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름다운 정원 - 제7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개정판
심윤경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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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름다운 정원> ​

초판 1쇄 발행 2002년 7월 19일
개정 1판 1쇄 발행 2013년 11월 18일
개정 2판 1쇄 발생 2024년 8월 26일


지은이 심윤경
펴낸이 이상훈
문학팀 최해경 박선우 김다인
마케팅 김한성 조재성 박신영 김효진 김애린 오민정

펴낸곳 (주)한겨레엔 www.hanibook.co.kr

*스포없음*​


📌 들어가며​

직업 특성상 하루 중 초등학생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가장 길다. 우리 어린이들의 기상천외한 행동을 보고 '아이고 저러면 안 되는데 어쩌나.' 싶어서 붙잡아 (짐짓 엄한 표정으로) 이유를 물어보면 생각지 못한 답변이 튀어나온다. 어른의 시선에서는 결코 이해할 수 없지만 어린이의 입장에서는 다 나름의 이유가 있다. 때로는 웃음이 나오기도 하고 때로는 쿵 하고 마음이 내려앉으며 한참을 그 순간에 머물게 하는 이유다. 우리는 분명 언젠가 아이였다. 그런데 그 사실을 잊고 사는 것 같다. 부쩍 이러한 생각이 들던 여름의 끝자락, <나의 아름다운 정원>의 동구를 만나게 되었다.



📌 줄거리 소개
<나의 아름다운 정원>의 시대적 배경은 1977년에서 1981년까지 총 5년이다. 공간적 배경은 동구가 사는 동네인 인왕산 허리 부근, 달동네이다.

등장인물은 동구, 동구의 아버지, 어머니, 할머니(아버지의 어머니), 동구의 여동생 영주, 동구의 3학년 담임선생님인 박영은 선생님, 동구의 동네 이웃들이다. 소설은 동구의 시점에서 펼쳐진다.

소설의 배경이 된 5년 동안 동구 개인에게 인생의 변곡점이 되는 여러 사건들이 일어난다.

먼저 1977년 동구에게 사랑하는 여동생 영주가 태어난다. 영주는 똑똑하고 사랑스러운 존재이다. 영주 때문에 혼이 나도 동구는 영주를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요즘 말로 '동생바보'의 모습을 보인다. 동구는 동생의 귀여운 면모만을 아끼는 것이 아니라, 영주의 마음까지 살피고 보듬어주는 오빠이다.

아버지를 생각하는 마음을 치워버리더라도 나는 아직 초등학교도 들어가지 않은 영주가 어른들의 싸움 때문에 상처받고, 미워하는 마음을 가지지 않기를 바랐다. 누구에게나 웃으며 팔을 벌리고 누구의 볼에나 쪽 하고 뽀뽀를 해주는 내 동생의 천진한 어린 시절에 흠결이 생기지 않기를 바랐다.

305p

1979년 3학년 2학기가 되었을 때 동구는 박영은 선생님을 만나게 된다. 동구는 난독증 때문에 읽고 쓰는 것을 어려워한다. 박영은 선생님은 이런 동구를 나무라는 것이 아니라 동구가 읽고 쓸 수 있도록 방과 후 개별지도를 해주신다. 그 시간은 단순히 공부만 하는 시간이 아니었다. 사실 동구는 가족 구성원 간의 갈등(할머니-엄마, 엄마-아버지, 할머니-아버지)으로 인해 지치고 괴로운 마음을 안고 살아갔다. 심지어 이 문제는 동구 개인의 노력은 해결될 수 없는 더 막막한 문제들이었다. 박영은 선생님은 동구 마음 안에 있는 이런 상처까지 보듬어주시고 동구에게 현명하고 지혜로운 어른이 무엇인지 보여주신다. 그런 선생님을 동구는 의지하고 믿는다. 처음으로 온 마음을 다해 사랑하고 존경하는 어른이 생긴 것이다.

지혜란 이토록 아름답고 향기로운 것이던가. 나는 선생님이 알려주신 말들을 입속에서 되뇌어보았다. (중략) 나는 오랜 세월 벽을 보며 정진했어도 도를 얻지 못하다가, 어느 여름날 대낮에 벼락과 소나기가 세상을 휩쓸고 지나간 후 대추나무 잎끝에 서 돌절구로 떨어지는 물방을 보면서 갑자기 도를 깨달은 스님처럼, 가슴 가득 차오르는 기쁨과 환희에 벅찬 숨을 들이마셨다.

138,139p


그 뒤는 1980년 전후 동구뿐만 아니라 국가 자체에 어떠한 일이 있었는지 생각해 보면 소설을 읽지 않더라도 그 혼란과 어려움을 추측할 수 있을 것이다. 앞부분도 흡입력 있지만 뒷부분은 손을 뗄 수 없을 만큼 속도감 있게 그렇지만 묵직하게 진행된다. 스포방지를 위해 줄거리는 여기까지 적는 것으로!


📌후기​

이 소설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은 생생하고 섬세한 묘사이다. 어린아이인 동구의 시선에 넘치지 않게 상황을 묘사한다. 이러한 생명력 넘치는 표현들이 독자들로 하여금 소설의 매력을 배로 느끼게 한다. 그뿐만 아니라 (아마 성인일) 독자들이 동구의 시선에서 사건을 바라보고 몰입할 수 있도록 한다. 그리고 동구의 순수한 시선과 현실 세계의 잔인함이 대비되면서 독자들에게 오랜 여운을 남긴다.

