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영화의 미학 - 문화마당 2 (구) 문지 스펙트럼 2
김정룡 / 문학과지성사 / 199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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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와 공부의 차원에서 앞으로 영화를 자주 보려한다. 그런 영화 보기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해서 김정룡의 『우리 영화의 미학』을 읽게
되었다.

모든 예술이 그러하듯 영화 또한 현실에서 나와 현실을 그려내고 욕망을 포함한 인간이
꾸는 꿈을 '현실같은 거짓말'의 표현 양식으로 우리 앞에 다가온다. '현실같은 거짓말'임을 알면서도 적어도 영화를 보는 시간만큼은 그 거짓말에 자신도 모르게 빨려 들어간다. 그 뿐 아니라 가끔 영화는 현실 지평을 확대하고 규정하기도 한다.

도대체 그런 영화의 힘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예술 영역에서 가장 늦게 출발한 영화는 다양한 표현 기법으로 빠르게 인간의 현실을 지배(?)했다. 아마도 그런 힘은 적어도 스크린에서 펼쳐지는 모습을 지켜보는 그 순간 만큼은 그대로 우리의 현실과 이상으로 자리매김 되기에 비롯되는 것 같다.

『우리 영화의 미학』은 그동안 빠르게 발전을 이루어온 우리나라 영화의 미학을 감독
중심으로 분석한 책이다. 임권택, 장선우, 정지영, 박광수, 배창호, 박철수, 이명세, 여균동, 김홍준, 홍상수, 임순례. 우리나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 번 쯤은 보았을 작품의 감독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데 감독들이다.

나는 영화를 잘 모르기에 그 영화가 다루고 있는 의미와 내용을 알지 못한다. 그냥 들리는 소문에 의해서만 그저 바라볼 뿐이다. 이런 나에게 이 책은 많은 도움을 주었다. 감동의 취향과 스타일은 물론이고 그가 찍은 많은 영화들의 내용과 의미, 그리고 표현 기법까지 이 책은 자세히 다루고 있다. 뿐만 아니라 아름다움에 관한 미학적 측면도 친절하게 나오며, 냉정한 비평까지 있으니 나같은 '초보'에게는 여러가지로 유용했다.

그저 바라보는 것으로 그치는 영화가 아닌 삶 읽기와 현실과 이상을 반추해보는 것으로
영화를 바라보고 싶은 이에게 이 책은 작은 보탬일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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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의 뜰 문학과지성 소설 명작선 14
오정희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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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집어들기 바로 전 읽었던 최인훈의 <광장>처럼 어쩌면 나는 꿈을 꾸고 있는지도 모른다. 전혀 이루어질 수 없고 현실이 될 수 없는 꿈 속의 거닐며 나는 그것이 마치 현실인얀, 아니면 단지 꿈을 즐기며 깨어나지 않으려 현실의 두 눈을 질끈 감고 있는지도 모른다.

차라리 어두운 밤 방 안에서 잠을 자며 빨려들어가는 그야말로 꿈이었으면 아무렇지도 않겠다. 그러나 나는 살아 꿈틀대면서, 입을 나불거리면서, 행위하면서 꿈을 꾸고있는 듯 하다. 한 밤의 꿈은 깨어나면 냉엄한 현실과 만나지만 행위하면서 꾸는 꿈은 객관적이고 솔직한 자신의 모습을 더욱 은폐할 뿐이다.

문학을 공부하는 내가 이제야 작가 오정희를 알았고, 그의 책을 읽었다는 것은 그야말로
꿈과 같은 일이다. 있을 수 없는 꿈, 있어서는 안 될 꿈. 그러나 그 꿈은 내게 현실이다. 참으로 '쪽팔리게' 이제야 오정희를 만났다.

아...
꿈에서 깨어야 하는가.
문학의 꿈에서 깨어야 하는가.

