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운하우스
전지영 지음 / 창비 / 202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24 신춘문예의 시 부문에서는 두 분이 각기 다른 신문사로부터 당선을 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참 대단하다 생각했는데 2023년 신춘문예에서는 소설에서 동시 수상한 분이 계셨군요. 주인공은 이 책의 저자인 전지영 소설가. 소설가는 2023년 한국일보와 조선일보에서 당선이 되어 작품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했고, 2024년에는 「언캐니 밸리」로 제15회 젊은작가상을 수상했다고 합니다. 소설이란 특성상 한 편을 완성하는데 시간이 많이 소요될 텐데, 여러 곳에 접수를 하고 또 당선이 된다는 게 저에겐 놀랍게 여겨지네요. 위의 수상 경력에 호기심이 가 관심이 가는 소설집이었습니다.


소설집 같은 경우, 여러 편의 단편 소설이 있고 보통의 저는 그중 인상적이거나 재밌었던 2편 정도로 서평을 적곤 합니다. 이 책도 2~3편 정도의 이야기로 서평을 적으려고 계획을 했는데 두 편을 고르는 게 어려울 정도로 수록된 소설들이 전체적으로 흥미로워 책의 전반적인 내용으로 서평을 적어보려 합니다.

책을 다 읽고 들었던 생각은 영화 '곡성'과 같은 소설 같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처음에는 가볍게 시작되었다 점점 이야기에 몰입되고 영화가, 소설이 끝나면 다시 한번 봐야 확실히 이해될 것 같다 혹은 다시 보면 더 재밌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는 점이 신기하고 인상적이었습니다. 요즘 제가 느끼는 한국 소설집의 큰 주류는 일본 영화의 드라마 장르 감성과 조금은 닮은 듯 보였고 일상을 바탕으로 서정을 풀어내는 느낌이 강했습니다(많은 소설을 읽어보지 못한 제 개인적 감상입니다). 하지만 전지영 소설가의 이 소설집은 확실히 자기만의 스타일이 있다고 느껴졌고 그것이 보통 신인에게는 나오기가 어려울 것이란 생각이 드는데 그것이 잘 드러나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었습니다. 소설을 읽다 보면 일종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사물이나 사건들이 나오는데 '그것이 뭘까?' 독자를 끌어들이는 힘이 있었습니다. 이런 장르는 뭐라고 부를 수 있을까 생각을 해보았는데, 책 속 <해설> 부분에 나오는 '이 소설들은 심리 스릴러의 형식과 유사하되 그 자체로 불안에 관한 문학적 탐구로도 읽힌다.'(p. 282)을 참조하여 심리 스릴러 같다는 결론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앞의 문장에서 나오는 불안이 일상과 맞닿아 있어 소설 속의 이야기가 더 생생히 읽히는 점도 좋았습니다.


이 책에는 8개의 단편소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서평을 적으면서도 어떤 소설이 좋았는가 자문해 보지만 몇 개로 고르기가 어렵네요. 그렇지만 전부를 다 말할 수 없으니 제게 전지영 작가라는 이름을 각인시켜준 앞 쪽의 소설들을 적어보려 합니다.

<말의 눈>에서의 화자는 학교폭력 피해자인 딸과 함께 섬으로 이주해 새로운 생활을 시작합니다. 그 내용이 시간의 순차적 방향으로 나타나지 않고 교차하여 전개가 되어 소설의 집중도가 높아진 것 같기도 했습니다. 섬에서 알게 된 지희는 딸의 학교 폭력 문제로 화자인 수연에게 찾아와 딸인 서아의 증언을 부탁하며 점점 불안을 증폭시키는 소설이었습니다. 저는 이 소설에서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사람은 얼마나 맹목적일 수 있을지, 주위를 살피지 못하고 얼마나 이기적으로 변할 수 있는가라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습니다. 딸을 지키려는 두 엄마의 미묘한 관계 속 심드렁한 지붕 수리공의 인물이 상반되어 재밌었습니다. 소설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영화 '살인의 추억' 엔딩 장면이 떠오르기도 했네요.

