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자기조절 수업 - 아직도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당신에게
가오펑 지음, 전왕록 옮김 / 라이스메이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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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죄송합니다. 반성합니다. 제가 나빴습니다. 7월 중순에 사둔 책인데. 참 빨리도 읽고 있다. 재미있어 보여 샀는데, 더 재미있어 보이는 책이 자꾸 눈앞에 나타나는 바람에.
  ‘밀린 책 처리하는 날을 땅땅 선언한 뒤, 책을 읽었다. 기한이 없는 경우, 진짜 하염없이 밀린다. 시간 나면 읽어야지. 절대 시간 안 난다. 시간을 배정한 뒤, 그 시간은 아예 비워버려야 한다.
  비울 시간도 없는데요. . 이런 분은 이번 주에 등장할 소소한 책 이야기. 나와 함께 시간을 비우는 이야기를 해보자. 광고다.
 
  미국에서 컨설팅 강의를 하는 중국인 강사가 쓴 책. 책 전반에서 주역을 느낄 수 있다. 어릴 때는 부모 운이, 나이가 들어서는 본인 운이 작용한다는 부분이라든지.
운명 이야기도 많이 나온다. 자기조절능력을 통해 자신의 운명은 스스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이 책의 핵심이다.
 
  강사들은 글도 잘 쓰고 예시도 다양하게 잘 푼다. 사람을 휘어잡기 위해 노력한 결과물이 책에도 잘 드러난다.
  예전에는 강연을 들을 때, 너는 떠들어라, 나는 놀란다, 이런 마음가짐이었는데. 요즘은 일부러 맨 앞자리를 찾아간 뒤, 메모장을 꺼낸다. 적을 것을 찾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몰입이 된다. 강사가 청중의 관심을 끌기 위해 어떤 전략을 취하는지,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어떻게 잘 강조하는지.
  책 쓰고 강연 다닐 때 나도 참고하면 좋을 것 같기도 하고. . 글 쓰는 직장인 많잖아. 나도 동참할 테다. 멋지잖아.
 
  “성공한 인생이란 일상생활과 업무 속에서 맡은 바 일을 제대로 처리함을 의미합니다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 물론 나중 가면 온갖 CEO들이 등장하며 넋을 빼놓지만. 성공은 사실 거창한 게 아니다. 이 말이 마음에 들었다.
  대부분은 평범한 직장인으로, 영세한 자영업자로 살아간다. 자기 계발에 흥미가 없는 게 아님에도. 자신을 바꾸려고 열심히 노력함에도.
  성공을 하려면 운때가 맞아야 한다. 같은 커피 테이크아웃 사업을 해도, 철저하게 외면당하는 경우가 있고, 큰 호응을 얻는 경우가 있고. 이것만큼은 정말로, 하늘이 좌우하는 일 아니려나.
     
  이 책의 모든 논조에 동의하는 건 아니다. 일전에도 말했지만, 개인 책임으로 돌리는 건 좋아하지 않아서.
  모두가 아니라고 할 때, 먼저 기회를 포착하면 성공할 수 있습니다. 이 책에 나오는 이야기 중 하나. 그런 방식으로 사람 유혹하는 대표적인 사업,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다단계다.
  간혹 성공하는 경우도 있다. 어리석은 중생들에게 좋은 예시를 세우기 위해, 일부러 밀어준다든지.
그들은 말한다. 봐라. 노력해서 성공한 경우가 있지 않느냐. 대부분은 노력하지 않아 도태한 것이다. 아니다. 성공할 수 없는 구조에서 성공자가 나왔다면 더욱 의심해야 한다. 이 말로 대부분의 고혈을 짜내기 위함이 아닌지.
  개인에게 책임을 돌려버리면 편하다. 사회는 그를 패배자, 낙오자로 몰아버리면 그만이니까. 하지만 그 사고방식에 사로잡혀 버리면 자신이 무너졌을 때 헤어나올 수 없다.
  가끔은 사회 책임으로 돌리고 뻔뻔해져야 한다.
 
  욕구를 억제하고 싶은데 억제할 수 없을 때. 어떻게 자신을 조절하면 될지 알고 싶다면 읽어보아도 괜찮을 듯. 저자가 말하는 대로, 저자의 말을 잘 듣고 옥석을 가려 본인이 결정하면 된다. 중요한 건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 잘 실천하는 것이니. 어떤 인생을 살지 조그마한 방법이라도 제시해 줄 수 있다면, 이 책은 충분히 가치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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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의 연애 - 늘 버티는 연애를 해온 당신에게
을냥이 지음 / 생각정거장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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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연애는, 날 사랑하는 것부터 시작하는 거야.