오정희 단편집 『유년의 뜰』은 마치 작가가 자신의 지난날들을 회상하며 적은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갖게 하는 작품이다. 책의 단편 중에서 <別辭>만을 제외한 모든 것들이 1인칭 주인공 시점이며, 주인공은 화자로써 모두 여성이라는 점, 주인공은 유년부터 시작해 50대의 주부까지 이어져 마치 성장일대기를 서술한 느낌을 주는 것들이 그런 생각을 뒷밤침 해 준다.

이야기들의 분위기는 밝거나 명랑하지 않다. <유년의 뜰>에서의 '나'는 술집을 나가는 엄마와 성적관심으로 충만한 언니, 폭력을 일삼는 오빠로 구성된 가족 속에서 엄마의 지갑에서 돈을 몰래 꺼내는 것이 조금씩 대법해 지는 예닐곱 살의 '나'이고, <중국인 거리>에서는 '양갈보가 될'테야를 너무도 자연스럽게 말하는 친구를 둔 초등학생 '나'이다.

그 '나'는 <겨울 뜸부기>에서 입에 풀칠하기도 어려운 오빠에게 월급을 가불하여 부쳐주는 성년이 되었고, <비어있는 들>에서는 알 수 없는 누군가를 막연하게 기다리는 유부녀가 되며, <꿈꾸는 새>에서의 무료한 '내'가 된다. 그리고 '나'는 <어둠의 집>에서 뻔히 알고 있는 거짓말을 하는 딸의 어머니이자 어둠의 집을 홀로 지키는 50대 외로운 여인이 된다.

이런 이야기의 『유년의 뜰』은 극적 긴장감과 갈등감은 없다. 일상적인 일과와 하루하루를 부드럽고 회화적인 문체로 담담히 그려내고 있다. 그런 일상성은 과거에 그 뿌리를 두는 것들인데, 그렇다고 과거가 현재의 상황을 중요하게 결정짓는 것으로 이야기되지 않는다. 다만 그것은 현재에 일정한 무게와 중량감으로
자리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유년의 뜰』에서 기억되고 전개되는 과거는 절대로 밝은 것은 아니며 그렇다고 극도의 암울함도 아니다. 다만 피해갈 수 없는 운명과도 같은 만남들을 이야기한다. 우리는 과거를 회상하며 흔히 좋았고 아름다운 것들만을 이야기하고 기억하려 한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어쩔 수 없는 아픔은 있는 법. 단지 우리가 기억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인식하지 못할 정도의 크기로 현재의 나를 규정했던 과거. 역시 그런 과거를 돌이켜 되새기는 것은 기쁜일이 되지 못한다. 적어도 그 과거가 밝은 것이 아닐 때 말이다. 오정희 이 책은 그런 것들을 세심하게 우리에게 그려내고 있다. 물론 기쁘지는 않지만 돌아봄의 미덕을 안겨주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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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지식의 초점 6-002 (구) 문지 스펙트럼 2
조길예 / 문학과지성사 / 199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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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가을부터 정기구독한 씨네21이라는 영화잡지는 좋은 책이다. 적어도 내가 보기엔 그렇다. 무엇보다 내게 영화보는 안목까지는 아니더라도 영화보는 방법을 가르쳐주었기에 그렇다.

전에도 어딘가에 적은 것 같은데, 내가 그 영화잡지를 구독하는 이유는 영화에 관심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 잡지에 실린 다소 고급스런고(?) 엘리트적인(?) 글들을 읽기 위해서다. 내가 알건 모르건 무작정 읽었다. 평생 듣도 보도 못한 영화와 외국감독에 대해서도 그냥 읽어갔다.

사랑하면 알게되고 알게되면 보인다는 말이 있지만, 내겐 '읽어보면 알게되고 알게되면 사랑하게 된다'라는 말이 어울리겠다. 그 잡지를 읽으며 나는 빙산의 일각이나마 영화에 대해서 알게되었고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관심과 애정이갔다. 그리고 영화를 '재미있게' 보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선 더더욱 많은 것을 알아야겠다는 마음이 생겼고, 어느덧 내 손엔 영화관련 책들이 들려있었다.