<쥐>에서는 소설의 공간 자체가 흥미로웠습니다. 해군 관사 단지, 그 단지의 배치 등의 설명이 재밌으면서도 이런 것에서도 서열이나 위계가 연결된다는 점이 섬뜩하기도 했네요. 그리고 남편의 직급에 따라 부인들도 따라간다는 것이 실제로 그런 것인지 무척 궁금했어요. 이 소설에서는 '쥐'가 갖는 상징성이 무척 궁금했습니다. 쥐를 찾는 사람과 집에서 들리는 쥐 소리. 쥐라는 동물이 갖는 부정적 이미지가 어떤 결의 부정으로서 소설에서 작동하는지, 불의 원인 등 미스터리 한 부분이 남는 소설이었지만 그래서 한 번 더 읽어봐야겠다 생각이 드는 소설이었습니다.

<난간에 부딪힌 비가 집 안으로 들이쳤지만>과 <맹점>도 재밌었고 다른 분에게 소설을 추천한다면 이 두 소설을 추천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죽음과 상실을 겪는 가족과 화자의 이야기는 먼 곳의 이야기 같지 않고 겪어보지 않고는 그 마음을 알 수 없지만 그 암담함의 분위기는 체감이 되는 그런 소설이었습니다.


신춘문예에서 동시 수상을 한 저력을 느낄 수 있는 소설집이었어요. 읽고 난 후 외국의 스릴러 소설 같다는 느낌도 잠깐 해보았습니다. 전지영이라는 이름을 외워두려 합니다. 소설가의 소설을 찾아 읽어보려 합니다.

나는 술에 취하면 진심이 드러난다는 말을 믿지 않았다. 대개는 진심 속에 감춰져있던 야만성이 드러나곤 했다.

(p. 152)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개인적 감상을 적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정의 온도 현대문학 핀 시리즈 에세이 4
정다연 지음 / 현대문학 / 2024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목을 보고 궁금해졌습니다. 말에는 온기가 있다는 걸 알고 있는데 책에도 과연 온도가 있을까 하고 말이죠. 마침 책의 제목도 『다정의 온도』이고 하니 책을 읽으며 이 책에서 전해지는 온도를 느껴보려 했어요. 차가운 계절의 차가워지기 쉬운 시대 속에서 책 속 '서유리 찾기'의 이야기처럼 '다정'의 행방도 찾아보며 책을 읽었습니다.


책의 저자인 정다연 시인은 2015년 『현대문학』으로 등단을 했고 세 권의 시집과 『마지막 산책이라니』라는 에세이가 있는 작가입니다. 개인적으로 시인이 쓴 산문이나 에세이를 좋아하는데 글 속에서 가끔 시적인 문장이나 상황을 만날 수 있어 선호와 애정을 왔다갔다 하고 있어요. 이 책에서도 그런 문장과 이야기들을 기대하며 책을 읽어나갔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정다연 시인의 공개 일기를 읽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그래서 책을 덮을 때에는 정다연 시인과 괜히 친해진 것 같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저자인 정다연 시인과 함께 등장하는 주요 인물은 엄마와 아빠, 친구 윤주, 반려견 밤이. 저는 엄마와의 이야기를 재밌게 읽었고 어릴 때 작은 손톱에 봉숭아물을 들여주던 엄마에게 어른이 된 후 봉숭아물을 들이는 이야기가 따뜻하고 좋았네요. 또 엄마의 예물을 물려받아 소중히 간직하고 그것을 책에서 알림으로써 그것을 더 아끼고자 하는 마음이 커지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 조용히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또 따뜻함이라면 반려견도 빠질 수 없겠죠. 밤이와의 산책 이야기, 카페로 알아서 가는 밤이 이야기, 밤과 함께 방에서 머물며 떠오르는 생각을 말하는 이야기. 그런 이야기들이 읽으며 길고 부드러운 털을 쓰다듬는 기분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저도 강아지를 좋아하지만 그에 따르는 책임이 얼마나 큰 것인지 알기에 선뜻 함께 하지 못하는데 밤이와의 우정과 사랑을 보며 저자는 참 용감한 사람이구나 느끼기도 했습니다.


