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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정원 - 하
황석영 지음 / 창비 / 2000년 5월
평점 :
노래를 하게 되면 김광석처럼, 연애를 하게 되면 고복수처럼, 농사를 짓는다면 황만근처럼, 춤을 춘다면 공옥진처럼 되고 싶다. 그리고 글을 쓰게 된다면 황석영처럼 쓰고 싶다.
김광석, 고복수, 황만근, 공옥진. 이 중 고복수와 황만근은 가상인물로, 각각 드라마와 소설의 주인공이다. 그리고 김광석은 옛날에 저세상 사람이 되었고, 공옥진은 힘겨운 투병중이란다. 이들 4인은 세상 시류(時流)에 어눌했고, 세상 욕심에 무심했다. 대신 인간으로서 마땅히 가야할 길은 잘 알았고, 그 길을 걷는 방법도 잘 알았으며, 그 길을 묵묵히 가며 한눈파는 법이 없었다. 그래서 이들의 삶은 '말'과 '소문'으로 완성되지 않고, 오직 '삶'으로 대성했다. 하기에 난 이들의 삶 앞에 '위대'라는 말을 붙여주는데 망설이지 않는다.
문학은 쓰는 것이 아니라 사는 것이라 말한 사람이 있다. 그의 시선은 언제나 약자의 삶에 머물고, 분노는 역사의 모순과 함께 한다. 도도한 역사의 흐름을 바라보면서도, 그가 그려내는 것은 개개인들의 자잘한 일상의 삶이다. 그의 글은 역사의 무게로 독자를 짓누르는 대신, 소시민의 삶의 물결에 독자를 올려놓는다. 그래서 주인공이 아프면 같이 눈물짓게 하고, 기쁘면 독자들을 신명나는 굿판의 주인공으로 만들어 버린다. 무엇보다도 인간의 사랑이 강자를 향할 땐 더없이 추악해지고, 약자를 향할 땐 한없이 아름답다는 것을 그는 몸소 보여준다. 그래서 나는 황석영 이름 앞에 '위대한'을 붙이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그는 살아온 만큼, 겪어온 만큼, 느낀만큼만 자신의 문학에 표현한다. 그와 문학은 그대로 하나인 것이다. 오랜 감옥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그가 세상에 내놓은 『오래된 정원』은 '여전한 황석영'을 증명한다. '여전한 사람 황석영'이 여전히 우리 곁에 있다는 것은 여전히 좋은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