 

서평단 이벤트로 받은 책으로 평소와 논조 문투 등이 다를 수 있습니다.
 
  진심으로 대하는 사람은 역시 진심으로 대해야 한다. 이 규칙에 의거, 사귀던 남자에게 사죄의 뜻을 담아 고했다. 나는 너를 사랑하지 않고 사랑할 것 같지 않다. 그러니 이만 끝내자는 의미로.
 
  사귀자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을 때, 가장 힘든 시기였다. 죄책감과 외로움이 잘 어우러진 감정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도 내게 진심인 것 같지 않았다. 그러면 적당히 사귀자 끝내자. 길어야 100~200. 그 정도면 내 외로움도 내 죄책감도 이제 슬슬 끝을 보이지 않을까.

  말 한마디 잘못해서 피해 보는 성격 있지 않나. 그 남자도 그랬다. 해도 되는 말과 해서는 안 될 말을 구분하지 못했다. 하필이면 가장 중요한 순간에.
  그는 처음부터 진심이었다. 오해한 건 나였다. 시종일관 내게 진지하다는 사실을 안 뒤, 나는 결단을 내렸다. 나를 위해서도, 그를 위해서도, 이것만큼은 절대 아니었다. 이미 날 사로잡고 있는 죄책감으로도 지긋지긋했다. 죄책감을 더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는지 묻는다면.

  첫 연애 때, 30일 내내 제대로 잠 못 잔 뒤 굳게 결심했다. 내가 다음에 또 이런 짓 하면 인간도 아니다. 날 사랑해주는 사람, 날 존중해주는 사람 아니면 절대 매달리지 않을 테다.
  그 결심 지금까지 지켰다. 이런 책 본래는 내게 필요 없다. 옆에 어떤 바보만 없었다면. 그래. 그렇게까지 대놓고 말했는데도, 우리는 아직도 사귀고 있다. 심지어 혼인까지 했다.
 
  대체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 본인에게 물어봐도 명확한 대답이 안 나온다. 하지만 내가 좋은걸. 요지부동이다. 최후의 수단으로 내가 싫은데 네가 좋아한다고 끝날 문제인지 물어보았다. 너 나 좋아하잖아. 됐다. 관두자. 저건 내 이해를 한참 뛰어넘은 생명체다.
  그래도 가끔 이해를 시도한다. 그래 내가 이해 못 하는 건 내 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이고, 어쩌면 이해할 수 있는 실마리가 있을지도 몰라. 아니 있어야 해.
 
  이 책에도 실마리는 전혀 없었다. 고로 첫 연애 기분을 떠올리며 읽었다.
  처음이라 전부 서툴고 바보 같았던 나. 그의 말을 순진무구하게 전부 믿었던 나. 아니. 계속 불면증에 시달릴 정도였으니, 사실 진짜 믿었던 건 아닐 터. 단지 인정하는 것이 무서웠던 거다. 더는 그가 내게 마음이 없다는 사실을. 그러니 믿은 척했다. 그러면 조금이나마 오래 갈까 봐.
  사실 그 이상의 바보짓도 없음에도.

  남편과 사귀고 난 뒤의 일이다. 새벽 3. 속이 뒤집히는 기분으로 일어났다. 심하게 체했다. 응급실 갈 정도는 아니었다. 그래도 있고 싶지 않았다. 전화를 걸었다. 받지 않는다. 옷을 걸치고 일어났다. 배를 부여잡고, 5분 거리를 10분 넘게 들여 걸었다. 비밀번호를 누르고 문을 연 뒤 깨웠다. 일 나가는 사람에 대한 에의는 아니다. 그래도 정말 혼자는 싫었다.
  졸린 눈을 비비고 일어나, 자초지종을 듣고는 간호를 해주었다. 괜찮은지 걱정해주고, 필요한 게 무엇인지 물어보고. 일 나가는 것 알잖아. 원망은 한 마디도 없이. 피곤하다고 내색하지도 않은 채.
  한참 지나자 속이 가라앉았다. 잠이 든 뒤 눈을 떴다. 그는 출근한 상태. 멍한 상태로 방을 둘러보며 생각했다. 사랑받는 건 이런 거구나.
 
