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에 미소를 주는 책.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 신영복 옥중서간
신영복 지음 / 돌베개 / 1998년 8월

얼마전 헤어진 여자친구를 만났다. 아주 우연히 말이다. 그녀가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오빠, 얼굴이 참 좋아보이네요. 안정되 보이구요...' 언제나 강해보이려고, 남에게 인정받기 위하여 인위적인 표정을 지으려 노력했던 나로서는 의아한 말이었다.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왜 나의 얼굴이 좋아보일까...

그건 바로 신영영 선생님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읽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그래...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때로는 찡한 감동을 때로는 알수 없는 기쁨에 미소를 짓곤 했다. 그리고 마음의 안정됨을 느꼈고 살아있음의 행복을 느끼곤했다. 무기수로서 감옥에서 20년을 생활하신 신영복 선생님의 피로씩어낸듯한 엽서글들.. 너무도 진실된 글이기에 마치 맑은 밤하늘에서 빛나는 별과 같은 글이었다.

신영복 선생님은 감옥에서 여러 '죄수'들을 보면서 사람의 보호색에 대해 이야기했다. 온몸에 무시무시한 문신을 새겨진 조직폭력배를 보면서 이질감과 거부감을 느끼기 보다는 그가 그렇게 밖에 할 수 없던 삶을 읽고 있다. 바로 동물과 식물들이 가지고 있는 보호색이 인간에게도 있다는 것이다. 자진의 몸 하나밖에 가진 것 없는 일반 민중들이 거친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보호색이 있다는 것인데 바로 조폭의 문신에서 그가 그렇게라도 해서 살아가기 위한 보호색을 보았던 것이다.

이렇게 신영복 선생님의 그렇게 '무시무시한 조폭'에게서도 또 다른 삶의 형태를 읽은 것이다. 이 부분에서 나는 많은 반성과 생각을 했다. '그래.... 그렇다면 나의 보호색은 무엇일까...' 나는 지금까지 살아온 많은 날들을 나의 보호색에 의해서 살았다. 남들보다 많이 배운 티를 내려고, 유식해 보이려고, 강해보이려고.... 나는 언제나 어려운 말들과 책의 인용구를 어설프게 남들에게 이야기했던 것이다. 그런 모든 것들이 나의 거짓된 보호색이었다....

이젠 보호색 없는 삶을 살아가고 싶다. 진실된 나의 삶을 살고 싶다. 세상 누구에게서나 삶의 향기를 읽으시는 신영복 선생님처럼 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