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보지 않은 길 - 한국의 성장동력과 현대차 스토리 나남신서 1905
송호근 지음 / 나남출판 / 2017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소규모 개방경제로 대외요인에 크게 영향받는 한국 경제는 매년 위기다. 새로운 경쟁자의 부상, 유가 상승, 금리인상, 신 기술의 등장 등 수많은 변수들이 한국 기업들로 하여금 맘편하게 있을 수 없게 만든다. 최근 몇 년간은 화장품이나 게임, 엔터테인먼트 같은 소프트한 기업이 인기다. 자동차나 중공업, 철강 같은 무거운 산업은 부진하다. 중국 기업들의 부상으로 차별화도 예전에 비해 줄어들었다. 



현대차도 한국 제조업 위기론의 중심에 있는 기업이다. 현대차의 영욕은 주가차트만 봐도 알 수 있다. 2009년에 5만원 언저리에서 불과 2년 남짓한 기간동안 5배인 25만원까지 가볍게 날아올랐다. 엔고와 지진으로 일본 자동차가 주춤거리면서 반사이익도 봤다. 기술을 중시하고 꾸준히 품질을 높혀왔으며 해외공장에 공을 들이며 내공을 쌓은 현대차가 기회를 잡았다. 현대차는 글로벌 시장에서 치고 나갔다. 더 높은 곳을 향해 숨을 고르는가 싶더니 안타깝게도 15만원까지 급락했다. 그리고는 쉬이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테슬라 같은 전기차 기업들이 부상하기 시작했고, 구글이 자율주행차를 시험하고, 애플도 자동차 산업에 뛰어든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한국을 대표하는 제조기업이고, 전후방 막강한 산업연관효과를 지니고 있는 현대차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걸까. 알파고와 테슬라가 기세 등등해지는 미래에 현대차는 지속가능한 성장이 가능할까. 이런 의문이 자연스럽게 시장에 반영되어 주가로 나타난다. 펀드매니저들을 만나보면 대체적으로 현대차의 미래에 대해 부정적인 경우가 많았다. 조심스럽게 저가 매수 관점에서 나서는 경우는 있어도 현대차의 성장성과 경쟁력에 대해서는 확신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이 책은 송호근이라는 사회학자의 현대차 탐사르포다. 서점에 가보면 애플, 구글에 대한 책을 많아도 상대적으로 삼성, 현대 같은 우리나라 기업들에 대한 책이 많지 않다. 그리고 외국 기업을 분석한 책보다 영 볼게 없다. 아마 기업에서도 적극적으로 취재에 응한다거나, 정보를 적극적으로 공개하지 않는 탓도 있어보인다. 대체로 교수님이 쓰신 글은 어려운 말이나 이론을 붙이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서는 저널리스트 글처럼 딱딱하지 않고 직접 취재를 통한 생동감이 담겨져 있다. 그리고 비교적 기업의 치부와 속사정도 전달하고자 하는 모습이 보인다. 


아무래도 사회학자이고 '사람'에 촛점을 맞추다보니 노조 얘기가 많이 나온다. 신문에 의해 '귀족'노조로 불린다. 잔업을 많이 해서 1억에 가까운 연봉까지 올려놨고, 공장의 인사나 공정속도 등은 노조가 거의 컨트롤 하고 있다. IMF때 짤렸거나 짤린 동료를 본 노동자는 고용안정성과 복지에 과도하게 집착하고, 비정규직으로 방어막을 친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경영진은 공정 자동화에 집중했고, 엔지니어의 비중을 높혔다. 비용이 높고 경직적인 한국 공장보다는 해외공장 설립에 대한 동기부여가 될 수 밖에 없다. 공정에 자동화를 도입했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쉽다. 토요타와 비교해서도 숙련 노동자는 없고 경쟁력이나 노하우가 쌓이지 않으므로 대체 가능한 단순 조립공들만 있다. 장인보다 부품에 가까워진 노동자는 또 포퓰리즘적인 노조에 집착하게 된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고 있고, 시장은 전기차나 자율주행차로 나아가고 있는 상황이다. 


