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리콥터 하이스트
요나스 본니에르 지음, 이지혜 옮김 / 생각의날개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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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반전이 숨어있는, 헬리콥터 강도 사건

 

‘오베라는 남자’를 읽고, 스웨덴 소설 또 읽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도 스웨덴 소설이었다. 생각의 날개에서 기대평 이벤트 할 때는, 스웨덴 소설? 내가 이런 걸 읽을 수 있을까. 이랬던 것 같은데.
 그렇다. 기대평 이벤트로 책 당첨되었어요. 부럽죠? 자랑하려고 쓰는 글이다.

 무려 헬리콥터까지 동원해서 경찰서 코앞에서 진행된 강도 사건. 성공했다. 성공한 것도 대단한데, 정작 범인들은 돈 한 푼 못 벌었다. 이게 말이 되느냐고? 그런데 스웨덴에는 이런 황당무계한 사건이 있었단다.
 뭐야. 그게? 정말 말이 돼? 대체 뭘 어떻게 해야 강도는 성공하는데 돈은 못 버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 거다. 혹시 알고 보니, 금고는 텅텅 비어 있었다든지. 돈이 들어있는지 알았던 돈주머니에는 위폐만 가득했다든지.
 경찰서 코앞에서 성공했다는 이 사실보다, 돈이 사라진 게 더 궁금했다. 강도 성공이야. 하든지 말든지. 내가 강도할 것도 아니고.

 이 책은 읽는 방법이 크게 세 가지가 아닐까. 하나는 강도 사건이 대체 어떻게 성공하는지. 경찰은 이렇게까지 대대적으로 강도 준비를 하는 동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초점을 두어 읽는 것. 범인과 경찰의 나름대로의 머리싸움을 흥미진진하게 읽으면 재미있을지도.
 다른 하나는 인물 하나하나에 공감하며 읽는 것. 범죄자에게 공감이라니. 이럴 수도 있겠지만. 대체 왜 그런 극단적인 방법까지 택해야 했나. 그 방법밖에 없었나. 이러며 읽을 수도 있고. 혹은 어떻게든 범죄를 하지 않기를 바라는 범죄자 가족에게 감정 이입할 수도 있고. 혹은 미리 정보를 입수하고 어떻게든 범행을 막기 위해 노력하는 경찰에 감정 이입해서 읽을 수도 있다. 등장인물의 과거까지 동원해서 등장인물을 생생하게 그리려고 노력하는 작가이니만큼, 등장인물에 관심을 돌려도 좋을 터다.
 마지막은 역시 돈이 사라진 이유. 책을 다 읽고 나면, 진정한 배후에 대한 존경심(?)이 마구마구 샘솟는다. 그리고 책의 프롤로그의 의미를 새삼 생각해볼 수 있게 된다. 소설에는 절대 등장인물 하나도 허투로 등장하지 않는다. 이 말을  새삼 곱씹어 볼 수 있다고 할까.

 사실 이 책. 반전이 제일 재미있는데. 스포일러 때문에 반전을 말할 수가 없어.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만세 삼창을 하며 일단 진정하는 거로.

 이미 영화화가 결정된 범죄 스릴러. 스릴러 좋아한다면, 읽어도 괜찮다. 분명 즐겁게 읽을 수 있을 터. 다 읽은 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영화관에 가서, 감독은 원작을 어떤 식으로 풀어나가는지 구경하는 재미도 있을 테고.
 한여름. 더울 때는 에어컨 틀고 맛있는 것 먹으면서 스릴러 소설 읽는 것도 피서 방법으로 나쁘지는 않다. 집이 싫으면 카페 독서도 괜찮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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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강의 삶과 죽음 - 금강요정 4대강 취재기
김종술 지음 / 한겨레출판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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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 쓴, 죽어가는 금강을 위한 10년의 기록

