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이면 충분해
로라 스콧 지음, 이문영 옮김 / 빅북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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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예전부터 이런 책을 읽고 싶었다. 자녀를 원하지 않는 사람들의 존재는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된 나라에서 충분히 찾아볼 수 있는 사례라고 늘 생각했다.

사실 비슷한 현상을 놓고 연구한 책들은 읽어보았으나 그저 애를 안 낳는 여자를 공격하는 등 시대를 읽지 못한 시선으로 풀이해서 독자로서 불쾌함을 느꼈던 책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둘이면 충분해(Two is Enough)' 이 책만큼은 현 시대를 읽고 있으며 비교적 이런 사회현상에 관해 객관적으로 기술했고, 잘 정의해 놓았다.

 

의도적으로 자녀를 낳지 않는 부부들을 이기적이며 아이를 싫어한다고 단정 짓는 것은 오류다. 그들은 단순히 아이를 싫어하는 사람이거나 인생의 어려움을 겪고 싶지 않은 미성숙한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그들은 자신들이 부모가 되고 싶은지, 아이를 가짐으로써 인생에 포기해야 할 것들에 대해 정말 진지하게 고려한 뒤에 인생의 결정을 내렸고 자신의 신념대로 살고 있는 것뿐이다.


무자녀로 살기로 결심한 사람들은 자신이 좋은 부모가 될 수 없다거나 부모가 되는 일을 원치 않아서 현명한 결정을 내린 이들이다. 자유롭게 사는 삶이 이기적인 것이 절대 아니다. 자신의 삶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것이야말로 정말 이기적이다.

 

책의 저자는 북미 대륙 사람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하고 책을 썼지만, 의도적 무자녀 현상은 먹고 한국을 포함한 선진국 나라에서 발생하는 공통적인 현상일 것이라고 확신한다. 부정적인 시선을 벗어놓고 보면 어쩌면 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것이 선택 사항이 된 것만으로도 놀라운 일이다. 몇 십년만 거슬러 올라가도 무자녀에 관한 시선은 훨씬 더 곱지 않았으며 특히 여성들 입장에선 선택할 권리조차도 없었다. 아니 그런 개념조차 존재하지 않았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아이를 낳는 일은 인생을 완성시키는 일이 아닐 수도 있다. 부모 역할이 모든 사람에게 맞는 것이 아니다. 일부 사람들은 모성애, 부성애가 부족하거나 부모가 되고 싶어 하지 않는데 그렇다고 이것을 비정상으로 볼 수 없다. 누구나 선택의 자유가 있다. 그리고 누구에게나 자신의 선택을 상대방에게 강요할 권리는 없다.


 저자는 무자녀인 사람들이 옳다고 쓰기 위해 쓴 책이 절대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과 다른 가치관을 갖고 있는 현 시대의 일부 분류의 사람들에 대한 이해와 객관적인 보고서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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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인생은 결혼으로 완성된다
남인숙 지음 / 시작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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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인생은 결혼으로 완성된다.

 남인숙 작가님의 한국 결혼생활백서

 결혼은 무엇인가부케와 웨딩드레스로 장식되어 드라마처럼 모든 갈등을 해결해주는 만병통치약인가아니면 화려한 식과 신혼여행을 미끼로 여성의 삶을 더 피곤하게 만드는 덫인가물론 요즘 시대에 여성의 삶에 결혼을 얼마만큼 원하고 중요한지는 사람마다 다른 의미일 것이다.

 

 결혼 선배로서 남인숙 작가님이 아직 결혼하지 않은 미혼여성들을 위해 쓴 책이다사실은 제목부터 동의할 수가 없었다결혼이 정말 중요한 사회적 의례이긴 하나 정말 이것으로 여성의 삶을 완성될 수는 있는 걸까 회의감만 들었다하지만 대학생활백서나 취업생활백서 이런 책들이 있는 것처럼언젠가 닥칠 수도 있는 일을 위해 공부하는 것은 필요하다


그리고 뛰어난 필력으로 젊은 독자층을 사로잡은 작가이자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작가님 중 한 분요즘 말로 하면 믿고 보는 남인숙 작가님의 책이었기 때문에 주저 없이 골랐다.


 작가님의 결혼 경험과 숙고 뿐 아니라 각 챕터에 맞는 저자의 지인들과 심리학 등 현실적이고 다양한 사례가 등장해 읽으면서 흥미진진했다결혼생활을 위해서는 결국 또 중요한 것이 자존감이다자존감이 부족한 여자들은 나쁜 남자들에게 끌려다닌다더 최악의 경우는 자신이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진 남자를 변화시키고 구해줄 수 있을 거란 생각이다사람은 절대로 변하지 않는다변하려면 스스로 변하는 수 밖에 없는데 어떤 여자들은 이를 알아차리지 못한다.

 

 결혼은 그냥 흘러가는 대로 되지 않는다치밀한 전략을 필요로 한다저자는 계속 결혼을 하면 신입사원이 되는 것이라고 비유하시는데 정말 잘 들어맞는다직장처럼 새로운 관계가 생겨나고 이에 자신의 위치를 정하고 남편과의 관계를 잘 조율해 나가야 한다반대로 결혼생활이 잘못될 경우 그것만큼 최악인 것도 없다.

 

 현명한 여자들은 결혼하고 나서도 가면을 쓸 줄 안다자신의 최악의 모습까지는 드러내지 않는 것이다다 알면서 연기를 조금 해줘야 서로 관계가 편해진다결국 결혼도 사회생활이다내가 어떻게 처신하느냐에 따라 남은 생이 즐겁고 아님 하루 하루가 지옥이 될 수도 있다.

 

 아무리 그래도 애정으로 맺어진 결혼관계는 직장관계보다는 너그러운 곳이라고 설명된다결국 결혼은 할 만한 것인가완성까지 시켜주는지는 모르겠지만 해 볼만한 것이란 생각은 들었다무엇보다 내가 현명하게 처신할 수록 결혼생활은 행복해진다미혼 여성들을 위한 현실적인 결혼 지침서 같은 책이었다.