고성장 시점에서는 노동자들의 헌신이 현대차 발전에 큰 공헌을 했지만, 이제는 너무 경직되고 기득권화된건 분명하다. 하지만 그들도 나름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도 뭐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문제는 이런 현상이 계속되면서 현대차 자체의 발전에 장애가 올 수 있을 정도로 심각해지고 있다는데 있다. 현대차의 위기는 한국 제조업과 경제 위기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변화의 계기는 정말 심각한 상황에 다다르지 않는 한 발생하지 않는다. 심각한 것도 정도가 있다. 상황이 더 악화되기 전에 미리 리더십을 발휘해서 방법을 궁리하고 대화하고, 진솔하게 다가가는 게 경영진이 아닐까 싶다. 현대차가 이런 문제를 잘 풀어나가서 다시 발전 모델을 세우고 세계를 선도하는 '가 보지 않은 길'로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래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베는 누구인가 - 아베 정권의 심층과 동아시아
길윤형 지음 / 돌베개 / 2017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국 언론에서 아베 총리는 부정적인 면이 부각되어 나온다. 아베의 경제정책인 아베노믹스도 맨날 실패라고 은근 즐거워(?)한다. 그런데 지난 몇년간 지리한 박스권에 갇힌 코스피와 달리 니케이 지수는 계속 올랐다. 

한국 사람들이 가장 저평가 하는 인물이 아베 총리다. 정보도 부족하다. 신문에선 단편적인 사실 위주이고, 깊이있고 객관적인 인물 분석은 찾아보기 어렵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실은 한국은 매우 폐쇄적인 나라이기 때문이다. 해외동향에 엄청난 영향을 받지만 실제로는 별로 관심이 없다. 명목상으론 개방 경제지만, 언어적/인종적 장벽 등으로 인해 정보교류나 일상생활에서는 매우 폐쇄적이다. 여러 한계가 있는거니까 이해는 간다.

여기서 일본이면 무지의 정도는 더욱 깊어진다. 중국에 대한 책이나 잡지가 쏟아져 나오는 현상에 비하면 대조적이다. 아베 총리에 대한 책은 이거랑 <아베 삼대>라는 책 2권 정도 인 것 같다. 수없이 많은 시진핑에 대한 책과 대비된다.

알려진 것처럼 아베 총리는 명문가의 자제다. 일본에는 세습 정치인이 많은데, 아베 총리도 도련님이다. 외조부가 그 유명한 기시 노부스케다. 흔히 극우주의자라고 하는 아베 총리는 기시의 이념을 물려받았다. 

아베는 어릴때부터 특별히 머리가 비상했거나 특출난 점은 없었다. 부잣집 도련님으로 얌전하고 성실한 학생이었다. 대학도 흔히 알고 있는 명문대는 아니고, 시험없이도 들어갈 수 있는 귀족 학교를 나왔다. 

여느 정치인 집안 자제들처럼 보좌관으로 어른들을 도우며 정치를 슬슬 시작한다. 고이즈미 총리시절 일본인의 납북 문제를 다루는 시점에 북한에 강경노선을 취하면서 보수쪽에서 떠오르는 스타가 된다. 

워낙 집안배경도 좋기 때문에 지역구를 물려받아 국회의원이 되고 비교적 손쉽게 젊은 나이에 총리까지 오른다. 여기서 아베는 실패를 경험한다. 자신도 어리고 경험이 없었지만, 측근이 주를 이루던 내각도 미숙한 발언과 행동을 일삼으며 결국 얼마 못가 총리직에서 물러난다. 

