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하우에 관한 책이라고 생각했다.
평소 잘하는 영역에서 말하고 행동하는 것을 보면 나름 참 똑똑한데, 실생활에서는 너무나 멍청한 나 자신이 한심하고 싫어져서 접하게 된 책이었다.
아들을 낳고 얼마 안되었을 때 그 떡아기 안고 세 번이나 넘어지는 바람에 엄청 위험한 순간을 모면하고.. 때로는 아기를 보호하기 위해 내 몸을 지지대로 사용하다가 다리가 전부 다 상처로 채워졌던 기억.. 일상 생활에서 별 것 아닌 일을 순간적으로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해서 우물쭈물하는 모습은 흔하다. 칼로 베이기, 손 데기. 어딘가에 머리 부딪쳐 혹나기, 여기 저기 멍들기 등등등 너무 흔해서 말하기도 입 아프다. 그래서 언니가 날 모질이라고 부른다. 그럴 때보면 딱 모지란 애란다.
내가 봐도 그렇다.
그래서 이런 책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생각했다.
읽어본 바로 이 책은 내가 원하는 일상의 소소한 결정들을 도와주는 책은 아니다.(나는 이 책의 결정이라는 것이 작은 부분부터 큰 부분까지를 모두 아우르는 넓은 범위일 거라고 마음대로 생각해버린 것이다!)
노하우에 관한 책이라기보다는 똑똑한 이들이 판단 미스를 하는 원인들에 대한 나열이다.
그리고 그 똑똑한 이들이라는 부류가 나처럼 조금 두드러지는 사람들이 아니라, 두뇌층들. 최고위직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난 이 책의 '똑똑한'이란 의미를 너무나 대중적이고 편안하게 받아들였던 건 아닐까, 반성까지 하게 되었다.
책을 쓴 사람은 일본에서 고정 독자층을 보유하고 있는 정신과 의사로서 심리학을 활용한 컨설팅이나 교육문제에 대한 연구 및 저술활동을 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이 책을 통해 저자는 좀 더 편안하게 정신과적 용어들을 정리하고, 또 판단을 그르치는 부적응적 사고에 대해 일반에게 어필하고 싶었던 것 같다.
스키마, 이분론적 사고(흑백 사고). 완벽주의적 사고, 속인주의, 속사주의, 과도한 일반화, 파국주의, 독심술, 미신적 사고, 파국주의 등등등.
다른 의도를 가지고 이 책을 펴든 내게도 부적응적 사고에 대한 정리의 시간이 나름 즐거웠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일본인이라서 그런가.
우리네 현실과는 조금 맞지 않는 부분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흑백논리, 완벽주의.
우리에겐 이 두 가지를 다른 챕터로 떼어놓고 다룰만큼 큰 부분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어서 더 그랬겠다.
사실 내게 이 책은 좀 밋밋하고 약간은 지루했다.
정신과 의사들이 쓴 책 중에 이렇게 길고 지루하게 읽은 책은 처음이었던 것 같다.
심리학적인 내용들과 실생활에서의 적용부분등이 너무 재미나서 정신과 의사들의 책은 일부로 찾아 볼 정도로 즐기는 편인데..
판단을 그리치는 부적응적 사고들에 대한 정리 파트의 일반학책 같은 느낌이랄까.
그래도 부적응적 사고들을 읽을 때 아무런 감회도 없었던 것은 아니다.
나의 사고와 비교하면서 반성도 하고,
어릴 때 했던 생각들을 떠올리면서.. 이런 사고를 이렇게 부르는구나, 하는 부분도 있었다.
나도 모르게 자꾸 중요한 순간 판단을 그르치는 사람이 있다면 읽어보고 어떤 류의 사고가 나를 그리 만드는지 찾아보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처럼 노하우를 기대하는 사람이라면 적절하지 못하다.
뒤의 사례에서도 일본 기업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죽 제시되어있어 이해를 돕고자 했지만, 좀 지루했다.
남의 나라 얘기라서 사전 지식이 없어서도 그랬을테고, 비슷비슷한 이야기 같아서도 그랬다.
책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해서 더 그랬을 수도 있었겠다는 반성에 다시 한번 읽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앞 장에서는 한 챕터마다 각주달기가 챕터 마지막 장에 나열되어 있는 것도 너무나 불편했다.
한 장의 오른쪽 하단에 있어서 읽기 편하게 되어있는 것이 익숙해져있어서 그런것일까.
전에 읽었던 일본인책들도 이렇게 불편하게 되어있는 것은 본 적이 없는데.
편집인들의 취향인지는 모르겠으나 독자들에게는 너무 불친절한 방법이라는 생각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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