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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강의 삶과 죽음 - 금강요정 4대강 취재기
김종술 지음 / 한겨레출판 / 2018년 7월
평점 :
피로 쓴, 죽어가는 금강을 위한 10년의 기록
여러 이유에서 읽고 싶은 책은 아니었다. 그래서 서평단 신청했다. 혹시라도 선정되면, 싫어도 읽어야 하니까. 내 취향은 아니지만 읽을 필요가 있겠다 싶은 책은, 읽을 수밖에 없도록 상황을 유도하기도 한다. 독서 전략 중 하나다.
그럼 시작하기 전에. 서평단 이벤트에 당첨되어 받은 책이므로 평소와 논조 문투 등은 다를 수 있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2008년까지 식수로 쓸 수 있을 정도로 아름다웠던 금강이, 힘들 때마다 찾아가서 위안을 받았던 소중한 쉼터가, 모든 생명력을 잃어버렸을 때, 저자는 어떤 심정이었을까. 상상을 해보려다 관두었다. 자신이 없었다.
이 책은 많은 말을 하지 않는다. 단지 보여줄 뿐이다. 보여주고 설명해줄 뿐이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너무 충분해서, 보지 못하고, 읽지 못한 것으로 해버리고 싶다.
열흘 간 죽어간 물고기들. 금강의 모든 물고기가 죽어버린 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계속 떠오르는 죽은 물고기. 죽은 물고기 때문에 강은 다시 오염되고, 오염 때문에 물고기는 또 죽어 나가고. 저자는 그걸 보며 제정신이 아니었다고 한다. 제정신일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사람조차 아니리라. 생지옥도, 그런 생지옥이 없다. 비극의 서두다.
한겨례 출판의 포스트를 보면, 저자가 큰빗이끼벌레를 먹는 장면이 나온다. 보면서 생각했다. 대체 무슨 억하심정이 있어서 저렇게까지 하느냐고. 책을 읽으며 반성했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너무 쉽게 생각했다.
수중에 남은 돈, 5600원. 돈을 융통할 곳도 이제 더는 없다. 집주인도 이제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그동안의 취재로, 몸과 마음은 다칠 대로 다쳤다.
이 정도 했으면 되었지.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저자는 마지막으로 금강을 찾았다. 그때 발견한 괴생명체. 자신의 마지막 기사가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더한 짓인들 못할까. 그 절박한 심정이 손에 잡힐듯 다가오는 것 같았다.
식수로 쓰던 물이었는데. 그 많던 물고기가 죽어간 자리에, 이상한 괴생물체가 등장했다. 보도가 나가자, 정부는 처리하기 시작했다. 물고기가 떼죽음 당할 때와 전혀 달라지지 않은 상황이, 다시 금강에서 펼쳐진다. 무수한 사체가 강을 떠다니고, 사체에서 나온 물이 다시 강을 뒤엎고. 보는 내가 할 말이 사라지는데, 현장에 있던 저자는.
금강은 대체 무슨 죄가 있어서. 물고기 떼죽음으로 인한 피해도 모자라, 이번에는 큰빗이끼벌레로 인한 피해까지 전부 뒤집어써야 하나. 그 물, 심지어 식수로 사용된다는데.
더 끔찍한 건, 금강에서 큰빗이끼벌레도 사라져 버린다. 큰빗이끼벌레조차, 버티지 못하는 물이 되어 버린다. 책 한 구절을 인용하자. 304쪽. “현지조사는 비정규직의 몫” 확인해서 대책을 세워야 할 당담 공무원은 그 누구도 그 자리에 없다. 어찌하여 금강만 고생하는지, 모르고 싶어도 모를 수가 없게 해주는 구절.
지금은 그래도 강이 맑아지고 있단다. 다행이다. 마지막까지 금강이 죽어있습니다. 그러면 진짜 울고 싶었을지도.
맛의 달인에, 치수 공사 이야기가 종종 나온다. 그중 하나. 공무원이 말한다. 어로를 뚫어 놓았으니, 물고기는 걱정 안 해도 됩니다. 무려 80%가 자유롭게 이동 가능합니다. 기자는 질문한다. 1년에 80%면 2년이면 64%. 그러다 보면, 결국 강은 죽는 것 아닙니까?
읽으며 계속 그때 읽은 내용을 되새겼다. 입맛이 썼다.
4대강 사업이 필요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하려는 건 아니다. 그러려면 이명박 회고록도 읽어봐야 할 테고, 찬반 관련 자료를 더 깊이 찾아봐야 한다. 그럴 역량은 안 된다. 그렇게까지 할 이유도 없다.
다만. 제대로 된 조사 없이. 원래라면 몇 년 걸린 사업을 2년 만에 해치운 탓에. 강 생태계가 제대로 엉망진창이 된 현실만큼은 부정하고 싶지 않다. 몇 번이고 상황을 호전시킬 방도가 있었는데, 관심을 가져야 할 사람이 관심이 갖지 않아, 악화일로만 걸은 현실조차 외면하고 싶지 않다.
부제를 ‘피로 쓴, 죽어가는 금강을 위한 10년의 기록’이라고 달았다. 읽으며 생각했다. 심장을 쥐어짜서, 그 피로 쓴 책이라고. 하고 싶은 말이 정말 이것뿐일까. 그 모든 일을 당하며 분노가, 원망이 휘몰아쳤을 텐데. 그 모든 걸 고려하면 이 책은 지나치게 담담하다. 오히려 읽는 사람을 괴롭게 한다.
차라리 원망이라도 해주었으면. 대체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고. 소리 내어 외치기라도 한다면. 그러면 마음 편하게 읽을 텐데. 말을 하지 않아서. 말을 하지 않으니. 오히려 무슨 말을 하고 싶었을지 짐작이 가버려서.
현재 한겨례에서 진행하는 북토크 일정은, 마감되었다. 설령 마감이 안 되었더라도, 시간에 맞지 않는다. 가능하다면 대전이나 세종 등 금강 근처에서 북토크를 한 번만 더 열어주었으면 좋겠다. 저자를 만나고 싶다. 만나서 직접 감사 인사를 하고 싶다. 힘들었을 텐데도, 이 모든 과정을 글로 남겨서, 읽을 수 있게 해주어 정말 감사하다고. 글로나마 전해질 수 있다면 좋겠다.
이번에는 이 책을 읽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4대강 사업에 찬성하는 사람에게 조심스럽게 권해보고 싶다.
어떤 결론을 내리든 존중받아 마땅하다. 본인의 가치관과 논리에 따라 결론을 내렸다면, 그 결론은 옳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잘 모르기 때문에라도 옳고 그름을 설파할 마음은 없다.
다만 나와 다른 주장을 하는 사람의 이야기라고 외면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읽고 생각하고 이해하는 실마리가 되었으면 좋겠다. 다행히 이 책은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히 쓴 책이다. 다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 입장에서도 불쾌할 책은 아니다.
금강에 대해, 나아가서 자연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시간이 될 수 있다면, 기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