" 나는 그게 안 쏘는 탱크인 줄 알았어요!"

맞는 답인지 틀린 답인지 알 수 없었지만 어쨌든 주리 삼촌의 악어 이빨 같은 손가락은 내 귀를 풀어주었다. 귀에 감각이 없었다. 주리 삼촌의 두툼한 입술 사이로 폭풍 같은 한숨이 뿜어 나왔다.

"안 쏘는 탱크라니......."

176,177p

이 소설에서 집중해야 할 부분은 소설의 제목이기도 한 '나의 아름다운 정원'이 어떤 의미인가이다.

동구가 사는 달동네에는 이런 동네와 어울리지 않는 삼층집이 있고 그 집의 정원이 바로 동구가 아름다운 정원이라고 여기는 곳이다. 다른 친구들은 이 정원에 별 관심이 없었지만 동구만은 이 집의 대문이 열려있는지를 살피며 정원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행운 같은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살아 있는 나뭇잎들과 한때 살았던 나뭇잎들이 서로 힘을 합쳐 매우 향긋한 공기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이곳을 감도는 바람은 단술처럼 맛있다. (중략) 사람의 입김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삼층집의 정원은 오로지 건강만으로 그 뒤에 어린 세심한 돌봄의 손길을 짐작게 할 뿐이다.

18p

소설 차례에서 알 수 있듯이 동구는 모종의 이유로 아름다운 정원을 떠나며 마지막 작별을 한다. (1981년, 정원을 떠나며)

희부연 겨울 햇살이 안개처럼 정원을 두르고 있었다. 조심스레 정원으로 들어서자 나와 정원을 구별하지 않고 하나처럼 감싸 돌았다. 이곳에 가져다 놓으면 뭐든지 다 아름다워지는 걸까? 잘 살펴보면 삼층집 정원이라고 해서 값비싼 고급 나무들로 가득 차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한 모퉁이에는 흔해 빠진 수수꽃다리도 있고, 전혀 쓸모없이 억세기만 해서 산에서 마구 뽑아버린다는 아까시나무도 한구석을 차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흔한 것이건 귀한 것이건 이곳의 아름다움을 만드는 데에는 다 같이 한몫을 하고 있었다. 삼층집 정원의 아름다움은 추운 날씨나 하늘을 찢는 번개도 끄떡없이 이겨낼 수 있는 강건한 것이지만 시멘트 한 줌, 어느 난폭한 손목의 돌팔매질 한 번이면 곧바로 상처 입을 수 있는 여리디여린 것이기도 했다.

365p

마지막으로 정원에 방문한 동구가 정원에 대해 표현한 구절이다. 소설 초반에 동구에게 흠 없이 완벽하고 신성하게 느껴졌던 정원에도 볼품없고 흔한 존재가 있음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이 부분을 읽으며 동구가 5년 사이 성장한 것이 체감되었다. 인생은 결국 지금처럼 언제나 흑과 백이 함께한다는 사실. 이를 꾸려나가는 것은 자신의 몫임을 동구가 깨달았다는 것이 느껴지는 장면이었다.

나의 곤줄박이야. 그 어느 못된 손목이 던진 돌팔매에 맞아 날개를 다치고 죽을 고비를 넘겼지만 이렇게 살아서 아름다운 정원에 남아 있었구나.

368p

동구가 정원을 찾아오는 많은 새 중 가장 아꼈던 새는 바로 황금빛 깃털을 가진 곤줄박이였다. 동구가 마지막으로 정원을 찾았던 그날, 누군가의 돌팔매질로 죽은 줄만 알았던 곤줄박이가 다시 한번 동구의 눈앞에 나타났다. 이 부분이 아무리 동구가 삶을 살아가며 우여곡절을 겪을지라도 따뜻하고 단단한 심지를 가진 동구는 늘 그 곤줄박이처럼 희망과 선을 잃지 않고 살아가리라는 암시라고 느껴졌다.

📌 마무리하며​
무심코 동구에게 '어른스럽다'라는 표현을 하려다가 아차 싶었다. 소설 속 어른들(특히 아버지, 할머니)은 통상 어른에게 기대하는 지혜로운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동구가 더 깊고 넓고 현명하다. 우리가 만나는 어린이들에게도 각자의 모양으로 생긴 마음이 있겠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를 포함한) 어른이라고 무조건 정답만으로 고르는 것은 아니니까.

울다 웃다 따뜻했다가 따가웠던 이 책을 추천하고 싶은 사람을 꼽자면
- 언젠가 어린이였던 나의 모습을 떠올리고 싶은 사람
- 촘촘하고 밀도 있는 표현으로 흡입력 있는 소설에 관심이 있는 사람
- 성장소설의 정수를 경험하고 싶은 사람이다.

+)

이 책을 읽으며 느꼈던 여러 가지 감정을 글로 표현해 내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마치 마음속의 여러 생각과 감정이 들었지만 실제로 말로 표현하기는 어려웠던 동구처럼.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과 지지를 받으며 개정 2판이 나온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꼭 많은 사람들이 동구의 이야기를 직접 읽어봤으면 하는 바람으로 오늘의 서평을 마무리한다.

중년이 된 동구가 어디선가 강건한 트럭 운전사가 되어 전국을 누비고 있기를.

<본 서평은 출판사에서 책을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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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운명 2 창비세계문학 99
바실리 그로스만 지음, 최선 옮김 / 창비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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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와 유제프 차프스키의 <무너지지 않기 위하여>를 읽으며 전쟁의 참상과 전체주의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러던 중 바실리 세묘노비치 그로스만의 <삶과 운명>이 우리나라에 처음 번역되어 들어왔단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을 통해 앞서 언급한 두 책을 읽으며 했던 고찰을 심화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안고 독서를 시작했다.

