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벌써 마흔인데 해놓은 게 아무것도 없어 - 흔들리는 나를 단단하게 잡아준 단 한 권의 인문고전
조기준 지음 / 피오르드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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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른 살, 마흔 살.

 나이의 앞자리가 바뀌는 일은 괜히 두렵고 슬프게 다가옵니다. 지나고 보면 그다지 큰일이 아니건만 그전에는 왜 이리 큰일처럼 느껴지는 걸까요? 그런 날들이 다가오면 우리는 괜히 자신을 한번 돌아보기도 하는데 대부분은 불안과 아쉬움을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우리 사회에서는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어떤 잣대나 기준을 세워 놓고 마흔이면 '이 정도는 갖추어야 한다'라는 인식이 아직 강하게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그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고 느껴진다면 뭔가 잘못되었고 실패했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요. 사실 그런 기준이나 잣대는 누가 정했는지 알 수 없고 그것이 꼭 맞는다고 볼 수는 없기에 자신의 기준과 잣대를 세우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런 점을 고려할 때 이런 부분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책이 아래에 있는 책이었습니다.

 

[ 내 나이 벌써 마흔인데 해놓은 게 아무것도 없어 ]


 

 저도 몇 년이 지나면 마흔이 될 것이기에 아주 먼 미래같이 느껴지지가 않네요. 그래서 책명에 이끌렸나 봅니다.

조기준 작가님의 책은 처음인데 작가 소개 글에 나온 이력이 보기 좋았습니다. 스물에는 뮤지컬을 배우고, 서른에는 에디터가 되었고, 마흔에는 글을 쓰고 강연을 하며 책을 통해 소통을 하고 계신다는 작가님. 이렇게 다양한 직업과 자신이 관심 있고 좋아하는 분야로 뛰어들었던 과거가 이 책을 쓰는데 도움이 되었을 것만 같네요. 그리고 그런 이력들이 이 책의 타당성이라고 할까 당위성을 부여하게끔 만들어주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으로만 본다면 작가님은 용기 있고 자유로운 분이신 것 같습니다. 책명처럼 마흔의 나이에 금전적인 부분에서의 큰 성과보다는 자유로운 삶과 자신만의 가치를 추구하는 삶을 사시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드네요. 그래서 이 책을 통해 많은 독자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들도 그런 부분이 아닐까 합니다.

 이 책은 동양 고전인 [맹자]를 교재와 비슷하게 이용하여 작가님의 글을 적고, 그 글이 마무리되면 그 다음 [스토리로 맹자 읽기]라는 부분이 있어서 [맹자]의 명구절과 그 구절에 잘 들어맞는 옛 일화들을 적어놓으셔서 독자로 하여금 좋은 글의 취지와 의미를 생각하게끔 하네요. 저는 예전부터 동양고전을 좋아하는 편이어서 [맹자]가 인용된다는 부분도 이 책을 읽게 된 큰 이유 중 하나였습니다. 저는 공자의 [논어]를 더 좋아하고 익숙한데, 이 책을 통해 [맹자]의 몰랐던 좋은 구절들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맹자]는 논어보다 그 글의 길이가 길고, 딱 부러지는 듯 강인한 맛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통해 조금은 그런 생각을 바꿀 수 있었네요. 예상했던 것보다 [맹자]에서 좋은 구절을 많이 찾았습니다. ㅎ

 이 책의 목차의 큰 장만 아래에 적어봅니다. 많은 책들이 목차에 그 책의 큰 이야기의 흐름과 내용을 알려주기에 참고삼아 적어보아요.

 

제1장 - 마흔, 잔치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제2장 - 인생의 반환점을 돌고 있습니다

제3장 - 내가 누구인지 설명할 수 있을까

제4장 - 지금부터 나답게 산다는 것, 오늘부터 마흔답게 산다는 것

 

 위에서도 잠깐 언급했듯이 이 책은 큰 주제는 우리 사회가 정해놓은 기준과 잣대에 맞추지 못 하더라도 슬퍼하지 말고 나답게 살자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마흔이라는 나이에 갖추어 놓아야만 할 것 같은 것들도 사실은 통념에 불과한 것이고 그보다 중요한 것은 개인의 기준으로 그 기준에 잘 맞추어 살아간다면 행복해질 수 있다는 내용인 듯합니다. 그것은 우리가 살아가는데 접하게 되는 여러 분야인 경제, 정치, 문화, 사회의 다방면의 면에서도 그에 따라 생각하고 행동해야 하는 것이지요.

