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해 국내에 출간된 작품 전부를 구매해 모시고 있는 쿠이 료코의 작품들. 츠루타 켄지와 함께 국내에 출간된 전 작품을 모두 가지고 있는 작가다. 이 쪽은 그나마 출간이 빠르게 잘되고 있는 케이스. 던전 밥의 인기때문인지도.


츠루타 켄지와의 공통점이라면 판타지, SF를 넘나들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작품들 대부분에 판타지나 SF가 가미되어 있다.(전부려나?) 픽시브에 작품을 올리기 시작해 정식 작가로 데뷔한 작가인데,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던전밥 외에는 모두 단편집이다. 초단편 모음집까지 있을 정도. 또한 그림체는 완전히 다르지만 작품에 흐르는 여유로움, 따뜻함, 포근한 시선이 느껴지는 것도 서로 닮았다.


아무래도 내 취향이 이런 스타일인 것 같다. 스펙터클한 모험, 끊이지 않는 음모와 복수도 물론 재밌지만 던전에서 여유롭게 밥을 해 먹으며 동생을 구하러 가거나, 시험에 떨어져도 신을 키워내거나,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용과 공존하는 법을 연구하거나, 인간보다 너무 뛰어나서 분하지만 켄타우로스와 같이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것을 보는 게 더 재밌다.


단편으로 시작해서인지 몰라도 생각보다 괜찮은 단편들이 많다. 던전 밥이 재미있었다면 출간된 다른 작품들을 봐도 괜찮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용의 귀여운 일곱 아이'를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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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루타 켄지.. 참 애증이 교차하는 작가다. 그나마 위안을 얻을 수 있는 점이라면 작가의 작품 대부분이 국내에 소개되어 있다는 것이다. 세미콜론이 츠루타 켄지 작품 중 고전이라고 할 수 있는 스피릿 오브 원더를 새롭게 재출간한 것을 시작으로, 길찾기에서 폼 프리즈니에르까지 출간이 되었다. (속 방랑의 에마논은 대체 언제 출간되는 것일까.) 이미 스피릿 오브 원더부터 기다리는 것에 적응이 되었을 지경이다. 출간 예고 이후 실제 출간까지 한참 걸렸으니까. 


작가가 스토리를 짜는 데 더 시간이 걸리는 편이라고 했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실제로 원작자가 있는 에마논 시리즈의 경우 생각보다 출간 텀이 짧았다. 2004년에 출간되어 아직까지도 소식이 없는 포겟미낫에 비하면 아주 양반이다.(그나마 1권으로 끝나도 괜찮다 싶을 결말이라서 현재는 2권에 대한 욕심이 없다...)


이 작가의 매력은 뭐라해도 부드러우면서도 세밀한 그 화풍. 특히 본인이 스토리까지 담당한 작품의 경우 전반에 흐르는 여유로운 분위기때문인지 그 매력이 더욱 살아난다. 디지털 작업 없이 손으로 직접 그린다고 하니 그런 여유가 없으면 힘들지도 모르겠다. 장르문학 팬으로서 스피릿 오브 원더는 정말 좋아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유사과학과 작가의 포근한 시선이 만나 잔잔한 재미를 얻을 수 있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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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 온 더 트레인
폴라 호킨스 지음, 이영아 옮김 / 북폴리오 / 2015년 8월
평점 :
절판


(본 리뷰에는 약간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먼저 제목에 대해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 굳이 영어 발음 그대로를 쓸 이유가 대체 무엇이었을까. "열차를 탄 여인" 이나 "열차의 목격자"(둘 다 100퍼센트 만족할 수 있는 제목은 아니다.) 같은 제목으로도 얼마든지 번역할 수 있지 않나? 고유명사도 아니고 그냥 열차에 탄 사람을 뜻하는 영어 단어를 그대로 제목에 쓴 이유를 좀 알고 싶다. 책 제목을 볼 때마다 불만스런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요즘 외화도 이런 식으로 한국 개봉판 제목을 따는 경우가 많던데, 사실 좀 무성의해보이기까지 한다. 뭐, 한국어판 제목에 대해선 여기까지만 이야기하고...


영화로도 제작되었다는데 실망스럽다는 평가가 현지에서 도나 보다. 그래도 원작 소설 자체는 미스터리와 스릴러가 잘 버무려 있다. 주인공인 레이첼은 남편의 불륜으로 이혼당하고 알코올 의존증까지 앓았고, 지금까지도 술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친구에게 도움을 받으며 어렵게 살 곳을 구했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고, 눈치가 보인다. 직업도 없지만 직장에 나가는 척하며 늘 런던 행 열차를 타는 레이첼. 그녀에게 유일한 행복이란 런던으로 가는 열차를 타면서 지나치는 행복한 커플을 보며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뿐이다. 그러나 어느 날 갑자기 행복해보였던 커플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 같다는 예감과 함께 레이첼은 그들의 집에 가보기로 하는데...