여기서 아베는 좌절하지 않고 등산을 하고 몸을 추스리며 다시 일어선다. "반성노트"를 쓰면서 뭘 잘못했는지도 정리한다. 아베가 주변의 권유를 받아들여 경제 공부를 시작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아베의 오랜 숙원 사업을 이루기 위해서는 우선 나라를 경제적으로 풍족하게 만들어야 뜻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베에게는 정치와 안보가 중요하지만, 물적토대가 있어야 자신의 신념을 이룰 수 있다고 전략적으로 판단했다. 이때 지금의 아베노믹스의 밑거름이 그려졌다. 

아베의 오랜 숙원사업은 이른바 일본을 정상화 시키는 거다. 전쟁을 할 수 있도록 헌법을 개정하는게 그의 오랜 목표다. 일본 극우주의의 이상은 과거 메이지유신 이후의 일본이다. 천황을 받들어 모시고 천황의 영광을 위해 몸을 바치는 신민들이 가득찬 세상을 꿈꾼다. 속으로는 군사적으로 팽창정책을 펴면서 식민지를 만들던 그런 시절을 내심 꿈꿀지도 모른다. 

그런 관점에서는 미국도 언젠가는 극복해야될 대상일 수도 있으나, 현재는 미국을 철저하게 이용하는 전략을 펼친다. 아베는 중국의 부상과 북한의 위협이 만들어낸 측면이 크다. 중국의 부상으로 미국이 동북아의 세력균형을 위해 일본을 전략적으로 밀어준다. 아베는 이러한 안보환경을 철저히 이용하고 있다.

2015년 12월 28일 전격적으로 합의된 한일 위안부 합의에도 미국의 입김이 작용했으리라는 의심이다. 그러고나서 얼마후 2016년초에 한국 정부는 사드 도입까지 공식화하는 입장선회를 보인다. 일찍이 미국의 이해관계를 알아채고 많은 걸 얻어낸 아베에 비하면 한국 정부는 끌려다니는 대응으로 너무나 많은 것들을 잃고 있다. 아베에 대해서 모르고 욕하기 전에 공부하고 아베보다 잘 할 결심을 하고 공부하고 행동하는 정치인들이 나와야 그나마 한국이 덜 피해를 볼 것이다.

군사적으로 미국과 더욱 가까워진 일본은 안보가이드라인도 개정했다. 글로벌한 차원에서 미국의 안보 동반자 위치까지 올라간다. 사실 이런 흐름의 끝이 어떨까 생각해보면 좀 아찔하다. 중국, 미국 뿐만 아니라 일본에 대해서도 폭넓게 알고, 준비하지 않으면 나중에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른다. 시진핑 일인 지배체제를 강화한 중국의 부상과 일본 사람들의 불안한 심리를 집요하게 파고드는 아베의 교묘한 이야기들을 보고 있자면 여러모로 걱정스런 마음이 들었다. 

이 책을 보면서 단편적인 기사를 통해서 알고 있던 아베라는 인물의 성장 배경이나 이념 등을 아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 또한, 최근 동북아시아 정세의 흐름에 대해서도 감을 잡을 수 있다. 아베노믹스에 대한 부분이 너무 적은 분량으로 할애되어 있는 점은 다소 아쉽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제4차 산업혁명시대 비트코인에 투자하라
안혁 지음 / 원앤원북스 / 2017년 11월
평점 :
절판


요즘은 중학생들도 투자한다는 비트코인은 제법 대중화됐다. 서점에 가보면 우리말로 된 서적도 엄청나다. 출퇴근때 이용하는 2호선 지하철역 플랫폼에는 비트코인 투자책 전면광고도 볼 수 있다. 미국에서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투자해서 짭짤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한다. 

사실 전형적인 버블 징후다. 나도 버블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지금 끝난다는 얘긴 아니다. 버블이 언제 끝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아마도 내 주변 몇 명쯤은 백만장자가 됐다는 소식이 들리고, 그동안 참고 있던 사람들이 비트코인을 거래하는 순간이 되야 될지도 모른다. 선물이 상장되고 과감하게 숏베팅에 나선 헤지펀드 한두개 정도는 망해야 이 게임이 끝날지도 모른다. 앞으로 6개월이나 1년, 또는 더 길어질지 모른다. 그때쯤 가격을 얼마나 더 올라가 있어야 할지도 모를 일이야. 모든 버블은 끝나봐야 버블인 줄 안다. 그게 버블이다.

