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저는 삼풍 생존자입니다 - 비극적인 참사에서 살아남은 자의 사회적 기록
산만언니 지음 / 푸른숲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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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왜 이렇게 x세대의 자기연민으로 범벅이 된 글을 자주 접하게 되는지 미리보기로는 알 수 없고 꼭 사서 읽다보면 여기저기서 튀어나오는데 아주 유감이다. 세상에서 자신이 가장 가엾고, 내가 남에게 피해를 준 건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서지만 남들이 나에게 피해를 준 건 그들이 악해서이기 때문이라는 인식으로 끊임 없이 피해의식과 자기연민이라는 굴레를 지고 글을 쓴다. 여기에 ‘나에게 피해를 준 남들’을 고스란히 ‘신자유정부 밑에서 태어나 까라면 깔 줄도 모르고 세상에 불만 많고 할 말 많은 밀레니얼 세대’로 치환해버리는 오만함과 게으름이 더해진다면???

며칠 전에 쓴 리뷰에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지만 본인 세대가 제일 불쌍하다고 느끼는 건 모든 세대가 마찬가지이거늘 정말 이 정도 성찰도 안 하고 사는 거야? 게으르다 인간들아

본인의 게으른 사고를 ‘요즘 애들 무섭다’라고 포장하며 마지막엔 ‘그래도 어른인 내가 이해해야지 너희도 곧 알거다’라고 나름 이해와 관용을 부리는 시늉을 하며 자위하는 모양새가 하나같이 닮았다. 정말이지 답 없는 자기연민은 꼰대에의 지름길임을 오늘도 뼈에 새긴다.

저자가 겪은 아픔과 그의 피해자성 자체를 깎아내리려는 말로 읽히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워낙 섬세하게 읽고 쓰지 못하는 사람들이 참 많아서 노파심에 덧붙인다. 그렇지만 정말 유감스럽게도 정말 구리다. 딴지일보에 실렸던 글임을 밝혔을 때부터 어떤 종류의 구림일지 예상은 하고 책을 집어 들었는데 아 정말 구리다. 그래서 이 책에 담긴 내용이 세월호 피해 당사자들에게 어떤 위로를 건넬 수 있다는 건지?

물론 자신의 아픔을 공론장으로 가져올 수 있게 되기까지 글쓴이가 겪어왔을 지난한 시간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먹먹하다. 다양한 말하기-시도로부터 치유의 시작을 기대해볼 수 있으리라는 것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다만 내용 자체도 사고와는 크게 관련 없는 본인의 자서전같은 이야기이고, 그 내용을 담아내는 언어 또한 상당히 권위적이고 자기만족적인 톤에 머물고 있다. 자신이 회사에서 사고를 쳐서 ‘밀레니얼’ 동료들에게 따돌림을 당한 것을 가지고 곧바로 고인이 된 설리와 구하라의 마음을 알 것 같다고 말해버리는 식이다. 나는 적어도 ‘아픔’과 ‘연대’, ‘공감’을 주제로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이런 방식과 맥락에서 고인들을 호명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런 내용과 톤을 가지고 세월호와 엮으려는 시도가 굉장히 불쾌하게 느껴질만큼 섬세하지 못하게 쓰였다.

우리 곁을 떠나간 많은 이들을 제대로 애도하지 못한 채로 긴 시간이 흘렀다. 이제와 별 기대도 없지만, 연민과 동정을 자아내는 도구로써 이들을 호명하는 일을 이제는 그만 멈추어주었으면 한다.

데리다를 읽으며 뇌정화하고싶다…

“데리다에 따르면 우리 안에서 우리를 응시하는 타자를, 우리 안에 그의 시선을 품고, 그 시선을 지님으로써, 우리가 우리 자신의 애도를 수행함으로써만, 그에 대한 애도를 실행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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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3-13 12:2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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