서 별 것 아닌 일을 순간적으로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해서 우물쭈물하는 모습은 흔하다. 칼로 베이기, 손 데기. 어딘가에 머리 부딪쳐 혹나기, 여기 저기 멍들기 등등등 너무 흔해서 말하기도 입 아프다. 그래서 언니가 날 모질이라고 부른다. 그럴 때보면 딱 모지란 애란다.

내가 봐도 그렇다.

그래서 이런 책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생각했다.

읽어본 바로 이 책은 내가 원하는 일상의 소소한 결정들을 도와주는 책은 아니다.(나는 이 책의 결정이라는 것이 작은 부분부터 큰 부분까지를 모두 아우르는 넓은 범위일 거라고 마음대로 생각해버린 것이다!)

 

노하우에 관한 책이라기보다는 똑똑한 이들이 판단 미스를 하는 원인들에 대한 나열이다.

그리고 그 똑똑한 이들이라는 부류가 나처럼 조금 두드러지는 사람들이 아니라, 두뇌층들. 최고위직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난 이 책의 '똑똑한'이란 의미를 너무나 대중적이고 편안하게 받아들였던 건 아닐까, 반성까지 하게 되었다.

 

책을 쓴 사람은 일본에서 고정 독자층을 보유하고 있는 정신과 의사로서 심리학을 활용한 컨설팅이나 교육문제에 대한 연구 및 저술활동을 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이 책을 통해 저자는 좀 더 편안하게 정신과적 용어들을 정리하고, 또 판단을 그르치는 부적응적 사고에 대해 일반에게 어필하고 싶었던 것 같다. 

스키마, 이분론적 사고(흑백 사고). 완벽주의적 사고, 속인주의, 속사주의, 과도한 일반화, 파국주의, 독심술, 미신적 사고, 파국주의 등등등.

다른 의도를 가지고 이 책을 펴든 내게도 부적응적 사고에 대한 정리의 시간이 나름 즐거웠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일본인이라서 그런가.

우리네 현실과는 조금 맞지 않는 부분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흑백논리, 완벽주의.

우리에겐 이 두 가지를 다른 챕터로 떼어놓고 다룰만큼 큰 부분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어서 더 그랬겠다.

 

사실 내게 이 책은 좀 밋밋하고 약간은 지루했다.

정신과 의사들이 쓴 책 중에 이렇게 길고 지루하게 읽은 책은 처음이었던 것 같다.

심리학적인 내용들과 실생활에서의 적용부분등이 너무 재미나서 정신과 의사들의 책은 일부로 찾아 볼 정도로 즐기는 편인데..

판단을 그리치는 부적응적 사고들에 대한 정리 파트의 일반학책 같은 느낌이랄까.

 

그래도 부적응적 사고들을 읽을 때 아무런 감회도 없었던 것은 아니다.

나의 사고와 비교하면서 반성도 하고,

어릴 때 했던 생각들을 떠올리면서.. 이런 사고를 이렇게 부르는구나, 하는 부분도 있었다.

 

나도 모르게 자꾸 중요한 순간 판단을 그르치는 사람이 있다면 읽어보고 어떤 류의 사고가 나를 그리 만드는지 찾아보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처럼 노하우를 기대하는 사람이라면 적절하지 못하다.

 

뒤의 사례에서도 일본 기업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죽 제시되어있어 이해를 돕고자 했지만, 좀 지루했다.

남의 나라 얘기라서 사전 지식이 없어서도 그랬을테고, 비슷비슷한 이야기 같아서도 그랬다.

책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해서 더 그랬을 수도 있었겠다는 반성에 다시 한번 읽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앞 장에서는 한 챕터마다 각주달기가 챕터 마지막 장에 나열되어 있는 것도 너무나 불편했다.

한 장의 오른쪽 하단에 있어서 읽기 편하게 되어있는 것이 익숙해져있어서 그런것일까.

전에 읽었던 일본인책들도 이렇게 불편하게 되어있는 것은 본 적이 없는데.

편집인들의 취향인지는 모르겠으나 독자들에게는 너무 불친절한 방법이라는 생각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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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상식 충전소
최진기 지음 / 한빛비즈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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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나는 책을 처음 접할 때

저자 소개, 머릿말, 그리고 차례를 본다.

 

구매할 때도, 도서관에서 대출할 책을 고를 때도 보통 이 세 가지로 결정하는 편이다.

 

빨간 색 표지에 전기 지리릭 표시와 경제 상식 충전소라는 제목이 참 인상깊게 와닿았다.

 

스타강사이면서 최진기 경제 연구소 대표라..

마지막 문장에서 눈길이 잠깐 멈춰섰었는데, 책을 읽어보곤 역시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고등학생을 가르치는 선생님이다보니 책도 참고서처럼 편집되어 있었다.