버블이라고 해도 가치없는 것도 아니다. 일말의 진실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설마, 혹시나 하면서 시장에 달려든다. 차트는 아찔하지만 두려움을 떨치고 탐욕을 만드는 스토리의 힘은 무섭다. 버블에도 격이 있을텐데, 2차, 3차 산업혁명기에는 철도, IT (좋은?) 버블이 있었다. 새로운 스토리에 경도된 자금으로 인해 인류를 양질의 철도 인프라를 갖게 됬고, IT버블에서 살아남은 아마존이나 구를 같은 기업들은 혁신을 거듭하며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고 있다. 

비트코인이 버블 같아 보이지만, 그 안에는 여러가지 되짚어볼 요소들이 적지 않다. 그래서 비트코인에 투자할지와는 별개로 좀 알아둘 필요는 있어 보인다. 

비트코인에 대한 책이 어렷이다. 뭘 고를지 몰라서 일단 정석처럼 보이는 O'Reilly에서 나온 <mastering bitcoin>을 덜컥 샀었다. 누가 책 한권을 사준대서 덜컥 골랐었는데, 받아보니 IT기술서적 같다. 어려워 보인다. 그리고 나서 고른 책이 한국투자증권 퀀트 애널리스트 안혁 CFA가 쓴 이 책이다. 대중을 상대로 한 책이고 상대적으로 난이도는 쉽다. 그러면서도 비트코인의 화폐적 특성에 대한 고찰,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쉬운 설명, 비트코인이 부상한 배경, 비트코인의 한계, 비트코인 투자전략 등 핵심적인 내용들을 폭넓게 다루고 있다.  

돈에 대한 역사적 흐름에 비추어 볼 때 비트코인도 돈이 되기에는 충분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는 부분이 인상적이다. 인공지능이 나오고 나서 정말 사람이 어떤 존재인지 생각해본다고 하는데, 비트코인이 등장하니 정말 '돈'이라는게 어떤건지 다시금 되짚어 보는 기분이다. 

저자가 찾아본 바에 따르면, 돈이라는 것은 다름아닌 신용이고, 돈이 물리적으로 존재하지 않더라도 정확한 소유권의 기록을 바탕으로 부가 움직이는 시스템이다. 밀턴 프리드먼의 <화폐경제학>에 나오는 '돌화폐의 섬' 에피소드를 인용한다. 경제내에서 어음이 유통되듯이, 차용증서도 상업 행위에서 배서를 하면서 사실상의 돈으로 사용된다.

비트코인의 등장배경도 흥미롭다. 비트코인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만들어졌다. 글로벌 중앙은행들은 제로금리까지 내리고, 양적완화로 막대한 돈을 찍어낸다. 남발된 돈이 하이퍼인플레이션을 유발할꺼라는 두려움도 있었다. 기존 체제에서 금융은 더욱 통제됐다. 기존 자산으로는 부를 지킬 수 없다는 불신감, 그리고 남발되지 않는 화폐에 대한 갈망, 통제되지 않고 규제되지 않는 자유스러운 시장이 비트코인의 탄생배경이다. 

책에는 언급되지 않았지만, 어차피 거의 이자를 주지 않는 현재의 환경이 비트코인이 성장하는 한 배경이기도 하다. 이자를 한푼도 안 주는 금 가격이 1,300불을 유지하는 것도 비슷하다. 어차피 돈으로 예금해도 이자는 별로 안 된다. 그럴바에야 남발의 위험이 없다고 믿는 금이나 비트코인에 투자할 유인이 있다고 보는거다. 

