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반복되는 문장과 비슷비슷한 표현들이 산재해 있다. 읽기에 짜증나는 정도는 아니었지만 작가가 상당히 게으르게 작업했구나 하는 생각을 했는데, 권일용 씨가 직접 쓴 짧은 글의 표현들을 책 여기저기에 담으려는 노력의 흔적이었음을 마지막 장을 넘기고 나서야 알았다. (많은 리뷰에서 지적하고 있는 걸 보니 그게 별로 효과적인 전달법은 아니었던 듯하다.)
‘대한민국 1호 프로파일러’ 권일용이 보수적인 경찰 집단에서 “새로운 방식을 도입하고 관철시킨” 과정을 여러가지 사건의 개요와 함께 담아내고 있다. “인물에 대한 전기가 아니라 (...) 그들의 태도에 대한 전기다”라는 표현이 마음에 들었다. 그러나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식이 신선하기는 했으나 별로 효과적이지는 못했기 때문에 권일용 씨가 회고록을 직접 쓰셨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덧)
그리고 제발 인용한 것과 같은 표현은 더 이상 쓰지 않았으면 한다. 성폭행/살인의 피해자들을 ‘누군가의 딸’로 위치시켜야만 ‘동정’과 ‘연민’을 구할 수 있을 것이라는 발상은 너무 게으르지 않나? 누군가의 ‘딸/엄마/아내’로 호명되어야만, 즉 이른바 ‘가부장제 정상 가족’의 성원권을 지닌 존재로 간주되어야만 함께 분노하고 가슴아파하겠다는 것은 그 자체로 배제적이고 남성중심적이다. 누군가의 ‘딸/엄마/아내’이기 이전에 ‘동료 시민’이다.
또다시 누군가의 딸이, 어떤 남자에게서, 아무 이유 없이, 무차별 공격을 받고 죽었다. - P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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