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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는 누구인가 - 아베 정권의 심층과 동아시아
길윤형 지음 / 돌베개 / 2017년 10월
평점 :
한국 언론에서 아베 총리는 부정적인 면이 부각되어 나온다. 아베의 경제정책인 아베노믹스도 맨날 실패라고 은근 즐거워(?)한다. 그런데 지난 몇년간 지리한 박스권에 갇힌 코스피와 달리 니케이 지수는 계속 올랐다.
한국 사람들이 가장 저평가 하는 인물이 아베 총리다. 정보도 부족하다. 신문에선 단편적인 사실 위주이고, 깊이있고 객관적인 인물 분석은 찾아보기 어렵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실은 한국은 매우 폐쇄적인 나라이기 때문이다. 해외동향에 엄청난 영향을 받지만 실제로는 별로 관심이 없다. 명목상으론 개방 경제지만, 언어적/인종적 장벽 등으로 인해 정보교류나 일상생활에서는 매우 폐쇄적이다. 여러 한계가 있는거니까 이해는 간다.
여기서 일본이면 무지의 정도는 더욱 깊어진다. 중국에 대한 책이나 잡지가 쏟아져 나오는 현상에 비하면 대조적이다. 아베 총리에 대한 책은 이거랑 <아베 삼대>라는 책 2권 정도 인 것 같다. 수없이 많은 시진핑에 대한 책과 대비된다.
알려진 것처럼 아베 총리는 명문가의 자제다. 일본에는 세습 정치인이 많은데, 아베 총리도 도련님이다. 외조부가 그 유명한 기시 노부스케다. 흔히 극우주의자라고 하는 아베 총리는 기시의 이념을 물려받았다.
아베는 어릴때부터 특별히 머리가 비상했거나 특출난 점은 없었다. 부잣집 도련님으로 얌전하고 성실한 학생이었다. 대학도 흔히 알고 있는 명문대는 아니고, 시험없이도 들어갈 수 있는 귀족 학교를 나왔다.
여느 정치인 집안 자제들처럼 보좌관으로 어른들을 도우며 정치를 슬슬 시작한다. 고이즈미 총리시절 일본인의 납북 문제를 다루는 시점에 북한에 강경노선을 취하면서 보수쪽에서 떠오르는 스타가 된다.
워낙 집안배경도 좋기 때문에 지역구를 물려받아 국회의원이 되고 비교적 손쉽게 젊은 나이에 총리까지 오른다. 여기서 아베는 실패를 경험한다. 자신도 어리고 경험이 없었지만, 측근이 주를 이루던 내각도 미숙한 발언과 행동을 일삼으며 결국 얼마 못가 총리직에서 물러난다.
여기서 아베는 좌절하지 않고 등산을 하고 몸을 추스리며 다시 일어선다. "반성노트"를 쓰면서 뭘 잘못했는지도 정리한다. 아베가 주변의 권유를 받아들여 경제 공부를 시작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아베의 오랜 숙원 사업을 이루기 위해서는 우선 나라를 경제적으로 풍족하게 만들어야 뜻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베에게는 정치와 안보가 중요하지만, 물적토대가 있어야 자신의 신념을 이룰 수 있다고 전략적으로 판단했다. 이때 지금의 아베노믹스의 밑거름이 그려졌다.
아베의 오랜 숙원사업은 이른바 일본을 정상화 시키는 거다. 전쟁을 할 수 있도록 헌법을 개정하는게 그의 오랜 목표다. 일본 극우주의의 이상은 과거 메이지유신 이후의 일본이다. 천황을 받들어 모시고 천황의 영광을 위해 몸을 바치는 신민들이 가득찬 세상을 꿈꾼다. 속으로는 군사적으로 팽창정책을 펴면서 식민지를 만들던 그런 시절을 내심 꿈꿀지도 모른다.
그런 관점에서는 미국도 언젠가는 극복해야될 대상일 수도 있으나, 현재는 미국을 철저하게 이용하는 전략을 펼친다. 아베는 중국의 부상과 북한의 위협이 만들어낸 측면이 크다. 중국의 부상으로 미국이 동북아의 세력균형을 위해 일본을 전략적으로 밀어준다. 아베는 이러한 안보환경을 철저히 이용하고 있다.
2015년 12월 28일 전격적으로 합의된 한일 위안부 합의에도 미국의 입김이 작용했으리라는 의심이다. 그러고나서 얼마후 2016년초에 한국 정부는 사드 도입까지 공식화하는 입장선회를 보인다. 일찍이 미국의 이해관계를 알아채고 많은 걸 얻어낸 아베에 비하면 한국 정부는 끌려다니는 대응으로 너무나 많은 것들을 잃고 있다. 아베에 대해서 모르고 욕하기 전에 공부하고 아베보다 잘 할 결심을 하고 공부하고 행동하는 정치인들이 나와야 그나마 한국이 덜 피해를 볼 것이다.
군사적으로 미국과 더욱 가까워진 일본은 안보가이드라인도 개정했다. 글로벌한 차원에서 미국의 안보 동반자 위치까지 올라간다. 사실 이런 흐름의 끝이 어떨까 생각해보면 좀 아찔하다. 중국, 미국 뿐만 아니라 일본에 대해서도 폭넓게 알고, 준비하지 않으면 나중에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른다. 시진핑 일인 지배체제를 강화한 중국의 부상과 일본 사람들의 불안한 심리를 집요하게 파고드는 아베의 교묘한 이야기들을 보고 있자면 여러모로 걱정스런 마음이 들었다.
이 책을 보면서 단편적인 기사를 통해서 알고 있던 아베라는 인물의 성장 배경이나 이념 등을 아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 또한, 최근 동북아시아 정세의 흐름에 대해서도 감을 잡을 수 있다. 아베노믹스에 대한 부분이 너무 적은 분량으로 할애되어 있는 점은 다소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