저자가 여행을 즐겨 하는 것도 저에게는 의외였습니다. 먼 아프리카까지 다녀왔다니 조금 놀랐고 한 달 동안 트럭을 타고 다닌 경험 또한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네요. 자기 삶을 개척하며 지내는 현지 가이드였던 루루와 콜린의 이야기를 보며 저의 지난날을 돌이켜 보기도 했네요. 어쩌면 여행은 풍경을 만나는 일보다 사람을 만나는 일이 더 크고 대단한 일이겠구나,라는 생각을 다시금 해봅니다. 뜨거운 햇살에 힘들어하는 동료를 위해 팔 토시를 줄 수 있겠냐고 부탁하고, 사람들이 선뜻 주는 장면은 김이 풀풀 나는 뜨거운 호빵을 한 입 베어 무는 것처럼 달큰하고 따뜻한 이야기였습니다. 저자의 경주 산책 이야기는 제 여행과도 크게 다르지 않아 친근함이 느껴졌고 꽤 오랫동안 가보지 않았던 경주를 가볼까 하는 마음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시 수업을 하는 이야기도 나오는데 시제를 구하는 일이 어려울 때, 이런 방법을 제시하는데 저도 참고를 해봐야겠습니다.

무엇을 쓸지 막막할 땐 엄마가 내뱉은 한마디, 언젠가 가보았던 공원과 주민센터, 나만 할 것 같은 공상을 떠올려 보면 좋아요.

(p. 84)

시에서는 자주 등장하는 오브제들이 있죠. 예를 들면 새, 돌, 나무, 초 같은 것들이 있을 텐데 저는 그것들의 상징이 어렵다는 생각을 할 때가 종종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책에서 초가 왜 시에서 많이 쓰이고 시인들이 좋아할까라는 의문에 조금의 대답을 들은 것 같아 앞으로 시에서 초를 만나면 이 문장들을 생각해 볼 것 같네요. 그러고 보니 겨울밤엔 초를 켜기 좋은 계절이군요. 먼지가 쌓였던 향초를 꺼내봐야겠습니다.

초는 외곽이 아니라 중심부터 녹아내렸다. 거기가 자신의 핵심이라는 듯이. 내부를 보호하기 위해 겉을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안쪽부터 정직하게 불탔다. 몰랐던 사실도 아닌데 마음이 잔잔하게 일렁였다. 그 모습이 무언가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육체와 닮아 보였기 때문이다. 요령도 없이 자신의 안쪽을 허물어뜨리며 전혀 다른 형태로 변모한다는 점에서 말이다. 그러자 시시각각 변화하는 이 풍경을 놓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부로부터 발생한 기름이 왈칵 쏟아질 때는 포옹하는 자세로 굳는 일에 대해 떠올렸다. 누군가를 껴안고 있는 상태가 아니라 텅 빈 공허까지 안아줄 각오가 되어 있는 자세.

(p. 132)


촛농이 타고 스스로 꺼진 자리. 매끄럽지만 울퉁불퉁한 표면을 만져보았다. 뜨겁지 않을까 싶었는데 따뜻한 온도가 느껴졌다. 이제 막 새로운 모양을 다 만든 참이라는 듯이. 하나의 사물이 만들어낸 끝. 그 끝이 따뜻했다는 게 나에게 용기를 주었다면 허무맹랑해 보일까. 어떤 일의 끝이, 무언가가 떠나고 딱딱하게 굳은 자리가 매번 따뜻할 리 없지만, 이토록 따뜻하기도 하다는 것.

(p. 134)

이 책의 온도는 사람의 체온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에도 그렇지 않을까 생각을 했었죠. 왜냐하면 그냥 온도 혹은 사랑의 온도가 아니라 '다정'의 온도이기 때문입니다. '다정'에서 전해지는 정다움의 온도는 사람이 내미는 손 같지 않을까요? 이 책은 찾아온 밤을 환대하며 따뜻한 침대에서 누워 읽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따뜻함에 따뜻함을 더해 겨울이면 장갑과 주머니에 숨어있는 손을 선뜻 내밀 수 있게 된다면 좋을 것 같아요. 서울에 가면 중림동을 찾아가 봐야겠습니다. 이 책을 들고 간다면 더 좋을 것 같네요.

밤은 신비로운 힘을 지녔다. 사물의 형체가 감추어지지 않은 낮에는 오히려 보이지 않았던 것을 어둠 속에서 드러낸다. 산책로에 버려진 검은 비닐봉지도 누군가 버리고 간 맥주캔도 가로등 불빛을 받이며 반짝인다. 생기 있고 낯설게. 밤 산책을 하면서 주변을 찬찬히 둘러보게 되는 건 그 때문이다.

