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왕자 문지아이들
이경혜 지음, 민혜숙,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원작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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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petitprince

진정한 놀이란 무엇일까?
진짜 좋아서 빠져드는 일,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정말 재밌어서 몰두해서 할 수 있는 일, 행위 그 자체가 순수한 유희 행위가 되는 일. 이 책을 읽으며 ‘좋아서 하는 일의 가치’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이 책은 전체의 삽화가 한 땀 한 땀 정성을 들여 손으로 수놓은 그림들로 이루어져 있다. 민혜숙 작가가 3년 가까이 홀로 긴 시간을 들여 수를 놓은 그 마음 안에는 <어린 왕자>에 대한 깊은 애정이 담뿍 담겨 있었다. 자수는 바느질한 선이 그대로 눈에 보이는 작업이어서 정말 섬세하고 정밀한 작업이 요구될 테다. 긴 시간의 정성이 담긴 책을 휘리릭 쉽게 넘기고 싶지 않아 눈으로 오래, 깊이 들여다보려 했다. 고개를 숙이고 정성스레 들여다보며 마음을 담았을 손길을 매만져보면서.

사실 어린 왕자는 여러 판본으로 읽었고, 작년에는 중학생들과 슬로리딩으로 어린 왕자를 읽은 적도 있어서 내용과 줄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렇지만 나이, 상황, 생각 등의 변화에 따라 새롭고 다른 시선과 감성으로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작품이라는 생각에 자주 읽게 되는 작품이며 전세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 받는 이유도 거기에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은 ‘진정한 어린이들을 위한 그림책’으로 어린이의 시선에서 편안하게 읽을 수 있도록 쉬운 문장으로 곱게 다듬은 책이라는 점이 돋보였다. 아이들과 함께 읽은 적 있는 청소년 소설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를 쓴 이경혜 작가가 원작과 번역본을 충실히 재해석하여 어린이들이 즐겨 읽을 수 있는 ‘쉬운 언어’로 표현하는 데 정성을 쏟았다고 한다.

내게는 이 두 사람의 작가가 하는 작업이 단순한 일로 느껴지지 않았다. 아이의 생각과 마음을 가늠하여 고운 언어로 적어내고, 색색의 고운 실로 엮어내는 긴 과정. 그 손끝마다에 어떤 생각과 어떤 마음이 맺혔을까?

어린 왕자의 머리칼 하나만 비교하면서 책을 바라보아도 이 작업이 얼마나 섬세했는지 느낄 수 있었다. 바람에 따라, 감정의 변화에 따라, 상황에 따라... 어린 왕자의 머리카락은 다른 방향으로 휘날리거나 높이 솟거나 부드럽게 빛난다. 그때 그때에 따라 실의 색깔도 조금씩 달라지고 변화하면서. 어떤 방향으로 휘날릴지, 어떤 바늘 끝으로 섬세하게 어린 왕자의 별을 바라보면서 그 어린이(어린 왕자 자신)의 눈에는 우리의 지구가, 우리 어른들이 어떻게 비쳤을까를 되새겨본다. 특히 마음에 남는 장면은 실로 수놓인 어른들의 모습과 표정들이었는데, 일반적인 어린 왕자의 삽화들로부터 느낀 감정과는 달랐다. 어릴 때 정말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그 별로인 어른들의 모습이 내게도 내재되어 있어서, 실로 표현된 표정과 행동을 보면서 젖은 솜처럼 무겁고 슬퍼졌다. 그렇지만 다시 꿈꾸는 어린 왕자와 여우의 대화는 심장을 뛰게 하고.