📌작가 소개​
<삶과 운명>의 작가 바실리 세묘노비치 그로스만은 우크라이나의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1941년 전쟁이 발발하자 종군기자로 1000일 이상 활동하며 전쟁을 그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보고 느꼈다. 제2차 세계대전 중 유대인인 어머니가 학살로 희생되고, 피난을 간 큰 아들이 폭발로 사망하는 전쟁의 피해자이기도 했다.

바실리 그로스만의 소설은 반스탈린적인 요소를 담고 있었기에 출판까지 여러 어려움이 있었다. <삶과 운명> 역시 1959년에 집필을 마쳤으나 1961년 소설 원고가 압수되었고, 1980년에 스위스에서 처음으로 출간되었다. 이후 1989년이 되어서야 러시아에서 출간되었다. 그는 자신의 소설이 반소비에뜨적이라는 이유로 출간이 거부되자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내 책에 자유를 주십시오. 국가보안위 요원이 아니라, 편집인들과 내 원고에 대해 이야기하고 논쟁하길 바랍니다. 내 일생을 바친 책이 투옥된 지금의 상황에서 나의 육체적 자유는 아무런 진실도, 의미도 없습니다."

📌소설의 배경 및 간단한 줄거리​
이 소설의 시간적 배경은 1942년 9월 하순경부터 1943년 3~4월까지의 6개월(제2차 세계대전 중 독소전쟁 기간 중 스탈린그라드 전투)이다. 공간적 배경은 크게 스딸린그라드 전투(스탈린그라드 전투)가 일어나고 있는 전쟁터, 등장인물들(물리학자 시뜨룸의 가족)이 머무르는 소련의 도시, 소련과 독일의 수용소로 나뉜다.

제 1부, 제 2부, 제 3부 내용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딱 잘라 요약하기는 어렵다. 이 소설은 물리학자 시뜨룸의 가족을 중심으로 연관된 인물들이 전쟁에서 겪게 되는 아픔과 그 속에서도 무너지지 않은 인간에 대한 믿음을 보여준다.

📌 핵심 내용 요약(스포주의)​

1. 물리학자 시뜨룸의 연구​
물리학자인 시뜨룸은 피난을 떠났던 까잔의 연구소에서 역사에 길이 남을 위대한 발견하게 된다. 앞으로 자신의 물리학 인생에는 영광만 있으리라 생각하며 원래의 집이 있는 모스크바로 돌아온다.

"그는 자신이 시뜨룸의 연구에 지나친 의미를 부여했고 그 단점들을 보지 못한 것에 대해 자아비판을 늘어놓았다. 정말이지 놀라 자빠질 일이었다. 시뜨룸의 연구가 자신에게 기도하는 감정을 불러일으킨다고, 자신이 이 연구의 실현을 도울 수 있어서 얼마나 행복한지 모른다고 몇 번이나 말했던 사람 아닌가. "
삶과 운명 3, p228

시뜨룸은 돌아온 모스크바 연구소에서 상관과 갈등을 겪게 된다. 자신의 연구를 함께 심화시킬 학자 란제스만을 고용해달라는 부탁, 자신과 함께 연구를 진행했던 아직 까잔에 있는 안나 나우모브나(유대인)를 모스크바 연구소로 속히 불러달라는 부탁...

결국 시뜨룸은 당성(당원이 자신이 속한 당의 이익을 위하여 거의 무조건 가지는 충실한 마음과 행동)의 희생양이 되어 모두에게 공격당하게 된다. 그는 자신의 생각과 달리 어느 순간 체제에 반하는 불순한 사상을 가진 물리학자가 되어 있었다. 연구소의 모두가 자신을 모른척하고, 무시하고, 멀리한다. 심지어 그의 부인인 류드밀라까지 밖에 나가면 아무도 아는 척을 하지 않았다.

"시뜨룸의 삶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이 자연스러운 동시에 완전히 부자연스러워 보였다. 실제로 시뜨룸의 연구는 정말로 의미 있고 흥미로운데 어떻게 그걸 칭찬하지 않을 수 있을까?(중략)
동시에, 시뜨룸은 스딸린의 전화가 없었다면 연구소에서 아무도 그의 뛰어난 작업들을 칭찬하지 않았을 것이며 란제스만이 제아무리 재능 있는 학자라 해도 일없이 빈둥거렸을 것이라는 점을 이해하고 있었다."
삶과 운명 3, p324

그렇게 괴로움에 속에 살던 어느 날 시뜨룸의 집으로 위대한 스딸린이 직접 전화를 건다. 그의 연구에 관심이 있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 그 뒤로 그의 삶은 180도 바뀌었다. 모두 그의 연구를 칭송하며 그가 연구를 진행하는데 부족함이 없도록 물적, 인적자원을 지원해 준다. 그가 그렇게 원했던 란제스만과 안나도 며칠 만에 연구소에 오게 된다.