 

 하지만 아직도 한국에서는 여성들에게 결혼이 불리한 제도라는 게 씁쓸하다가뜩이나 여성이 손해 보는 게 더 많은데 아직도 많은 역할들이 여자들에게 훨씬 치우쳐져 있다기혼여성들에게 씌어지는 조선 개화기 사고방식은 도대체 언제 소멸될 것인가.

 

 

==== 본문 중 ===

 

 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결혼하는 것을 뜻하는 신조어인 '취집' '취직 대신 결혼'이 아니라 '결혼에 취직하는 것'으로 이해해야 옳다. p21

 

 이렇게까지 직장에서처럼 애쓰면서 살려면 그냥 직장생활만하지왜 결혼이라는 것을 해서 직장을 두 개씩 만드냐는 회의가 나올 법하다사실 가정이라는 게 '사랑'이 동기이자 목적이 되는 조직이기 때문에 다른 조직보다 너그러운 건 맞다때문에 최소한의 '직장인 의식'만 갖추면 직장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대가를 받을 수 있다. p 25

 

 우리는 행복해지기 위해 결혼하지만 이 결혼이라는 제도 역시 우리 여자들의 행복을 위해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행복해지기 위해서는 그 안에서 여러 조건들을 조합해 스스로 행복을 만들어나가는 수밖에 없다. p33

 

 실패한 결혼생활을 하는 여자들이 적절한 태도를 취하지 못하고 불행을 자초하는 이유는 대부분 자존감이 없기 때문이다자존감 수준이 높은 여자들은 집착이나 소유욕이 아닌 건강한 사랑을 할 줄 알고남편의 존중과 사랑도 더 많이 받는다

그녀들은 결혼생활의 최고 미덕인 양보와 타협도 어려워하지 않는다.

 자기 자신의 고유의 가치를 믿기 때문에 필요할 때 남편에게 고개를 숙인다고 해서 자존심에 상처 입거나 하지 않기 때문이다. p46

 

 가끔은 나이가 어리다는 것을 강점으로 여기는 여자들도 있다. (중략

그녀들은 '나이가 어려 몸값이 비쌀 때 좋은 조건으로 결혼하겠다'고 생각하지만 결혼 시장에서 좋은 가격을 받는 것과 결혼 이후 좋은 대접을 받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p51

 

 남자 쪽의 부모님이 반대하는 결혼은 열 번이 아니라 백 번 더 생각해보라아직 한국에서 일단 결혼하면 여자 쪽 부모가 약자가 된다그들은 아무리 무섭게 반대했더라도 딸을 위해 마음을 열려고 애쓰는 경우가 많다그렇게 못 된다고 해도 남자 입장에서는 그저 '살면서 마음에 걸리는 뭔가 하나'가 생기는 것일 뿐이다.

 그러나 같은 상황에 여자가 놓이게 되었을 때는 이야기가 달라진다잘못하면 삶 전체가 무간지옥이 될 수도 있다그래서 우리네 엄마들이 저쪽에서 반대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 결혼을 반대하기도 하는 것이다. p 89

 

 확실히 세상은 무서운 속도로 변하고 있다대부분의 미혼 여성들은 그에 따라 사람들도 변하고 있어서 전통적인 남존여비의 사고방식도 천연두처럼 19세기의 기록 속으로 사라져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중략그러나 한국에서 사람들의 사고방식이나 가치관은 사회 변화 속도를 도무지 못 따라가고 있다. p99

 

 페미니스트나 남녀평등주의자만이 남편 자격이 있다는 말이 아니다필요한 가치관의 본질은 '아내를 인격체로서 존중'하느냐 하는 거다똑같이 '집안 살림은 아내가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남편이라도 아내를 존중하는 마음이 있다면 그녀가 집안일을 하면서 힘들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하고 상황에 따라 도와줄 줄 안다

반면 보수적인 사고의 뼈대가 남존여비인 남자는 아내가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어떤 고충을 겪는지에 관심이 없으며 아내가 힘들다는 것 자체를 공감하지 못한다일정 부분에서는 사이코패스인 것이다. p100

 

 남자들은 어떤 일에서건 자신의 능력으로 쟁취해서 얻을 때 기쁨을 느낀다그들은 쉽게 자신의 품에 뛰어 들어온 여자를 함부로 대함으로써일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인 결혼을 자신의 능력으로 이루어낼 기회를 빼앗아간 대가를 치르게 하는 셈이다그들이 '거저 얻은 여자'에게 얼마만큼 잔인해질 수 있는지 모르는 여자들이 너무 많다. p105

 

 우리는 부모와 함께 살고 '공식적으로는남녀가 평등한 사회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미혼 시절에는 차별을 거의 느끼지 못한다하지만 결혼하고 나면 우리나라 여자들의 사정이 어떤지 깨닫게 된다

이런 환경에서 결혼으로 행복하게 산다는 것은 확실히 힘든 일이다이러면서까지 꼭 결혼을 해야 하냐고결혼하지 않고 나이 든 여자에 대한 사회적 차별이 결혼하고 나서 느끼는 차별보다 덜할 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p132

 

 천부적으로 '부모 될 소질'을 갖고 있는 소수의 사람들은 예외다사람들은 여자라면 누구나 모성애를 갖고 있으며누구나 자식을 낳고 보면 혈연지정이 솟구칠 것으로 착각하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중략매사에 그렇듯이 재능이 없는 사람들이 할 일은 노력뿐이다재능도 없으면서 준비와 노력도 없이 부모가 되려는 무모함은 지양했으면 좋겠다. p272

 

 아직은 나라 말아먹는 성리학이 지배하던 시대의 잔재가 남아 있어 시댁에서 말도 안 되는 가부장적 요구를 들이대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있지만 그것도 다 애정 결핍으로 심통이 나서 그러는 거다.

