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랑기 -상 한림신서 일본현대문학대표작선 21
하야시 후미코 지음, 최연 옮김 / 소화 / 2001년 6월
평점 :
품절


 하야시 후미코는 이전에 '작가의 마감'이라는 책에서 그의 글을 읽고 인상적이어서 기억해두었던 작가다. 1900년대 초중반에 여성 작가가 이처럼 솔직하고 담담하게 이야기를 풀어간다는 것에, 그의 대표작도 궁금해진 것이다.


 방랑기는 가난에 쩔은 여자가 정처 없이 일본 땅을 방랑하며 적은 기록이다. 가난을 처절하게 견뎌내는 묘사에, 안쓰러움이 먼저 느껴진다. 방랑기(상)의 백미는, 글의 가장 마지막 부분이다. 본 저작에 대해 자신의 소회를 풀어내는데, 참으로 솔직하게 썼다는 생각에 전율이 느껴졌다. 사실, 앞부분은 그다지 매끄럽게 읽히지는 않는다. 아마 번역 상의 어려움 때문인 것 같고, 다만 시의 수준은 참으로 높은 것 같다. 시란 자고로 오글거리지 않아야 하는 것 같다. 서울 지하철 투명분에 붙어 있는 시를 보고 있노라면...


 다자이는 글을 썼고, 가난함 때문에 여기 저기 돈을 빌리려 다녔다. 하야시는 돈을 벌고 나서는, 주변 사람들에게 더 돈을 빌려주고 먹여살리기 위해 글을 더 열심히 썼다. 두 사람 다 명대로 살진 못했지만, 한 사람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다른 한 사람은 글쓰기와 생활의 과로로 인해 과로사했다. 거의 동시대를 살아갔음에도 둘의 삶은 참 대조적이다. 자전적 이야기를 잘 써낸다는 공통점 외에.


 그 시대에 60만부나 팔렸단다. 대단한 인기였을 것이다. 요즘으로 치면 유명 배우에 버금가는 인기가 아니었을까. 그만큼 그 시대 사람들의 애환을 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간당간당한 삶에의 의지를 보여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불연속 살인사건 동서 미스터리 북스 113
사카구치 안고 지음, 유정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1월
평점 :
품절


 사카구치 안고라는 사람이 궁금해서 찾다가, 첫 번째로 읽게 된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추리소설에 그다지 흥미가 없는 나로서는 웬만하면 고르지 않았을 책. 그럼에도, 그가 어떤 얘기를 할 지가 궁금했다.


 다자이 오사무의 유서에 대해 누구보다도 정확한 해석을 한 것으로 보이는 사카구치 안고. 다자이 생전에 친한 친구이기도 했지만, 명쾌하고 직설적으로 다자이의 머릿 속을 들여다본 결과를 얘기했던 작가다.

 

 불연속 살인사건의 소설 자체는 이름 구별하느라 소설 마지막까지도, 맨 앞페이지의 인물 소개란을 들춰가며 읽었다. 이전에 읽었던 에도가와 란포의 인간 의자 같은 소설이 훨씬 재미나고 기발했던 기억이 난다.


 그럼에도, 중간 중간, 특히 초반부에 인물 소개에 등장하는 그의 표현들은 그가 사람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 같다. 관찰력이 뛰어나고 면밀한 사람이다. 다자이 유서 해석 건에서 증명했듯.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작가의 마감 - 일본 유명 작가들의 마감분투기 작가 시리즈 1
다자이 오사무 외 지음, 안은미 옮김 / 정은문고 / 2021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즘에 보기 드문, 좋은 책이다. 고만고만한 책들이 쏟아지고, 책을 이용해 장사를 하려는 사람들이 넘치는 분위기 속에 이런 참신한 책이 나왔다니 참 반갑다.

여러 일본 근대 작가들이 나왔지만, 분명 엮은이는 다자이 오사무의 광팬일 것이다. 맨 첫 자리를 차지하게 해주었을 뿐 아니라, 두 번 이상 나오는 작가 중 아마도 유일하게 사진을 두 곳에 다 넣은 게 다자이 뿐이다. 다자이를 좋아하는 사람 답게 엮은 글들, 이 책의 컨셉에 대한 발상, 감성이 묻어난다.

