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 했다
하완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8년 4월
평점 :
판매중지


사회에 대한 이유 있는 반기

 

  최근 열심히 사는 사람이 쓴 책을 많이 읽었다. ‘트럭 모는 CEO’라든지. 고로 이번에는 이 책이다. 열심히 살고 싶지 않은, 일러스트를 그리는 하완이 쓴 그림 에세이. 열심히 살 필요 없다고, 제목에서부터 열심히 외치는 책이다.
 
  다니던 직장에서 나온 저자는, 왜 열심히 살면 안 되는지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열심히 살든 열심히 살지 않든 결과는 별반 다르지 않을 수 있다든지. 어쩌면 열정은 노동자를 더욱 착취하기 위해 만든 개념일 수도 있다든지. 세상은 원래 원하는 걸 전부 쟁취할 수는 없다든지.
  저자는 어떤 사람은 패배자의 자기변명이라고 경멸할지도 모른다고 몇 번 언급한다. 하지만 괜찮지 않을까. 저자의 말마따나, 결국 모두 은퇴할 거고. 그러면 같은 선상에 서게 되는데.
 
  난 열심히 살고 싶지 않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의욕 없는 신입이라고 자부한다. 전에 모시던 팀장님이, 의욕이 없더라도 있는 척 해보라고 말씀하셨을 정도. 하지만 의욕 전혀 없는 상황에서 있는 척하다 들통나면, 오히려 실망만 더 커질 것 같은데. 역시 처음부터 솔직히 말하는 게 나은 것 같다. 그래. 쟤 원래부터 글렀어. 그렇게 생각하면 오히려 마음이 편할 것 같고.
  인사과 대체 일 어떤 식으로 하는 거야. 이 말이 먼저 터져 나올 것 같긴 하지만.

  자포자기해서 직장 아무 데나 구한 건 아니다. 다니기 싫어 죽겠는데 피눈물 흘리며 다니는 것도 아니고. 월요병도 거의 없다. 월요일이라고 특별히 이불과 더 씨름하거나 그러지도 않는다. 일은 귀찮지만, 원래 막내의 역할이 그런 거지 뭐.
  단지 열심히 해서 인정받고 승진하고. 이쪽 욕구가 없을 뿐이다. 아등바등 살아서 무엇이 남나 계산해 보았는데 돈 조금 더 벌고 타인 보기에 조금 덜 부끄럽고 내 자존심 덜 상하고. 스트레스 받아가며 쟁취할 만한 목표는 아닌 듯하다.
 
  이런 마음가짐으로 인생을 사는 터라, 이 책 공감하며 읽었다. 그래. 그렇지. 나도 이 생각했었는데. 이러며.
  나 없이도 잘 돌아갈 세상인데 나 하나 일탈한들 톱니바퀴로 열심히 돌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열심히 톱니바퀴로 살면 되는 거고. 톱니바퀴지만 열심히 돌기 싫은 사람은 열심히 안 돌아도 되는 곳에서 구경하면 되는 거고. 팝콘 하나 더 먹을까.
 
  제일 인상적이었던 건, 저자가 본 영화에 나오는 여주인공 이야기. 강간을 당한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뒷정리를 한 뒤, 자기 일 하러 갔단다. 울부짖지도 않고. 세상은 왜 이따위인가 항의하지도 않고.
멋지다. 나도 저렇게 살고 싶다. 세상이 나를 흔들더라도 고고하고 초연하게. 그러고 보니 이 책에 사람은 보통 내게 없는 걸 부러워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아냐. 그래도 노력하면 생길지도 몰라. 그러고 보니 노력해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라는 이야기도 있었지. 갑자기 우울해졌다.
 
  성실이 중요하다고 한다. 하지만 정말 성실하면 되는 걸까. 열심히 노력하는데 그래도 풀리지 않아 답답할 때. 잠시 기분 전환 삼아 읽어 보았으면.
  인생에 정답은 없다. 단지 내가 결정한 일이 정답이려니, 그렇게 살아가는 거다. 주변을 돌아보면 전부 나보다 잘난 것 같지만. 괜찮다. 분명 그들이 보면 나도 그들보다 잘나 보일 거다. 하다못해 월요병이 없는 것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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