 그들도 자신들이 시대착오적이라는 것억지라는 것을 다 안다. p295

 

결혼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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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 레시피 - 꿈꾸는 것만으로 달라지지 않는 나를 위한 6단계 액션 플랜
김수영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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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 작가님의 책을 읽고 그녀 삶을 엿볼 때마다 그녀처럼 살고 싶단 욕구가 강하게 든다. 치열한 노력으로 자신이 원하는 일을 이루며 생각대로 살 수 있다는 걸 증명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지난 시간 동안 자신의 꿈을 이루고, 전 세계인들의 꿈을 일깨워준 그녀가 이번에는 그간의 경험으로 깨달은 노하우를 체계화해 꿈을 이뤄주는 방법에 대해 쓴 책이다. 그 예시로 자신의 힘으로 꿈을 이룬 수 많은 사람들도 등장한다. 

그간의 경험과 강연을 바탕으로 꿈의 힘을 증명하고 목격한 저자기에 꿈을 이룰 수 있는 행동요소 뿐 아니라 책 부록으로 껴있는 꿈 워크북을 통해 독자 스스로 자신의 꿈을 이룰 실전에 돌입할 수 있게 이끌고 있다.

 

 인생에서 꿈이 있다는 것은 중요하다. 꿈이 없이 그냥 흘러가는 대로 산다면 이것이 내가 정말 원한 삶인지 회의감이 들 것이다. 반대로 꿈을 쫓아가는 인생이 힘들지 모르나 그만큼의 보람과 가치를 창출한다. 만약 실패하거나 잘 안풀리다 하더라도 도전을 통해 나 자신을 단단히 다질 수 있다. 설령 삽질로 끝나도 다 경험이 된다. 꿈을 이루는 것이란 다양한 경험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고 이를 실행하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이는 실제로 2년 전에 저자의 책을 읽고 직접 버킷리스트를 작성하며 시행해본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겪어본 바이다. 직접 써놓으니 스스로 하고 싶은 것을 일깨우게 되었고, 실행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것이 새로운 모임에 나가고, 자격증 공부, 배낭여행 그리고 이직으로 이어졌다. 

 

 수많은 사람들이 실행해보기도 전에 스스로 머릿속에 키워놓은 최악의 시나리오와 불가능하다는 생각에 짓눌려서 시도조차 하고 있지 않았다. 이는 나도 마찬가지였다. 누구나 잠재력과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걸 그녀가 전해주는 꿈 이야기를 통해 깨달았다. 한 번의 시도가 혼자 백 번 생각하느니만 못하다.

 

 결국 꿈을 이루는 방법은 꿈의 구체화였다. 직접 꿈을 적고 말하는 것만으로도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룰 기회를 더 끌어당길 수 있었다. 실제로 저자가 주도하는 ‘드림 워크샵’을 통해 다수의 사람들이 이 효과를 입증했다.

 

 

 저자의 책을 읽고 머릿속에 전구가 다시 켜진 느낌이었다. 인생의 끝에 도달하고 나서야 하고 싶은 걸 하지 않은 인생을 후회할 것인가 아니면 그녀처럼 내 가슴이 시키는 대로 온 세계를 무대로 꿈을 이룰 것인가. 물론 당연히 후자처럼 살고 싶으며 누구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책 구성이 정말 요리책처럼 준비과정과 재료를 구하고 조리법을 스스로 적도록 이끌고 있다. 

 

 

아무리 훌륭한 요리책도 내가 책을 보면서 요리를 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저자의 첫 번째 책을 읽고 나의 버킷리스트가 시작된 것처럼, 부록으로 나온 드림 워크샵까지 잘 활용해서 내 자신을 탐구하고 꿈을 이룰 재료를 적어 나가겠다. 

 

 

 

==== 본문 중 =====

 

 

 

(p15)

아직도 익숙함에서 꿈을 찾고 있다면

내가 꿈을 통해 인생의 방향을 찾은 것처럼, 꿈은 인생에서 책의 목차나 밑그림 같은 역할을 한다. 물론 목차나 밑그림이 없어도 책을 쓰고 그림을 그릴 수 있다. 하지만 아예 처음부터 목차 없이 글을 쓰거나 밑그림 없이 그림을 그린다면 어떤 글이 쓰이거나 그림이 그려질지 전혀 예측할 수 없다. 어떻게 살아야겠다고 생각하지 않고 ‘살아진’ 인생의 길목에서 갑자기 ‘내가 어쩌다 이렇게 되었지?’ 하고 놀라게 될지도 모른다.

 

 

(p23)

꿈의 씨앗은 낯선 곳에 있다.

중요한 것은 관광지에서 사진을 찍는 것이 아니라 현지인이나 다른 여행자들과의 교류를 통해 다양한 삶의 방식을 깨닫고 생각의 그릇을 확장하는 것이다.

 

 

(p 46)

3개월 배낭여행 vs 3일 풀빌라, 무엇을 택해도 괜찮아

내게 중요한 가치가 뭔지 모르겠다고? 그렇다면 스스로에게 한번 물어보자. 살면서 당신의 존재가 가장 빛났던 순간이 언제인가? ‘지금 이 순간’ 이라고 말할 수 있다면 당신은 행운아다. 그렇지 않다면 어쨌든 ‘가장’행복하다고 느꼈던 순간을 떠올려보자.

 

 

(p 64)

꿈 목록은 내 인생 계약서

꿈을 쓰는 것은 인생의 계약서를 쓰는 것과 같다. 당신은 당신의 능력이 100만원 밖에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당신의 잠재력이라는 지갑 속에는 수천억 원을 능가하는 가능성이 있다. 그걸 담보로 인생을 어떻게 살겠다는 꿈 목록을 작성해보면 그 지갑을 열어 그 꿈을 이룰 확률이 높아진다.