(p. 141)



*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읽고 개인적 감상을 적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단 한 번의 여행 - 우리의 여행을 눈부신 방향으로 이끌 별자리 같은 안내서
최갑수 지음 / 보다북스 / 2021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코로나로 인해 많은 것이 달라졌고 많은 사람이 어려워졌습니다. 그런 뉴스를 들을 때마다 마음이 밤처럼 가라앉곤 합니다. 먼 곳보다 가까운 곳을 보게 되었습니다. 가지 못해서이기도 하지만 챙겨야 할 것이 생겨나기 때문입니다. 여행은 여유로운 사람들의 놀이라곤 여겨질 수 있어 조심스러운 요즘이지만 그럼에도 여행이 어떤 위안과 위로를 줄지도 모른다는 그런 막연한 믿음 같은 것들을 가지고는 합니다. 그렇게 코로나가 있던 약 2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다른 나라가 아닌 우리나라를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비록 코로나의 경중에 따라 움직이지 못할 때도 많았지만 새롭게 메모해 둔 곳들이 많이 늘었고 한 사람과 한 여행을 하고 싶어진 것이었습니다. 이 책을 통해 가보고 싶은 몇 개의 장소를 더 알게 되었고 저는 꿈을 꾸었습니다.

 

최갑수 작가의 책을 좋아해 여러 권의 여행 에세이를 읽었지만 책 한 권 모두가 국내 여행지에 관한 책은 처음인 것 같습니다. 이전의 책들로 세계의 아름다움, 미지의 환상을 보았다면 이 책은 친근한 이름과 편안함이 주는 미덕이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지요. 그렇게 목차를 펼쳐보며 가보지 못한 익숙한 장소들, 가봤던 추억의 장소들을 바라보며 짧은 여행을 떠날 준비를 했습니다. 최갑수 작가의 책에서 볼 수 있는 근사한 사진들과 함께 멋진 장소를 둘러보았습니다. 사진을 보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이 책을 받아 책을 읽기 전 천천히 사진들부터 보았던 기억이 납니다. 아름다움 자연은 물론이고 사진 속 사람들의 모습이 미소를 불러일으킵니다. 그렇게 사진 속 한 장면 같은 사진을 보며 천천히 책을 읽었습니다.

 

책 속에는 48개의 장소가 나옵니다. 전국에 걸쳐 서울부터 제주까지 곳곳의 지역들이 등장했습니다. 저는 세아려보았습니다. 제가 가 봤던 곳들을요. 저는 책 속에 나온 곳 중 11곳을 다녀왔네요. 여행을 좋아한다고 말하고 다녔는데 이제는 말을 좀 아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수도권과 강원도, 충청도 지역을 많이 다녀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예전부터 했던 생각이지만 참 가기가 어려워 언제 그렇게 될지 알 수 없지만 이런 책들을 보면 그래도 좀 더 동력을 얻을 것 같아요. 저는 이 책을 보며 영주 부석사와 죽령옛길을 걸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네요. 그리고 다른 곳을 가기 위해 몇 번 지나쳤던 화순에 이렇게 이쁜 곳이 있었네요. 화순 운주사와 숲정이숲은 그리 멀지 않기 때문에 멀지 않은 시간에 다녀올 것 같습니다. 이 책을 보며 지난 추억도 떠올랐습니다. 선운사의 가을. 상사화가 가득했던 그 시간으로 책을 통해 잠깐 다녀왔습니다.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이라는 시가 오늘따라 더 깊숙이 전해져왔습니다.

 

책의 프롤로그에는 소설가 파울로 코엘료의 말이 인용되었습니다. "산다는 것은 경험하는 것이지 삶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고 앉아 있는 것이 아니다." 어쩌면 여행도 마찬가지겠죠. 이렇게 책만 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직접 가봐야 하는 것이라 말하는 것 같아 조심조심 방역수칙을 잘 지키며 다녀볼 생각입니다. 그러다 보면 정말로 그런 순간이 올 것만 같습니다. 단 한 번의 여행, 그 순간이 올 것만 같습니다.