 여러 이유에서 읽고 싶은 책은 아니었다. 그래서 서평단 신청했다. 혹시라도 선정되면, 싫어도 읽어야 하니까. 내 취향은 아니지만 읽을 필요가 있겠다 싶은 책은, 읽을 수밖에 없도록 상황을 유도하기도 한다. 독서 전략 중 하나다.
 그럼 시작하기 전에. 서평단 이벤트에 당첨되어 받은 책이므로 평소와 논조 문투 등은 다를 수 있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2008년까지 식수로 쓸 수 있을 정도로 아름다웠던 금강이, 힘들 때마다 찾아가서 위안을 받았던 소중한 쉼터가, 모든 생명력을 잃어버렸을 때, 저자는 어떤 심정이었을까. 상상을 해보려다 관두었다. 자신이 없었다.
 
 이 책은 많은 말을 하지 않는다. 단지 보여줄 뿐이다. 보여주고 설명해줄 뿐이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너무 충분해서, 보지 못하고, 읽지 못한 것으로 해버리고 싶다.
 열흘 간 죽어간 물고기들. 금강의 모든 물고기가 죽어버린 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계속 떠오르는 죽은 물고기. 죽은 물고기 때문에 강은 다시 오염되고, 오염 때문에 물고기는 또 죽어 나가고. 저자는 그걸 보며 제정신이 아니었다고 한다. 제정신일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사람조차 아니리라. 생지옥도, 그런 생지옥이 없다. 비극의 서두다.
 
 한겨례 출판의 포스트를 보면, 저자가 큰빗이끼벌레를 먹는 장면이 나온다. 보면서 생각했다. 대체 무슨 억하심정이 있어서 저렇게까지 하느냐고. 책을 읽으며 반성했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너무 쉽게 생각했다.
 수중에 남은 돈, 5600원. 돈을 융통할 곳도 이제 더는 없다. 집주인도 이제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그동안의 취재로, 몸과 마음은 다칠 대로 다쳤다.
 이 정도 했으면 되었지.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저자는 마지막으로 금강을 찾았다. 그때 발견한 괴생명체. 자신의 마지막 기사가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더한 짓인들 못할까. 그 절박한 심정이 손에 잡힐듯 다가오는 것 같았다.

 식수로 쓰던 물이었는데. 그 많던 물고기가 죽어간 자리에, 이상한 괴생물체가 등장했다. 보도가 나가자, 정부는 처리하기 시작했다. 물고기가 떼죽음 당할 때와 전혀 달라지지 않은 상황이, 다시 금강에서 펼쳐진다. 무수한 사체가 강을 떠다니고, 사체에서 나온 물이 다시 강을 뒤엎고. 보는 내가 할 말이 사라지는데, 현장에 있던 저자는.
 금강은 대체 무슨 죄가 있어서. 물고기 떼죽음으로 인한 피해도 모자라, 이번에는 큰빗이끼벌레로 인한 피해까지 전부 뒤집어써야 하나. 그 물, 심지어 식수로 사용된다는데.

 더 끔찍한 건, 금강에서 큰빗이끼벌레도 사라져 버린다. 큰빗이끼벌레조차, 버티지 못하는 물이 되어 버린다. 책 한 구절을 인용하자. 304쪽. “현지조사는 비정규직의 몫” 확인해서 대책을 세워야 할 당담 공무원은 그 누구도 그 자리에 없다. 어찌하여 금강만 고생하는지, 모르고 싶어도 모를 수가 없게 해주는 구절.
 지금은 그래도 강이 맑아지고 있단다. 다행이다. 마지막까지 금강이 죽어있습니다. 그러면 진짜 울고 싶었을지도.

맛의 달인에, 치수 공사 이야기가 종종 나온다. 그중 하나. 공무원이 말한다. 어로를 뚫어 놓았으니, 물고기는 걱정 안 해도 됩니다. 무려 80%가 자유롭게 이동 가능합니다. 기자는 질문한다. 1년에 80%면 2년이면 64%. 그러다 보면, 결국 강은 죽는 것 아닙니까?
 읽으며 계속 그때 읽은 내용을 되새겼다. 입맛이 썼다.

