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천사에게 말을 배웠지 창비시선 452
정현우 지음 / 창비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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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을 머금은 큰 소년의 눈동자로 선과 악의 사이, 그 기로에 놓인 천사 또는 인간의 목소리를 담은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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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 2021-04-29 1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제가 하고싶은 말이 이미 적혀 있었네요. 아주 좋은 표현 이에요!!
 
나는 천사에게 말을 배웠지 창비시선 452
정현우 지음 / 창비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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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을 머금은 큰 소년의 눈동자로 선과 악의 사이, 그 기로에 놓인 천사 또는 인간의 목소리를 담은 시집.

S#1. 무대, 저녁
-제1부 ▪️모든 슬픔을 한꺼번에 울 수는 없나

소년 성가대 합창단이 정갈한 흰 옷을 입고 줄지어 서서 노래를 한다. 맑은 소리가 공간을 가득 채우면 하늘로 날아가지 못한 어린 천사가 공중을 맴돈다. 누구도 보지 못한다. 노래가 절정을 향할 무렵, 소년 하나가 대열을 흐트러뜨리며 무대를 뛰쳐나간다. 마치 공중으로 튀어오르듯, 부서진 날개로 하늘을 날아오르고 싶다는 듯. 소리를 잊은 소년과 하늘을 잃은 천사가 서로를 마주 본다. 그렇게 소년은 태어난다.

S#2. 소년의 방, 깊은 밤
-제2부 ▪️시간과 그늘 사이 턱을 괴고

소년은 자웅동체의 달팽이를 사육한다. 귓바퀴를 닮은 물음표를 갉아먹는 달팽이는 남성과 여성이라는 구분 사이에서 존재에 대한 의문을 품는 소년을 술래로 만든다. 언젠가 어느 날, 얼굴을 잊은 친구가 나지막한 옆모습으로 했던 말, “나는 태어날 때 이미 세례를 받아서 종교의 자유가 없었지.” 그 때 그 소녀의 목소리를 귓바퀴에 다시 감돌게 하는 시들. 소년도 어쩌면 태어날 때부터 이미 신과 엄마와 천사의 세계에서 살아가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신에게 들키기 위해 / 흰 천을 뒤집어쓰고 기도하는(<오르톨랑> p.67)’ 인간의 모습으로 ‘주어진 것들을 이해하기 위해’ ‘더 많은 귀를 잘라야 할 것(<묘묘> p.59)’이라 소리치며 소용돌이치는 소년의 밤이 깊어간다.

S#3. 소년의 방, 새벽
-제3부 ▪️소년과 물보라

성가대에서 천사를 따라 뛰쳐나온 소년은 밤새 잠을 이룰 수 없다. 변성기를 지나지 않은 영원한 소년의 목소리로 카스트라토가 되어야만 할까. 뒤척이는 새벽, 소년의 꿈에선 ‘젖은 음표들이 입속에 우글거리’고 ‘아가미를 자른 인어가’ 소년을 ‘삼킨다(<인면어> p.74)’. 거세를 거부하는 소년의 꿈은 온통 여성과 남성 그 사이를 오가며 ‘굵은 눈발이 숲을 흩뜨(<인어가 우는 숲> p.94)’리는 죽음과 사랑과 신을 노래한다. 여전한 소년의 미성으로.

