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역번역체가 거슬리나 읽는 데에는 큰 문제가 없다. 잘 나가다가 종장에서 “성폭행무고판결을 받은 남성”의 억울한 사례를 토로하며 “가해자-남성; 피해자-여성”이라는 “법정 내 성차별”의 부당함에 대해 울부짖는 부분에서는 읽기가 불편했다. 저자는 증언 대 증언의 상황에서 각 증언의 신빙성을 분석하는 심리학적 기법, 더 나아가서는 법정에서 심리학 그 자체가 사용되는 일에 상당히 회의적인데, 단편적인 심리학 지식들을 가지고 이러한 주장을 하고 있어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다만 명백한 객관적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진술 대 진술이라는 구도 아래 유무죄 판결을 내리고 양형을 다퉈야 하는 법조인의 입장에서, 다양한 사례를 제시하며 생각해볼 지점을 소개하는 저자의 세밀한 생각의 흐름을 따라가는 일은 부족한 번역에도 불구하고 나름 흥미롭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