"그(시뜨룸)는 위대한 국가의 친절한 숨결을 느꼈고, 그에게는 스스로를 차디찬 암흑 속으로 던져버릴 힘이 없었다...... 오늘 그의 내면에는 힘이 없었다. 공포와는 전혀 다른, 나른한 복종의 감정이 그를 꼼짝 못하게 했다. "
삶과 운명 3, p350

스딸린의 전화 한 통에 모든 게 바뀐 이 상황에 아이러니를 느끼던 시뜨룸은 어느 날 연구소의 상사의 호출을 받고 그의 방으로 간다. 거기서 그는 당을 위해 또 다른 희생양의 처벌 지지하는 서신에 서명을 강요받는다. 물론 총칼에 협박을 당한 것은 아니었다. '제안' 혹은 '부탁'이었다. 그렇지만 그가 여기에 서명을 하지 않는다면? 그는 다시 당을 배반한 이단아가 되는 것이었다. 그는 엄청난 고뇌를 한다. 그렇지만 결국 그 서신에 서명을 한다. 이 에피소드는 바실리 그로스만이 스딸린의 대규모 유대인 박해를 정당화하는 데 이용될 공개서한에 어쩔 수 없이 서명하고 죄책감을 느낀 경험을 반영했다고 보인다.

시뜨룸은 물리학자로 자연과학의 영역에서 정치와는 무관하게 연구돼야 하는 영역이다. 그렇지만 소설 중 시뜨룸은 연구의 진가는 '과학적'이 아닌 '정치적' 시선으로 해석되고 평가된다. 과학에서 그가 어떤 업적을 남겼는지와 상관없이 스딸린 체제에 얼마나 도움이 되고, 그 사상을 공고히 하는데 긍정적 영향을 끼치는지가 판단의 기준이 된다. 이를 통해 한 인간의 삶에 권력이 미치는 장악력을 간접적이나마 경험할 수 있다.

2. 어디에나 존재하는 보이지 않는 눈, 국가

" 그가 가는 모든 곳에 그의 자취가 남았고, 저들은 그의 발뒤꿈치에 바짝 따라붙어 삶의 모든 일을 하나하나 기억해두었다.
동지를 조롱하는 언급, 읽은 책에 대한 한마디, 누군가의 생일날 제안했던 장난스러운 건배사, 삼분쯤 이어진 전화 통화, 집행부로 써보냈던 신랄한 메모, 모든 것이 저 몇오라기 끈이 달린 서류철 속에 수납되어 있었다."

삶과 운명 3, p256

위의 인용문은 어느 날 급작스럽게 반동분자로 몰려 수용소로 가게 된 끄리모프와 심문관의 심문 장면 중 일부이다. 끄리모프는 스딸린그라드 전투 중 병사들의 사기를 북돋아 전쟁에 대한 연설을 했다. 그렇지만 그는 체포되었다. 누구의 밀고인지 알 수도 없다. 왜냐하면 앞서 인용한 구절과 마찬가지로 그의 모든 일거수일투족이 이미 국가의 손에 있기 때문이다. 그가 진실로 독일과 손잡고 반스탈린적인 생각을 했는지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국가가 그를 반스탈린적인 행동한 사람으로 판단했는지가 중요하다.

끄리모프 뿐만 아니라 소설 속의 많은 등장인물들은 일상적인 대화를 하다가도 혹시 자신이 밀고를 당할 만한 발언을 했는지 검열한다. 그리고 밀고한 자를 추측하고 탓한다. 우리는 책 전반의 인물은 바뀌지만 반복되는 상황을 통해 최종적으로는 이런 사회 분위기를 조성한 국가에 책임이 있음을 깨달을 수 있다.

(+ 누군가의 밀고로 인해 수용소에 가게 된 끄리모프도 얼마 전 독일군에 포위되어 마지막까지 싸우다 전사한 6동 1호의 지휘관 그레꼬프를 밀고 했다는 것이 이 상황의 아이러니함을 더 극대화한다.)


3. 전쟁의 비극에 대한 묘사​

이 소설을 읽으며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 중 하나는 전쟁의 참상에 대해 사실적으로 날카롭게 묘사했다는 점이다. 작가의 전쟁에 대한 묘사는 독자로 하여금 전투가 일어나고 있는 상황의 생생함과 긴박함을 피부로 느끼게 만든다.

뿐만 아니라 '전쟁'이라는 큰 숲에서 작은 나무로, 즉 개인 한 명 한 명에게 초점을 옮길 수 있게 한다. 세계사 책에는 세세하게 적혀 있지 않는 개인의 희생과 아픔을 주목하게 하면서 우리로 하여금 전쟁이 한 개인의 생에 미치는 파급력과 파괴력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가슴을 찌르는 동정심, 스스로 혼란을 느낄 만큼 날카로운 동정심이 그를 휩쌌다. 저 마르고 커다란 눈을 한 어린애 같은 얼굴들, 저 시골의 가난한 옷차림이 그에게 갑자기 놀랄 만큼 분명한 사실을 일깨웠다. 아이들, 그저 어린애들 아닌가. 부대에서는 저 어린아이의 면면이, 인간의 면면이 군모 아래, 부동자세 속에, 장화의 삐걱임 속에, 훈련된 말과 동작 속에 감추어져 있지...... "

삶과 운명 2, p284

스딸린그라드 전투에서 군단장의 직책인 노비꼬프가 숙소로 향하는 길에 작은 풀밭에서 잠시 쉬고 있는 젊은 군인들을 보며 한 생각이다. 소설 중 노비꼬프는 현명한 판단력과 자애로움을 가진 사람을 묘사된다. 노비꼬프의 시선을 통해 우리는 전쟁에 참전한 사람에 대한 작가의 통찰을 엿볼 수 있다.