주인공은 레이첼이지만 실제로 이야기는 세 여성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이야기의 주인공 레이첼, 유모로 취직한 메건(그리고 메건은 레이첼이 매일 보는 그 커플 중 한명), 그리고 레이첼의 남편이었던, 톰의 불륜 상대이자, 현재는 부인이 된 애나. 세 캐릭터의 시점을 오고 가면서 조금씩 한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는 형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특히 알코올 의존증인 레이첼 때문에 진상이 베일에 싸여 있고, 이는 이 소설의 미스테리 요소를 더 강화시킨다. 후반부에 가면서 레이첼은 스스로를 극복하게 되지만 중반이 조금 넘어서까지도 레이첼 자신조차 자신의 기억을 믿지 못하면서 이야기가 뒤얽히는 것이 이 소설의 묘한 재미다. 주인공의 능력이 뛰어나서 재밌는 이야기가 있고, 그 반대라서 재밌는 경우가 있는데, 분명히 이 작품은 후자다. 


단순한 미스터리 소설이라고 할 수가 없는 것이 이 소설의 바탕은 복잡한 가정사에서 오기 때문이다. 혼인 관계에서의 부부, 가정내에서의 부부의 권력 차이, 권태, 쇼윈도 부부(물론 그래봤자 레이첼 기준이긴 하다.), 가정 폭력, 불륜, 여성의 삶 등이 소설내의 주요 사건과 복잡하게 얽혀 있다. 특히 레이첼은 가정 폭력의 피해자이기도 하고, 애나 역시 언제라도 그 피해자가 될 수 있는 상태다. 레이첼에게 행복해 보였던 메건조차 결혼생활에 대한 권태와 남편과의 관계, 자유, 자신의 고통스런 과거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던 여성이었다. 불행했던 결혼 생활을 겪고 그 후유증에 여전히 시달리는 레이첼은 열차에서 결국 자신의 다른 모습을 보았던 걸지도 모르겠다.


부부의 일은 부부 밖에 모른다는 말이 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그 말이 안 떠오를 수가 없다. 레이첼도 한 때는 행복해 보이는 아내였고, 메건도, 애나도 그랬다. 하지만 책을 읽다보면 그게 꼭 그런 것만은 아니었고.이를 통해 결혼이, 가정이, 남편이 여성들에게 어떤 것인지, 어떤 의미가 되어야 하는지 생각해보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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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여 마땅한 사람들
피터 스완슨 지음, 노진선 옮김 / 푸른숲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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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리뷰에는 일부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죽여 마땅한 사람들이라는 제목을 보고 복수극이 아닐까 하는 마음으로 책장을 펼쳤는데, 예상을 빗나가게 하는 탄탄한 이야기에서 오는 몰입감이 굉장하다. 개인적으로 최근에 읽었던(리뷰를 미루다 결국 나중에 읽은 책을 먼저 쓰게 되버렸다.) 걸 온 더 트레인과 비교해서 더 재밌게 읽었다. 특히 영화 "나를 찾아줘"의 성공 이후로 해당 영화의 원작이 소개되는 것도 그렇고 다양한 유형의 여성 캐릭터들이 나오는 외국 소설들이 한국에도 많이 소개되고 있는 것 같아 그런 흐름을 보고 있는 것도 꽤 재미있다. 사실 책을 고르고 나서까지 난 사회파 복수극을 예상하고 있었다. 제목부터가 왠지 그런 느낌이 들게 하니까.


이야기는 테드라는 남성이 릴리라는 여성 캐릭터를 공항에서 만나는 것으로 시작된다. 자신의 비밀을 하나씩 밝혀보자는 릴리의 제안에 테드는 아내의 불륜과 살인충동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릴리는 그를 도와주겠다고 나선다. 동시에 테드는 릴리에게 끌리는 자신을 발견하고 자신의 아내를 꼭 죽이겠다고 마음먹게 된다. 첫 도입부는 영화팬들이라면 익숙할 수 있을 것 같다. 작가가 히치콕이 감독한 열차안의 낯선자들을 변주한 것이라고 하니까. 해당 영화를 보지 못해서 어느 정도 비슷한지는 잘 모르겠다. 


처음에는 테드와 릴리의 아내와 그 불륜남을 죽이겠다는 살해 모의가 착실하게 진행되어 갈지 궁금해서 페이지를 넘기게 되지만, 국면이 전환되면서 이야기가 생각보다 더 복잡하고 흥미롭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생각지도 못한 스토리 진행에 놀라게 되기도 하고. 단순한 범죄 소설이 아니라는 점에서 일단 점수를 준다. 이야기의 호흡 또한 굉장히 빠르고 캐릭터들(특히 릴리)이 치밀하기도 해서 이야기는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빠르게 흘러간다. 덕분에 책 두께에도 불구하고 이야기가 특별히 길게 느껴지지 않는다. 여기서도 점수 추가.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릴리라는 캐릭터이다. 물론 현실에 이런 사람이 있다면 끔찍하게 무섭고 잔인한 사람이겠지만 이 책에선 적어도 어느정도 설득력을 갖고 움직이며 독자의 마음을 뒤흔들어 놓는다. 특히 인간적이긴 한데.. 어딘가 결여되어있다는 것이 이야기가 흘러가면서 드러나기도 한다. 이런 배경 또한 이 릴리라는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만들어준다. 특히 살인에 대한 자신의 시각과, 살인에 대한 정당성을 테드에게 망설이지 않고 이야기하는 장면이 이 캐릭터를 제대로 설명해준다고 할 수 있겠다. 릴리가 워낙 대단한 사람이라서 그런 건지 릴리를 제외한 다른 캐릭터들은 사실 릴리가 얼마나 치밀한 사람인지를 보여주는 예시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덕분에 릴리라는 캐릭터를 들여다 볼 수 있게 되니 독자 입장에서는 이득일지도. 