S#4. 창가, 여명
-제4부 ▪️여름의 캐럴

“숨이 끊겨도 사흘 동안 살아 있는 것은 귀라는데요,” 산 자와 죽은 자 사이에서 ‘아버지의 귀에 대고’ 끝없이 묻고 싶은 마음과 ‘붉은 나의 두 귀를 / 감싸던 아버지의 손(<겨울 귀> p.109)’ 사이에서 소년의 오늘은 계속 질문을 머금는다. ‘다시 태어날 수 없는 사람들은 별자리로 떠돌다 목을 맨 유성으로 떨어’지고, ‘다시 꿈을 꾸어도 되느냐고’ ‘입술을 글썽이던 삼일(<소멸하는 밤> p.119)’이 이내 흘러가는, 아주 여리고 희미한 여명(黎明)이 밝아오는 아직은 어두운 시간. ‘가지를 쳐내도 징그럽게 자라나’고, ‘소매에 넣으면 길어진 나의 팔은 쑥쑥 자라 입을 수 없는 옷들만 수북이 쌓’이는 공간에서 ‘시옷 모양의 옷(<옷의 나라> p.122)’으로 죽음과 탄생 사이를 넘어 구원받고 싶은 슬픔이 여전히 소매를 적신다.

🔖 시집이 모두 4부로 구성되어 있고 전체의 흐름이 비슷한 결로 이어지고 있어 계속 몽환적인 그림이 그려지는 느낌이 들었어요. 시집 전체에서 흐르는 이미지가 옵티미즘(optimism)적 세계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소년이 살고 있는 인간의 세상이 슬픔의 보라빛으로 물든 느낌이지만, 소년의 발걸음을 따라가면 인간의 세계는 결국 긍정으로 흘러갈 것만 같아요. 어둠의 끝에 당도한 하늘이 결코 어둡지 않고, 그 곁에 마치 수호신과도 같은 누군가들의 축복이 ‘목화가 피어 울고 싶다고 살고 싶다고’ 귓가에 목소리를 건네는 소년에게 슬픔을 딛고 일어설 수 있도록 무릎과 발목과 손바닥의 힘을 북돋워줄 것만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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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보그가 되다
김초엽.김원영 지음 / 사계절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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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사이보그가되다
#김초엽 #김원영 #사계절

선을 느낀 적 있는가.

이 책을 읽으며 선이 떠올랐다. 보이지 않는 듯하지만 때로는 너무나 진하게 그어진 선. ‘수직과 수평이 아니면 상상하지 못하는’, 공간에 대한 생각의 한계처럼 우리는 딱딱하고 단단하게 굳은 장벽 앞에 우두커니 멈춰서서 하늘을 볼 때가 있다. 특히 선 안이 아닌, 선 밖에 있는 입장에서 선뜻 다시 그 선을 넘어 들어온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선이란 양면적이기도 해서 선 밖이라 여겼는데 뒤집어보면 선 안이 되기도 하고, 선 안이라 생각했는데 돌아보면 밖에 있기도 하다.

이 책은 선 안과 밖을 뒤집는 책이며, 결국에는 선을 무화시키는 시도를 하는 책이다. 선이란 존재 그 자체로 경계와 구분을 짓고, 정상이나 표준이라는 단어로 사람을 규정짓기 때문에. 그 규정을 거부하는, 아니, 그 규정 자체가 전혀 불필요함을 느끼게 하는 단호한 힘이 책에 담겨 있어 많은 생각들을 하며 읽었다.

김원영 변호사와 김초엽 작가의 당사자성이 살아 있는 책 안에서는 두 사람의 살아있는 경험을 토대로 몸과 장애와 질병 그리고 인간과 기계의 결합의 실제 현실을 이야기한다. 여기에서 쓰인 ‘사이보그’라는 단어와 개념이 인상적이면서도 의미 있게 다가온 것은 상당히 구체적인 현실 세계를 말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실제 기계가 인간의 몸과 결합할 때 얼마나 많은 부작용과 고통이 수반되는가. 크게 나아가지 않아도 시력 교정용 안경, 치아 교정과 임플란트, 스마트폰 등 인간의 삶에 기계가 결합되는 경우는 정말 많고 흔하다. 그런데 인간과 기계의 결합에 있어 유독 ‘보이지 않는 것’이 미덕처럼 강조되는 보청기나 비장애 중심적 시각으로 제작된 보조장치들에 대한 이야기는 다시 우리 사회를 돌아보게 한다. 특히 후반부에 이르러서는 사이보그 신체와 평균으로 대표될 수 없는 신체의 고유성과 함께 새로운 디자인에 대한 상상력을 요구하는 이야기들이 현실감 있게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얼마나 많은 아픔과 장애들이 우리 눈 앞에서 지워지고 가리워지는가. 아니, 지우고 가려왔는가.