 

 

*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읽고 개인적 감상을 적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플라멩코 추는 남자 (벚꽃에디션) - 제11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허태연 지음 / 다산북스 / 2021년 9월
평점 :
품절


 

일 년 동안 많은 문학상들이 있습니다. 그런 문학상에서 수상한 작품들 소식을 들으면 그 작품을 읽어보고 싶어 가능하면 챙겨보려고 합니다. 예전에는 일본의 소설 중 나오키상과 아쿠타가와 상을 수상한 작품을 챙겨 읽고는 했는데 최근에는 좀 뜸해졌네요. 대신 한국의 문학상 수상작품들을 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수상작들을 보면 어느 정도를 적어야 문학상을 수상할 수 있는지 가늠해 보기도 하고 이 작가들이 차후 한국의 문학을 이끌어 갈 수 있을 것이기에 이름도 눈여겨보게 되었습니다. 이 책도 '제11회 혼불문학상 수상작'이라는 타이틀에 호기심이 생겨 읽어 본 소설입니다. 책의 띠지에는 "드라마적 스피디한 전개는 작가의 필력을 증명한다'라는 문구가 있어 기대감이 높았습니다. 저는 가독성이 높은 소설 또한 좋아하기에 읽기도 전부터 재밌을 것이란 상상을 하며 책을 펼쳤습니다.

 

책의 주인공은 남훈 씨라는 남자입니다. 굴착기 운전을 했던 남훈 씨는 이제 은퇴를 하려고 굴착기를 파려고 하는 장면으로 이 소설이 시작됩니다. 굴착기의 상태를 보며 남훈 씨라는 인물의 성격을 유추해 봅니다. 남훈 씨는 결혼에 한 번 실패했고 패인처럼 지내다 41살의 나이에 '청년일지'를 적으며 새로운 인생을 시작합니다. 그렇게 새롭게 시작한 삶에서 지금의 아내를 만나고 딸을 낳아 비교적 행복한 가정을 꾸려나갑니다. 딸은 이제 임용을 해서 선생님이 되었고 남훈 씨는 은퇴를 하고 청년일지에 적어두었던 못다 한 꿈을 이루려고 합니다. 그렇게 스페인어를 배우고 플라멩코를 배우고 굴착기를 몰았던 예전과는 조금 다른 남훈 씨가 되어가며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정말 가독성이 좋은 소설입니다. 금방 술술 읽혀 재밌게 읽었습니다. 인물들이 많이 나오지는 않지만 개성적인 인물들이 잘 드러난 것 같았습니다. 굴착기를 사기 위해 왔다 남훈 씨와 인연을 맺게 된 늙다리 청년, 스페인어 선생님, 플라멩코 선생님, 아내와 딸 선아, 전처 사이에서 낳은 딸 보연. 재혼을 하고 오랫동안 연락조차 하지 않던 보연을 찾으려는 고민과 보연과의 만남이 억지스럽지 않아 좋았습니다. 남훈 씨가 돈 걱정을 하며 고민을 하는 모습도 인간적이었고 보연을 만나고 그 이야기를 들은 지금의 가족들 반응도 이해가 되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이 소설을 읽으며 지금의 아내분이 참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 아내 덕분에 이렇게 행복한 가정을 꾸리게 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에는 남훈 씨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못다 한 꿈을 찾아가고 새로운 관계를 맺고 후회와 반성을 하기도 하고 새롭게 나아가기도 합니다. 그런 이야기들 중에 일과 가족에 대한 생각을 해 불 수 있게 만들어주기도 했네요. 가족은 참 소중하고 좋지만 너무 가까워서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 책이 조금은 위안이나 작은 웃음을 줄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결국 남훈 씨는 스페인으로 떠납니다. 플라멩코를 과연 췄을지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지만 그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나타낸 소설 같았습니다. 그런 이야기에 나오는 무조건적인 멋진 사람이 아니라 갈등하고 아파하고 한계를 느끼면서도 조금씩 나아가 꿈을 이뤄가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소설이라 좋았습니다. 그리고 가장 좋은 점은 재밌다는 것이죠. 가을날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읽으면 참 흥겨울 소설이었습니다.