"죽여 마땅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대한 의문은 실제로 오래전 부터 있어 온 것 같다. 이 책의 주인공 릴리는 사람들의 그런 욕망을 자극하는 캐릭터가 아닐까, 저 사람을 죽이면 세상이 아름다워질 것 같아, 좀 더 나은 세상이 될 것 같아 같은 생각에서 오는 상상이나 욕망말이다. 릴리의 시원시원함에 감탄하다가도 씁쓸한 뒷맛을 느끼게 되는 것은 아무래도 이런 이유일지도. 대부분의 사람들을 상상조차 안 하거나 상상만하고 끝나지만. 제목에 비해 작중에 등장하는 살인은 조금 통속적인 것이지만 사람은 통속적인 이유로 얼마든지 온갖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오히려 이 책은 그런 사소하지만 사소하지 않은 인간의 욕망에 대해 얘기하는 책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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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계좌 - 돈에 관한 다섯 가지 착각
이지영 지음 / 살림Biz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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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재테크하고 거리가 먼 삶을 살고 있기 때문에... 관심이 생겨서 집어들었다가도 그냥 내려놓게 된다. 도서관에 갈 때나 가끔 찾아보는 수준 정도? 애초에 저축보다 소비가 미덕이라는 신조를 가지고 살아와서 그런 걸지도.. 나에게 쉽게 다가오는 재테크 책을 접하기도 어려웠고 말이다. 그렇게 되서 알게 된 책이 이 책이다. 사실 여러 공식이나 구체적인 재테크 방법을 이야기해주는 책들도 많고, 안 그런 재테크 책들도 많지만 개인적으로는 후자에 가까운 취향이다. 내 취향에 딱 맞는 책이었다.


심리 계좌라는 제목답게 심리적인 측면에서 돈을 모으는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책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심리계좌라는 말은 행동경제학 쪽에서 다루는 개념이라는데 경제활동에 있어서 인간의 심리가 생각보다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한다고 주장한다. 이 부분을 알고 읽으면 읽기 더 편할 것 같다. 모른다고 해도 가볍게 읽기 좋은 편이고 구체적인 재테크 방법을 알게 되는 책이라기 보다 소비나 저축에 관한 정신상태(?)를 돌아보게 한다는 점에서 이 책의 존재 의의가 있는 것 같다. 


크게 1부와 2부 구성으로 되어 있고, 1부에선 돈에 대한 착각이나, 경제 생활에 있어서 인간의 심리가 끼치는 영향등을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고, 2부에선 돈 모으는 방법에 대해서 설명해주는 구성이다. 1부부터 차근차근 내 소득수준을 제대로 보는 법부터 시작해서 버거운 저축이나 소비에 집중하다 놓치는 부분들, 요즘 세상에 중요한 부채를 바라보는 시각들이 소개된다. 2부보다 1부를 좀 더 집중해서 읽게 됐는데, 개인적으로 돈을 쓰기 위해선 돈을 알아야 된다고 생각하는 쪽이라서 돈버는 방법보다 이런 지식들이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데 좀 더 도움이 될 거라고 믿는다. 2부의 돈 모으는 방법들은 사실 누구나 부자가 될 수 있다고 광고하는 재테크 책들에 비해서 평이하고 소소한 수준처럼 보이는 지경이다. 그러나 가끔씩 비현실적으로 들리기까지 하는 재테크 성공담이나 재테크 방법에 집중하는 것보다 좀 더 현실적인 시각으로 돈 모으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그동안 너무 믿기 어려운 재테크 책만 어쩌다 읽어서 그랬는지 몰라도 이 책이 나에겐 좀 더 와닿을 수 밖에 없었는데, 평소에 놓치고 있었던 부분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특히 1부!) 게다가 어렵게 느껴지거나 대체 몇 프로나 저 방법으로 성공하는지 궁금한 방법들보다 돈 버는 직장인이라면 한 번쯤 시도해도 괜찮겠다 싶은 방법들을 이야기해주고 있다. 재테크 책을 한 번도 읽어본 적이 없다면 읽어봐도 괜찮을 기본서 정도 되겠다. 좀 더 복잡하고 큰 돈을 만지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은 너무나도 평이하고 입 바른 소리만 하는 책으로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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