  공자는 마흔을 '불혹'(흔들리지 않는 나이)라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그 시절과 현재의 시절에 마흔이라는 나이는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커다란 차이가 있을 것 같아요. 그러니 꼭 '불혹'이라는 경지에 다다르지 못하더라도 틀리지 않고 못 하지 않은 거라고 생각합니다. 마흔이라는 나이, 그런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하루하루를 잘 살고, 삶의 태도와 개인의 기준을 잘 잡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배우게 되었습니다.

 이 책에서 좋았던 문장을 적으며 글을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맹자는 말했다. "사람이 지닌 양심을 지탱하는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 욕심을 억제하는 것이다. 만약 욕심이 적다면 지니는 것이 적을 것이고 또한 잃게 되는 것도 적어질 것이다. 만약 사람에게 욕심이 생기에 되면 이성은 줄어들고 이성을 지니고 있을 때보다 오히려 더 잃게 되는 것이 많게 된다.

 

- <진심 下>

(p. 124)

 


 최근 전형적인 자기 계발서에 반감을 가지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자기 계발서에는 분명 이로운 점이 있지만, 한편으로는 너무 '잘난 사람들의 잘난 이야기'로 다가오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요즘은 평범한 사람이 보통 사람의 눈높이로 말을 거는 책이 늘어나는 느낌이다. 이런 책을 읽다 보면 나와는 다르지만 비슷한 삶을 사는 이야기를 통해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너무나 평범한 인생이지만, 그래서 내 삶이 더욱 소중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p. 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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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하루를 안아줄게 (감성 콜라보 에디션)
최대호 지음, 낭만배군 사진 / 넥서스BOOKS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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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은 <에세이> 장르가 참 인기가 많은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아무래도 바쁜 생활 속에서 비교적 가볍게 읽을 수 있고 위로와 위안을 받을 수 있는 점이 큰 이유가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드네요. 저도 에세이 장르의 책들을 좋아해서 가끔씩 읽고 있는데 저는 작가의 생각이나 주장을 글을 통해 볼 수 있는 점이 큰 매력인 것 같아요. 그래서 좋은 생각과 글들은 배울 수 있는 점도 좋은 매력인 것 같습니다.


 

 [너의 하루를 안아줄게]

 

 이 책은 에세이 중에서도 감성적인 느낌이 강한 에세이인 것 같습니다. [읽어보시집]으로 많은 사랑을 받으셨던 최대호 작가님과, SNS 인기 사진작가이신 낭만배군님이 함께 만든 책으로 최대호 님의 글과 낭만배군 님의 사진으로 구성된 책이었어요. 글이라고 하지만 시라고 해도 될 것 같네요. 시와 사진의 어울림이 참으로 좋았던 느낌이 들었습니다. 저는 사진 찍는 것도 좋아하는데 이 책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었던 것은 아름다운 사진들이었습니다. 아주 특별한 장소들이 아닌 것 같은데도 이렇게 아름다운 사진으로 탄생되어 훌륭한 결과물이 된다는 점이 놀랍고 이런 사진들로 인해 주변에서도 충분히 아름다운 것들이 많은데 제 자신이 많이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조금 들기도 했네요. 하지만 그런 생각보다는 아름다운 사진들을 한번 쭉 차례대로 보면서 느끼는 기쁨은 남다른 것이었습니다.

 저는 [읽어보시집]을 아직 읽어보지 못해 이 책을 통해 최대호 작가님의 책을 보게 되었네요. [읽어보시집이] 아주 큰 인기를 얻은 책이라도 하던데 이 책을 읽어보니 그 책 또한 읽어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습니다. 이 작가님의 글은 일단 글을 아주 이쁘게 쓰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단어의 선택이 두 가지를 쓸 수 있어도 좀 더 아름답고 착한 말을 쓰는 분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 책에 나온 글들의 전체적인 느낌이 아름답고 착한 글들이라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그렇기에 지금 자신이 힘들거나 아픈 사람에게는 조용하고 따뜻하게 위로와 위안을 건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글이었습니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는 작가님이 글을 쓰는 일에 대한 글이 있는데 작가가 글을 쓰는 행위를 얼마나 좋아하고 자랑스러워하는지 엿볼 수 있어 멋지기도 했고 부럽기도 했네요.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만흔 사랑까지 받는다는 것이 참으로 대단하다고 느껴졌습니다.