저자는 비트코인의 한계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소개한다. 우선, 비트코인은 법정화폐가 될 수는 없다. 주결제 화폐가 되기 위해서는 정부가 세금으로 받아줘야 한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비트코인으로 세금을 받아줄리는 만무하다고 얘기한다. 그렇다면 비트코인 소유자와 그렇지 않은 사람들 사이의 빈부격차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또한, 최근 장기적으로는 각국에서 독자적인 전자화폐를 만들어낼 경우 비트코인에 위협이 될 수 있다.

현재 비트코인은 결재수단이기 보다는 '디지털 금'의 성격이 강하다. 금처럼 채굴량이 제한되어 있으면서도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안정성, 손쉽게 '순금'처럼 진성 여부를 알 수 있는 편리함이 있기 때문이다. 통화 증발로 엄청난 하이퍼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는 베네수엘라 같은 곳에서는 비트코인이 믿을만한 가치저당 수단이다. 예전에 키프로스나 그리스 사태처럼 은행 예금자들이 위험에 처할 경우에도 훌륭한 도피처가 된다. 외화유출이 엄격한 중국인의 사랑을 받기도 했으나, 당국의 눈 밖에 나면서 지금은 은밀하게 거래가 행해지고 있다.

'디지털 금'의 역할에 주목하면 자연스레 어떻게 투자해야 되나 떠올리게 된다. 대다수는 시시각각 24시간 변하는 가격의 흐름에 몸을 내맏기겠지만, 이 책의 저자는 아이가 태어나면서 20~30년 장기투자를 한다고 하면 어떤 자산을 할지 생각해본다. 주식이나 부동산, 예금 같은게 일반적이지만, 각각 한계를 가지고 있다. 우선 어떤 통화로 표시된다는 점이 장기적으로는 리스크다. 달러화 자산이라고 하면, 그때 미국이 어떻게 될지 어찌 안단 말인가. 그래서 실물 자산이 20~30년 시간 지평에는 좋은 수단이 될 수 있다. 금이 전통적 수단이다. 저자는 여기에 비트코인을 추가하고자 한다. 그래서 저자의 비트코인 투자 전략은 여유자금으로 조금씩 사면서 장기투자다. 여기에는 사람에 따라 동의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 있을거다. 

책 앞부분에 나오는 블록체인에 대한 설명도 쉽고 편하게 되어 있다. 굉장히 파워풀하고 안정성 높은 기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힐빌리의 노래 - 위기의 가정과 문화에 대한 회고
J. D. 밴스 지음, 김보람 옮김 / 흐름출판 / 2017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난 대선 트럼프 대통령은 분노한 '러스트 벨트' 백인들의 지지에 힘입어 당선됐다. '러스트 벨트'는 미국 중부에서 철강, 자동차 같은 제조업이 쇠락한 지역을 말한다. 미국 제조업 전성기 때는 다른 지역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일자리를 찾을 수 있었고 많은 중산층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소련이 무너지고 중국이 개방되고 NAFTA같은 조약들이 체결되며 공장은 값싼 노동력을 찾아 중국이나 동유럽 같은 곳으로 옮겨갔다. 여기에는 수많은 직업이 생겨났고 두터운 중산층이 생겨났다. 물건값은 전세계적으로 내려가 수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봤다. 사람들은 저마다 세계화를 칭송하기에 바빴다. 


그러나 '러스트 벨트'의 노동자들은 직업을 잃게 되었다. 빚을 끌여다써서 집을 샀는데, 집값이 떨어지면서 발이 묶인다. 공장에서 일하던 것말고 별다른 지식, 기술이나 인맥도 없던 사람들은 그냥 남아서 단순 서비스직을 전전한다.


이런 구조 속에서 개인의 삶은 망가진다. 기대하거나 누렸던 중산층 생활수준에서 대폭하락한 집안마다 알콜과 마약중독자가 있다. 사람들은 불안감을 보듬기보다는 표출하며 부딪힌다. 가정내 폭언과 폭언은 일상적이다. 10대 후반이 되면 여자들은 임신해서 미혼모가 된다. 학업이나 기술을 배우지 못해 더욱 빈곤해진다. 주변에서 대학에 제대로 진학한 사람도 없고, 아무도 내가 대학같은 곳에 갈꺼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알콜 중독자가 되서 유치장을 전전하며 사는게 기대된다. 