 

 

(p 103)

내 인생의 1등도, 꼴등도 ‘나’뿐이다

넘버원이 아닌 온리우너을 목표로 하면 어떨까? 이 세상에 나만 할 수 있는 일, 나만의 스토리, 나만의 콘텐츠로 승부하면 누군가와 비교할 필요도, 남들과 경쟁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p 135)

왜 40억 원을 주고 워렌 버핏과 점심을 먹으려고 할까

성공한 사람들, 꿈을 이룬 사람들은 바쁘다. 내가 혼자 고민하고 있는데 그 사람이 나를 찾아와 도와줄 리가 없다. 반면 꿈이 없는 사람들, 꿈을 이뤄본 적이 없는 사람들은 시간도 많고 말도 많다. 자신들이 못했기 때문에 이래서 안 되고 저래서 안 되는 온갖 이유를 당신에게 설득하려는 것이다. 그런 이야기에 휘둘리는 대신 적극적으로 내 꿈을 이미 살고 있는 사람을 찾아내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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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선 그대가 꽃이다 - 시들한 내 삶에 선사하는 찬란하고 짜릿한 축제
손미나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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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작가 중 한 명 손미나 작가님이 프랑스에서 지내며 파리지엥으로 그들의 삶을 이해하고 친구가 되며, 프랑스 전역을 여행하고, 힘들게 소설을 쓰는 과정의 3년을 담은 책이다.

 

책의 첫 부분에서 저자는 에펠탑이 보이는 곳에서 살게 되는데 파리지엥으로 사는 것이 생각만큼 낭만적이지 않다는 것을 철저히 경험하신다. 집 빌리는 과정부터가 난관이다. 집 주인이 집안 사진을 300장 가까이 찍어서 전달해주지 않나, 나중에 집을 비울 때는 각 공공기관에 일일이 다 편지를 보내야 한다. 21세기에 편지라니 어이없다. 심지어 이렇게 힘들게 빌려야 하는 집인데도 속을 들여다보면 형편 없다.

 

 파리의 건물들은 겉으로 보기에 고풍스러운 옛 건물이지만 실상은 너무 오래된 건축물들이다. 한 예로 저자의 집도 전기 회로 상태가 엉망이라 갑자기 전기가 나가버렸다. 결국 작가님은 크리스마스 이브에 비싼 호텔에서 하루 묵어야 했다. 게다가 프랑스답게(?) 고치는 사람도 얼른 오지 않았다. 우아해 보이는 파리지엥의 처참한 속살을 목격하고 나니 파리에서 절대 살고 싶지 않다고 절로 다짐하게 만든다.

 

 

하지만 손미나 작가님이 들려주는 프랑스 사람들의 삶은 자유로운 사고 방식과 남과 다름을 인정하는 관용이 넘쳐났으며, 누구나 자유롭게 예술을 즐기는 진정한 낭만이 가득 차 있었다. 손미나 작가님은 프랑스에서 사는 동안 머릿속에서 ‘혁명이 일어났다.’고 쓰셨다. 그도 그럴 것이 프랑스 사람들의 가치관은 우리와 달라도 너무 다르다.

 

그들에게 ‘결혼’은 제도일 뿐이며 동거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낭만적인 도시이지만 환상 같은 영원한 사랑을 믿지 않는 그들의 현실적인 삶에 대한 태도의 반영으로 보인다. 반면 우리는 어떤가? 높은 이혼률을 보이면서도 동거란 문화가 여전히 보편적으로 자리 잡지 못한채 환상에 젖어있는 사회가 안타깝다.

 

 교육 분야에서 보면, 프랑스의 학교에서는 등수가 아예 없다. 대입시험에서는 사지선다형 문제 대신 ‘과거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우리는 자유로운 존재인가?’ 이런 종류의 철학적인 사고를 요구하는 질문이 나온다. 

 

오로지 지식의 습득만 추구하는 우리와 어린 시절부터 생각할 힘을 기르는 프랑스인들 중 누가 더 성숙한 사고를 할지는 뻔한 일이며 그들의 교육방식이 부러워서 미칠 지경이었다.

 

남을 인정하는 그들의 태도 덕분에서 동성 커플에 대한 열린 사회와 카페에서 토론 뒤에 남의 다른 의견을 고치려 들지 않고 넘어가는 모습이 목격된다. ‘다름’을 ‘틀림’으로 단정지어버리는 것은 얼마나 위험한 생각이었는가. 게다가 그들은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도 않는다. 프랑스의 멋쟁이들은 누가 나와 똑같은 옷을 갖고 있으면 자존심 상해서 그 옷을 옷장에 넣어버린다고 한다. 남의 시선 때문에 너도 나도 똑같은 옷이나 가방을 사는 한국과 정반대의 성향이다. 나는 진짜 멋은 복제판이 아닌 자신만의 멋이란 그들의 생각에 동의한다.

 

책 곳곳에서 작가님의 국제적 친화력은 또 한 번 발휘된다. 동네 식당의 노부부부터 세계적인 작가 베르베르까지, 힘들게 배운 프랑스어를 통해 작가님은 또 한 번 타지인들과 친구가 되면서 그들과 함께 한 순간을 기록하셨다. 작가님도 이제 젊은 나이가 아니시지만 그녀를 통해서 나이에 상관없이 온 세계 사람들과 교류하며 사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배웠고 이는 내가 꿈꾸는 삶이다.

 

 

작가님이 파리에서 겪은 고충을 읽으며 겉은 아름답지만 그 속에서 사는 것이 만만치 않은 것을 느꼈다. 확실히 서울이 파리보다 깨끗하고 편리하며, 살기 좋다. 그러나 우리의 사고방식은 도시의 쾌적함과 발전 속도를 못 따라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지 물질적으로 잘 사는 것이 다가 아니다. 사는 태도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손미나 작가님의 책을 읽으면서 깨달았다. 작가님이 들려주는 프랑스 이야기 덕분에 내 머릿속에서도 ‘혁명’이 일어났다. 나도 프랑스인들처럼 자유롭게 살고, 나와 다른 타인을 인정하며, 깊게 사고하고, 예술을 즐기며 살고 싶다. 