두 사람의 글이 한 편씩 반복되며 교차하는 구조가 인상적이며서도 흥미로웠다. 글을 주고받으면서 연재해왔다고 하는데, 책이 뒤로 가면 갈수록 더욱 깊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마지막 페이지에선 두 사람이 직접 주고받은 대담이 실려 있어 전체 책의 내용을 다시금 조망하면서 더욱 실감나게 읽을 수 있었다. 특히, 마음에 남는 말.

🔖 ‘나는 장애인이야. 하지만 장애인으로서 말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은 것 같아.’

다들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장애에 부과된 사회적 낙인이 우리를 ‘충분히 장애인이 되는 것’에서 한 발 물러나게 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것을 알게 된 이후로, 이 책을 쓰는 것은 나에게 마치 ‘장애인이 되다’를 쓰는 일 같았다. 그 과정은 나의 취약함과 의존성, 장애인으로서의 정체성을 탐구하는 낯설고도 즐거운 일이었다. (p.357)

앞으로 이런 목소리들이 더 많이, 더 자주 들려오길 바란다. 장애의 경험은 모두들에게 제각각 다른 고유한 경험이다. 이 경험을 말과 글로 표현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그럼에도 두 사람의 이야기로 대표되지 않고 대표될 수 없는 개개인의 고유하고 다양한 이야기들을 더 많이 들을 수 있기를 바란다. 이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독자들이 늘어나길 바란다. ‘수혜자와 전문가’의 구분, ‘시혜와 온정의 시선’에 담긴 구분, ‘장애를 개인의 결핍이나 결함’으로 한정 짓는 구분들을 넘어서기를. 한 걸음 한 걸음 우리는 애초에 불필요했던 경계를 무화해나갈 수 있으리라 믿는다.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닌, 바로 지금 이 순간의 삶을 중심으로, 경계(境界)를 경계(警戒)하며.

📘 작년에 발행된 <난치의 상상력(안희제, 동녘, 2020)>을 발췌 재독하면서 병행해서 읽었다. 이 책을 함께 읽는다면 사회적 상상력의 범위를 더욱 확장할 수 있을 것이다.

▪️367p / 2021 / 정가 17,800원
▪️사계절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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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서 읽습니다, 그림책 - 어른을 위한 그림책 에세이
이현아 외 지음 / 카시오페아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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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는 2015년 ‘교실 속 그림책 창작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현아 선생님을 비롯해, 이후 2017년부터 ‘좋아서 하는’ 일에 집중하고자 모인 선생님들까지 모두 아홉 명 선생님들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선생님들이 ‘좋아서 하기로’ 결심한 일은 바로 ‘그림책을 읽고, 아이들과 함께 그림책을 창작하며 선생님들 또한 창작하는 삶을 사는 일’.

싱그러운 표지를 열면 맑고 정갈한 폰트로 찍혀 있는 열다섯 편의 그림책 에세이가 나온다. 그림책에서 잃어버린 ‘마음조각’을 찾는 선생님들의 마음이, 삶이 그대로 글 속에 배어나온다. 선생님들의 문장도 사람마다 조금씩 자기만의 분위기가 있어 읽으면서 어떤 분일까 가만가만히 떠올려보며 읽게 된다.

모두 초등 선생님들로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는 분들이지만, 교사 또는 부모로서의 입장이 아니더라도 그림책이라는 물성을 좋아하고 그림책 한 권이 얼마나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감동시키는 힘이 있는지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미소와 함께 읽을 수 있으리라 여긴다.

밤늦게 펼쳤다가 새벽까지 모두 읽어버렸다. 그림책이 결코 어린이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며, 그림책이 곧 동화책이지 않음을 이 에세이 책을 통해 더 깊이 깨닫는다. 아홉 명의 서로 다른 손길들이 모여 아름다운 한 권의 완결된 책이 완성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했을까?