 이 책은 평소 책을 가까이하지 않는 분들에게 선물하면 참 좋을 것 같은 책이었습니다. 내용 자체도 어렵지 않고 부담스럽지 않은 내용이었고 두께도 그다지 두껍지 않아서 더욱 그렇네요. 특히 이 책은 글로만 구성된 것이 아니고 사진과 함께 구성된 책이라 활자에 대한 부담감을 상당히 떨칠 수 있는 점이 선물로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글과 사진의 조화도 좋았는데 따뜻한 글과 아련한 사진이 가장 매력적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 계절은 가을의 끝자락에 위치한 것 같은데 그럴수록 따뜻함이 생각나는 계절이 된 것 같습니다. 이 가을의 끝자락, 그리고 겨울의 시작점에서 이처럼 감성적인 에세이와 함께 한다면 조금 더 따뜻하고 포근한 계절을 보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던 책이었습니다.

 

   

누군가 나에게

아메리카노를 주었어.

 

나는 쓴 커피는

안 좋아하는데

 

시럽은 없고

그냥 마시기에는 너무 써서

 

네 생각을 넣었어.

(p. 107)

 


너를 따뜻하게 하려고 쓴 편지가

오히려 날 따뜻하게 했다.

 

너에게 예쁜 말을 많이 해 주었더니

오히려 내가 예쁜 마음씨를 가지게 됐다.

 

너에게 행복을 주려 했는데

오히려 내 삶 가득 행복이 차올랐다.

 

나에게 너는 이런 사람이다.

날 좋게만 바꾸는 소중한 사람...

(p. 197) 


 



 

 

*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읽고 개인적 감상을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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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인 조르바 세트 - 전2권 생각뿔 세계문학 미니북 클라우드
니코스 카잔자키스 지음, 안영준 옮김, 엄인정 / 생각뿔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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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스라는 말을 들으면 사람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있을 겁니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은 산토리니 같은 아름다운 섬을, 그리고 아테네에 있는 파르테논 신전 등을 많이 떠올리기도 할 텐데 저에겐 그리스라고 하면 가장 먼저 <그리스인 조르바>가 생각 나곤 합니다. 그만큼 저에게 특별한 책이었고 인상적인 책이었습니다.

 저는 이전에 <그리스인 조르바>를 2번 읽었고 이번에 3번째로 이 책을 읽게 되었는데 그럼에도 읽는 순간 가슴을 뛰게 하는 그런 느낌을 받아 조금 놀랐네요. 그전에 읽었던 책은 아마도 '열린책'이란 출판사에서 나온 책을 보았던 것 같은데 그 책에 나왔던 문장들과 이 책의 문장의 번역을 비교해보면서 보는 것이 흥미롭고 좋았습니다. 이 책의 내용이야 워낙 유명해 많은 분들이 잘 알 것이지만 간단히 적어보자면 주인공인 나는 학자이고 책을 통한 지식의 세계에 있는 사람이었는데 삶의 생생함 속으로 직접 들어가기 위해 크레타섬에 있는 폐광으로 탄광을 개발하기 위해 갑니다. 그렇게 크레타섬으로 가는 배 안에서 조르바를 만났는데 그는 삶을 맨몸으로 부딪혀살아가는 인물로 주인공 나에게 자신을 고용해달라고 합니다. 나는 조르바와 몇마다 이야기를 나누어보고 함께 일하기로 해서 크레타섬으로 함께 갑니다. 나는 조르바는 갈탄광을 개발하고 함께 지내면서 조르바의 여러 점들에 반하고 동경하게 되고 닮으려 합니다. 조르바는 생의 생생함 속 가운데 머무는 인간이고 자신의 열정과 사랑을 위해 손가락을 자를 정도로 무모하지만 놀라운 인물이지요. 서로 함께 많은 일들을 겪으며 그 속에서 삶을 살아가는 방법, 사랑에 대해 조금씩 배우고 더 깊이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고 되었고 책의 마직막에는 서로 이별을 하게 되면서 이야기가 끝이 나는데 책 속에는 정말 주옥같은 문장들이 많아 책을 읽으며 그런 문장들을 찾는 재미도 아주 큰 소설입니다.