"전쟁의 가장 비밀스러운 비극은 한 인간이 다른 인간을 죽음으로 보낼 권리를 지닌다는 점이다. "
삶과 운명 2, p285

소설에서 전쟁 중 어떤 지도자는 장점이 오직 앞으로 전진하게 만드는 것뿐이라 아까운 목숨을 잃게 한다는 묘사가 있다. 이런 묘사에 더해 전쟁의 가장 비밀스러운 비극을 이야기한 문장은 우리로 하여금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전쟁의 현실을 직면하게 한다.

"입과 눈구멍이 움푹 팬 이 시체들이 얼마 전만 해도 살아서 저마다 이름과 거주지를 가졌고, "예쁜 내사랑, 키스해줘. 몸조심하고, 나 잊지 마"라 말하고, 맥주 한조끼를 꿈꾸고, 시가 한대를 피웠다는 것을 상상하기란 불가능 했다. "
삶과 운명 3, p301


독일인 포로가 스딸린그라드 공세 이후 소련인의 시신을 정리하는 장면이다. 지금은 구덩이 속에 형태를 보존하지 못하고 있는 이 시체들이 전부 따뜻한 숨을 내쉬던 사람임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며 더욱 안타까움을 불러일으킨다. ​

3. 그럼에도 빛을 따라 삶은 흘러간다.​

소설은 인간의 잔인한 면모를 가감 없이 보여준다. 그렇지만 작가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우리 마음속의 마지막으로 갖고 있는 힘. 그 선함에 대한 믿음을 보여준다.

"이날 그의 삶과 운명을 결정한 것은 강력한 국가들의 가차없는 힘이 아니라 하나의 인간, 늙은 여자 흐리스쨔 추냐끄였다. "

삶과 운명 2, p370

포로수용소에 갇혀있다가 기차를 통해 다른 수용소로 이동 중인 세묘노프는 배고픔에 정신을 잃는다. 정신을 잃은 세묘노프를 독일인들은 찻간에서 내리게 하고, 어차피 죽을 것이니 총알 낭비할 것 없다며 그곳에 버려진다. 세묘노프는 가까스로 마을에 가게 되고, 나이 든 노파가 그를 방안으로 들인다. 그리고 따뜻하게 씻기고, 먹이고, 재운다. 자신을 씻겨주는 손길에 세묘노프는 "엄마... 엄마..."라고 말하기도 한다. 정신을 차린 세묘노프가 흐리스쨔 추냐끄에게 자신이 포로라는 것을 밝히지만 개의치 않고 그를 돌본다. 우리는 여기서 여러 어려움과 시험 속에서도 결국 선함을 선택하는 자들의 곧음을 발견할 수 있다.

이외에도 소설에서는 유대인 수용소로 이동하는 중에 만난 남자아이(다비드)를 위해 자신은 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스실로 향하는 소피야 오시뽀브나, 바지선 화물칸에서 아이를 낳은 베라를 위해 누더기로 그녀의 몸을 덮고 아기의 보온을 위해 힘써 준 사람들... 이런 모습을 통해 작가는 우리가 모든 역경과 좌절에도 인간에 대한 믿음으로 삶을 계속해야 함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이 소설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문장을 공유하며 서평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인간의 자유를 향한 본성적 갈망은 근절할 수 없다. 그것을 억누를 수는 있어도 말살할 수는 없다. 전체주의는 폭력을 거부하지 못한다. 폭력을 포기하면 전체주의는 파멸한다. 영원한, 중단 없는, 직접적인 것이든 가면을 쓴 얼굴에서 나오는 것이든 초강도 폭력이 전체주의의 근간이다. 인간은 자발적으로 자유를 포기하지 않는다. 이 결론 속에 우리 시대의 빛, 미래의 빛이 있다.

삶과 운명 1, 323p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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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개츠비 현대지성 클래식 59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이종인 옮김 / 현대지성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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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개츠비'를 떠올리면 2013년에 개봉된 영화 <위대한 개츠비>의 개츠비 역을 맡은 레오나드로 디카프리오가 술 잔을 들어올리는 장면이 제일 먼저 생각난다. (예능 등 여러 콘텐츠에서 많이 쓰이는 짤이라 모두가 알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음으로는 개츠비가 매일 열었던 파티의 화려한 불빛과 색채의 잔상만이 남아있다. 영화의 결말은 기억나지 않지만 <위대한 개츠비>가 20세기를 대표하는, 미국인이 사랑하는 소설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대작이라는 알고 있는터라 망설임 없이 책을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 작가소개​
소설 <위대한 개츠비>의 작가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자기 경험을 녹여냈다는 점에서 인상깊다. 피츠제럴드는 과거 자신이 사랑했던 부유한 집안의 여성(지네브라)과 가난하단 이유로 헤어진 경험이 있다. 그 집안의 별장에 방문했을 때 지네브라의 아버지가 피츠제럴드에게 들릴만큼 큰 소리로 "가난한 소년은 부유한 소녀와 결혼할 생각일랑 말아야 해."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러한 그의 경험은 rich girl, poor boy라는 그의 작품에 핵심 주제로 발전한다. 이후 결혼한 젤다와도 불안정한 장래로 인해 한 번 파혼 당하고, <낙원의 이쪽>을 성공시킨 후에 결혼할 수 있었다고 한다. ​


📌 줄거리(스포X)
이 소설의 시점은 채권 업무를 배우기 위해 미국 동부인 웨스트에그로 이사를 오게 된 닉의 시점으로 전개된다. 닉은 이스트에그에 살고 있는 자신의 팔촌 여동생인 데이지와 그녀의 남편인 톰 부부의 식사 초대를 받는다. 그곳에서 웨스트에그의 유명인사인 '개츠비'에 대해 처음 듣게 된다.