일본 근대 작가를 좋아하는 큰 이유 중 하나는 그들의 솔짇함 때문이다. 사소설이라는 장르가 유행이었던 것도 관련이 있을 것이다. 마감을 앞둔 작가들의 분투기를 작가 스스로 표현한 것을 읽는 재미란.

그 시대가 그립다. 그들 하나 하나는 각자의 독창적인 생각을 가지고 살아갔으면서도, '동료', '친구'와 이어져 있었다는 점에서 그립다. 아무래도 현대 사회에서 그런 유대 관계를 그리는 것은 허황된 일일지도 모르겠다.

당시의 잡지, 편집자, 작가를, 요즘 의과학계의 journal, editor, author에 빗대어 생각해 본다. 결국 글을 읽고 쓰고 주문하고 투고하는 것은 그 때나 지금이나 같구나. 그런데 사람의 정취는 어째 사라진 것 같아 아쉽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만의 한국사 백두문화재연구원 인문교양 2
조경철 지음 / 백두문화재연구원출판부 / 2020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만의 한국사. 뭔가 사연이 있을 것 같은 당당한 제목에 책을 펴보았고, 읽게 되었다. 속표지에 보이는 뭔가 범상치 않은 작가의 웃음 가득한 얼굴.


작가는 행복한 사람이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실컷 하면서 살고 있는 것 같다. 국사 오타쿠다.


작가는 훌륭한 교수이다. 교수는 새로운 지식을 창조해내는 사람이라는 의미에 충실한 사람이다. 정지된 채로 고여있을 것만 같은 역사를 끄집어 내어 정리하고 밝혀내고 만들어낸다. 기존 선배의 이론에 정면으로 도전할 수 있어야 진정한 학자이다. 작가는 훌륭한 교수이다.


다만, 글이 일목요연하지 못해 읽는 데에 피로감이 있었던 점, 자신의 생각을 약간은 뇌내망상처럼 뻗으려고 했다는 점이 아쉽다. 그래도 '나만의' 한국사니까. 뭐라고 못한다.


하나 더, 표지디자인과 표지 글씨체 역시 작가처럼 개성이 담겨 있어 보기가 좋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자이 오사무 자서전 - 자전적 소설로 엮은 인문의 숲 나무 2
다자이 오사무 지음, 다나카 히데미쓰 엮음, 박현석 옮김 / 현인 / 2013년 7월
평점 :
품절


다시 다자이에 관한 책을 들었다. 그 드넓은 도서관에서 이 책 저 책을 기웃거려봐도 원체 읽을 마음이 들지 않았기에, 다시 그의 책을 집은 것이다.


엮은 사람은 다나카라는 자로 다자이의 후배 정도 되는 것 같다. 다자이 서한집에도 편지가 몇 편 등장한다.


읽다가 신물이 나기도 했다. 정말 자존심도 자긍심도 없이 스미마셍만 외치는 사람의 혼잣말 같은 느낌이라고나 할까. 그의 작품 중에 자서전에 가까운 글들을 모아 놓은 것이다보니 더 그랬던 것 같다. 작품마다 비슷한 어조. 안타까움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의 모든 작품이 그의 자서전을 것이다. 다나카가 말한 것처럼. 다자이 오사무는 자기 이야기를 쓰는 작가였으니까. 꽤나 철저히 그랬던 것 같다. 어찌 보면 다자이 오사무라는 인간을 상품화하는 데에 성공한 것이다. 어떤 하나의 뚜렷한 표상이 되었고, 만인이 그의 본 마음과 행적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되었다. 사람은 누구나 알게 모르게 자기 자신을 알리고 싶은 법인데, 철저히 자기 얘기를 써서 가장 성공적으로 알린 사람이 바로 다자이 오사무가 아닐까.


이 책에서는 다자이 오사무의 글보다는 후배 다나카의 주석이 더 열심히 읽힌다. 그는 어떤 열렬한 팬이었을까. 그에게 몇년 선배의 존재는 어떠한 것이었을까. 오죽하면 책을 엮어 내고 비슷한 사진을 남긴 뒤 다자이 무덤에서 자살을 했을까.


이게 다자이 오사무가 남긴 족적이다. 그의 영향력은 후대에 걸쳐 계속되고 있으며, 현 세대에도 큰 위안을 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