한국의 두 작가님들의 ‘좋아서 빠져든’ 놀이 같은 책 한 권이 나에게도 ‘좋아서 하는’ 독서의 기쁨을 전해준다. 미세한 변화와 느낌에 주목해서 새로운 어린 왕자를 만나고 싶다면, 이 그림책을 만나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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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왕자_자수그림책 #어린왕자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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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멋진 할머니가 되어버렸지 뭐야
김원희 지음 / 달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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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찐할머니크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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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희 #달출판사


언어에는 나이가 있다. 얼마 전 읽은 작사가 김이나의 책에도 그런 말이 있었다. 언어는 나이가 든다고, 연령대에 따라 쓰는 말투나 어휘들이 묘하게 차이가 나서 젊은이의 흉내를 내도 나이 든 것이 티가 나고, 또 어른인 척해도 어린 티가 나고...

그런데 이 책은 언어에서 드러나는 나이를 속이지 않는다. 유쾌하고 따뜻하게, 때로는 통쾌하고 기분 좋게 70이라는 숫자를 내세우지만 곧바로 그 숫자를 그저 숫자로 뻥! 차버리는 느낌이라 해야 할까? 읽으면 읽을수록 이건 할머니의 글이 아닌데? 친구나 언니 같은데! 이런 느낌까지.

1부 지팡이는 아직 아니다, 캐리어를 끌자!
2부 할줌마는 즐겁습니다
3부 늙어가는 건 참 괜찮은 일이구나

중간중간 귀여운 그림들도, 짤막짤막한 단편의 에세이들도 가독성을 높이지만 글을 쓴 사람의 성격과 마음이 배어나오는 것 같아 읽으며 미소가 지어졌다. 요즘의 에어비앤비처럼 자기 집을 빌려준 어리고 가난한 학생의 집에 머물게 되었을 때 딸 생각이 많이 나서 사흘간 내 집 청소를 하듯 구석구석 방을 청소했다는 에피소드, 러시아 횡단열차에서 만난 사람들과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감정이 통했던 에피소드, 강남스타일을 부르며 친절하게 눈빛으로 팁을 갈구하던 뱃사공에게, 고민하다 팁을 건네려는 순간! 지폐 몇 장이 스르르 빠져나와 바람에 실려 휘날린 에피소드... “Bravo my tip!”

이러면 그냥 평범한 여행기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내가 좋았던 건 책을 좋아하고 블로그 이웃과 소통하며 지내는 할머니의 일상 이야기들이었다. 영화 <안나 카레리나>를 마음에 담고, 톨스토이의 <부활>을 읽은 기억과 함께 열차를 탄 에피소드를 넘어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의 건지 섬에 간 이야기까지. 같은 작품을 읽고 여러 생각을 공유하며 친해졌던 경험들, 북클럽 멤버들과 한 권의 책을 읽고 함께 대화하던 시간들을 연상하게 했다.

“그래서 제가 독서를 좋아하는 거예요. 책 속의 작은 것 하나가 관심을 끌고, 그 작은 것이 다른 책으로 이어지고 거기서 발견한 또하나의 단편으로 다시 새로운 책을 찾는 거죠. 실로 기하급수적인 진행이랄까요. 여기엔 가시적인 한계도 없고 순수한 즐거움 외에는 다른 목적도 없어요.” _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이 부분을 한번 더 재인용한 이유는, 좋아하는 책을 접하면 좋은 구절을 필사하거나 메모하는 이 사소하지만 즐거운 행위를 내 나이 70에도 즐길 수 있지 않겠는가 하는 행복한 기대 때문이다. 70이거나 80이거나 100이거나 그것이 뭐가 중요할까? 단위 없이 쓰니까 그냥 퍼센트 같은 것을. 행복의 퍼센트! 그렇다면 난 아직 인생의 행복 퍼센트를 반도 안 썼으니 점점 더 키워갈 일만 남은 거다! 그리고 70짤 원희 님도 점점 더 키워가실 일만 남은 거예요-!

덧) 돈은 모아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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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의 도서 지원을 받아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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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는 한 번만 받겠습니다
김병수 지음 / 달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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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는한번만받겠습니다
#마음마주하기프로젝트
#김병수 #달출판사



정신과 전문의가 쓴 마음치유 에세이.

