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인생은 결혼으로 완성된다
남인숙 지음 / 시작 / 200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여자의 인생은 결혼으로 완성된다.

 남인숙 작가님의 한국 결혼생활백서

 결혼은 무엇인가부케와 웨딩드레스로 장식되어 드라마처럼 모든 갈등을 해결해주는 만병통치약인가아니면 화려한 식과 신혼여행을 미끼로 여성의 삶을 더 피곤하게 만드는 덫인가물론 요즘 시대에 여성의 삶에 결혼을 얼마만큼 원하고 중요한지는 사람마다 다른 의미일 것이다.

 

 결혼 선배로서 남인숙 작가님이 아직 결혼하지 않은 미혼여성들을 위해 쓴 책이다사실은 제목부터 동의할 수가 없었다결혼이 정말 중요한 사회적 의례이긴 하나 정말 이것으로 여성의 삶을 완성될 수는 있는 걸까 회의감만 들었다하지만 대학생활백서나 취업생활백서 이런 책들이 있는 것처럼언젠가 닥칠 수도 있는 일을 위해 공부하는 것은 필요하다


그리고 뛰어난 필력으로 젊은 독자층을 사로잡은 작가이자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작가님 중 한 분요즘 말로 하면 믿고 보는 남인숙 작가님의 책이었기 때문에 주저 없이 골랐다.


 작가님의 결혼 경험과 숙고 뿐 아니라 각 챕터에 맞는 저자의 지인들과 심리학 등 현실적이고 다양한 사례가 등장해 읽으면서 흥미진진했다결혼생활을 위해서는 결국 또 중요한 것이 자존감이다자존감이 부족한 여자들은 나쁜 남자들에게 끌려다닌다더 최악의 경우는 자신이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진 남자를 변화시키고 구해줄 수 있을 거란 생각이다사람은 절대로 변하지 않는다변하려면 스스로 변하는 수 밖에 없는데 어떤 여자들은 이를 알아차리지 못한다.

 

 결혼은 그냥 흘러가는 대로 되지 않는다치밀한 전략을 필요로 한다저자는 계속 결혼을 하면 신입사원이 되는 것이라고 비유하시는데 정말 잘 들어맞는다직장처럼 새로운 관계가 생겨나고 이에 자신의 위치를 정하고 남편과의 관계를 잘 조율해 나가야 한다반대로 결혼생활이 잘못될 경우 그것만큼 최악인 것도 없다.

 

 현명한 여자들은 결혼하고 나서도 가면을 쓸 줄 안다자신의 최악의 모습까지는 드러내지 않는 것이다다 알면서 연기를 조금 해줘야 서로 관계가 편해진다결국 결혼도 사회생활이다내가 어떻게 처신하느냐에 따라 남은 생이 즐겁고 아님 하루 하루가 지옥이 될 수도 있다.

 

 아무리 그래도 애정으로 맺어진 결혼관계는 직장관계보다는 너그러운 곳이라고 설명된다결국 결혼은 할 만한 것인가완성까지 시켜주는지는 모르겠지만 해 볼만한 것이란 생각은 들었다무엇보다 내가 현명하게 처신할 수록 결혼생활은 행복해진다미혼 여성들을 위한 현실적인 결혼 지침서 같은 책이었다.

 

 하지만 아직도 한국에서는 여성들에게 결혼이 불리한 제도라는 게 씁쓸하다가뜩이나 여성이 손해 보는 게 더 많은데 아직도 많은 역할들이 여자들에게 훨씬 치우쳐져 있다기혼여성들에게 씌어지는 조선 개화기 사고방식은 도대체 언제 소멸될 것인가.

 

 

==== 본문 중 ===

 

 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결혼하는 것을 뜻하는 신조어인 '취집' '취직 대신 결혼'이 아니라 '결혼에 취직하는 것'으로 이해해야 옳다. p21

 

 이렇게까지 직장에서처럼 애쓰면서 살려면 그냥 직장생활만하지왜 결혼이라는 것을 해서 직장을 두 개씩 만드냐는 회의가 나올 법하다사실 가정이라는 게 '사랑'이 동기이자 목적이 되는 조직이기 때문에 다른 조직보다 너그러운 건 맞다때문에 최소한의 '직장인 의식'만 갖추면 직장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대가를 받을 수 있다. p 25

 

 우리는 행복해지기 위해 결혼하지만 이 결혼이라는 제도 역시 우리 여자들의 행복을 위해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행복해지기 위해서는 그 안에서 여러 조건들을 조합해 스스로 행복을 만들어나가는 수밖에 없다. p33

 

 실패한 결혼생활을 하는 여자들이 적절한 태도를 취하지 못하고 불행을 자초하는 이유는 대부분 자존감이 없기 때문이다자존감 수준이 높은 여자들은 집착이나 소유욕이 아닌 건강한 사랑을 할 줄 알고남편의 존중과 사랑도 더 많이 받는다

그녀들은 결혼생활의 최고 미덕인 양보와 타협도 어려워하지 않는다.