 4대강 사업이 필요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하려는 건 아니다. 그러려면 이명박 회고록도 읽어봐야 할 테고, 찬반 관련 자료를 더 깊이 찾아봐야 한다. 그럴 역량은 안 된다. 그렇게까지 할 이유도 없다.
 다만. 제대로 된 조사 없이. 원래라면 몇 년 걸린 사업을 2년 만에 해치운 탓에. 강 생태계가 제대로 엉망진창이 된 현실만큼은 부정하고 싶지 않다. 몇 번이고 상황을 호전시킬 방도가 있었는데, 관심을 가져야 할 사람이 관심이 갖지 않아, 악화일로만 걸은 현실조차 외면하고 싶지 않다.

 부제를 ‘피로 쓴, 죽어가는 금강을 위한 10년의 기록’이라고 달았다. 읽으며 생각했다. 심장을 쥐어짜서, 그 피로 쓴 책이라고. 하고 싶은 말이 정말 이것뿐일까. 그 모든 일을 당하며 분노가, 원망이 휘몰아쳤을 텐데. 그 모든 걸 고려하면 이 책은 지나치게 담담하다. 오히려 읽는 사람을 괴롭게 한다.
 차라리 원망이라도 해주었으면. 대체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고. 소리 내어 외치기라도 한다면. 그러면 마음 편하게 읽을 텐데. 말을 하지 않아서. 말을 하지 않으니. 오히려 무슨 말을 하고 싶었을지 짐작이 가버려서.
 
 현재 한겨례에서 진행하는 북토크 일정은, 마감되었다. 설령 마감이 안 되었더라도, 시간에 맞지 않는다. 가능하다면 대전이나 세종 등 금강 근처에서 북토크를 한 번만 더 열어주었으면 좋겠다. 저자를 만나고 싶다. 만나서 직접 감사 인사를 하고 싶다. 힘들었을 텐데도, 이 모든 과정을 글로 남겨서, 읽을 수 있게 해주어 정말 감사하다고. 글로나마 전해질 수 있다면 좋겠다.

 이번에는 이 책을 읽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4대강 사업에 찬성하는 사람에게 조심스럽게 권해보고 싶다.
 어떤 결론을 내리든 존중받아 마땅하다. 본인의 가치관과 논리에 따라 결론을 내렸다면, 그 결론은 옳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잘 모르기 때문에라도 옳고 그름을 설파할 마음은 없다.
 다만 나와 다른 주장을 하는 사람의 이야기라고 외면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읽고 생각하고 이해하는 실마리가 되었으면 좋겠다. 다행히 이 책은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히 쓴 책이다. 다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 입장에서도 불쾌할 책은 아니다.
 금강에 대해, 나아가서 자연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시간이 될 수 있다면, 기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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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초마다 한 마리씩 - 미국 도축 현장 잠입 보고서
티머시 패키릿 지음, 이지훈 옮김 / 애플북스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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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미국 도축업계에 대한 고발 보고서

 

  너무 가벼운 책만 골라 읽는 것 아닐까. 사회 고발 등 묵직한 책을 읽어야 하는 게 아닐까. 이렇게 읽어 남는 게 하나라도 있나.
  독서는 즐거워야 한다. 독서에 의미를 부여해서는 안 된다. 얻기 위해 하는 독서는 최악이다. 이렇게 생각하면서도 가끔 흔들릴 때가 있다. 다른 사람들은 어렵고 머리 아픈 책만 읽는 것 같고. 다른 사람들은 책을 읽으며 사회의 부조리를 연구하는 것 같을 때.
  그런 기분으로 빌린 책. 안 그래도 개 식용 문제로 시끄러우니 겸사겸사. 여러 이유가 있지만, 그중 하나가 비인도적인 개 도축 문제라면 다른 쪽은 어떤지 알아볼 필요가 있지 않겠냐는 기분으로.
가끔은 독서에 거창한 이유 들이밀 때도 있다.
 