먼저 『스크린 앞에서 투덜대기』와 『우리 영화의 미학』을 읽은 후 나는 서점에서 영화관련 책 3권을 샀다. 그리고 먼저 볼프강 가스트의 『영화』를 읽었다.

이 책은 점차 확대되어 가는 영화의 표현 영역과 그 영향력에 따른 일반대중들의 관심 증폭을 바라보면서 그야말로 나와 같은 일반대중들이 '영화읽기'를 수월하게 해주기 위한 방법론 책이다. 즉, 비전공자들도 편하게 읽을 수 있고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게끔 쉽고 친절하게 영화에 대해서 서술된 책이다.

문학이 언어만을 수단으로 하여 그것을 읽는 수용자들에게 다가가지만 영화는 영상, 언어, 음향이 함께 어우러져 다가간다. 그것은 서로 분리되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조화롭게 융화되어 하나의 의미와 루트를 통해서 관객에게 다가가는 것이다.

이 책은 그런 영화적 특성을 미장센, 몽타주, 시퀀스, 카메라의 각도, 시점, 화자 등등의 정의는 물론이고 그것이 영화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구체적이 예를 들어가며 설명하고 있다. 이런 것이 바로 영화언어이다.

뿐만 아니라 문학의 영화화에 대한 방법과 의미도 담겨있으며, 영화의 분석방식도 설명되어 있어 영화읽기에 많은 보탬이 될 것 같다. 무엇보다 내게 도움이 된 것은 '통합적 이해'로써 영화를 바라봐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한 편의 영화는 서사구조, 영상, 음악, 미술 등이 함께 어우러져 완성되는 것이다. 그러나 나의 영화보기와 취향은 언제나 파편적인 부분에 집착한 것이었고, 그것에 대한 지나친 편애였다. 이런 나의 태도는 표현양식에 대한 이해의 부족에서 기인한 것 같다. 영화를 읽는 방법은 물론이고 의미를 잡아내는 것에 이르기까지 이 책은 기초적인 밑거름이 된다.

아... 문득 영화감독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 내가 좋아하는 여자 영화배우들도 볼 수 있겠지...
전지현, 이나영, 양미라....
생각만해도 짜릿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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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피그말리온의 꿈 - 문화마당 4-013 (구) 문지 스펙트럼 13
이윤영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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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그말리온은 훌륭한 조각가였다. 그는 살아오면서 여자의 결점을 너무나 많이 보았기 때문에 한평생 독신으로 살기로 결심했다. 그는 훌륭한 솜씨를 부려 상아의 입상을 조각하고 있었는데 그 아름다움은 감히 산 여자 따위는 접근할 수도 없는 것이었다. 그것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보였으며 그 것을 바라보면서 피그말리온은 그 작품과 사랑에 빠졌다

아프로디테의 숭배자인 피그말리온은 아프로디테의 제전이 끝난 뒤, 자신의 상아처녀를 아내로 점지하여 달라고 빌었다. 아프로디테는 그의 소원을 들어주었는데, 피그말리온이 돌아와 그 조각에 키스하자 조각은 온기가 생겨났다. 아프로디테는 자기가 맺어준 이들의 결혼을 축복하였다. 이 결합으로부터 아들 파포스가 태어났는데, 아프로디테에게 바쳐진 파포스라는 마을은 그의 이름을 딴 것이다.'

얼마전 대학원 입학을 위해 한 편의 단편 소설을 쓴 경험이 있다. 그 소설은 내가 지상의 빛을 받아 살아오면서 처음 쓴 소설이었다. 입시를 준비하면서 소설을 쓸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있었음에도 나는 마음 속의 커다란 부담감 때문에 쉽게 펜을 들 수가 없었다. 급기야는 원서 접수 하루 전날 밤을 새워서 날림으로 내 생에 첫 소설을 완성했다. 내가 쓴 소설 보다 내가 그 소설을 쓴 모습이 더욱 소설같다.