개츠비가 유명인사인 이유는 매일밤 그의 집에서 성대한 파티가 열리기 때문이다. 어마무시한 양의 과일, 뷔페, 정식 오케스트라, 수영장... 파티에 참석하는 사람의 대부분은 초대장 없이 오지만 닉은 정식으로 초대받게 되고 이후 개츠비와의 대화를 통해 그를 알아가게 된다.

1. 개츠비는 자신이 집안의 막대한 부를 물려받았으며 옥스포드 대학을 졸업하고 사업을 하고 있다고 하지만 이 모든 것은 거짓말이다.
2. 개츠비와 데이지가 5년 전에 사랑했던 사이였으며, 그의 형편 때문에 데이지와 이어지지 못했다.

개츠비는 부를 축적한 자신이 여는 파티에 언젠가 데이지가 와주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매일 파티를 열었던 것이었다. 개츠비의 부탁으로 닉은 데이지와 개츠비가 만날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하고, 5년만에 만난 그들은 다시 사랑에 빠지게 되는 듯 싶다. 이후 데이지, 개츠비, 사실은 주유소의 부인과 바람을 피우고 있는 톰은 한 자리에서 만나게 되는데... ​

개츠비의 데이지를 향한 오랜 사랑과 염원은 이루어질 수 있을까?


📢서평(스포주의)​
<위대한 개츠비>에는 여러 등장인물 사이에 눈에 보이지 않는 미묘한 계급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오랫동안 가문대대로 부를 축적하고 누려온 자가 새롭게 부자가 된 신흥 부자 혹은 부자가 아닌 자를 어떻게 바라보는가?' 기득권층이 가지고 있는 '나만이 정답'이라는 오만한 시선은 특히 데이지의 남편인 '톰 뷰캐넌'의 행동과 말을 통해 보여진다. 그 중 한 구절을 공유한다.

"근본도 모르는 작자가 난데없이 나타나 아내에게 구애하는 걸 보고도 가만히 있을 남자가 어디있겠어. 당신은 그렇게 생각할 줄 몰라도 난 절대 아니야. 요즘 사람들은 가정생활과 가족제도를 비웃고 있는데 이러다간 모든 걸 내던지고 흑인과 백인이 결혼하겠다고 설칠지도 몰라."
p177

새롭게 부자가 된 개츠비에 대해 톰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부분이다. 여기서 가장 의아한 것은 그가 데이지를 두고 머틀 윌슨과 바람을 피는 바람둥이라는 사실이다. 가정생활과 가족제도의 근간을 흔들고 있는, 자가당착하는 사람은 본인이면서 개츠비에게 '근본도 모르는 작자'라고 비난하는 모습은 어이없는 실소를 나오게 한다. 이 책의 화자인 닉이 '톰은 바람둥이에서 도덕군자로 완벽하게 변신해 있었다.'라고 서술하는 부분에서는 독자로 하여금 공감을 불러일으켜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가장 인상깊은 부분은 이 소설의 끝부분인 개츠비의 죽음과 장례식이다. 이 부분이 개츠비가 열었던 파티의 화려함, 낭만적인 분위기와 현재의 허무함, 공허함이 대비되어 상황을 더욱 극적으로 느껴지게 한다.

어떤 인간이라도 마지막 순간에는 인간적인 관심을 받을 권리가 있기 마련인데, 아무도 그의 일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p221

오후 3시 직전에 루터교 목사가 플러싱에서 도착했고 나는 혹시 다른 차들이 오지 않나 해서 창밖을 내다보았다. 그건 개츠비의 아버지도 마찬가지였다. (중략) 목사는 손목시계를 여러 번 내려다보았고 나는 그를 한 쪽으로 데려가 30분만 더 기다려 달라고 사정했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아무도 오지 않았으니까.
p234

하루에 수백 명씩 몰려드는 화려한 파티를 열었던 개츠비의 장례식에는 그 사람들 중 한 명도 오지 않았다. 심지어 그가 사랑했던, 인생의 목표로 삼았던 데이지 역시 조전, 조화 하나 없이 남편 톰과 여행을 떠난다. 마지막 장례식에 참여한 건 개츠비가 그렇게 출신을 부정하고 싶었던 가난한 아버지와 닉 그의 하인 등 소수가 전부였다.

운전 미숙으로 인해 머틀 윌슨을 차에 치여 죽게 만든 사람은 데이지, 머틀 윌슨을 죽인 사람을 개츠비라고 조지 윌슨에게 말해 개츠비를 살해당하게 만든 사람은 톰이다. 그렇지만 그 둘은 그들이 가지고 있는 부를 향유하며 계속 삶을 살아간다는 것도 아이러니함을 느끼게 한다. 정작 죽은 사람은 개츠비와 애꿎은 조지 윌슨이라니!