  맛의 달인을 좋아해서 몇 번이고 읽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건, 개고기에 대해 다루었던 부분.
  아버지가 개를 먹었다고, 야만적이라고 아이들이 아버지를 외면하는 상황에서, 극단적인 채식주의자까지 나타난다. 지로는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농장을 찾고, 식물이 자라는 비디오를 모두에게 틀어준다. 딱 한 군데를 제외하면 전혀 빛이 들지 않는 매우 어두운 공간. 식물은 어떻게든 살아 보겠다고 빛을 향해 천천히 자라나간다.
  살고 싶다는 욕망은, 식물에게도 있다. 그러니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는 이유로 식물을 먹는 것 역시, 인간의 오만이라는. 어차피 먹어야 한다면, 그 모두에 감사하는 게 맞지 않겠냐는, 그런 말을 하고 있다.
 
  이 책에 도축 장면이 생생하게 묘사된다. 소도 자신이 죽는 걸 안단다. 그러니 어떻게든 들어가지 않으려고 발버둥친다. 그러면 전자충격기로 강제로 몰아버린다. 그렇게 몰아서 이마를 총으로 쏘아 버리는데. 그래도 죽지 않은 소는 피와 토사물을 흘리며 발버둥친단다. 그러면 총으로 반복해서 쏘고.
  위생적이지도 않다. 광우병 우려 있는 소를 완전히 걸려 내지도 않는다. 규칙대로 하면 수익이 떨어지니까 어떻게든 모르는 척 외면하며, 걸리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아마 소가 먹기 싫어지는 책이 아닐까.
 
  다만. 내가 집중해서 읽은 건 이쪽이 아니다. 살기 위해서는 죽여야 한다. 죽이지 않으면 먹을 수 없다.  나는 살기 위해 온갖 생명을 죽여댈 테고, 무수한 시체 위에서 내 삶을 지탱하겠지. 그런 내가 생명의 소중함을 운운하며 동정심을 내비치는 건 기만이며 오만이며 위선이다. 어차피 피를 흘리며 살아야 한다면, 내가 다른 생명을 죽이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외면하지 않겠다. 자존심이다.
 
  내가 정말 집중해서 읽은 건, 도축장에서조차 내보이는 권력 관계. 도축장과 사업장의 권력 관계. 도축이 직접 진행되는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의 권력 관계. 주된 업무와 부수적 업무와 관련된 권력 관계. 백인과 유색인종의 권력 관계.
  도축장. 분명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곳. 철저하게 폐쇄된 곳. 일반인은 함부로 들어가지도 못하고, 사진을 찍거나 기록하는 것도 불가능한 곳. 하지만 그 속에서도 다시 단절이, 권력구조가 발생한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하다.
  도축장에서 일하는 사람은 유색인종이 대부분. 제대로 된 일거리를 구하지 못하는 사람이 주로 온다고 한다. 벨트 앞에서 부품이나 된 것처럼 화장실조차 허락받고 가야 한다. 입구조차 다르다. 그 속에서도 직접 도축을 담당하는 사람은 다시 격리된다. 모두 도축에 종사하지만, 직접 죽이는 일만큼은, 그 누구도 알지 못하고 알려고 들지 못한다.
  영어가 되지 못하는 그들은, 제대로 된 일은 맡지 못하며, 도축장 내의 중요한 일에 대해서는 알 자격조차 얻지 못한다. 영어를 알면 도축장의 전반적인 사정은 파악할 수 있다. 대신 그들 역시 도축 현장과는 단절된다. 현장에 있지만, 이런저런 형식적인 절차에 얽매여 오히려 현장을 외면하게 되는 것이다. 영어를 알더라도, 도축장이 아닌 프런트 오피스에서 일하는 건 모두 백인.
 
  남녀 문제도 있다. 핵심 업무는 모두 신체 건장한 남자가. 부수적인 일만 여자가, 건장하지 않은 남자가 담당한다. 수입을 내는 건 오히려 부수적인 일이라고 해도. 핵심 업무와 부수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 사이의 마음가짐은 분명 다르다. 차별도 없잖아 있다.
  결국은 도축장은 현실의 축소판. 아니 그 무엇도 가리지 않기에, 오히려 현실을 적나라하게 볼 수 있을지도.
 