글을 쓴다는 것은 또다른 하나의 자신을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글에 생명을 불어넣어 그 자체로 살아 꿈틀거리에하는 것이 글쓰는 사람의 자세이자 소망이다. 신화의 저 이야기처럼 글쓰는 사람에게는 피그말리온의 꿈이 있다. 아니 피그말리온의 꿈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자신의 첫 소설을 쓰는데 걸린 시간이 고작 바룻밤이었다니... 나에겐 피그말리온의 꿈은 고사하고 기본적 자세조차 없었다. 구하는 자는 방황하고, 방황하는 자 얻는다고 한다. 나에겐 구하고자하는 욕망이 없었나보다. 하기에 얻는것도 없었다. 이제라도 피그말리온의 꿈을 그려본다.

이윤영의 『영화, 피그말리온의 꿈』은 우리 삶에 깊숙히 자리잡은 영화이야기다. 그 중에서도 자신의 '삶을 흔들리게 했던' 영화들에 대한 느낌을 미학전공자답게 아름답고 진솔하게, 그리고 '꿈'과 '성찰'을 담아 그려내고 있다.

자신이 만들어낸 조각상과 사랑에 빠진 피그말리온의 신화처럼 이윤영 씨가 사랑에 빠진 8편의 영화는 짐 자무시의 '천국보다 낯선', 잉그마르 베르히만의 '제7의 봉인', 페데리코 펠리니의 '8½', 파스빈더의 '마리아 브라운의 결혼', 테오 앙겔로풀로스의 '율리시스의 시선', 쿠엔틴 타란티노의 '펄프 픽션',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희생', 찬 안 훙의 '씨클로' 등이다.

이런 영화들에 대한 느낌과 사랑을 서술한 저자 이윤영은 영화 자체와 영화언어에 대해서만 이야기하지 않는다. 영화에 자신의 삶과 경험을 결합시켜서 풀어낸다. 그래서 삶의 향기가 묻어나는 영화평이며 마치 일기장에 적혀있는 비밀스런 글을 훔쳐보는 듯한 느낌의 글들이다.

좋은 영화는 물론이고 훌륭한 예술은 그것을 보는 사람들의 마음 속에 무언가를 '걸리게'한다고 이윤영은 말한다. 그런 '걸림'은 내면의 깊은 울림이자 충격이며 하나의 반성과 성찰이기도 하다. 상대방의 마음을 '걸리게'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먼저 걸어야 한다. 삶을 걸어야만 상대방의 마음을 '걸리게' 할 수 있다. 저자 이윤영은 바로 그러한 '걸림'이 예술의 위상이자 정체성이라 말하고 있다.

대학 4학년 때 '삶을 걸지 않은 투쟁은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라는 말을 하나의 신념으로 받아들인 적이 있다. 물론 지금도 그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며 삶의 하나의 좌표로 삼고자 한다. 그러나 안타까운 것은 현실의 내 삶은 '삶을 걸지 않은 투쟁'이라는 것이다.

내 삶을 걸고 타자의 마음을 걸리게 하는 글을 쓰고 싶다. 글만이 아니라 내 삶 자체가 그런 과정이었이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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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의 열린 세상 - 4-011 (구) 문지 스펙트럼 11
송희복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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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매력적인 것은 일상언어에 추가된 독특한 영화 언어로 현실과 환타지, 실재와 꿈, 존재와 비존재 사이의 절묘한 외줄타기를 인간에게 보여주고 그 외줄타기의 곡예사에 기꺼이 관객을 초대하기 때문이다. 관객은 짜릿하고 아찔한 외줄타기 곡예사가 되어 영화속에 빨려들어간다. 현실 너머의 환타지, 실재의 존재가 건널 수 없는 꿈만을 영화가 표현했다면 관객은 외줄타기 곡예사가 되길 망설이고 포기했을 것이다. 외줄 하나에 의지하여 아찔한 경계넘기는 인간의 꿈과 이상을 표현하는 예술의 주된 테마이자 존재근거이다.

