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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품은 맛있다 ㅣ 네오픽션 ON시리즈 32
강지영 지음 / 네오픽션 / 2025년 2월
평점 :
스포 없음
📌 들어가며
도서관 이용률 상승에 기여하는 프로 책산책러(대출은 최대로 하지만 다 읽지는... 못한다...). 그래도 사서 분과 인사하는 사이가 되었다. 어김없이 책 대출을 위해 도서관을 방문한 어느 날. 사서 분께서 나를 작은 목소리로 부른 후 조심스럽게 책 추천을 해주셨다. 그 책이 바로 강지영 작가님의<살인자의 쇼핑몰>이었다. 너무 재미있게 읽어서 꼭 누군가에게 추천하고 싶다며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직접 추천해 주셨다. 나 역시도 책을 빌린 그날, 뒷얘기가 궁금해서 잠을 잘 수가 없어서 다음날 출근을 모른척하고 새벽까지 쉬지 않고 읽어 완독했다. 나를 그렇게 설레게 했던 강지영 작가님의 <하품은 맛있다>가 새롭게 나와 바로 읽어봤다.
📌줄거리 소개
주인공 이경은 특수청소를 하는 여자 대학생이다. 이경의 아빠는 이경이 초등학생일 때 주택복권에 한차례 당첨된 이후로 복권에 중독되어 가산을 탕진했다. 그 후 아빠는 복권 살 돈을 충당하기 위해 특수 청소를 했다. 지난가을 뇌경색으로 쓰러지기 전까지 말이었다. 요구르트 배달원이었던 엄마는 간병인 교육을 수료 후 아빠 병실의 다른 침대 환자를 간병한다. 돈을 벌어야 하는 사람은 바로 딸인 이경이었다. 이경은 이미 밑바닥까지 왔다고 느껴지는 이 삶을 유지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특수청소를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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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고 커피숍이나 편의점 같은 편한 아르바이트가 싫을 리 없었다. 하지만 간신히 150센티미터가 넘는 키에 작은 눈, 큰 코, 작은 입, 큰 하관의 불균형한 얼굴은 사장 면접이라는 형식적인 문턱에서조차 나를 번번이 좌절시켰다. 졸업을 한 학기 남겨둔 지금, 학자금 대출은 이미 삼천을 넘어섰다. 돈을 마련하지 않으면 졸업과 동시에 신용불량자가 될 터였다.
8쪽
이경은 남 사장, 아빠의 동료였던 곽 아저씨, 임 대리와 함께 어느 여자가 사망했던 원룸을 청소하러 가게 된다. 청소를 하던 중 남 사장은 침대 아래의 수십 개의 스노볼을 발견한다. 이경은 모두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마음에 들어온 호수 앞 오두막집 지붕 위에 목도리 하나로 서로의 목을 엮은 두 소녀가 자고 있는 스노볼 하나를 집으로 가지고 온다.
고된 청소로 지친 몸을 이끌고 잠에 든 이경은 꿈에서 미모의 또래 여성 '다운'으로 살아간다. 넓은 방, 값비싼 옷과 가방, 여유로운 삶... 이경의 삶과는 그 어떤 공통점도 없어 보였다. 그렇게 몇 번 다운으로 살아가는 꿈을 꾸는 이경. 이경은 사무실에 있는 주민등록증을 통해 자신이 청소했던 집에서 죽은 여자의 이름이 '단아름다운'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사무실을 나와 남 사장과 마주친 이경은 사무실에 들어가지 않았다고 거짓말을 한다. 마주친 김에 식사를 하자는 남 사장과 닭도리탕을 먹으며 '단아름다운'의 원룸 청소가 임 대리가 받아온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식사 후 택시를 탄 남 사장을 확인하고 다시 사무실에 돌아와 자료들을 살펴보던 그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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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결정적인 단서가 없을까 고민하는데, 문밖에서 도어록 누르는 소리가 들렸다. 재빨리 발소리를 죽이고 탕비실로 들어가 몸을 웅크렸다. (중략)
남 사장도 나처럼 뭔가 수상한 냄새를 맡은 모양이었다. 그가 팔짱을 끼고 책상에 기대 잠시 뭔가에 골몰했다. 그리곤 저벅저벅 탕비실 쪽으로 다가왔다.