📌 마무리하며​
위대한 개츠비를 영화로 먼저 접한 후 소설로 읽은 사람으로 소설 속에 이렇게 많은 암시와 상징이 들어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소설 뒤 해제를 읽고 나니 이 소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 독자들이 각자 소설을 읽은 후 충분히 내 방식대로 해석해본 뒤 해제를 읽으면 위대한 개츠비를 더욱 깊이 사유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기존에 소설 위대한 개츠비를 읽어봤으나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 많았던 독자, 영화로 먼저 접한 후 소설에 흥미가 생긴 사람, 모더니즘 소설에 관심이 있는 독자가 읽으면 흥미롭게 완독할 수 있을 것이다.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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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할 것도 없고요, 정답도 없습니다 - 불안을 성장으로 바꿔주는 현실 고민 상담소
밑미.슝슝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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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험에 합격해서 직장에만 들어가면 이제 고민의 절반은 해결될 것이다.'라고 믿었던 때가 있었다. 그렇지만 당연히 고민은 끝나지 않고 오히려 복리로 불어나서 더 깊고 넓어졌다. 생각해보면 고등학생 때는 '공부를 잘해서 좋은 대학에 가면 지금의 문제들은 해결되고 행복만 있을 것이다.'라고 믿었었다. 물론 그 믿음은 당연히 잘못되었다. 이 사실을 알면서도 시험을 준비하던 시절에 고등학생 떄와 똑같은 생각을 한 것을 보면 인생은 결국 불안과 걱정이 늘 동반할수 밖에 없음을 깨닫게 된다.

그렇지만 고민은 끝이 없고 괴롭다. 사회초년생인 나는 이 직업이 나에게 맞는것일까? 남들도 이렇게 안맞는다고 생각하는 힘든 직장을 참고 다니는 것일까? 직장에서의 대인 관계는 어떻게 꾸려나가야할까? 직장에서의 나 말고 '원래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 사람이었지? 행복한 인생은 어떤 것일까? 라는 실타래처럼 얽힌 고민을 늘 품고 있었다. 그런 고민을 가진 채로 <급할 것도 없고요, 정답도 없습니다.>라는 책을 만나게 되었다. 책 뒷표지에 "적어도 나만은 내 편이어야 하니까 - 세상의 소음을 줄이고 내 안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방법"이라는 구절이 마음에 들어와 단숨에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은 밑미-내면의 변화를 만들어가는 곳의 고민상담소에 올라온 고민 중 30개와 그 답변을 4가지 카테고리로 나누어 소개한다. 아래의 링크는 밑미의 홈페이지니 관심있는 분들은 들어가시면 이 커뮤니티가 어떤 일을 하는 곳인지 더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https://naver.me/FuzipRSe)

목차는 다음과 같다.
PART 1. 내가 나를 힘들게 해서 고민하는 당신에게 에서는 내가 나를 가장 많이 괴롭히고 미워하는 사람들에게 나와 가까워지는 법, 나에게 너그러워질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PART 2. 혼자 있고 싶지만 혼자이기 싫어 고민하는 당신에게 에서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만나는 다양한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관계를 다루는 현명한 방안에 대해 조언해준다.
PART 3. 세상에 치여 쪼그라들어 고민하는 당신에게 에서는 사회의 풍파로 인해 상처받고 고민받은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해주고 선택에 도움을 준다
PART 4. 나답게 내 속도로 살아가기 위해 고민하는 당신에게 에서는 소란스러운 세상 속에서 내가 누구인지 탐색하고 내 인생의 주인으 꾸려나가는 방법을 알려준다.


"겉으로 보여주는 모습 말고 자기 속의 온갖 비밀을 다 꺼내놔도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이 있을까요? 아무도 없지 않을까요?
(중략)
그래도 견뎌주고 이만큼 살아준 게 고마워서요. 그래서 말로 하고 글로 쓰고 시간을 들이고 돈을 써서 제 자신에게 상을 줘요. 제가 뭘 좋아하는지 잘 아니까요."
p128

우리는 때로 우리 스스로에게 가장 야박할 때가 있다. 다른 사람이 실수하면 그럴수 있지, 다음에 그러지 않으면 되는거야. 라고 이야기하면서 내가 실수에는 가차 없이 비난을 표한다. '어떻게 이럴 수 있지. 한심하다. 한심해. '라고. 그렇지만 우리는 그 수많은 실수에도 불구하고 나의 가장 큰 편이 되어주어야한다. 부족한 점이 있어도, 마음에 들지 않는 점이 있어도 내가 나를 이해해주고 지지해주고 사랑해주어야 한다.

인용한 부분뿐만 아니라 이 책은 내가 나의 편이 되어주는 다양한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준다. 예를 들면 자기신뢰를 쌓아가는 법, 자아존중감을 회복하는 법 등이 있다. 이 모두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내가 나를 사랑하기'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진로, 일, 관계 등 고민의 카테고리는 다르지만 많은 부분들이 내가 나를 사랑하는 것이 고민 해결의 첫 걸음인 경우가 많았다.


"소셜미디어가 이야기하는 성공과 기회는 소피가 원하는 건가요? 소피가 원하는 삶은 어떤 모습인가요? 그 삶에 필요한 건 뭔가요?"
p263(소피: 고민을 남긴 사람의 닉네임)
"세상에는 맨 앞에서 신나게 변화의 파도를 일으키는 사람도 있고 변화의 파도 한가운데서 멋지게 서피보드를 타는 사람도 있고 모래사장 파라솔 아래 누워 '파도 참 좋다' 감탄하며 책으로 시선을 돌리는 사람도 있어요. 자신이 원하는 곳에 있다면 모두 저마다 즐거워요."
p264