 조르바는 정말 '현재를 사는 사람'으로서 생의 걱정, 두려움 같은 것을 모두 떨쳐버리고 자유인의 표본과 같은 존재로 인식되고는 하는데 이런 모습이 현재 우리의 모습과는 많이 달라 부럽고 멋져 보이는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조금 더 생각해보면 조르바 같은 친구가 있다면 개인적으로는 조금 힘들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그는 열정과 욕망, 그리고 두려움이 없기 때문입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이전에 읽었던 책과 지금 읽은 '생각뿔'에서 나온 <그리스인 조르바>의 문장을 비교하는 것도 아주 재밌고 흥미로웠습니다.

그중 한 가지만 예를 들어 적어봅니다. 위에는 예전에 읽은 책이고 아래에는 이번에 읽은 책입니다.


 

 안 믿지요. 아무것도 안 믿어요. 몇 번이나 얘기해야 알아듣겠소? 나는 아무도, 아무것도 믿지 않아요. 오직 조르바만 믿지. 조르바가 딴 것들보다 나아서가 아니오. 나을 거라고는 눈곱만큼도 없어요. 조르바 역시 딴 놈들과 마찬가지로 짐승이오! 그러나 내가 조르바를 믿는 건, 내가 아는 것 중에서 아직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조르바뿐이기 때문이오. 나머지는 모조리 허깨비들이오. 나는 이 눈으로 보고 이 귀로 듣고 이 내장으로 삭여 내어요. 나머지야 몽땅 허깨비지. 내가 죽으면 만사가 죽는거요. 조르바가 죽으면 세계 전부가 나락으로 떨어질게요.       

<그리스인 조르바, 열린책>


 

"정말로 믿는 게 없어요?" 나는 화가 나서 물었다.

 "그래요. 없소. 몇 번을 말해야 하나요? 난 이 조르바를 빼곤 아무것도 믿지 않아요. 조르바가 제일 잘나서가 아니죠. 하지만 내가 믿는 이유는 유일하게 내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짐승이기 때문이오. 그 외의 존재들은 죄다 유령이오. 나는 조르바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듣고, 이 내장으로 소화하죠. 나머지는 헛것일 뿐. 내가 죽으면 모든 게 사라지죠. 조르바의 세계 전체가 사라지죠."

<그리스인 조르바, p 88, 생각뿔>

 

 전체적 내용은 같지만 표현하는 문장이 조금 다르지요. 이렇게 제가 좋아하는 문장들을 비교하면 보는 것도 재밌었습니다.

 그런데 '생각뿔'에서 나온 <그리스인 조르바>는 큰 장점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내용을 아주 쉽게 적어 놓아 내용을 파악하는 것이 그전에 읽었던 책보다 훨씬 나았다는 점이네요. 문장의 호불호는 개인의 차이가 있겠지만 내용 파악의 쉬움은 확실히 이 책이 좀 더 편하고 좋은 것 같아 이 책은 <그리스인 조르바>를 처음 읽는 사람들이 읽으면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많은 문제들이 있는데 조르바가 지금 이 시대를 살면 그는 과연 잘 살 수 있을까 의문이 들곤 합니다.

 분명 잘 살지는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럼에도 책에서처럼 멋지게 살아가지 않을까 기대를 해보기도 하네요.

 저에게 가장 매력적인 소설 주인공으로 아직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는 조르바는 오늘날을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는 것 같이 느껴지기도 하네요.

 주인공같이 나에게 많은 것을 알려주고 깨닫게 해준 조르바의 그 행동과 열정들을 우리는 책으로 보며 주인공과 같은 마음이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날이 갈수록 쌀쌀해지는 요즘, 뜨거운 가슴을 지닌 조르바를 직접 만나보는 것도 참 좋을 것 같습니다.


 

"내 말을 들어보겠소? 내가 어느 마을을 지나는데 아흔이 넘어 보이는 할아버지가 아몬드 나무를 심더라고요. 나는 '할아버지, 아몬드 나무를 심고 있나요?' 하고 물었어요. 할아버지는 '젊은이, 난 죽음이 오지 않을 것처럼 산다우.'라고 대답했죠. 그래서 난 말했어요. '난 내일 죽을 것처럼 삽니다.' 우리 둘 가운데 누가 맞는 거요?"

 조르바는 승리한 듯한 표정으로 내게 말했다.