차례엔 작가 이름이 쓰여 있지만 본문에는 글 맨 뒷부분에 작게 이름이 찍혀 있다. 글을 읽으며 어떤 사람일까 상상하며 읽다가 글 마지막마다 이름을 확인해보는 재미가 있었다. 예를 들면, 그림책을 비롯해 여러 다양한 책들을 연결지어 사회 문제와 보다 깊은 고민을 적으신 선생님 글 두 편이 결이 비슷하다 여겼는데 같은 선생님의 글이었던 것과 같은? (이 글은 어느 선생님 글이게요?)

특히 내게 신선했던 글은 #공해가소리가되는순간 이었다. 오정희의 #소음공해 는 내게 그림책이 아닌, 교과서에 실린 단편으로 짙게 남아 있는 작품이다. 아이들과 수업한 시간들만 합해도 100시간은 가뿐히 넘게 수업했을 듯하다. 아파트의 층간 소음 문제를 다루고 있어 아이들이 공감대를 형성하며 토론하기도 했는데, 아찔한 개인의 경험과 연결해 소음이 ‘소리’로 변신하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그곳에 사람이 있다는 것, 상황에 따라 똑같은 소리가 얼마나 다르게 들릴 수 있는지 생각의 방향을 비틀어주는 글이라 고마웠다.

거기에 사랑하는 이웃님 따나샘 글은 보자마자 느낌 팍! 우리가 함께 그림책 온라인 모임하면서 살펴본 그림책이었는데, 역시나 예상한 것을 넘은 본인의 삶의 경험이 배어들어 읽는 즐거움이 컸다. 또한 예전에 페북으로 동화처럼 예쁜 외국서점들을 여행하는 현아샘 사진을 즐겁게 봤던 기억이 떠오르는 서점 탐방 여행 이야기도 책 덕후라면 누구나 빠져들어 읽을 듯.

내가 읽은 그림책을, 전혀 다른 자신의 경험과 이어서 해석해나가는 에세이를 읽다보니, 한 권의 그림책은 얼마나 다양한 이야기를 내포하고 있는지 생각하게 된다. 같은 책을 이렇게 다르게 읽을 수도 있구나, 이 선생님의 시선과 경험에서 이 책은 이런 향기를 품게 되었구나 하는 생각. 또한 같은 교직에 있는 입장에서 초등 선생님들의 다양한 시도를 보며, 중등에서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은 어떤 모양과 빛깔로 펼쳐가면 좋을지도 생각해보게 된다.

‘학교 밖과 안의 온도 차를 줄이는 통로’ 역할을 하고 싶다는 야무진 아홉 선생님들의 포부가 이 책 한 권으로 더욱 훈훈하고 포근하게 이루어질 듯하다. 소중한 이야기들을 기꺼이 나눠주신 선생님들과 선생님 교실을 다녀갈 모든 아이들에게 축복의 인사를 건네고 싶다. “Have a nice LIFE!”

* 참여 작가
#이현아 #김여진 #김미주 #김다혜 #김설아
#김지민 #우서희 #이한샘 #조시온

* 에필로그에 그림책 모임 운영 팁과 주제별 그림책 목록 150권이 추천되어 있어 다양한 그림책 모임에서 참고하기 좋겠다.

* 예약 구매하고 눈 빠지게 기다려 받느라 목이 이~만큼 길어졌다. 일단 받는 순간, 표지의 그림과 부드러운 표지의 촉감에 1차적으로 반하게 될 거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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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초등 기본서 만점왕 4-1 세트 - 전6권 (2021년) - 본책 4권 + 부록 2권 + 만점왕 크레용 (크레용박스 컬러 랜덤) EBS 만점왕 기본서 (2021년)
EBS(한국교육방송공사) 편집부 지음 / 한국교육방송공사(초등)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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