  을의 연애를 하는 모든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사랑은 말로 확인하는 게 아니다. 행동으로 확인하는 거다. 정말 사랑하면 행동에서 바로 티가 난다. 정말 소중하게 생각하면 모르고 싶어도 모를 수가 없다.
  사실은 정말 헤어지고 싶었다. 내가 괜찮지 않았다. 사랑하지 않는데 연애하는 것, 내 가치관으로는 있을 수 없는 일.
  하지만 헤어지기 위해서 발버둥치지는 않았다. 확실한 수단들은 조용히 내려놓았다. 좋아하는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지만, 싫지는 않다. 그러면 괜찮겠지. 이건 정말 아니라고 계속 생각하면서도 사랑받는 걸 포기할 수가 없어서.
 
  서글픈 연애를 하는 주인공을 보며, 내가 그랬지. 내가 그러고 있지. 씁쓸한 공감을 할 수 있는 컷툰 에세이. 귀여운 고양이가 가득하니 읽는 건 부담이 없다. 우울한 내용이 가득 펼쳐지기는 하지만. 이런 책은 본래 우울한 사람이 읽을 테니 나만 힘들지 않다는 사실에 더 위안이 될 것 같다. 사실 내가 예외 중 예외가 아닐까.
  힘겨운 연애를 하는 사람이라면 위안이 되어 줄 수 있는 책. 설령 지금은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모르더라도, 부디 언젠가 눈치채게 된다면. 그러면 더 좋은 사람 만나, 사랑받는다는 기분을 절실히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 당신에게는 그런 자격이 있다.

  분명 서평으로 시작한 것 같은데. 내 연애 이야기가 태반이다. 뭐가 잘못된 건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나쁘지 않은 것 같으니 내버려 두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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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돌이 푸, 서두르지 않아도 괜찮아 - 언제나 오늘이 처음인 우리에게 곰돌이 푸 시리즈
곰돌이 푸 원작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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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와 함께 하는 곰돌이 푸

 간만에 회사 자료실에 놀러 갔다. 이 책이 책꽂이에 얌전히 꽂혀 있기에 쏙 빼 왔다. 분명 원래 계획은 빌린 책 돌려주고 맨손으로 돌아 나오는 거였는데. 분명 그랬을 텐데. 괜찮다. 금방 읽을 수 있으니까. 쌓여 있는 책들이, 대체 난 언제 읽어줄 거냐 노려보는 것 같다. 언, 언젠가는 읽겠지. 삐질삐질.

왕좌에서 오랜 기간 내려오지 않던 책. 대체 왜 이렇게까지 인기가 있는지 알 수 없는 책이었다. 그림이 귀여워서? 물론 푸는 귀엽다. 글이 공감되어? 사실 공감되는 글이기는 하다. 하지만 그 모든 장점을 고려해보아도 계속 왕좌에 버티고 있을 정도는 아닌 듯한데. 알쏭달쏭.

곰돌이 푸, 서두르지 않아도 괜찮아’는 동양 철학 느낌이 물씬 난다. 논어에서 영향을 받은 구절이 많다. 귀여운 그림과 달리, 문구들은 성숙해서, 어쩐지 밸런스가 맞지 않는다.
 짤막짤막한 글과 귀여운 그림이 계속 책을 가득 채운다. 푸와 친구들의 다양한 모습을 보며, 꺅꺅 귀여워를 외치다 보면 책은 어느새 끝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푸 진짜 귀엽지 않나.

내 취향은 아니다. 네가 열심히 하면 돼. 이런 긍정론 좋아하지도 않을뿐더러. 이 책 푸와 그다지 관련이 없어서.
 보노보노 파생작들은 그럭저럭 납득이 간다. 보노보노 원작 자체가 철학적인 느낌을 물씬 풍기는 데다. 원작자가 직접 감수한 보노보노 파생작에는 보노보노 특유의 느낌이 잘 살아난다.
 하지만 이 책에 푸는 없다. 원작 소설을 전부 읽었기에 단정할 수 있다. 원작 소설은 아직 글을 배우기 전, 사랑하는 아들을 위한 책이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바라는 점은 분명 잘 녹아있지만, 동양 철학이 물씬 느껴질 정도는 아니다. 단지 좋은 아버지구나, 이 생각만 했을 뿐.