 "왜 말이 없소?" 그는 장난스레 물었다.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두 길 모두 오르막이고 험하다. 같은 정상으로 향할 수도 있다. 죽음이 없는 것처럼 사는 것, 매 순간 죽음을 생각하며 사는 것. 그것은 어쩌면 같은 행동일지도 모른다. 조르바가 물어 왔을 때 나는 그 답을 알지 못했다.

 "보스 양반, 어차피 결론은 없어요. 모르는 걸로 힘들어하지 마쇼. 우리 다른 이야기를 합시다. 지금 난 닭고기와 계피를 담은 밥만 생각하고 있어요. 우선 밥을 먹읍시다. 배를 채우고 생각하자고요. 우리 앞에는 밥이 있다고요. 그러니 우리 마음이 밥이 되게 합시다. 그러다 보면 내일은 우리 앞에 갈탄광이 있겠죠. 그러면 그땐 갈탄광에 마음을 쏟아 봅시다. 어중간해서는 될 일이 없죠. 알겠죠?"

(p. 57)

 

* 책을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읽고 개인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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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계급론 (무삭제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24
소스타인 베블런 지음, 이종인 옮김 / 현대지성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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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이 책을 알게 된 것은 유시민 작가님의 책 <청춘의 독서>라는 책을 보고 이 책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그 책에서 <유한계급론>의 소개가 무척 신비하고도 매력적이게 보여  개인적으로 무척 인상적이어서 기억에 오래 남아있었는데 이렇게 기회가 되어 읽어보았습니다. <청춘의 독서>에서 이 책 <유한계급론>을 소개한 글을 잠깐 아래에 첨부하여 보겠습니다.


 

  돈을 버는 것은, 경제학 용어로 말하면, 육체적 심리적 만족과 행복을 얻는 데 필요한 생활 자료를 취득하기 위한 활동이다. 이것이 주류 경제학자들의 대답이다. 그런데 베블런은 전혀 다른 견해를 제출했다. 그는 이것이 기본적인 의식주를 해결하지 못해 발버둥 치는 가난한 하층계급에게나 들어맞는 이론이라고 했다. 베블런에 따르면 사람들이 돈을 벌려고 하는 것은 돈으로 다른 사람을 이기려고 하는 경쟁심 때문이다. 재화와 서비스를 구입해 소비함으로써 만족을 얻는 데 돈이 필요해서가 아니라, 남들보다 더 많은 부를 소유하는 것이 돈을 버는 목적이다. 돈은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가 목적이라는 것이다.

(청춘의 독서 / 유시민 / p. 224)


 

 이 책은 책명인 유한계급이라는 어떤 지위의 사람들은 우리가 흔히 아는 소비 형태와는 다른 형태의 소비를 나타낸다는 것이 가장 먼저 눈에 띕니다. 그들은 '사치' 혹은 '사치세'라고 하여 돈의 소비를 생존과  의식주 해결에 소비하는 것을 뛰어넘어 남들에게 과시하거나 보여주기 위해 돈을 소비하는 것을 나타내는 것이죠. 그런 한 예로 책에서는 의복의 형태를 나타내는데 저는 이 책의 의복의 발달 상황을 보고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옷에서도 이런 역사와 이야기가 있구나 하는 생각에 조금 놀라기도 하였습니다. 풍성하고 화려한 옷들은 자신이 노동을 하지 않는 사람인 것을 나타내는 수단으로 그 또한 과시하기 위한 소비의 행태 중 하나로 표현됩니다.

예전 뉴스에서 보았던 우리나라의 뉴스가 있었는데 명품 가게에서는 가격을 비싸게 측정할수록 잘 팔린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습니다. 일반 서민인 저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그런 것들도 이 책에 나오는 유한계급의 소비의 한 형태의 예라고도 볼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그들의 소비에는 그들의 소비 그래프나 방식이 있는 것이지요.