평소 책을 읽을 때 줄 치면서 읽는데, 이 책은 그럴 필요가 없다.

중요 내용은 풀색의 약간 큰 포인트로 눈에 확 띄게 적혀있기 때문이다.

 

ㅇ ㅏ, 이런 스타일의 책을 본 지 언제적이던가.

처음엔 이런 배려가 책에 집중하는 것에 좀 방해가 되었었다.

하지만 곧 편리함에 익숙해졌다.

살짝 정신을 빼고 봐도 뭐가 중요 부분인지를 금방 눈치 채서 글쓴이가 무슨 얘기를 하려고 하는 지 굳이 애쓰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아주 친절한 책.

고등학생들에게 참고 서적으로 권해도 전혀 손색이 없겠다.

 

경제를 놓고 살아온 성인들에게도 참 좋을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독 경제를 재밌어해서 복수 전공까지 해버리고, 알아듣지도 못하는 주식 세미나 다녀본 대학 시절의 추억들이 새록새록 되살아나는

듯한 느낌을 주는 정감있는 내용들.

책을 보며 가장 재밌었던 부분은 주식에 관한 부분이었는데,

원숭이와 펀드 매니저와의 대결부분이다.

다트를 던져서 종목을 선택하는 원숭이와 각종 이론들로 계산 하고 종목을 선택한 펀드 매니저의 대결.

각각 4 종목을 선택하여, 원숭이는 한 종목에서 손해를 보고 펀드 매니저는 세 종목에서 손해를 봤단다.

원숭이의 완승이다.

한참을 웃었다.

주식은 하지 않는다는 남편과 나의 철직이 마냥 바보스러움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펀드 수익이 하늘을 찌를 때 누구나 한다는 펀드 하나 안하는 우리를 안쓰러운 눈으로 바라보는 시선들이 참 많았기에 더 통쾌하게 웃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부동산 이야기, 경제 정책, 국제 경제까지..

정말 제목을 잘 지었다.

이 책은 경제 상식을 위한 책이다.

혹여 경제 공부를 해보고 싶다거나 경제 공부를 하는 사람이 읽기엔 가벼움이 적지 않다.

경제 신문을 읽으려면 가지고 있어야 할 기본 소양들에 대해 쉽고 재밌게 적어놨다.

짜투리 시간을 활용해 읽어내려가도 그리 오랜 시간 들이지 않아서 다 볼 수 있을 정도로 재밌고, 또 쉽다.

 

1장 금융과 2장 경제 지표 이야기는 경제 교과서 내용이다.

기본을 이해해야 더 나아갈 수 있기에 교과서 내용부터 저자는 확실히 짚고 넘어간다.

기본 개념들을 빠뜨리면 결국 큰 혼란스러움에 이해가 엉켜 더 복잡해지고 말테니까.

 

3장, 4장, 5장, 6장으로 결국 국제 경제까지 다루면서 그 넓이를 더해간다.

절대 깊다고 할 수 없으나 말그대로 상식 충전책이므로 너무 욕심내지는 말자.

읽으면서 가장 즐거웠던 부분은 6장 국제 경제였다.

별로 생각해보지 않았던 유로화에 대한 이야기. 중국이 미국을 추월할 수 있을까, 하는 등의 이야기는 정말 너무나 흥미로웠다.

32개월 아들의 포진성 구내염으로 병원에서 대기할 때조차 책을 놓지 못해서 아이가 내게 와서 책을 가져가 버릴 정도였다.

이후 정신차리고 아들과 열심히 놀아주긴 했지만 돌아와서 약먹고 자는 아이 곁에서 남은 몇 장을 정말 맛난 조각케익 먹듯 읽어 버렸다.

 

나름대로 경제 서적을 놓지 않으려고 애썼는데, 세계 최대 적자국이 미국에서 일본으로 바뀐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니.

나의 무식함은 사실 좀 충격이었다.

현대인들은 누구나 무식해, 라며 스스로를 다시 한번 위안하고.

 

서브프라임 금융위기에 대한 정리부분은 정말 너무 깔끔해서 예쁘기까지 했다.

스타 강사들의 최대 강점이 요약과 정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다른 서적으로도 접했던 내용이었지만 이렇게 알기 쉽고 편한 설명은 아니었던 것 같으니 말이다.

나쁜 사마리아인들과 공황전야, 살림의 경제학 등의 책들이 머리속을 한 번 훑고 지나가는 듯한 기분이었다.(물론 가볍게~)

이 책은 경제 신문의 횡간을 이해하도록 편안하게 도와주는 멋진 친구로 삼기에 전혀 손색이 없다.

 

아들이 좀 더 커서 유치원에 들어갈 즈음 되면 이 책의 내용들을 편안한 언어로 바꾸어 아이에게 설명해주고 함께 남편과 셋이 함께 세계 경제의 방향에 대해 함께 토의해 보고 싶은 욕망에 빠져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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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리 - 2010 제34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청춘 3부작
김혜나 지음 / 민음사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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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을 처음 접한 것은 신문에서다.

