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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흔들리게 하는 것들
곽재구 / 동방미디어 / 1997년 1월
평점 :
품절
곽재구의 <삶을 흔들리게 하는 것들>은 그가 여행한 곳들에 대한 이야기다. 그러나 일반적인 여행기가 아닌 삶의 의미와 우리가 지키고 보존해야 하는 작고 소박한 것들을 시인의 눈으로 바라본 것이라 하겠다. 특히, 곽재구씨는 우리네 삶속에서 조금씩 사라져가는 시골장들의 풍경을 주로 이야기하고 있다. 시골장의 장돌뱅이들, 튀밥장수, 생선장수, 국밥장수의 꾸밈없고 솔직한 모습속에서 시인은 삶의 진실성과 욕심없는 소박함을 발견했다.
예전부터 우리나라에 존재했던 장은 단순히 경제의 순환논리만이 존재하는 '시장'이 아니었다. 자신의 삶의 터전을 떠날 수 없던 농경사회에서 장은 교류와 많은 이야기들이 오고갈 수 있었던 곳이었고, 서로의 동질성을 확인하는 곳이기도 했다. 진정 우리의 삶을 흔들고 설레게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리고 나의 삶을 흔들리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아마도 '그리움'일 것이다. 누구나 각기 다른 모습으로 마음속에 간직되어 있는 그리움. 낯선 길에서 우연히 마주치는 유무형의 무엇이 자신의 마음속에 간직된 그리움과 일치했을 때 우리의 삶은 흔들린다. 그리고 설레인다. 그리고 코끝이 찡해져 눈물을 흔린다.
시골장 한 귀퉁이에 자리를 잡아 애써 자신이 키운 천원짜리 호박 2개를 팔기위한 할머니의 모습에서, 따뜻한 한 사발의 국과 고봉으로 쌓인 한 그릇의 밥을 천오백원에 파는 시골장의 아주머니 모습에서 진정 삶의 흔들림을 느낀다. 그것은 마음 한 켠에 조용히 간직된 그리움이기 때문이다. 곽재구 시인의 <삶을 흔들리게 하는 것들>을 읽다보면 간접적인 것만으로도 삶이 흔들림을 느낀다. 조용히 불어오는 봄바람에 작게 흔들리는 나무가 아름답듯이 우리의 삶도 외부의 무엇에 가끔씩 흔들리고 설레일 때 더욱 아름다울 것이다. 그러나 바쁜 일상에서 흔들림없이, 아니 흔들리는 작은 마음의 여유조차 없는건 아닐지....
나의 삶을 흔들리게 했던 곽재구 시인에게 작은 감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