 책을 내용의 한 가지만을 아주 간단히 적어놓았을 뿐 이 책은 생각보다 내용이 깊어 저에게는 조금 어려운 느낌을 받았습니다. 책은 읽는 사람의 수준이나 깊이에 따라 얻을 수 있는 양이 달라진다고 하는데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좀 더 천천히 다시 한 번 읽어보거나 시간이 좀 더 지난 후 다시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었네요. 그래도 이 책의 뒷부분에는 [해제 / 이종인] 부분이 있어 아주 도움을 많이 받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 이 책의 내용을 간략하게 요약한 것도 좋았지만 이 책에 대한 당시의 평가나 그 시대의 배경에 대한 설명 등이 이 책의 이해에 도움이 되기 때문인 듯하네요. 아래에 글이 저는 무척 인상에 남았는데 경제학 책이라고 하지만 저 또한 경제학 책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지 못했던 점에서 그런 공감이 더해졌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이 드네요. 소비의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로서는 한 번쯤 읽어보는 것도 좋은 고전이라는 생각이 드는 책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여러 논평가들은 이 책을 학술적인 저서라기보다 미국 사회의 신흥 자본가 계급을 풍자하는 일종의 문학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학술적이든 문학적이든 이 책에 나타난 베블런의 박학다식함과 독창적인 통찰력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p. 406)

 



*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읽고 개인적 감상을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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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 세트 - 전2권 생각뿔 세계문학 미니북 클라우드
조지 오웰 지음, 안영준 옮김, 엄인정 해설 / 생각뿔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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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 의식적으로 고전을 찾아 읽어보고 있습니다. 수많은 책들이 출판되는 현실에서 시간과 시대를 초월해서 꾸준한 사랑을 받는 책들에게는 어떤 가치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읽어보니 많은 책들이 그랬습니다.ㅎ 그럼에도 아직 읽어본 고전 책들 보다 읽지 못한 책들이 많은데 그중 한 권이 이름은 무척 많이 들어보았지만 읽어보지 못했던 조지 오웰의 [1984]입니다.

 

책의 표지가 독특하면서도 신비로운 느낌이 드네요. 저는 이 책의 내용을 디스토피아적인 세계관을 가진 소설이라는 것만을 알고 있어 더욱더 그런 느낌이 드는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책은 제 손만 한 크기로 휴대하기 좋아 외출이나 여행 때 가지고 다니며 읽으면 좋을 것 같기도 합니다.

 책의 처음에는 윈스턴이라는 인물이 나오고 그의 생활을 통해 이 소설의 배경이 되는 이 시대의 현실과 상황을 나타냅니다. 이 시대의 현실이라는 것이 빅 브라더라는 절대자를 중심으로 한 당이 있고 그 당이 개인의 자유와 인권을 말살하여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독재와 같은 시대입니다. 이 시대의 배경 자체의 설정을 그가 이 책을 내놓은 1949년에 했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입니다. 저는 이 책의 시대 배경의 설정만으로도 이 책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 시대 배경을 매혹적이게 적어놓았고 그 속에서 어떤 섬뜩함과 암울한 세계의 풍경은 미국의 SF 영화의 한 장면 같기도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윈스턴은 이런 시대에서 빅 브라더를 찬양하는 당의 일원으로 진리부에서 일했지만 그의 마음속에는 이런 사회의 모순과 억압에 반대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조금이라도 표현하거나 나타낸다면 바로 그는 잡혀가기에 표정을 숨기고 행동을 조심하며 살아갑니다. 이 책에서 소개되는 이 사회의 분위기를 나타내는 부분이 있어 아래에 첨부하여 봅니다.

 

 

어떠한 경우라도 못마땅해 하는 표정을 지으면 바로 처벌 대상이 된다. 예를 들어 승전 소식이 보도되는 것을 듣고도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짓는 것이 그러하다. 고작해야 그런 것만으로도 처벌받을 수 있었다. 그런 상태를 표현하는 신어까지 생겼는데, 소위 '표정죄'라고 불렀다.

(p. 119)


 

이렇듯 무서운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그는 그의 마음속 열망을 참지 못하고 일기를 쓰기도 하고 당의 규칙에 반하면서 줄리아라는 여성을 만나고 사랑을 하게 됩니다. 줄리아 또한 윈스턴과 같이 이 시대의 모순을 우습게 생각하는 인물이었고 그녀와 그는 당의 감시를 피해 만나고 사랑을 나누게 됩니다. 그렇게 행복한 생활도 잠시, 믿고 찾아간 오브라이언이라는 인물에게 배신을 당해 그들은 당에 체포되고 고문과 고통 속에서 당에 충성을 강요 당하며 새로운 인간이 되도록 만들어집니다.

