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깊이 생각할 뻔했다
카레자와 카오루 지음, 박현아 옮김 / 현대지성 / 2018년 7월
평점 :
절판


생각 없이 웃으면 되는, 저자의 독특한 감성이 엿보이는 책

 

 이 책을 다 읽고 현대지성을 원망했다. 진심으로 원망했다. 저자 이름과 책 원제를 일본어로 적어 두는 게 그렇게 힘들더냐. 꼭 로마자로 적어 두어야 했니. 정 귀찮으면 카레자와 카오루의 SNS 주소라도 알려 주든지!
 인스타그램에 카레자와 카오루를 로마자로 쓴 태그를 올린 뒤 일본어로 사랑 고백을 하기는 했지만 본명과 책원제를 일본어로 쓰고 하는 만큼 확실하지는 않잖아!
 그런데 카레자와 카오루. 인스타그램을 하나.
 
 미리보기를 읽으면서도 생각했지만, 이 사람 진짜 재미있다. ‘그러나 죄인은 용과 춤춘다’ 저자인 아사이 라보의 후기를 읽는 기분이었다. 후기가 재미있는 사람이었는데. 본문은. 이 책 내용에 대해 아주 약간 맛보기만 소개했는데도, 남편이 저어 멀리 달아나 버렸다. 그 뒤 한동안 ‘미운 짓 하면 이 책 소리 내어 읽어버린다’를 협박 소재로 써먹었다. 매우 효과가 좋았다.

 딜레마 상황. ‘술 마시고 싶지만 돈 내기는 싫어’. ‘다른 사람 연애사는 좋지만 내 연애사를 남에게 말하는 건 싫어’ 이런 주제를 편집자가 제시하면, 카레자와가 열심히 답변하는 형식.
 딜레마라고 부를만큼 소재가 강하지 않다. 다만 카레자와의 답변이 재미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상관없다. 이번에는 또 무어라 대답할 것인가. 어떤 황당한 말로 날 웃길 것인가. 그 재미로 읽었다.
 ‘외로움은 타지만 사람을 사귀는 건 귀찮아’에 나오는 한 구절. “정말로 혼자가 좋다면 깡촌의 폐가 벽에 자기 피로 아무에게도 보여 주지 않을 그림을 그릴 정도가 되어야 한다” 진짜 범상한 사고방식은 아니다. 반해버릴 것 같다. 아니 이미 반했다.

아사이 라보 외에도 또 떠올렸던 인물은, 채운국 이야기에 나오는 홍여심과 남용련. 232도와 72도 정도로 정말 희한하게 비뚤어진 인물. 이해는 무리지만, 이해하지 않아도 괜찮다. 재미있으니까.
 내 옆에 매일 숨 쉬고 있는다면, 절대 무슨 일이 있어도 사양. 평소에는 저 멀리서 지켜보다 어쩌다 가끔 대화 나누는 정도가 좋다. 나는 괴짜를 사랑하지만, 괴짜를 옆에 두고 싶어 하지는 않는다. 착하고 평범한 사람이 좋다. 어떤 대화를 해도 무난하게 통하고, 특별한 건 없지만 안심이 되는 그런 사람. 내 취향은 아니지만, 사람이 언제나 취향대로 살 수는 없지 않나.

 취향을 상당히 탈 만한 책. 저자의 독특한 사고방식이 강점인 책이므로, 이 사고방식에 동조하지 못하면, 이 책 읽는 내내, 무슨 말장난이야, 이런 기분일지도. 남편은 재미없어 할 것 같다.
 하지만 괴짜를 사랑한다면. 아니 대체 어떻게 해야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지. 이렇게 감탄할 수 있다면. 분명 읽는 내내 즐겁지 않을까. 뻔한 내용.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내용이지만, 특유의 독특한 사고방식이 취향이다. 이런 사람이 읽으면 분명 재미있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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