  여러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어 좋았던 책인데. 누가 읽으면 좋을까. 일단은 육식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 혹은 도축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고 싶은 사람이 좋겠지. 매일매일 고기를 먹으면서도, 우린 정작 고기가 어찌 생산되는지는 거의 모르고 있으니, 이번 기회에 알아보는 것도.
  다만 위에서도 말했다시피, 이 책 꽤 자극적이다. 이 글 쓰면서 책 내용 되새기다 보니 속이 메슥거린다. 그러니 본인 정신건강 고민해 본 뒤 독서를 할지 말지 결정하면 좋겠다.

어째 어제(6.13.) 읽은 책들은 추천하기 난감한 책이네. 가끔 그런 날도 있는 법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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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1일 30분 회사 공부법 - 출퇴근 30분 심리학 경제학 사전
장러싱 지음, 김윤진 옮김 / 비전비엔피(비전코리아,애플북스)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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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퇴근길 틈틈이 읽기 좋은 상식 사전

 

  심리학과 경제학 용어를 다양한 예시를 통해 설명하는 책. 어디서 많이 들어본 개념. 이해하기 쉬운 직관적인 예시.
  이 책을 읽는 바람직한 방법은. 출퇴근 길 책을 열어 한 꼭지를 읽은 뒤, 그 개념을 다시 돌이켜보는 것이다. 외울만한 가치가 있으면 외워두고. 아니라고 생각하면 이런 것도 있구나 가볍게 넘기며. 수험서 보듯이 읽어도 좋지 않을까. 며칠에 걸쳐 꾸준히 읽으며 이 책을 제대로 소화했습니다. 뿌듯해해야 하며 자랑해보는 것이다.
  이번만큼은 그런 의미에서 나도 틈틈이 읽어 볼까 했는데. 책을 한 번 쥐었으면 읽든지 말든지 둘 중 하나지. 어중간하게 쥐고 있는 건 정말 못 하겠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방법으로는 최악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단번에 읽었다. 후회하고 있다. 책의 개념은 머릿속을 맴도는데 정리되는 건 아무것도 없다. 덕분에 지금 난감해하고 있다. 안 그래도 할 말 없는 책인데, 더 없어졌잖아.
 
  출퇴근길. 낭비되는 시간. 부족한 잠을 보충하거나 휴대전화를 보며 잠시 여유를 느끼는 것도 좋지만. 성실한 사람이라면 분명 아쉬움이 생길 거다. 그런 성실한 사람을 노린 책.
  나쁜 책은 아닌데, 애매하다. 제대로 공부하고 싶다면, 관련 분야를 집중적으로 다룬 책을 읽는 게 낫고. 겉핥기로 공부하고 싶다고 해도 비슷한 주제를 다룬 최근 책을 읽는 게 더 도움이 될 것 같은데.
  경제 용어나 심리학 용어가 딱히 시대가 변한다고 뒤떨어지거나 그렇지는 않겠지만. 공부하기 위해 책을 읽을 때는 최신 경향이 반영된 쪽을 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내가 제대로 알지 못하는 건, 이 책이 오래되었기 때문인가, 이런 후회는 하지 않는다.
 
  이번에는 이런 사람이 읽으면 좋지 않을까, 이런 말 하지 않겠다. 사보라는 말을 하기도 찝찝하다. 대신 혹시 전자도서관을 뒤지는데 나오면, 읽어 보든지. 여간한 전자도서관은 14일 대출일 테니. 책을 28등분해서 오전과 오후. 차례대로 읽어나가면 되지 않을까.
  출퇴근 전쟁에서도 공부하고 싶은 성실한 사람이 있다면, 부디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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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 했다
하완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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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에 대한 이유 있는 반기

 

  최근 열심히 사는 사람이 쓴 책을 많이 읽었다. ‘트럭 모는 CEO’라든지. 고로 이번에는 이 책이다. 열심히 살고 싶지 않은, 일러스트를 그리는 하완이 쓴 그림 에세이. 열심히 살 필요 없다고, 제목에서부터 열심히 외치는 책이다.
 