맨 처음 책을 받아든 느낌이 산뜻했다.
너무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적당한 무게,
빛에 따라 반짝이는 표지,
그리고 단정한 글씨로 쓰여진
“상처는 한 번만 받겠습니다”라는 제목.

넘기면서 읽는데 책장의 흐름이 물결처럼 편안하면서
평화로운 햇살이 마음에 스며드는 느낌.

사실 요즘 우울하진 않지만 조금 무기력했고
불안하진 않지만 막연히 마음이 무거울 때가 있었다.
전세계적인 팬데믹 상황도 영향이 있을 테고
예상보다 자꾸만 길어지는 집콕 생활도 그럴 테지만.

그렇다고 무한정 무기력할 수 없으니
뭔가 돌파구를 찾아봐야지 하면서도
내 힘으로 가능한 걸까 싶은 순간들.

평소 자기계발서류의 책들을 잘 읽지 않는 편인데
(조금 뻔한 이야기들인 경우가 많은 것 같아서)
이 책은 에세이면서 중간중간 치유와 상담의 과정처럼
약보다 더 좋은 생활 속의 실천 습관을 제시해주곤 해서
친절한 의사가 전해주는 자기계발서 느낌을 받았다.
책에서 언급된 내용을 바탕으로
작고 사소한 일상에서도
내가 할 수 있는 부분들을 실천해볼 수 있었고,
단순한 행동 하나가 가져오는 변화를 체험할 수 있었기 때문에- :)

그래서 몇 가지 필기를 하듯
노트에 메모해보았다.
(시력 좋은 사람은 노트를^^)

-5am 클럽에 가입하기!
-일상의 설거지 = 마음챙김 활동
-약 대신 달리기!
-시간 약속 지키기!
-매일 아침 샤워하기!
-인생이라는 큰 그림 그리기! 등-

특히, “회피는 무조건 나쁜가” 부분을 읽으면서
지금 현재 1년이라는 시간을
내가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
중간점검의 시간을 가져볼 수 있어 좋았다.
1년 정도 무기력한 삶을 살아보면서
자기 탐색을 통해 정체성을 확립해보는 것도
가치있다는 말.
아이들에게도 적용할 수 있는 말이지만,
성인인 나에게도 삶의 중간점검과
인생의 큰 그림 그리기는 필요한 일이니까.

과거(옛 존재)와 다른 무엇이 되고자 한다면
가만히 있지 않고 실패하고 상처받더라도
직면하고 체험해야 한다는 말,
하고 싶은 것은 먹구름이 끼고,
비바람이 몰아치고, 천둥이 내려도
일단! 해봐야 한다는 말.

어쩌면 특별한 말이 아닐지 몰라도
차분하게 마음을 어루만지는 이야기들이
마음에 잔잔히 퍼지니
책과 함께 하는 이 시간이 특별해진다.
한 해의 중간 지점을 넘어가는 나에게
참 고맙고 따뜻했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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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출판사의 도서지원을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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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고 자유로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 <열두 발자국> <과학콘서트> <사람에 대한 예의> <교실이 없는 시대가 온다> 등 어느 하나만 내세우기 어려울 만큼 양질의 좋은 책들을 만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어크로스 파이팅!! <공부란 무엇인가>도 예약합니다!! 아자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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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서 온 외계인 보고서 - SF 우주선부터 인조인간까지
박상준 지음 / 을유문화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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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서온외계인보고서 #박상준
#SF우주선부터인조인간까지 #을유문화사

“인간의 상상력은 한계가 있을까?”

이제 더 이상 고등학생들은 인문/자연 계열을 선택하지 않는다. 자신이 원하고 필요로 하는 과목을 선택하여 공부하는 방식으로 수업과 평가가 이루어지고 있다. 물론 대학에서의 전공에 따라 요구하는 과목을 선택하다보면 자연스레 문/이과 구분이 이루어지긴 하지만.

