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모든 것이 사랑이 아니라면 - 거친 삶의 틈바구니에서 찾아낸 들꽃 같은 이야기들
정인경 지음 / 예담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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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들어 사랑이라는 말에 공감하게 된다. 사랑. 살면서 꼭 필요한 감정.

쑥쓰러워서, 왠지 모르게 낯간지러워서 자주 해보지 못했던 말. 

나는 그 말을 사랑을 하고 난 후 아주 소중한 말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사랑이라는 것은 누가 가르쳐준다고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건 직접 깨닫게 되어야 하는것 같다.

사랑에도 많은 종류가 있다. 남녀간의 사랑도 있고 친구와의 우정같은 사랑도 있고 부모와 자식, 사람과 사람사이의 사랑 등

많은 사랑이 주위에 있는 것 같다. 그 종류를 하나로 정의할 수는 없다.

이 책은 그런 주변의 사랑이야기이다. 따뜻한 이야기가 담긴 사랑.

 

 

육교에서 늙은 거지가 나타났다. 그것은 3년쯤 되었다. 

육교의 북쪽에는 부유한 많은 사람들과 상업시설이 들어선 곳이다. 그리고 남쪽에는  대학병원 영안실과 연결되어 있는 곳이다.

이 육교를 사이에 두고 사람들은 왔다갔다 한다. 

북쪽에 있던 사람들이 남쪽으로 건너갈때는 거지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하지만 남쪽에 있던 사람들이 북쪽으로 넘어갈때는 거지에게 관심을 가지고 돈을 주었다.

남쪽의 장례식장에서 죽음을 보고 왔을때 그 거지가 보이는 것이다.

가난하고 늙고 병들지 모르는 자신의 모습이 보이기 때문에 그때는 공손히 동전보다는 지폐를 그 자리에 두고 가는 것이다.

영리하고 똑똑한 거지라고 생각했지만 추운겨울날도 더운 여름날도 왠만한 폭설과 장마가 아니라면 그는 나와 구걸을 했다.

추운날에는 따뜻한 옷자락하나 제대로 걸치고 나오지 못한 그 거지가 너무 불쌍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3년이 지났다. 그는 그냥 몸도 병들고 마음도 병든 늙은 거지에 불과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모습은 낮은 자리에서 외롭고 의연하게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보게 된다. 

힘든 순간도 이겨내려고 애쓰고 견디는 우리들의 모습이 보인다.

 

 

한겨울에 꿈을 꾸웠다. 살고 있는 아파트의 경비 할아버지가 나타나 웃는 얼굴로 변산반도에서 쉬어갈거라고 말한다.

그렇게 잠이 깼다. 

수위할아버지는 친절하고 책임감이 넘친다. 그래서 그 도를 넘어서 사람들은 간섭으로 여기기도 한다.

나도 되도록 선을 넘어서지 않는 그 거리를 유지하려고 하고 있는 그가 꿈에 나타난것이다. 

잠에서 깨었을때 눈이 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관리실에서 안내방송이 나왔다.

꿈에서 나온 그 경비 할아버지가 어젯밤 돌아가셔서 조의를 표하고 싶은 분은 관리실로 문의해달라는 방송이었다.

조의를 표하려 관리실에 가서 할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사연을 듣게 되었다.

독거노인이었던 할아버지가 늘 부지런했고 일찍 나오셨는데 연락이 안되서 큰일이 난듯 싶어 집으로 가서 이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사람들은 할아버지는 비록 고독하게 혼자 죽었지만 편안하게 잘 죽었다고들 말했다.

그가 사람들에게 보낸 친절은 삶에 대한 동경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그리고 자신이 할아버지의 마지막 인사를 받을 자격이 있나 생각해본다.

할아버지가 눈이 내리는 변산반도에 무사히 가기를 그리고 그곳에서 행복하기를 빌어본다.

 

 

내 차 앞에 대형 세단이 평행주차 되어있었다.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지만 버팀목을 받쳐놓지 않아 혼자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약간의 내리막길이어서 생각보다 무거웠던 차는 빠른속도로 후진을 해버렸다. 이대로 가면 차가 다른 차를 박을 것이다.

비싼 차이기에 보험처리도 안될 것 같아 나보다는 차가 중요했다. 

빠른 속도로 달려가 두 차가 부딪히기 직전 오른쪽 다리만 가까스로 끼워 넣을 수 있었다.

너무 아팠다. 서럽게 엄마만 불렀다. 

엄마에게 딸은 늘 철이 없는 아이같았다. 딸이 집에 들렀다 갈때도 딸이 차를 타고 나갈때까지 베란다에서 배웅을 했다.

딸은 유난을 떤다며 하지 말라고 늘 얘기한다. 혹시라도 보이면 전화를 걸어 야단을 칠 것이다.

그런데 오늘은 배웅을 하지 못했다. 딸이 나가고 막내가 집에 온다기에 오이지를 담그느라 배웅 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랬는데 경비실에서 전화와 딸아이가 다쳐서 엄마만 찾는다고 연락이 온 것이다.

엄마와 딸은 그 상황에서 각자 다른 생각을 한다.

매일같이 배웅을 하다 그날 배웅하지 못한 것을 엄마는 잘 된 일이라 생각하기로 한다.

만약 그 모습을 보았다면 심장마비에 걸려 오히려 엄마가 더 큰일이 났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기로 한다.

하지만 딸은 엄마가 자신을 봐주지 않아서 사고가 난거라고 얘기한다.

 

 

첫번째 이야기에서 힘든순간도 의연하게 대처하며 지내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을 그리는듯하다.

두번째 이야기에서는 나와 상관없는 사람이 나에게 인사를 하고 떠나는 마지막. 

그가 좋게 죽었다고 말하지만 그건 당사자만 아는것 아닐까? 이웃을 둘러보며 살아가야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마지막 이야기에서 딸은 마냥 엄마에게는 어린아이이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말은 그렇게 해도 항상 자신을 봐주기를 바라고 있었던것 같다. 이런 모습에서 엄마와 딸의 사랑을 느껴본다.

 

 

이외에도 여러가지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주변에서 만나게 되는 이야기들. 그 이야기들을 통해 우리는 사랑이라는 것을 배운다.

작가는 주변의 곳곳에서 그런 사랑들을 발견했다. 그리고 주변에 관심을 가지고 살아가자고 말하는 것 같았다.

어쩌면 이 이야기들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우리들의 이야기이다.

생각해보면 충분히 느낄 수 있었는데 그냥 지나쳐버린 일들이 사람들마다 머리속에 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웃간의 사랑도 내가 알지 못하는 사람들의 모습에서도 우리는 인류애를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자극적이지 않고 부유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닌 흔히 만날 수 있는 내 주변의 그런 따뜻한 이야기. 그래서 읽고나면 마음도 따뜻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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