가난은 단지 돈이 부족하거나 없다는게 아니라, 인간성의 파멸이며 질곡이다. 이 상황을 벗어나고 싶다고 해도 늪처럼 생활습관, 주변의 기대감, 정보의 부족, 롤모델의 부재 등이 발목을 잡는다. 그나마 옆에서 안정적인 환경을 제공해주는 어른이 있으면 공부를 하거나 기술을 배워서 여기를 벗어날 기회를 만들어 볼 수 있다. 


'러스트 벨트'에서 태어나고 자란 지은이는 조상에서부터 어린시절에 이르기까지 보고 들은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놓는다. 그 안에서 더 나은 삶을 위해 투쟁하고 노력했던 이야기가 들어있다. 이렇게 얘기를 풀어놓기 까지 얼마나 많은 마음고생과 노력을 했을까 생각하니 안타깝고 먹먹해진다.


그는 가난한 사람들이 불쌍하고 그래서 단순히 도와줘야 되는 대상으로 보는 시각도 경계한다. 가난에 따른 "학습된 무기력"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아무리 복지로 퍼줘야 '복지여왕'만 양산하고 구조적 문제를 더 키울 수 있다는 거다. 가난하지만 성실하게 일하는 사람이 이런 일로 정치권에 분노한다. 


어떤 방법으로 문제를 풀어야 하나. 저자는 힐빌리 들이 더이상 자신들의 가난을 정치권이나 다른 나라탓을 하지 말고 현실을 직시하는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한다. 문화적으로 가정을 잘 세울 수 있도록 해주고, 가정 밖에서 아이들을 잘 보둠어줄 수 있는 곳을 만드는 작업이 필요할 수도 있다. 빠른 시간 만에 많은 개선이 없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이 책이 미국 사회에도 많이 회자되며 읽히고 있다는 점이 한가닥 희망이다. 소외된 사람들은 소외되었기 때문에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도 못한다. 이런 책으로 그들을 다시 보게 된다면 그래도 상황이 나아지는 방향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격동의 시대 - 신세계에서의 모험
앨런 그린스펀 지음, 현대경제연구원 옮김 / 북앳북스 / 2007년 10월
평점 :
절판



미국 연준은 투자를 하지 않는 보통 한국 사람들에게도 중요하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전세계에서 진정한 돈은 달러 하나 밖에 없는데, 그들은 달러 값을 정한다. 다른 통화의 가치는 달러 값에 따라 상대적으로 정해진다. 달러가 강해지면 원화가 약해진다. 한국은행은 금리를 올릴 수 밖에 없다. 당장 변동금리 대출을 가진 사람들은 이자를 더 지불해야 한다. 삶이 팍팍해지고 삶의 질이 낮아진다. 

그래서 연준에서 달러 금리를 정하는 FOMC 회의는 온세계가 지켜본다. 성명서 문구 하나하나의 의미를 따져묻고, 연준 의장의 말 한마디로 그들의 의도를 읽고자 달려든다. 이런 정보는 실시간으로 시장에 반영되어 금리, 주식, 원유 가격이 요동치기도 한다. 

앨런 그린스펀은 버냉키 전임 연준의장으로 18년이 넘게 그 직무를 수행한 인물이다 (1987~2006). 금융의 세계화가 이루어지며 자본이 쉽게 국경을 넘나들던 시대를 같이 열어나갔다. 본격적인 첫번째 슈퍼스타 연준의장으로써 그는 현대 연준의 체계와 문법, 문화 등을 설계했다. 아직도 연준의 성명서에서 사용하는 용어나 앨런 의장의 말에는 그린스펀 시대의 유산이 잔뜩 들어가있다. 큰 족적을 남긴 사람임에는 틀림없다.