 

 

 




- 본문 중 -


 

결혼식을 안 하고 같이 사는 사람들에게는 ‘왜?’라는 질문은 하지 않지만 동거를 하지 않고 바로 결혼하는 것은 오히려 이상하게 본다. ‘누군가와 살아보지도 않고, 그 사람의 24시간을 눈으로 확인해보지도 않고, 어떻게 평생 함게 먹고 자고 여행하겠다는 약속을 하지?’ 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물론 그만큼 동거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사회 분위기, 동거 커플에게 부부와 크게 다를 바 없는 권리를 인정해주는 제도적인 뒷받침, 내 연인의 동거 경력을 수치스럽거나 역겨운 것이 아니라 참사랑을 찾기 위한 과정에서 발생한 자연스러운 선택으로 품어주는 개개인의 가치관이 존재하는 덕분이다. 

 

 남자친구가 많았던 여자는 정숙하지 못한 사람 취급을 받고, 동거나 결혼 경력이 있으면 복구 불가능한 흠집이 난 그릇처럼 여기는 우리와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p51)

 

 

사실 한국과 프랑스는 ‘사랑의 본질’을 바라보는 시선 자체에 큰 차이가 있다. 간단히 말해 ‘영원한 사랑이란 존재하는가’에 대한 두 사회의 보편적 답이 완전히 다르다. 영원한 사랑이란 없다고 말하는 프랑스인들 VS 영원한 사랑에 대한 일종의 의무감이나 환상을 갖고 있는 우리. 프랑스, 특히 파리는 낭만이란 단어와 늘 관련 지어 생각하지만 그곳에 살고 있는 프랑스인들은 오히려 매우 현실적이고 이성적이다. 

 

 반대로 우리야말로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사랑을 꿈꾸는 낭만주의자들, 아니 낭만주의자인 척하거나 낭만주의자가 되고 싶은 소망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인지도 모른다. (p53)

 

 

그들이 멋스러운 진짜 이유는 너도 나도 유행을 따르지 않고 자기만의 스타일을 찾을 줄 알기 때문이다. 프랑스 여자들은 하필 자기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옷이나 스카프가 유행 중이면, 그것을 샀더라도 옷장 안에 몇 년 묵혀둔단다.

 왜? 남들과 똑같은 것을 걸치는 건 자존심 상하니까. 길에 한 번만 나가봐도 뭐가 유행인지 바로 알 수 있는, 옆집 순이 엄마가 샀으면 나도 무조건 사야 하는 우리 사회의 정서와는 반대이다. (p71)

 

 

아무리 낯선 곳일지라도 잊지 못할 기억이 덧입혀지면 그곳은 여행자에게 더없이 소중한 장소가 된다. (p75)

 

남을 따라 하거나 자신의 단점을 감추려 하지 말고 외모든 내면이든 숨겨진 아름다움을 찾아낼 줄 알아야 인생도 아름답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거야. (p102)

 

 

프랑스 여자들이 가진 미의 철학

아무리 예뻐보인다 해도 판에 박은 듯 똑같은 아름다움이나 인위적으로 꾸민 듯한 모습은 우리 프랑스 여성들에게 전혀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거든요. (p109)

 

 

평생 일에만 매달리며 성공을 향해 질주하는 우리의 삶과, 직업에 상관없이 에술적 창작 활동을 하고 가족과의 사랑, 여가를 즐기는 일에 초점을 맞추는 그들의 삶이 어떻게 다른지 파리에 사는 동안 확실하게 피부로 느꼈기 때문이다. (p115)

 

" 정말 이해가 안 되네. 사람마다 잘하는 과목이 다르고 관심사도 다르고 각각 다른 재능을 가지고 있는데 어떻게 그걸 평가한다는 거야? 진짜 신기하네. 도대체 무슨 기준으로 인간에게 등수를 매기느냐는 말이야. 그게 가능한 거니?"

“ ..그럼 너희는 등수가 없어?”

“ 없지.”

(p 118)

 

 

교육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우리의 또 한 가지 문제점은 ‘철학의 부재’다. 우리의 교육은 너무나 일관되게 ‘당신은 무엇을 알고 있는가?’를 물으며 지식 쌓기를 강요한다. 그것도 주입식으로. 그러나 프랑스의 고등학교에서는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는가?’를 중요시하는 교육을 해왔다. 

 국어, 영어, 수학 등의 과목에서 사지선다 형으로 주어진 문제의 답을 맞혀 대학에 가는 우리와 달리, 프랑스의 대입 시험인 바칼로레아는 어떤 사고와 철학을 갖고 사는 사람인지를 파악하기 위한 주관식 문제로 이루어져 있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과거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우리는 자유로운 존재인가?’. ‘ 사랑이 의무일 수 있는가?’. ‘철학자는 과학자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가?’.

(p119)

 

 

실제로 프랑스 젊은이들과 사귀다 보면 열 살쯤 어린 사람과 대화를 나누어도 사고의 성숙함에 있어서 오히려 내가 뒤진다는 느낌을 지우기 힘들다. 수학의 미적분과 영어 단어는 내가 더 많이 알지만, 삶을 대하는 태도와 인간으로서 가슴에 품을 수 밖에 없는 질문들에 대해서는 그들이 훨씬 더 먼저 눈을 뜨고 훨씬 더 많이 생각해보았기 때문이다. (p122)

 

 

프랑스에서 동성애 커플은 남녀 커플과 똑같이, 결혼하고 아이를 입양하고 세금 혜택을 받는 등 모든 권리를 누린다. 어디까지나 인간 대 인간으로서 사랑을 하고 있는 ‘보통’ 사람들로 존중받기 때문에 당신의 그런 표정을 반가워하지 않을 것이다.

