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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자기 전 15분, 미니멀 시간 사용법
이치카와 마코토 지음, 임영신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18년 1월
평점 :
판매중지
시간의 노예가 되지 말자

국립세종도서관 전자도서관 중 교보문고에서 소장하는 책, 인기가 매우 많다. 현재 예약자 21명. 책 보는 데 1년 넘게 걸릴 것 같아서 잊고 있었다. 그런데 남편 회사 전자도서관에서 신간으로 들여놓았다.
이런 책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이 나 외에도 또 있구나. 빌릴 때만 해도, 나는 이 사건에 숨어있는 소소한 진실은 아직 모르고 있었다.
자기 전 15분. 내일 일정을 열심히 정리해서, 미리 내일을 대비하자는 매우 훌륭한 이야기다. 심지어 교보문고 전자도서관에는 스크린샷 기능도 작동한다. 일정표 정도는 다운 받아 보관해 두었다가 나중에 필요할 때 써먹으면 좋을 듯.
분명 제목은 이 뜻이지만, 책의 중점 내용은 아니다. 저자가 자기 전 15분 정리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건 아니다. 책 뒤에 부록으로 실어두기도 했고 중간중간 미리 정리하는 것이 얼마나 유용한지 설명하기도 한다.
다만 책 대부분은 이와는 그다지 관련 없는 내용에 할애하고 있다. 인간은 본래 게으른 종족이어서, 시간 맞추는 일은 훈련받은 사람만 가능하다든지. 서캐디안 시간이라고 인간 본래의 시간 흐름은 따로 있으므로 태양빛을 쐬, 체내 시간과 본래 시간을 맞추어 주도록 노력해야 한다든지.
객관적인 시간과 주관적인 시간은 다르게 흘러가므로, 주관적인 시간이 빠르게 흘러가기 바랄 때는 시간이 빨리 간 것처럼 느껴지는 기술을 쓰고, 주관적인 시간이 천천히 흐르기를 바랄 때는 시간이 천천히 간 것 같은 기술을 쓰라는 등.
하루 15분 미니멀 시간 사용법을 통해 알차게 시간을 쓰자, 저자가 정말 바라는 건 이쪽이 아니다. 인간의 신체가 어떤 식으로 시간을 인식하는지 이해한 다음, 시간에 얽매이거나 초조해하지 않고 자신의 시간을 쓰기를 저자는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
일본은 시간을 잘 지키기로 정말 유명한 나라다. 시간을 지키기 위해 무수한 인명 사고를 낸 적도 있을 정도라고 한다. 저자는 여기에 대해, 정확한 시계를 사용하게 된 지 얼마나 지났다고. 이런 식으로 아울러 사회 풍조 자체를 비난한다. 이 역시 저자는 시간에 얽매이지 않기를 바란다는는 방증이 아닐까.
참. 작은 진실. 새얀 출판사에서 나온 신작 ‘스물 셋, 뜨거운 가슴으로 세계를 품다’는 종이책으로는 나오지 않는다고, 호기심에 남편 회사 전자도서관에 사달라고 신청한 뒤, 내 신청 목록을 보니 얌전히 이 책이 들어앉아 있었다. 국립세종도서관의 예약자 보고 질려 홧김에 신청해버린 것 같다. 내가 국립세종도서관 아니면 책 읽을 곳 없을지 알아? 이런 마음가짐으로. 가상화폐와 부동산만 난무하는 신간 목록에 시간 관리 책 한 권만 얌전히 숨어있는 근본 원인은, 나였다.
어떻게 하면 시간을 철저하게 한 방울도 남김없이 짜낼 수 있을까. 이런 걸 원하는 사람을 위한 책은 아니다. 대신 시간에 쫓겨서 허우적대는데, 이런 생활 좀 그만하고 싶다. 이런 사람에게 분명 어울릴 듯.
이 책을 읽고 조금은 시간에 대한 여유를 되찾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