 

이 책은 크게 3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처음은 윈스턴이라는 인물의 소개와 이 시대의 사회상을 나타낸 부분이고, 두 번째는 줄리아를 만나서 당에서 금지한 사랑을 하는 부분, 그리고 마지막 부분은 당에 체포되어 고문을 당하고 그 사회에 대한 정의와 사상 같은 것을 믿으라고 설득과 압박을 당하는 부분입니다. 책의 마지막 부분이 아주 안타까웠는데 아직 책을 읽지 않으신 분들도 계실 것 같기에 구체적으로 적지는 않지만 개인적으로 무척 안타까운 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이해는 가는 부분이었어요. 이런 것을 보면 일제 시대에 우리의 독립운동의 열사 분들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가를 새삼 느껴봅니다.

이 책은 천천히 자세히 보는 것이 아주 좋을 것 같고 그렇게 읽으면 더욱더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도 소설은 빨리빨리 읽는 책도 있는데 이 책은 작은 부분들에서도 이 사회의 모습을 은근히 나타내는 부분 등이 많기에 비교적 자세히 읽는 것이 소설에 푹 빠지게 만드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이 소설의 배경이 되는 사회 분위기는 사실 그렇게 이질적이지는 않습니다. 위에서도 잠깐 언급했듯 이 사회의 분위기가 독재 시대와 비슷한 부분이 있고 그런 부분에서 우리나라의 80년대의 어떤 모습과 조금은 닮아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개인의 죄를 조작하고 언론을 조작하고 개인을 감시하고 폭력으로 개인을 무너뜨리는 그런 모습들은 많은 한국 영화나 소설 등으로 보아왔고 그런 부분이 이 책 속 내용의 어느 부분과 놀랍도록 비슷하게 그려져 있었습니다.

 이런 디스토피아적인 세계관의 책은 거의 처음으로 접한 것 같은데 이런 책을 보면서 지금 시대의 상황을 다시금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점이 좋았습니다. 그리고 개인의 자유와 사상의 중요성을 느낄 수 있었고 전체주의의 무서움 또한 느껴본 점이 좋았습니다. 인간은 역사를 통해 배우기도 합니다. 우리 사회의 아픈 역사였던 한 시점을 떠올리게 하는 소설인 이 책을 통해 좀 더 좋은 사회를 모색해 볼 수 있는 그런 생각을 해보게 되었습니다.


 

 오브라이언은 손등이 보이도록 왼손을 쳐들고 엄지손가락을 감춘 후 네 손가락을 펴 보이며 말했다.

 "윈스턴, 내가 지금 들고 있는 손가락이 몇 개인가?"

 "넷입니다."

 "그러면 당이 네 개가 아니라 다섯 개라고 말한다면, 그러면 몇 개인가?"

 "그래도 넷이지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숨 가쁜 고통이 물밀듯 쏟아졌다. 다이얼의 바늘이 55를 가리키고 있었다. 윈스턴의 온몸에서 식은땀이 쏟아졌다. 가슴이 터져나가는 것 같았고 아무리 이를 악물고 버텨보려고 해도 신음이 새어 나오고 참기도 쉽지 않았다. 오브라이언은 여전히 네 손가락을 펴들고 그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레버를 늦추었다. 그러자 고통이 아주 조금 누그러졌다.

 "윈스턴, 손가락이 몇 개지?"

 "넷입니다."

 바늘이 60으로 올라갔다.

 "손가락이 몇 개지, 윈스턴?"

 "넷이요! 넷! 제가 다른 무슨 말을 하겠습니까? 네 개."

 다이얼의 바늘이 더 올라갔겠지만 그는 보지 않았다. 심각하게 굳어버린 얼굴과 네 개의 손가락만이 눈앞을 가득 채웠다. 그 손가락은 기둥처럼 어마어마하고 어른어른하고 흔들리는 것 같았지만, 틀림없이 네 개였다.

 "손가락이 몇 개야, 윈스턴?"

 "네 개! 그만, 그만 좀 하세요! 도대체 뭘 어쩌자는 겁니까? 넷! 넷!"

 "손가락이 몇 개냔 말이야, 윈스턴?"

 "다섯, 다섯, 다섯!"

 "안 돼, 윈스턴. 그건 소용없어. 자네는 거짓말을 하고 있어. 여전히 자네는 네 개라고 생각하는 거야. 손가락이 몇 개인가? 말해보게."

 "네 개! 다섯 개! 마음대로 하세요. 그만해주십시오. 제발 그만요!"

 (p. 170)


 


* 출판사를 통해 책을 제공받아 읽고 개인적 감상을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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