  다니던 직장에서 나온 저자는, 왜 열심히 살면 안 되는지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열심히 살든 열심히 살지 않든 결과는 별반 다르지 않을 수 있다든지. 어쩌면 열정은 노동자를 더욱 착취하기 위해 만든 개념일 수도 있다든지. 세상은 원래 원하는 걸 전부 쟁취할 수는 없다든지.
  저자는 어떤 사람은 패배자의 자기변명이라고 경멸할지도 모른다고 몇 번 언급한다. 하지만 괜찮지 않을까. 저자의 말마따나, 결국 모두 은퇴할 거고. 그러면 같은 선상에 서게 되는데.
 
  난 열심히 살고 싶지 않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의욕 없는 신입이라고 자부한다. 전에 모시던 팀장님이, 의욕이 없더라도 있는 척 해보라고 말씀하셨을 정도. 하지만 의욕 전혀 없는 상황에서 있는 척하다 들통나면, 오히려 실망만 더 커질 것 같은데. 역시 처음부터 솔직히 말하는 게 나은 것 같다. 그래. 쟤 원래부터 글렀어. 그렇게 생각하면 오히려 마음이 편할 것 같고.
  인사과 대체 일 어떤 식으로 하는 거야. 이 말이 먼저 터져 나올 것 같긴 하지만.

  자포자기해서 직장 아무 데나 구한 건 아니다. 다니기 싫어 죽겠는데 피눈물 흘리며 다니는 것도 아니고. 월요병도 거의 없다. 월요일이라고 특별히 이불과 더 씨름하거나 그러지도 않는다. 일은 귀찮지만, 원래 막내의 역할이 그런 거지 뭐.
  단지 열심히 해서 인정받고 승진하고. 이쪽 욕구가 없을 뿐이다. 아등바등 살아서 무엇이 남나 계산해 보았는데 돈 조금 더 벌고 타인 보기에 조금 덜 부끄럽고 내 자존심 덜 상하고. 스트레스 받아가며 쟁취할 만한 목표는 아닌 듯하다.
 
  이런 마음가짐으로 인생을 사는 터라, 이 책 공감하며 읽었다. 그래. 그렇지. 나도 이 생각했었는데. 이러며.
  나 없이도 잘 돌아갈 세상인데 나 하나 일탈한들 톱니바퀴로 열심히 돌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열심히 톱니바퀴로 살면 되는 거고. 톱니바퀴지만 열심히 돌기 싫은 사람은 열심히 안 돌아도 되는 곳에서 구경하면 되는 거고. 팝콘 하나 더 먹을까.
 
  제일 인상적이었던 건, 저자가 본 영화에 나오는 여주인공 이야기. 강간을 당한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뒷정리를 한 뒤, 자기 일 하러 갔단다. 울부짖지도 않고. 세상은 왜 이따위인가 항의하지도 않고.
멋지다. 나도 저렇게 살고 싶다. 세상이 나를 흔들더라도 고고하고 초연하게. 그러고 보니 이 책에 사람은 보통 내게 없는 걸 부러워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아냐. 그래도 노력하면 생길지도 몰라. 그러고 보니 노력해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라는 이야기도 있었지. 갑자기 우울해졌다.
 
  성실이 중요하다고 한다. 하지만 정말 성실하면 되는 걸까. 열심히 노력하는데 그래도 풀리지 않아 답답할 때. 잠시 기분 전환 삼아 읽어 보았으면.
  인생에 정답은 없다. 단지 내가 결정한 일이 정답이려니, 그렇게 살아가는 거다. 주변을 돌아보면 전부 나보다 잘난 것 같지만. 괜찮다. 분명 그들이 보면 나도 그들보다 잘나 보일 거다. 하다못해 월요병이 없는 것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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