반면에 엄청 욕을 먹기로도 유명하다. 공교롭게도 2006년 그가 퇴임하고 2년후 초대형 금융위기가 미국에서 터지면서 나라가 홀랑 망할 뻔 했다. 그의 장기화된 초저금리가 버블을 키웠다고 비판했다. 인플레 전망에 따라 금리를 결정했던 그로써는 좀 억울했을 법도 한데, 사실 더 큰 문제는 그가 시장을 맹신한데 있었다. 그는 전형적인 시장 자유주의적 신념을 가지고 있다. 시장이 가장 효율적으로 자원배분을 결정하며, 정부의 개입은 최소화해야한다는 주장이다. 금융 업계에서 자율적으로 서로를 모니터링 할 것이고 시장은 효율적으로 부도를 걸러낼 것이므로 시장 감독에 대해서도 부정적이었다. 전부 그의 탓은 아니었고, 그 시대의 분위기가 그런 사상의 영향을 짙게 받아내며 제도 등이 만들어졌다. 08년 금융위기는 분명 사상의 오류가 극명하게 드러난 사건이었다. 

이 책이 2007년에 나왔다. 06년도에 연준 의장을 퇴임하고 곧 나온 회고록인 셈이다. 그에 대해서 우호적인 시점에 씌여진 책이고, 그는 자신감있고 솔직하게 연준의장으로써의 어려움과 그의 경제관을 써놓았다. 10년 후에도 이 책을 읽는게 여전히 의미있다고 생각한다. 책을 반으로 나누어 앞 부분은 자신의 임기 중에 있었던 회고록 성격이고 나머지 절반이 거시경제학 강의다. 두 부분이 모두 도움이 된다. 

첫번째는 역사는 돌고돌기 마련이라 과거의 일을 아는게 좋다. 닉슨 시절부터 레어건, 부시, 클린턴 정부 시절에 있었던 일의 큰 정책방향이나 분위기 등에 대해서 알 수 있다. 요즘도 세제 개혁 때문에 난리인데, 과거에 있었던 재정 문제에 대해 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두번째는 그의 경제관을 잘 알 수 있다. 그는 자유로운 시장이 경쟁을 촉진해서 삶의 질 개선을 이룬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는 개인의 재산권 보장과 법치주의 같은 환경이 중요하다. 어떻게해야 경제가 발전하는지에 대한 그의 설명은 간명하면서도 매우 좋다. 찬성하든 반대하든 읽어볼만하다. 세계화의 혜택에 대한 그의 논리와 확신도 설득력있다. 물론 그도 세계화가 심화되면서 나타나는 양극화 문제에 대해서도 걱정을 하고 있고, 그로 인한 포퓰리즘의 부상도 우려하고 있다. 그리고 10년 후 예상대로(?) 트럼프가 나왔다.

마지막 챕터는 강의를 정리하며 미래를 전망한다. 전세계적인 저금리 현상이 어느정도 끝나리라고 예측하는 부분이 흥미롭다. 그 때도 인플레이션이 왜 이렇게 안 올라오는지가 의문이었나 보다. 그는 중국 같은 신흥국에서 값싼 노동력이 대폭 공급되면서 선진국에서도 임금 상승에 대한 교섭력이 약해졌기 떄문이라고 본다. 그래서 중국 농촌에서 도시로 유입되는 인구 속도가 감소하면 그에 따라 미국 노동자들의 임금상승률이 올라오면서 고질적인 저인플레이션 문제가 해소되리라고 본다. 10년전에 쓰여진 책인데, 아직도 저인플레이션으로 전세계가 우려하는 걸 보면 단순히 노동력의 문제만도 아닌 것 같다. 

씌여진지 1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많은 시사점과 배울점을 가지고 있는 책이다. 많이 배웠고, 미처 다 흡수하지 못한거 같아서 다시 한번 들쳐보며 그가 펼친 경제학 강의를 들어보고 싶다. 그가 2008년 금융위기의 주범인양 몰리면서 저평가되어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