젊은 여자의 사진과 함께 신인상이라는 타이틀로 소개된 이 책은,

충격적이고 굉장히 대담하고 읽는 이를 불편하게 한다고 적혀있었다.

그래서 예쁜 분홍색류의 표지를 처음 넘기면서 마음을 다 잡았다.

20대 초반때 류의 소설을 내동댕이 쳐본적 있는 나는 충격적인 소설엔 좀 너그럽지 못한 편이므로.

하지만 10년이란 세월이 흘러서였을까.

분명 내용은 충격적일 수 있었다.

가벼운 만남, 가벼운 관계, 섹스. 무상한 상념들..

하지만 그들의 내면 깊숙한 외침이 들리는 듯한 느낌은 그저 나만의 착각이었던걸까.

 

지금 그들의 모습은 허무하다.

자신의 내용은 없고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또 비루한 현실의 모습에 대한 탄식으로 잿빛 세상을 그려내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들은 갈구하고 있었다,

보다 나은 오늘을, 그리고 내일을.

처절하게 외치고 있든, 온 몸으로 그것들을 받아내려 애쓰고 있는 그 안쓰러운 모습이 내게 들어왔다.

내 아이가 나중에 저런 공허하고 슬픈 시기를 겪게 된다면, 나는 그를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그 지경에 이르르면 스스로의 도움외엔 어떠한 것도 그 쳇바퀴속에서 자신을 빼내주지 못하리라는 것을 어렴풋 느낀다.

이미 그들은 상처받은 결과로 우리 앞에 서있는 것이다.

그들은 그저 그들의 잘못으로 인해 그러한 삶을 영위하는 것이 아니다.

무의식, 그 잃어버린 듯 착각하고 사는 생명의 탄생에서부터 36개월까지의 그 결정적 시기에 부모로 부터 받은 양육의 결과로 형성되는 그 무의식이 그들을 그렇게 만들어버렸다.

어떠한 것도 자제하지 못하고, 거부하지 못한 채 그저 현실의 암담한 챗바퀴 속에 자신을 끼워놓고 자신의 진짜 가치를 찾지 못하는 불쌍한 청춘들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그것은 그들의 잘못이 아니다.

모든 것을 서열로 정하고 물질 만능주의를 외치는 우리네 천민자본주의와 그 속에서 순응하며 살았던 그 부모세대, 또 그 부모세대의 되물림되는 죄악과도 같은 행위의 결과이다.

미안하지만 그들이 우리네의 거울인 것이다.

누군가 그들에게 어떻게 그렇게 아무렇게나 살 수 있냐며 손가락질 한다면, 나 되묻고 싶다.

당신의 무의식과 그들의 무의식은 어떻게 다른 것인지 아느냐고.

 

문제 부모는 있어도 문제 자식은 없다.

문제 부모에게서 자란 아이들은 이미 성인이 되었어도 아이다.

몸은 자라나서 자유를 누리고 담배와 술이라는 기회식품을 마음껏 누릴 수 있어도 본질은 아기다.

그들이 느끼는 지독한 외로움.

또, 당당하지 못한 직업 속에서 느끼는 박탈감과 그 속에서마저 순위로 매겨지는 잣대들..

그것은 모두 기성세대들이 그들에게 남겨준 유물과도 같다.

슬프지만 지금의 우리네들 역시 그렇게 자신을 찾지 못하고 방황할 청춘을 길러내고 있는 부모들이 많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그들은 결과다.

이것은 철저히 반성하고 되짚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을 이유로 그들이 정당화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바꿀 수 없는 과거에 집착하고 그 원인에 대해서 비난만 해대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고리를 끊어야 한다.

잘못된 그 더러운 바닥의 남루한 개체로 살아가게 만드는 그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

소설 속 그들이 고리를 끊어내기 위해 발버둥치는 모습이 보였다고 한다면 의아해할 사람이 많으려나.

의식을 하든, 하지 않든 그들은 여러가지 고민들을 하며 지금의 고리들을 한탄하며 살아간다.

그 고민들이 모여 나중엔 결국 그 고리를 끊어낼 힘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는 희망찬 메세지가 내 눈엔 너무나 선명하게 보였다.

주인공들처럼 그런 생활을 하며 고민하지 않더라도 누구나 청년기에는 자신의 인생에 대한 진지한 성찰의 시간을 갖는다.

보잘 것 없는 스스로에 대한 생각과 미래의 암담함으로 괴로워하고 방향을 몰라 갈팡질팡하다가

결국 자기 자리를 잘 잡아 새로운 하루하루를 살아가기도 하고,

또 그저 그렇게 살다가 가기도 한다.