긴 글 읽는 것 싫어하고, 무거운 이야기를 질색하는 사람의 취향을 잘 맞춘 책이다. 귀여운 푸로 책을 장식하고, 논어 사상의 핵심만 뽑아 짤막하게 잘 간추리고. 책은 읽고 싶지만 머리 아픈 건 싫어. 귀여운 게 최고야. 그래도 무언가 남으면 좋겠어. 이런 사람을 잘 유혹했다.
 칭찬하는 거다. 꼭 책이 길어야 하고, 무거워야 하고, 도도해야 할 필요 없지 않나. 타인의 욕구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 마케터에게 매우 중요한 역량이다. 이 책 처음 기획한 사람은 상 받아야 한다.

귀여운 그림. 따뜻한 글귀. 읽는 내내, 따뜻한 기분이 될 수 있는 책. 위로가 필요할 때 가볍게 책을 넘기면, 잠깐이라도 기분이 풀릴 듯.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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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자기 전 15분, 미니멀 시간 사용법
이치카와 마코토 지음, 임영신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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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노예가 되지 말자

국립세종도서관 전자도서관 중 교보문고에서 소장하는 책, 인기가 매우 많다. 현재 예약자 21명. 책 보는 데 1년 넘게 걸릴 것 같아서 잊고 있었다. 그런데 남편 회사 전자도서관에서 신간으로 들여놓았다.
 이런 책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이 나 외에도 또 있구나. 빌릴 때만 해도, 나는 이 사건에 숨어있는 소소한 진실은 아직 모르고 있었다.


 자기 전 15분. 내일 일정을 열심히 정리해서, 미리 내일을 대비하자는 매우 훌륭한 이야기다. 심지어 교보문고 전자도서관에는 스크린샷 기능도 작동한다. 일정표 정도는 다운 받아 보관해 두었다가 나중에 필요할 때 써먹으면 좋을 듯.
 분명 제목은 이 뜻이지만, 책의 중점 내용은 아니다. 저자가 자기 전 15분 정리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건 아니다. 책 뒤에 부록으로 실어두기도 했고 중간중간 미리 정리하는 것이 얼마나 유용한지 설명하기도 한다.


 다만 책 대부분은 이와는 그다지 관련 없는 내용에 할애하고 있다. 인간은 본래 게으른 종족이어서, 시간 맞추는 일은 훈련받은 사람만 가능하다든지. 서캐디안 시간이라고 인간 본래의 시간 흐름은 따로 있으므로 태양빛을 쐬, 체내 시간과 본래 시간을 맞추어 주도록 노력해야 한다든지.

 객관적인 시간과 주관적인 시간은 다르게 흘러가므로, 주관적인 시간이 빠르게 흘러가기 바랄 때는 시간이 빨리 간 것처럼 느껴지는 기술을 쓰고, 주관적인 시간이 천천히 흐르기를 바랄 때는 시간이 천천히 간 것 같은 기술을 쓰라는 등.


 하루 15분 미니멀 시간 사용법을 통해 알차게 시간을 쓰자, 저자가 정말 바라는 건 이쪽이 아니다. 인간의 신체가 어떤 식으로 시간을 인식하는지 이해한 다음, 시간에 얽매이거나 초조해하지 않고 자신의 시간을 쓰기를 저자는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
 일본은 시간을 잘 지키기로 정말 유명한 나라다. 시간을 지키기 위해 무수한 인명 사고를 낸 적도 있을 정도라고 한다. 저자는 여기에 대해, 정확한 시계를 사용하게 된 지 얼마나 지났다고. 이런 식으로 아울러 사회 풍조 자체를 비난한다. 이 역시 저자는 시간에 얽매이지 않기를 바란다는는 방증이 아닐까.


 참. 작은 진실. 새얀 출판사에서 나온 신작 ‘스물 셋, 뜨거운 가슴으로 세계를 품다’는 종이책으로는 나오지 않는다고, 호기심에 남편 회사 전자도서관에 사달라고 신청한 뒤, 내 신청 목록을 보니 얌전히 이 책이 들어앉아 있었다. 국립세종도서관의 예약자 보고 질려 홧김에 신청해버린 것 같다. 내가 국립세종도서관 아니면 책 읽을 곳 없을지 알아? 이런 마음가짐으로. 가상화폐와 부동산만 난무하는 신간 목록에 시간 관리 책 한 권만 얌전히 숨어있는 근본 원인은, 나였다.