어릴 때는 막연히 내가 책 읽기를 좋아하고 문학을 좋아하니까 문과형 인간이라 생각했다. 그렇지만 요즘 들어 그런 구분이 유의미한가 하는 의문이 든다. 과학을 깊이 탐구하다보면 결국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은 철학적 질문들을 품게 되고, 우주를 향해 나아갈수록 이미 우리 안에 있는 내면의 우주를 들여다보게 되기에.

지금의 내가 과거로 회귀한다면 어쩌면 나는 인문 계열의 진학을 고민했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이과형 인간의 눈에는 내가 지극히 문과적이겠지만, 그때는 아예 고민할 필요조차 못 느꼈으니 이건 분명한 차이가 있다. 어찌 되었든 최근에야 내가 ‘과학’에 로망이 있음을 스스로 깨달았고, 올해 들어 여러 권의 과학 서적들을 스스로 찾아 읽었다. 물론 아주 어려운 책들은 아니지만 정말 흥미롭게 읽으며 새로운 재미를 느낀다.

비문학 계열이 아니라도 문학계에서도 SF문학이 상당히 활발하게 창작되고 있다. 아직까지 많이 읽지는 못했지만, SF와 생명과학, 미래과학에 대해 관심이 생겨 계속 찾아보게 된다. SF문학작품만 전문적으로 출판하는 출판사들도 있는 것으로 보아 앞으로 더욱 다양한 작가들이 SF문학을 창작할 것 같고 독자들의 관심도 자연스레 호응할 것 같다. SF는 작가가 무한한 상상력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는 갈래여서 작가에게는 우주로 나아가는 창작의 매력을, 독자에게는 상상 그 너머를 유영하는 행복을 주는 것 같다.

박상준 작가는 SF 및 교양전문 기획자로 30여 년간 활약해온 전문가라고 한다. SF소설과 영화에서 다루어지는 내용들이 어떤 과학적 지식에 기반하고 있는지, 작품에서 묘사한 장면 이면에 우리가 미처 생각지 못한 원리가 숨어있을지... 표지부터 목차까지 매력 가득한 책이어서 표지와 책 소개만으로도 이미 호기심이 일었다. 우주여행-외계인과 외계생명-로봇과 인공지능-휴먼과 미래세계-상상과 현실-영화와 음악과 SF 등 목차의 사이사이와 행간 너머너머에서 펼쳐지는 스토리들.

인간의 경험을 방대하게 반복하면서 최적의 해법을 찾아가는 인공지능의 이야기. 인공지능이 파악한 인간성(인간다움)이란 결국 유한함, 불완전함이라는 말이 한참 마음에 맴돌았다. 여러 SF영화에서 묘사된 인공지능 로봇들의 인간을 닮아가는 모습들과 영화적 상상력으로 구현된 인간과의 관계, 마지막 운명에 대한 선택들이 머릿속에 다시 떠올랐다. 책은 이렇듯 우리가 보았던 영화를 다시 그려낼 수 있도록 도우며 비문학의 한계를 가뿐히 뛰어넘는다. 마치 소설을 읽듯 유희로운 지적 자극과 함께 확증 편향에 빠지는 상태를 경계할 수 있도록 적정한 정보와 함께 생각할 거리들을 제공해준다.

첨단의 미래로 나아갈 것만 같은 상상력을 자극하는 이 책을 덮으며 느끼는 가장 큰 생각은, 역설적이게도 자연의 소중함과 작지만 나의 역할을 수행해야겠다는 깨달음이다. 과학 문해도를 높여나가며 생각의 연결 고리를 확장하고 싶은 욕구. 좀 더 나은 세계를 구성하는 데 기여하고 싶은 욕구. 이러한 한 사람 한 사람의 욕구와 의지가 조금 더 나은 미래를 만드는 문이 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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