<26.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나만의 속도로 가고 싶어요>에 챕터의 답변 중 일부를 꼭 소개하고 싶다. SNS 속 사람들과 나를 비교하는 것은 다른 사람의 하이라이트와 나를 비교하는 것임을 알면서도 우리는 비교를 놓지 못한다. SNS 속 사람들이 해외여행을 떠나고 즐거워하면, 비싼 호캉스를 즐기는 모습을 올리면 나의 현실이 갑자기 초라해보인다. 남들 다 하는 일들을 하지 못하고 사는 시류에 뒤떨어진 사람이된 것 같고 내 삶이 부족해보인다. 이런 불안함을 느끼는 사람에게 책에서는 위와 같은 해답을 준다. 소셜미디어가 보여주는 삶이 내가 추구하는 삶인지를 먼저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외부에서 주입된 기준에 나의 인생을 맞추려고 한 것은 아닌지 경계할 필요가 있다. ​

특히 264쪽의 파도와 관련된 비유가 가장 인상깊었다. 우리 모두는 다 각양각색이라 자신이 행복감을 느끼는 곳, 충만함을 느끼게 하는 것이 모두 다르다. 내가 파도를 일으키며 행복감을 느끼는 사람인지, 파도에 타서 행복감을 느끼는 사람인지, 그 파도를 바라보며 행복감을 느끼는 사람인지는 '나만' 안다. 나에게 더 집중해야함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세상을 살며 만나는 많은 고민들에 대해 해결의 시작을 다정하게 알려준다. 이 책을 읽으면 세상에 이런 고민을 나만 하는 게 아니구나, 라는 작은 안심과 더불어 나를 사랑하고 이해하는 첫걸음을 시작할 수 있게 해준다.
이 책은 '나와 더 친해지고 싶은 사람', '정답 없는 고민 속에 표류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다정한 위로가 될 뿐만 아니라 부정적인 생각의 회로를 끊고 새로 시작할 수 있게 하는 계기가 되어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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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가 사라진 정오 NEON SIGN 8
김동하 지음 / 네오픽션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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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줄거리>
병원에서 3개월 만에 눈을 뜬 정오. 정오는 최근 2~3년 간의 기억을 잃었다. 정오의 엄마 최진희는 정오에게 병원에 입원한 이유는 교통사고 때문이라고 거짓말을 한다. 왜냐하면 정오가 쓰러진 이유는 정오의 자살시도 때문이었다. 그것도 한 번이 아닌 여러번의 자살시도.

정오가 병원에서 의식을 잃었던 3개월 사이. 세상에는 그림자가 사라지고 있었다. '하백'이라는 그림자 상인이 그림자를 가져가는 대신 사람들에게서 슬픔을 지워주고 있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은 자신의 슬픔을 가져가주는 그림자 상인에게 그림자를 팔기 시작했고 결국 세상에 그림자를 가진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기억은 나지 않지만) 함께 공무원 시험 준비를 했던 하연과 월미도에 놀러가게 된다. 월미도에 놀러간 정오는 말로만 듣던 '그림자 상인'을 만나게 된다. 이후 우연히 들어간 소품 상점 달섬에서 로흔을 만나 그림자 상인 하백의 음모를 알게 되는데... 정오는 그림자를 팔았을까? 하백의 계획을 원점으로 되돌릴 수 있을까?


<2. 후기>​

이 책은 제일 먼저 '행복-슬픔-기억'간의 상관관계를 고찰해보게 한다. 소설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토템'은 개인에게 너무나 아픈 상처를 상기시키지만 또 한편으로는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리게 한다. 행복과 슬픔은 흑과 백으로 명확히 나뉘지 않고 스펙트럼 상에 놓인 관계임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우리는 기억하기에 행복을 느끼고, 슬픔을 나눌 수 있음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소설 속 정오는 기억을 잃고 그 기간의 슬픔과 행복을 모두 잃게 된다. 정오는 소설에서 결국 잃었던 그 기억을 찾게 되지만 다시 기억을 잃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 기억도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행복도, 슬픔도 수용한 채로 살아가리라 마음 먹는다.

다음으로 재난 후 남겨진 우리가 해야할 일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등장인물 중 전태진은 산사태 생존자이다. 전태진의 이야기는 현대 사회에서 일어난 여러 재난 이후 우리의 태도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우리는 어떤 눈으로, 마음으로, 태도로 그 사건들을 마주해야할까?

"물론 규모가 큰 참사였으니 수많은 인터뷰를 했죠. 그 때마다 당시의 상황을 절절하게, 그러나 한 치의 거짓 없이 털어놓았습니다. 그런데 결과는 참담했어요. 내가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 내게 돌아올 때는 전혀 내것이 아니었으니까. 누가 왜곡했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결과적으로 2차 가해의 희생자이자 다른 희생자 유족들에게 2차 가해의 빌미를 제공한 순진하고 어리석은 인간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그 친구들의 이야기를 다시 입에 올릴 염치가 없었죠."
129p

자칫 마냥 무겁게 가라앉을 수 있는 주제에 판타지적인 요소를 적절하게 가미하여 독자로 하여금 속도감과 몰입감을 느끼게 하며 책장을 넘기게 한다. 네온사인 시리즈 소개글에 'MZ세대 독자들에게 밀도 높은 서사, 흡입력 있는 세계를 콤팩트하게 선사합니다.'라고 적혀 있는데 <그림자가 사라진 정오>책이 정말 그렇다. ​

책을 수령한 이후 빠르게 2번 읽어봤는데 처음 읽었을 때는 바로 보이지 않았던 복선들을 발견하는 재미를 느꼈다. 다른 독자들도 이 책을 읽으면서 숨겨진 복선이 무엇인지 추측해보고 뒷 이야기를 상상하며 읽는 몰입의 시간을 갖기를 희망한다.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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