 어떻게 하면 시간을 철저하게 한 방울도 남김없이 짜낼 수 있을까. 이런 걸 원하는 사람을 위한 책은 아니다. 대신 시간에 쫓겨서 허우적대는데, 이런 생활 좀 그만하고 싶다. 이런 사람에게 분명 어울릴 듯.
 이 책을 읽고 조금은 시간에 대한 여유를 되찾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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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깊이 생각할 뻔했다
카레자와 카오루 지음, 박현아 옮김 / 현대지성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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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생각 없이 웃으면 되는, 저자의 독특한 감성이 엿보이는 책

 

 이 책을 다 읽고 현대지성을 원망했다. 진심으로 원망했다. 저자 이름과 책 원제를 일본어로 적어 두는 게 그렇게 힘들더냐. 꼭 로마자로 적어 두어야 했니. 정 귀찮으면 카레자와 카오루의 SNS 주소라도 알려 주든지!
 인스타그램에 카레자와 카오루를 로마자로 쓴 태그를 올린 뒤 일본어로 사랑 고백을 하기는 했지만 본명과 책원제를 일본어로 쓰고 하는 만큼 확실하지는 않잖아!
 그런데 카레자와 카오루. 인스타그램을 하나.
 
 미리보기를 읽으면서도 생각했지만, 이 사람 진짜 재미있다. ‘그러나 죄인은 용과 춤춘다’ 저자인 아사이 라보의 후기를 읽는 기분이었다. 후기가 재미있는 사람이었는데. 본문은. 이 책 내용에 대해 아주 약간 맛보기만 소개했는데도, 남편이 저어 멀리 달아나 버렸다. 그 뒤 한동안 ‘미운 짓 하면 이 책 소리 내어 읽어버린다’를 협박 소재로 써먹었다. 매우 효과가 좋았다.

 딜레마 상황. ‘술 마시고 싶지만 돈 내기는 싫어’. ‘다른 사람 연애사는 좋지만 내 연애사를 남에게 말하는 건 싫어’ 이런 주제를 편집자가 제시하면, 카레자와가 열심히 답변하는 형식.
 딜레마라고 부를만큼 소재가 강하지 않다. 다만 카레자와의 답변이 재미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상관없다. 이번에는 또 무어라 대답할 것인가. 어떤 황당한 말로 날 웃길 것인가. 그 재미로 읽었다.
 ‘외로움은 타지만 사람을 사귀는 건 귀찮아’에 나오는 한 구절. “정말로 혼자가 좋다면 깡촌의 폐가 벽에 자기 피로 아무에게도 보여 주지 않을 그림을 그릴 정도가 되어야 한다” 진짜 범상한 사고방식은 아니다. 반해버릴 것 같다. 아니 이미 반했다.

아사이 라보 외에도 또 떠올렸던 인물은, 채운국 이야기에 나오는 홍여심과 남용련. 232도와 72도 정도로 정말 희한하게 비뚤어진 인물. 이해는 무리지만, 이해하지 않아도 괜찮다. 재미있으니까.
 내 옆에 매일 숨 쉬고 있는다면, 절대 무슨 일이 있어도 사양. 평소에는 저 멀리서 지켜보다 어쩌다 가끔 대화 나누는 정도가 좋다. 나는 괴짜를 사랑하지만, 괴짜를 옆에 두고 싶어 하지는 않는다. 착하고 평범한 사람이 좋다. 어떤 대화를 해도 무난하게 통하고, 특별한 건 없지만 안심이 되는 그런 사람. 내 취향은 아니지만, 사람이 언제나 취향대로 살 수는 없지 않나.

 취향을 상당히 탈 만한 책. 저자의 독특한 사고방식이 강점인 책이므로, 이 사고방식에 동조하지 못하면, 이 책 읽는 내내, 무슨 말장난이야, 이런 기분일지도. 남편은 재미없어 할 것 같다.
 하지만 괴짜를 사랑한다면. 아니 대체 어떻게 해야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지. 이렇게 감탄할 수 있다면. 분명 읽는 내내 즐겁지 않을까. 뻔한 내용.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내용이지만, 특유의 독특한 사고방식이 취향이다. 이런 사람이 읽으면 분명 재미있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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