 

 

*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읽고 개인적 감상을 적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래전부터 이렇게 말하고 싶었어 - 시인이 보고 기록한 일상의 단편들
최갑수 지음 / 상상출판 / 2021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을 읽으며 최갑수 작가의 책들을 많이 읽었구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건 아마 제가 최갑수 작가의 책을 좋아하기 때문일 것 같습니다. 왜 그런 걸까라는 생각이 이 책을 읽기 전 문득 들었습니다. 그래서 곰곰 생각해 봤습니다. 여행을 비교적 좋아하는 편이라 자주는 아니지만 종종 여행을 떠났습니다. 여행은 참 좋은 거죠. 많은 사람들이 참 좋아하니 구구절절 여행의 좋은 점을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겁니다. 여행에는 참 좋은 것만 가득할 것 같지만 실제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이 있죠. 이 책에서도 그런 이야기가 나오던데 환상과는 다른 현실이 존재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여행을 다녀오면 본인만의 여행을 가지게 됩니다. 그 여행 속에서 우리는 종종 만나게 됩니다. 여행의 낭만 같은 것들을 말이죠. 여행의 순간이라고 불러도 좋겠습니다. 그런 여행의 낭만, 그 순간을 그리워하고 또 다음을 기약하는 이유로 저는 최갑수 작가의 책을 찾아 읽는 것 같습니다. 달큰하고 포근한 여행의 꿈들을 간직하기 위해서 말이죠.

 

예전 인도였는지 파리였는지, 그곳에서 만난 여행자는 여행 에세이를 읽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죄다 감상적이고 거짓말만 들어놓는다고 했습니다. 그 앞에서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지만 그날 밤 침대에 누워 그런 감상이 나쁘지는 않을 거라 생각했던 밤이 있었습니다. 그 여행의 낭만을 만나게 되면 여행 속에서만 아니라 일상 속에서도 낭만을 자꾸만 찾게 됩니다. 순간순간 여행 같은 순간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렇게 여행의 세포가 자꾸 꿈틀 됩니다. 그건 최갑수 작가의 책을 읽음으로써 그렇게 된 것이기도 합니다. 책을 읽으며 혼자만의 짧은 여행을 하게 됩니다.

 

이 책은 4부의 구성으로 짧은 글들이 각 부를 채우고 있습니다. 작가의 기존의 책들처럼 감상적이고 자꾸만 배낭을 싸고 싶게 만드는 글들이 가득합니다. 하지만 제 생각일 수도 있겠지만 예전보다 일상 속에서도 생각해 볼 수 있는 글들이 좀 더 늘어난 것 같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책은 한 지역을, 하나의 테마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 여행의 조각들로 이루어진 느낌입니다. 그 속에서 작가의 생각과 작가의 여행이 담겨 있고 글 앞에서 저는 자꾸만 고개를 끄덕입니다. 가보았던 곳에 대한 이야기 앞에서는 지난 여행의 추억을 더듬고 늘 가고자 꿈꾸었던 지역의 이야기가 나오면 밤하늘의 먼 곳을 바라봅니다. 그곳에서도 밤하늘은 이토록 어두울 테고 그래서 별은 더욱 반짝일 것입니다. 그곳이 사막, 사막이라면 더욱 좋겠습니다.

 

최갑수 작가의 책을 읽는 즐거움 중 하나는 사진을 함께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세계 각지의 근사한 풍경을 이렇게 편하게 볼 수 있다니. 그런 사진들로 인해 처음 들어보는 지명을 검색해 보는 일이 많습니다. 그곳을 갈 수 있을지 알 수 없지만 세계 속 또 하나의 아름다움을 발견했다는 것이 기쁩니다. 가능성을 획득한 것만으로도 배가 부릅니다. 사진을 잘 찍고 싶다는 욕심도 함께 자랍니다. 

 

코로나로 인해 여행이 어려워졌지만 이제 조금씩 여행이 가능해지는 것 같습니다. 많은 여행 유투버들이 벌써 여행을 떠난 걸 봤습니다. 여행이 시작되기 전 이렇게 여행의 그리움을 달래봅니다. 이 책을 통해 여행의 즐거움을 떠올려봅니다. 그렇게 다시 여행이 시작될 때 이 책이 생각날지도 모르겠네요. 책을 떠올리며 책과 같이 여행의 낭만을 잔뜩 챙겨 오자고 다짐할지 모르겠네요. 부디 그런 날이 빨리 찾아오길 바랍니다. 사진을 보며 미지의 여러 곳들을 상상합니다.

 

 

여행은

 

세계의 신비롭고 달콤한 거짓말을 듣는 일.

그것을 사실처럼 믿어버리는 일.

나처럼 무력하고 불완전하고 초라한 사람도

때로는 산다는 게 근사하다고 생각하게 만들어 주는 일.

여행은 혹은

사랑은.

(p. 149)

 

 

*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읽고 개인적 감상을 적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