 자기 자신의 고유의 가치를 믿기 때문에 필요할 때 남편에게 고개를 숙인다고 해서 자존심에 상처 입거나 하지 않기 때문이다. p46

 

 가끔은 나이가 어리다는 것을 강점으로 여기는 여자들도 있다. (중략

그녀들은 '나이가 어려 몸값이 비쌀 때 좋은 조건으로 결혼하겠다'고 생각하지만 결혼 시장에서 좋은 가격을 받는 것과 결혼 이후 좋은 대접을 받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p51

 

 남자 쪽의 부모님이 반대하는 결혼은 열 번이 아니라 백 번 더 생각해보라아직 한국에서 일단 결혼하면 여자 쪽 부모가 약자가 된다그들은 아무리 무섭게 반대했더라도 딸을 위해 마음을 열려고 애쓰는 경우가 많다그렇게 못 된다고 해도 남자 입장에서는 그저 '살면서 마음에 걸리는 뭔가 하나'가 생기는 것일 뿐이다.

 그러나 같은 상황에 여자가 놓이게 되었을 때는 이야기가 달라진다잘못하면 삶 전체가 무간지옥이 될 수도 있다그래서 우리네 엄마들이 저쪽에서 반대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 결혼을 반대하기도 하는 것이다. p 89

 

 확실히 세상은 무서운 속도로 변하고 있다대부분의 미혼 여성들은 그에 따라 사람들도 변하고 있어서 전통적인 남존여비의 사고방식도 천연두처럼 19세기의 기록 속으로 사라져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중략그러나 한국에서 사람들의 사고방식이나 가치관은 사회 변화 속도를 도무지 못 따라가고 있다. p99

 

 페미니스트나 남녀평등주의자만이 남편 자격이 있다는 말이 아니다필요한 가치관의 본질은 '아내를 인격체로서 존중'하느냐 하는 거다똑같이 '집안 살림은 아내가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남편이라도 아내를 존중하는 마음이 있다면 그녀가 집안일을 하면서 힘들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하고 상황에 따라 도와줄 줄 안다

반면 보수적인 사고의 뼈대가 남존여비인 남자는 아내가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어떤 고충을 겪는지에 관심이 없으며 아내가 힘들다는 것 자체를 공감하지 못한다일정 부분에서는 사이코패스인 것이다. p100

 

 남자들은 어떤 일에서건 자신의 능력으로 쟁취해서 얻을 때 기쁨을 느낀다그들은 쉽게 자신의 품에 뛰어 들어온 여자를 함부로 대함으로써일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인 결혼을 자신의 능력으로 이루어낼 기회를 빼앗아간 대가를 치르게 하는 셈이다그들이 '거저 얻은 여자'에게 얼마만큼 잔인해질 수 있는지 모르는 여자들이 너무 많다. p105

 

 우리는 부모와 함께 살고 '공식적으로는남녀가 평등한 사회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미혼 시절에는 차별을 거의 느끼지 못한다하지만 결혼하고 나면 우리나라 여자들의 사정이 어떤지 깨닫게 된다

이런 환경에서 결혼으로 행복하게 산다는 것은 확실히 힘든 일이다이러면서까지 꼭 결혼을 해야 하냐고결혼하지 않고 나이 든 여자에 대한 사회적 차별이 결혼하고 나서 느끼는 차별보다 덜할 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p132

 

 천부적으로 '부모 될 소질'을 갖고 있는 소수의 사람들은 예외다사람들은 여자라면 누구나 모성애를 갖고 있으며누구나 자식을 낳고 보면 혈연지정이 솟구칠 것으로 착각하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중략매사에 그렇듯이 재능이 없는 사람들이 할 일은 노력뿐이다재능도 없으면서 준비와 노력도 없이 부모가 되려는 무모함은 지양했으면 좋겠다. p272

 

 아직은 나라 말아먹는 성리학이 지배하던 시대의 잔재가 남아 있어 시댁에서 말도 안 되는 가부장적 요구를 들이대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있지만 그것도 다 애정 결핍으로 심통이 나서 그러는 거다.

 그들도 자신들이 시대착오적이라는 것억지라는 것을 다 안다. p295

 

결혼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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