 프랑스에서 ‘다름’은 결코 ‘틀림’이 아니며, 프랑스 사람들은 자신의 기준으로 섣불리 남을 ‘판단’하거나 ‘비난’하지 않는다. (p350)

 

 

프랑스 철학카페에서 그들이 토론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매우 흥미로웠다. 일단 나이나 직업에 상관없이, 남을 멸시하거나 기죽는 일 없이 어쩌면 그렇게 당당히 자기 의견을 펼칠 수 있을까 감탄스러웠고, 위험 수위까지 가는 듯 팽팽한 토론을 벌인 뒤에도 곧 웃으면서 ‘당신의 의견은 그렇고 내 의견은 이렇지요’라고 마무리한 뒤 함께 차를 마시는 모습도 놀라웠다.

 

나는 살면서 타인의 ‘다름’에 대해 얼마나 관용을 베풀고 살아왔는가. 앞으로는 얼마나 그럴 수 있을까. 

 ‘다르다’는 것은 ‘틀리다’를 의미하지 않을뿐더러 ‘내가 남보다 우월하거나 열등하다’라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p356)

 

 

인간이라면 누구나 사랑할 권리가 있듯 창작에 대한 열정을 불태울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프랑스인들에게 예술은 지극히 당연하게, 또 자유롭게 누려야 하는 일이며 삶의 일부이고, 형식 따위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p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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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아이처럼 - 아이, 엄마, 가족이 모두 행복한 프랑스식 육아
파멜라 드러커맨 지음, 이주혜 옮김 / 북하이브(타임북스) / 2013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 프랑스 아이처럼 ] 의 저자는 프랑스인이 아니다. 저자 파멜라 드러커먼은 영국인과 결혼한 미국인으로 프랑스에 정착해서 아이를 낳고 키우게 된다. 이 과정에서 그녀는 프랑스의 아이들이 미국의 아이들과 전혀 딴판이라는 사실을 발견한다. 그녀가 목격한 프랑스는 이렇다. 

 아기들은 밤새 한 번 깨지 않고 잘 자기 때문에 부모들은 밤에 깨는 아기들 때문에 잠을 설치지 않는다. 프랑스 자녀들은 2시간이 걸리는 긴 식사코스를 때를 쓰거나 징징거리는 일 없이 차분하게 앉아서 먹으며 심지어 편식하지도 않고 야채도 잘 먹는다. 아이들은 집에서도 TV나 소파 앞에서 밥 먹는 일 없이 식탁에서 조용히 먹는다. 프랑스 아이들은 원하는 걸 사달라고 조르거나 소리 지르는 일이 없고 부모들도 아이들 때문에 목소리를 높이거나 자녀와 씨름하는 경우가 없다. 한 마디로 그들 가정은 평화스럽다. 그렇다고 애들이 주눅 들어 있지도 않다.

 

참으로 불가사의한 일이다. 프랑스 아이들은 유토피아 같은 공상 소설에 나올 만큼이나 말을 잘 듣는다니 믿기지가 않았다. 원래 아이란 존재는 떼쓰고, 부모는 이를 갖고 씨름하고, 시달리는 모습은 한국에서는 자연스러운 일상 풍경이며 나 역시 당연한 일인 줄 알았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건가? 이 의문이 미국인인 그녀가 프랑스 아이들과 부모의 자녀 양육법이 미국과 어떻게 다른지 조사하는 계기가 되었고 이렇게 책이 탄생했다.

 

일단 프랑스 사람들은 아이란 존재를 미국인들과는 다르게 인식한다. 그들은 아무리 어린 아기라도 어른의 말을 이해할 수 있다고 믿는다. 애들이기에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말썽도 프랑스 부모들은 아기를 붙잡고 설득을 한다. 이 과정에서 윽박지르거나 소리 지르지 않으면서 오히려 예의를 갖춰 말한다.

 예를 들면 “ 너는 때릴 권리가 없어.” 이런 식으로 아이들한테도 권리 체계를 설명한다. 놀랍지 않은가? 나는 어린 시절에 한 개인으로 취급 받을 수 없다는 점이 불만이었다. 이 점에서 프랑스인들은 참 현명하다. 무조건 “ 하지 마!”라는 식으로 고함을 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은 아이도 이성을 가진 존재란 생각을 바탕으로 아이를 대한다. 이렇듯 프랑스의 어린이집과 가정에서는 질서가 존재한다.

 

그들은 아이한테 모든 것을 다해주는 것이 결코 자녀한테 좋은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프랑스인들의 관점은 애들도 원하는 것들을 다 가질 수 없다는 걸 배워야 한다. 버릇 없는 아이로 키우지 않는 것이 그들의 양육방식이다. 아이가 원하는 모든 것을 들어주고, 아이의 삶의 모든 장애물을 부모가 나서서 치워주는 것은 결코 좋은 양육이 아니다. 언젠가 아이도 청소년이 되고, 성인이 될 텐데 부모의 힘이 아닌 스스로의 힘으로 해결해야 할 시점에 아이가 제 힘으로 결정할 판단력이나 인식이 부족해진다.

 

프랑스인들은 손님이 오면 아이가 인사를 하도록 교육시키고, 정해진 시간에 밥을 먹으며 절대로 아이들 요구를 다 들어주지 않는다. 저자는 계속 미국인들이 이와 정반대로 애들 시중을 든다고 표현했지만 한국 부모들도 마찬가지이다. 아니 한국 부모들이 한 술 더 뜰 것이다. 

 

 손미나 작가님의 강연 중에 유럽인들은 17세가 되면 집에서 아이가 어른이 되었다고 생각하는 반면에 한국인들은 이보다 훨씬 늦어서 27살이 되어야 어른이 된다고 한다. 프랑스에서 아이들이 부모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은 성숙한 ‘애 어른’으로 자라는 동안, 한국 사람들은 애들은 어른이 돼서도 하는 일을 결정할 때마다 부모의 도움이 필요한 비성숙한 ‘애 어른’을 길러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프랑스 엄마들은 부모가 되었다고 해서 자신의 삶을 희생하지 않는다. 전업 주부라도 아이를 탁아소에 맡기고 그 시간에 자기 자신을 위해 쓰는데 꺼리낌이 없다. 오히려 아이에게 모든 것을 거는 인생이 부부생활에도 좋지 않으며, 엄마 자신의 삶에도 고립감과 고독함을 줄 뿐이라며 비판적인 태도로 대한다. 