나에게 있어서 현실의 개별적 인간을 역사적, 그리고 사회적 접근을 통해서 잘 분석해 보여주었던 영화는 <박하사탕>이었다. 거꾸로 가는 기차를 따라 시간의 역추적을 통해 현실의 '망가진 영호'의 삶을 보여주었던 <박하사탕>은 영화가 인간에게 보여줄 수 있는 것, 그리고 표현할 수 있는 긍정적인 것들을 내게 일깨워주었다.

사회와 끊임없는 피드백 과정을 통해 인간의 여러 요소들은 만들어진다. 그러나 우리는 현실 속의 자신은 쉽게 돌아볼 수 있어도 역사적 근거와 원인으로써 자신의 모습은 그려보기 어렵다. 하기에 <박하사탕>의 영호를 통해 비로소 자신과 사회의 관계를 돌아보며, 그리 특별할 것도 없는 그 관계에 새삼 놀라게 되는 것이다.

이런 놀라움. 바로 현실과 그 현실 너머의 지평을 보여주는 영화가 인간에게 주는 놀라움이다.

지난 해 늦가을에 어렵게 보았던 <와이키키 부라더스>도 나에게 충격이었다. 현실과 이상의 사이에서 마땅히 외줄타고 곡예쇼를 보여주어야할 영화는 전혀 환상적이지 않았고, 스크린을 들여다보는 나를 끊임없이 불편하게 했다. 있는 그대로의 완벽한 현실. 나는 그런 너무도 리얼한 현실이 스크린에 등장하는 것에 불편했고 충격을 받았다.

모든 사람들은 현실을 살아가면서도 현실을 잊는다. 아니 잊으려고 한다. 그렇게 현실은 인간에게 버거운 것이기도 하다. <와이키키 부라더스>의 그런 표현도 하나의 환타지이기도 하다. 그것을 보는 사람이 환상 속에 허우적 거리며 살아가고 있으니 극도의 현실을 보여준 이 영화는 그대로 보는 이에겐 환타지가 된다.

특별한 장치도 없었고, 장대한 서사구조가 있는 영화는 아니었지만 내게 있어서 이 두 편의 영화는 현실과 이상의 절묘한 외줄타기를 보여주는 영화였다.

송희복의 『영화 속의 열린 세상』은 이렇게 영화가 표현하는 현실과 이상의 세계를 보여준다. 영화적 기법과 표현 양식에 대한 설명보다 이 책은 오늘날의 영화가 다루고 있는 주제를 통해서 현실의 삶을 반추하는 것에 촛점을 맞추고 있다.

수년전 까지만 하더라도 금기시되었던 동성연애, 레즈비어니즘, 맹독성의 불륜 등의 주제가 영화속에 자주 등장하는 원인과 배경. 그리고 중국의 근대화 과정의 상처를 영화를 표현한 장이모, 첸 카이거 감독의 영화. 새롭게 꿈틀거리고 있는 동아시아 영화.

이런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는 이 책은 영화가 표현하는 것은 현실과 이상 사이의 거리와 간극이지만 결국 현실로 되돌아 오기위해 영화는 존재함을, 그리고 인식하기 어려운 현실을 인식하기 위해 오늘도 사람들은 어두운 극장안에 들어감을 말하고 있다.

영화 속에서 현실을 읽어내려는, 혹은 영화를 통해 현실의 세계를 더욱 확대하고 싶은 욕구가 있다면 이 책은 도움이 될 것이다. 적어도 내가 <박하사탕>에서 인간과 사회의 관계를 어렴풋이 느낀 것처럼, <와이키키 부라더스>에서 현실과 꿈의 뒤바뀐 환타지를 경험 한 것처럼 영화 속에는 또다른 세계의 모습을 담고 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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