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올라!
김미량 지음 / SISO / 2019년 7월
평점 :
절판
도보 여행을 좋아하는 편이라 예전부터 산티아고 순례길에 관심이 있었지만, 최근 친한 친구가 내년 산티아고 순례길을 가려고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더욱더 관심이 생긴 산티아고 순례길입니다. 그래서 최근 산티아고 순례길에 대한 영상이나 책을 종종 챙겨 보고 있고 그것은 그 순례길로 초대하는 초대장같이 느껴지기도 하는 요즘입니다. 이 책도 그런 영향으로 읽게 되었는데 이전에 읽어보았던 산티아고 관련 책과는 조금 다른 느낌으로 다가와 좋았던 책이었습니다.
저자인 김미량씨는 미국에 살고 있는 이민자로서 때로는 이민자라는 정체성의 혼란을 느끼기도 하며 생활을 하곤 했습니다. 이 여행을 떠난 직접적인 이유가 책에는 나오지 않았는데 그런 것은 크게 중요하지는 않다고 생각이 들었네요. 책에는 "그냥"이라는 대답이 나오기도 했는데 그런 이유가 어떨 때는 가장 멋진 대답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지요. 아무튼 그녀는 이런 자신의 처지를 떠안고 직장에서 사표를 던질 각오까지 하며 4주의 휴가를 요구했고 그 간절함 덕분인지 4주의 휴가를 회사로부터 허락받습니다. 그렇게 그녀의 산티아고 순례길은 시작하였습니다.
저자는 무릎과 발목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이 길을 시작합니다. 총 800km의 여정 중 개인의 일정으로 인해 '팜플로나'라는 도시에서 '산티아고'까지 약 600km를 걷는 일정으로 이 책의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이 책은 기행문과 같은 형식으로 시간의 흐름에 따라 내용이 전개되지만 그 시간을 자세히 나타내기보다는 그 시간 속에서 일어난 이야기들에 집중되어 쓴 책이었습니다. 아주 강력한 사건은 없었지만 산티아고 길에서 마주치게 되는 크고 작은 사고와 사건, 혹은 외로움과 고통 등의 이야기가 진솔하게 적혀있는 책입니다. 책을 보면 저자는 이 여행에 대해 기본적인 준비는 잘 했지만 세심한 준비까지는 하지 않아 중간중간 어려움을 겪기도 하는데 같은 길을 걷고 있는 동행들에게, 혹은 지역 주민들의 따뜻한 도움으로 그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모습 등은 산티아고 순례길을 떠나고 싶게 만드는 이야기들이었네요.
이 책에서 인상적인 내용이 있었던 부분은 p. 128에 있던 <한국인도 아니고, 미국인도 아니고>라는 내용의 글이었습니다. 이 책의 저자는 미국에서의 생활에서도 그런 것을 느꼈지만 산티아고 길에서도 그런 상황을 겪게 됩니다. 그 내용에서는 그런 상황을 '문화적 난민'이라고 표현한다는 부분이 나왔는데 그 표현이 인상적이었고, 저자가 '나'를 찾아가는 여정 중이라는 글 또한 좋았던 느낌으로 다가왔네요.
내년, 친구를 따라나서고 싶어 산티아고 관련 책을 종종 봅니다. 이 책의 저자처럼 사표를 내던질 각오를 해야만 갈 수 있을까 답답하기도 하네요. 산티아고 순례길, 그 아름다운 풍경과 매일 계속되는 걷기의 고통, 그리고 동행의 기쁨과 사람들의 친절, 외로움 등을 직접 경험해 보고 싶군요. 이 책은 좀 더 그런 마음을 갖게 해주었습니다. 직접 그 길을 걷고 싶다, 그런 마음.
*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읽고 개인적 감상을 적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