 내가 부모가 되는 삶이 부럽기는커녕 끔찍하게 생각했던 이유는 애한테 자신의 삶을 거는 매니저 엄마들의 모습이 갑갑해 보여서다. 프랑스 엄마들한테 매니저 엄마의 모습은 있을 수 없는 일인 듯하다. 

 

나는 한국의 워킹맘으로 TV에 나온 분이 아이를 키우면서 경력을 유지하는 것에 죄책감을 느낀다는 말을 했을 때 보면서 정말 불편했다. 같은 상황에서 남자들은 죄책감을 느낀다는 말을 하기는커녕 육아와 일을 병행한다는 표현도 쓰지 않을 텐데 말이다. 재미있게도 미국 엄마들도 같은 표현을 쓴다고 한다. 여담이지만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태평양 건너 저 먼 나라인 미국과 한국 엄마들의 양육 방식은 많이 닮았다.


 프랑스인들은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 그들은 완벽한 엄마란 없다고 아예 가정하고 일을 병행하며 경제적 안정과 자신의 사회적 지위 자체도 동시에 추구한다. 물론 프랑스가 거의 나라에서 애를 같이 키운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이들 양육 시스템을 정부에서 잘 갖춰놓기도 했지만 여기서 중요한 대목은 엄마들이 일을 원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엄마들을 일하면서 육아에 소흘해졌다고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 

 나는 그들이 엄마여도 죄책감 느끼지 않으면서 일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판단했다. 심지어 그들은 남편이란 존재는 사라질 수 있다는 점까지 고려한다.

 

 MIT를 졸업한 수재가 그 능력을 집에서 애들 일과 스케줄 표를 쏟는 미국 여성의 예가 나왔는데 한국도 마찬가지이다. 내가 학원 선생으로 일할 때 그 대단한 하버드대를 졸업한 아줌마가 현재는 집에서 고작 공부방을 파트타임으로 운영하며 딸 학원 스케줄이나 짜고 있었다. 제도가 잘 갖춰져 있느냐의 차이를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한국과 미국은 엄마들이 애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는 것을 당연시 여기는 사회적 풍토도 한 몫 한다고 본다.

 

부모로서의 삶과 이를 받아들이는 태도도 프랑스 부모는 남다르다. 그들은 아이의 노예가 되지 않는다. 아이에겐 아이의 삶이 있고, 부모도 어른으로서의 삶이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의 엄마들이 아이에게 올 인하며 아이의 발달 속도에 조급해한다고 한다. 한국 엄마들도 똑같은데 아마 미국 엄마들보다 한 수 위일 것이다. 반대로 프랑스에서는 빠른 발달속도에 신경 쓰지 않는다. 그들은 아이들이 스스로 일깨우도록 내버려둔다. 


 그래서 미국의 어머니들이 남보다 뛰어나아야 된다는 압박 속에서 수학, 외국어, 미술 각종 과외 활동을 보내고 직장까지 그만둔 엄마가 그것을 일일이 쫓아다니는 반면에 프랑스에서는 일하는 부모들을 위해 아예 부모의 참관이거의 없으며 애들은 과외 활동도 한 가지씩만 한다. 아이들 여러 과외 활동을 부모가 일일이 데려다주어야 하면 그것은 애한테도 무리고 부모 자신한테도 무리라고 생각한다.

 

책을 읽고 나니 왜 프랑스의 출산율이 유럽에서 제일 높은 이유를 알겠다. 프랑스 부모의 양육방식은 내게는 이상적인 삶의 모습에 가까웠다. 프랑스 아이들은 독립적인 인간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동시에 사회 구성원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런 가정교육이야말로 나중에 진정한 어른이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이다. 


 프랑스 엄마들 역시 애를 낳았다고 해서 직장을 그만 두지 않고, 자신의 삶을 유지하는 법과 엄마의 역할 때문에 숨 막히는 인생을 살 필요가 없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 물론 제도적으로 철저하게 지원해주는 프랑스이기 때문에 가능하기도 하지만 그들의 사고 방식도 중요한 부분이다.

 

자녀가 없는 나도 책을 즐겁게 읽었고 감탄한 까닭은 그들의 삶의 방식이 정말 합리적이여서 그런게 아닐까? 아이의 노예가 되지 않으면서 자신의 삶도 지킬 줄 아는 프랑스인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더붙어서 미국인인 저자가 문화차이를 느끼는 대목도 진짜 재미있다.

 

미국도 그렇고 한국도 프랑스처럼 양육 제도를 정부에서 철저하게 지원해주는 나라는 아니다. 안타깝게도 제도를 발전시키는 것보다 사람들의 사고방식을 바꾸는 것이 더 힘든 일이라서, 한국에서 이런 양육 방식이 퍼지기는 힘든 일처럼 보인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애를 왕으로 기르고, 한국에서는 애를 비성숙한 황제로 키우고 있는 반면에 프랑스는 아이를 독립적인 인간으로 양육하는 것은 사실이다.