청소년기에 할 고민이 입시지옥을 치루며 하루하루를 그저 생존해야 하는 우리 자화상들에겐 청년기에로 그 고뇌들이 넘어가고 있는 것이다.

 

제리는 톰에게 늘 당하는 약자이다.

하지만 당하기만 하진 않는다.

톰을 골탕먹이고 통쾌하게 복수하기도 하는 약하지만 영리한 쥐다.

쥐는 음습한 곳을 찾아다니며 사람들에게 괄시받지만 생태계의 먹이사슬을 하나 차지하고 있는 당당한 개체다.

결국 햄스터같이 약간 모습을 달리하여 우리와 함께 더불어 양지에서 살아가기도 하고,

누군가를 위해서는 영양 간식으로 쓰이며, 각종 실험들에 참가함으로써 숭고히 남을 위해 희생하기도 한다.

누가 쥐를 감히 더럽고 귀찮은 존재라고만 말할 수 있는가.

 

강력해보이는 고리도 사실 알고보면 약간 비틀린 생각의 차이로 쉽게 붕괴될 수 있다.

오히려 하고픈대로 마구 살아보지 못한 이들이 그러면 안되는 때에 쉽게 유혹되어 인생을 망쳐버리기도 한다.

그렇게 따진다면 오히려 그들은 선택받은 이들일 지 모른다.

평범하고 약간 지루한듯한 행복도 감사히 받아들일 수 있는 겸허한 마음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을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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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고의 아기고양이들 - 언제 어디서나 고양이 마을…나고 나고 시리즈 2
모리 아자미노 지음 / 라이카미(부즈펌)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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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릴 때부터 유독 고양이를 좋아했다.

강아지보다 더 고양이가 좋았고, 또 좋다.

그래서 아기때 데려다가 키워서 어른이 될 때까지.

아기들을 낳을 때까지.

혹은 집을 나갈 때까지.

너무 정성스럽고 사랑스럽게 키웠던 기억에 아직도 고양이만 보면 가슴이 설렌다.

도로변을 누비는 호랑이마냥 큰 몸집을 한 길고양이를 볼 때조차 예전 내 고양이들이 생각나며 맘이 푸근해져 온다.

 

너무나 의존적이고 정 많아 주인님을 섬기듯 충성하는 강아지들을 볼 때면 어쩐지 안쓰럽기까지 했다.

한 시도 가만 있지 못하고 와서 붙고, 핥고, 꼬리 흔들고.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것일테지만 난 그게 싫었다.

차라리 도도하고 건방진 고양이가 훨씬 더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

니가 주는 밥은 먹지만 꼭 그게 아니어도 난 살 수 있어, 라고 말하는 듯한 몸짓들.

그러면서도 나를 향한 깊은 애정의 작은 눈빛과 행동들이 날 정말 행복하게 했다.

정말 특별한 관계라고 느껴졌으니까.

보통 고양이는 누구에게나 그렇게 하지 않는다.

자신과 특별한 애착을 맺은 단 한 명의 주인과만 교류한다.

맘 깊은 곳의 이야기를 나눠도 좋을 동반자같다는 생각마저 들 게 하는 동물이 내겐 바로 고양이다.

 

이 책은 그러한 고양이들을 주제로 여러 에피소드를 잔잔하게 그려 낸 고양이책이다.

그림과 글밥이 너무 사랑스러워서 나를 어쩔 줄 모르게 만들었던 건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쭈욱 ㅡ.

고양이를 키워본 사람이라면 알게다.

책에서 그려내고 있는 사소한 이 행동과 에피소드들이 얼마나 주인을 행복하게 하고 또 그들을 아름답게 보이도록 만드는 지를.

고양이들과 함께 한 지 한참 지났음에도 책을 보니 예전 고양이들의 작은 행동 하나하나가 모두 떠오르는 듯 했다.

그림이 냥이들의 어떤 특성을 이야기 하는 지.. 또 그런 행동을 할 때 얼마나 사랑스럽고 행복해지는 지.

 

정말 정성이 많이 들어갔을 법한 이 책은 손에 쥐고 있는 내내 가슴이 푸근했다.

일본인 여성과 네덜란드 남성이 결혼해서 여러 마리의 고양이들을 키우며 그네들의 상상의 나라를 꿈꾸는 행복한 가족.

난 아기때문에 고양이를 키우고 있지 않다.

앞으로도 키울 수 있을 지 모르겠다. 남편이 워낙 깔끔한 스타일이라 집안에서 동물 냄새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내 맘속에 어린 시절 함께 했던 고양이들과 아빠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우리 집 식구들로 군림했던 강아지들 모두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내 고양이들이 이 책 속 고양이들과 함께 말이다.

새록새록 피어오르는 이 아름다운 기억들을 3년간 나와 함께 하고 하늘나라로 간 하치와 함께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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