"이경아, 너 가방 떨어뜨렸어."
비밀 많은 사람들의 꼬리 잡기가 시작되었다.
66쪽
이경, 다운, 임 대리, 남 사장은 과연 어떤 사연으로 얽히게 된 것일까?
📌후기
<하품은 맛있다>를 읽는 내내 혹시? 하고 예측했던 부분이 다 빗나갔다. 특히 결말이 제일 파격적이었는데, 예측했던 방향과 방법을 모두 벗어나서 내적 고함을 질렀다. 재미있게 읽어서 강지영 작가님의 다른 소설들처럼 드라마 혹은 영화로 만들어지면 재미있겠다고 생각했다. 전개도 빠르고 캐릭터들도 개성 넘치고.. OTT 상위권 가능합니다!
이야기는 꿈을 통해 타인의 삶을 살고 관찰하는 것을 넘어서 서로를 통제할 수 있게 된 이경과 다운이 이 인연이 어떻게 흘러가는지가 큰 줄기이다. 그 속에서 학벌, 미모, 재력 등 자신이 원하는 것을 갖지 못한 이경과 겉보기에는 이 모든 것을 충족했으나 사실 삶은 허허벌판인 다운이 대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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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나와 가을, 임 대리 그리고 다운과 유나, 우리 넷은 퍽 닮은 사람들이었다. 뒤늦게 깨닫고, 뒤늦게 반성하는 열등반 어른들. 포장은 다르지만 뜯어보면 맛이 같은 문구점 백 원짜리 초콜릿 같은 우리들이었다.
156쪽
더 마음이 쓰인 캐릭터는 아무래도 이경이다. 주어진 상황에 막막함을 느끼는 모습도, 자신감 없는 모습도 나를 닮았기 때문일까? 그렇지만 이경이 결국 자신의 삶에 애착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가장 뭉클했다. (스포가 될까 자세히 말은 못 한다.😂) 그래서 이경이는 앞으로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소중히 여기며 더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소설 중간부터 등장하여 전개에 큰 역할을 하는 이경의 친구, '유나' 캐릭터도 인상 깊었다. 유나는 5학년 때 이경과 짝이었고, 다운을 만나기 전까지 이경이 가장 예쁘다고 생각했던, 지금은 내림굿을 받은 무당이다. 이경의 조력자이고, 소설 전체에서는 스토리 전개에 힘을 주는 등장인물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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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신을 속이는 건 위험한 일이야. 그래서 운명을 바꾼 사람끼리는 절대 만나선 안 돼. 도플갱어처럼 둘이 만나는 순간 사신의 눈에 덮어놓은 베일이 벗겨지거든."
88쪽
'왜 책 제목이 '하품은 맛있다'일까?' 궁금했는데 책을 다 읽고 나니 여러 의미가 담겨 있다고 느껴졌다. 이경과 다운의 매개가 되어준 잠, 꿈. 그리고 각기 다른 상황에서 지치고 벗어날 수 없는 삶에서 잠시라도 달콤한 휴식을 취하고 싶었던 이경, 다운의 마음이 반영된 제목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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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경쟁하듯 하품을 나누며 깨어날 기약 없는 잠에 서서히 빠져들었다. 영원한 잠이 시작되었다.
📌 마무리하며
오래간만에 결말까지 만족스러운 재미있는 소설을 읽었다. 한 끼를 후회 없는 맛있는 음식으로 먹어서 오는 만족감과 같은 느낌이랄까? 강지영 작가님의 다른 책도 읽어보고 싶어졌다. 그리고 이번 기회에 '네오픽션'시리즈를 처음 알게 되어서 강지영 작가님 소설을 필두로 다른 책들도 읽을 예정이다.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