 

=== 본문 중 =====

 

 

 

(프랑스에선) 아무리 좋은 부모라 해도 자신의 일상을 자녀를 위해 송두리째 바치지 않으며, 그런 이유로 죄책감을 느끼지도 않는다. p16

 

Chapter 03 밤새 잘 자는 아이들

잠깐 멈추기가 필요한 이유는 ‘본래 아기는 자는 동안 많이 움직이고 소리도 많이 낸다.’는 사실과 관계가 있다. 정상이고 괜찮은 상태다. 그러므로 아기가 조그맣게 우는 소리를 낼 때마다 부모가 달려가 안아준다면, 그 행동이 오히려 아기를 깨울 수도 있다. p72

아기도 뭔가를 배울 수 있다. 아기의 리듬에 맞게 부드럽게 학습하면 좌절이나 장벽은 아기에게 해가 되지 않는다. 부모는 그런 과정을 통해 아기에게 자신감과 평온함, 타인에 대한 인식을 형성하게 해준다. 내가 목격한 프랑스 부모와 자녀 간의 상호존중 관계의 바탕이 그것이었다. p83

 

 

원하는 걸 즉시 얻어 내어온 빈은 차분했다가도 몇 초 만에 돌연 신경질적으로 변해버리곤 했다. 미국에선 유모차에서 내려달라고 악을 쓰는 아이들, 갑자기 도로를 내달리는 아이들의 모습이 일상 풍경과도 같다. 하지만 파리에서는 그런 걸 거의 본 적이 없다. 프랑스 아기들은 원하는 걸 즉각 얻지 못해도 신기할 만큼 침착하다. 프랑스 가정에 놀러가 보아도 아이들이 울며 떼를 쓰거나 불평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p91

 

프랑스 부모들도 당연히 자기 아이에게 독특한 기질이 있다는 걸 기쁘게 생각한다. 하지만 건강한 아이라면 울며 떼를 쓰지 않고 ‘안 돼’라는 한마디에 무너지지 않으며, 조르거나 원하더라도 그걸 바로 움켜쥘 수 없다는 걸 당연하게 여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p105

 

Chapter 5 작고 어린 인간

루소는 단호한 제한과 부모의 강력한 권위로 아이의 자유를 억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이를 불행하게 만드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무엇인지 아는가? 모든 것을 다 가지는데 익숙하게 만드는 것이다. 

아이의 욕망은 쉽게 만족되는 만큼 끊임없이 커질 것이고, 조간만 부모는 무기력에 빠져 어쩔 수 없이 거절을 하게 될 것이다. 익숙하지 않은 거절을 받은 아이는 원하는 것을 얻지 못했을 때보다 더한 괴로움을 느낄 것이다.’ p119

 

부모가 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지만 부모라는 사실이 다른 역할까지 잠식해서는 안 된다는 게 프랑스 사회의 지배적인 메시지다. 파리에서 만난 여성들은 엄마가 아이의 ‘노예’가 돼서는 안 된다는 말을 자주 한다. p170

 

Chapter 8 완벽한 엄마는 없다

프랑스 여성들은 아이에게 올인 한다면, 엄마 자신의 삶의 질을 누가 책임지느냐고 공개적으로 의문을 던진다. 프랑스 언론 역시 전업주부들이 느낄 상실감을 감싸려 하지 않는다. 한 기사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전문적인 활동을 하지 않음으로써 아이가 자라는 걸 온전히 볼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고립과 고독이라는 불편함을 안겨줄 뿐이다.’ p177

 

나는 미국식 소풍을 즐기고 있었고 그녀는 프랑스식 소풍을 즐기고 있었다. 정도는 달랐지만 나 역시 뉴욕에서 보았던 그 극성엄마들과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어떻게든 빈의 발달속도를 높이려고 노력하며, 그것을 위해 나 자신의 즐거움을 기꺼이 희생했다. 반면 프랑스 엄마는 자기 딸이 온전히 스스로 자신을 ‘일깨우게’놔두는 데 만족했다. 딸 역시 그런 엄마로부터 철저히 독립적이었다. p184

 

Chapter 11 죽지 못해 산다?

프랑스 여자들은 왜 남편 욕을 하지 않을까

프랑스에선 부부만의 질 높은 시간은 나중 일로 치부되지 않는다. 필요하지만 우선순위는 아니라는 식의 양가적 감정도 없다. 이들은 매우 단호하다. 아이에게 올인 하다 자칫 결혼생활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걸 인정하기 때문인 듯하다. p235

 

프랑스 여자들은 집안일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고 더 많은 자유 시간을 만들어냄으로써 스트레스를 줄이는 데도 능숙해 보인다. 게다가 무엇보다 연간 휴일이 미국보다 무려 21일이나 더 많다. 양성평등까지는 아니어도, 여자들이 일과 육아를 병행하게 도와주는 제도적 장치도 풍성하다. 

 출산휴가는 국가가 지원하며 크레쉬나 보모에게 아기를 싼 값에 맡길 수 있고 3세부터는 어린이집이 무료다. 세금공제와 비과세 혜택도 많다. 여성에게 직업상 수혜를 주는 것은 아니지만,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것에 도움을 줌으로써 경력과 자녀 모두 포기하지 않아도 되게 해준다. p241

 

Chapter 13 내가 대장

프랑스 부모는 소리치지 않고도 권위를 확립한다

“ 어린 아이를 둔 미국 가정에 초대를 받으면 손님인 저는 뒷전일 때가 많았어요. 

 식사를 하다가도 아이를 재우러 가버리곤 했죠. 미국 부모들은 아이에게 단호하게 말하지 않더군요. ‘더는 안 돼. 이제 너에게 관심을 주지 않을 거야. 너는 잘 시간이고, 지금부터 내 친구들과 보낼 어른의 시간이야. 너한텐 너의 시간이 있고, 우리에겐 우리 시간이 있어. 그러니까 어서 가서 자라.’ 미국 부모들은 그렇게 하지 않잖아요? 계속 아이들 시중을 드는 모습을 보면 어이가 없어서 말이 안 나왔어요. ” p275

 

이토록 말 잘 드는 아이들과 이토록 높은 기대치를 가진 부모들 곁에서 이방인으로 살아가기란 보통 힘든 게 아니다. 쌍둥이가 아파트 앞 광장을 지나갈 때마다 큰소리로 고함을 지르거나 울며 떼를 쓰기 시작하자 몹시 당황했다. 수십 명의 주민들이 이렇게 외치는 것 같았다. “ 저기, 미국 사람이야!” p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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