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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서 읽습니다, 그림책 - 어른을 위한 그림책 에세이
이현아 외 지음 / 카시오페아 / 2020년 12월
평점 :
이 책에는 2015년 ‘교실 속 그림책 창작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현아 선생님을 비롯해, 이후 2017년부터 ‘좋아서 하는’ 일에 집중하고자 모인 선생님들까지 모두 아홉 명 선생님들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선생님들이 ‘좋아서 하기로’ 결심한 일은 바로 ‘그림책을 읽고, 아이들과 함께 그림책을 창작하며 선생님들 또한 창작하는 삶을 사는 일’.
싱그러운 표지를 열면 맑고 정갈한 폰트로 찍혀 있는 열다섯 편의 그림책 에세이가 나온다. 그림책에서 잃어버린 ‘마음조각’을 찾는 선생님들의 마음이, 삶이 그대로 글 속에 배어나온다. 선생님들의 문장도 사람마다 조금씩 자기만의 분위기가 있어 읽으면서 어떤 분일까 가만가만히 떠올려보며 읽게 된다.
모두 초등 선생님들로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는 분들이지만, 교사 또는 부모로서의 입장이 아니더라도 그림책이라는 물성을 좋아하고 그림책 한 권이 얼마나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감동시키는 힘이 있는지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미소와 함께 읽을 수 있으리라 여긴다.
밤늦게 펼쳤다가 새벽까지 모두 읽어버렸다. 그림책이 결코 어린이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며, 그림책이 곧 동화책이지 않음을 이 에세이 책을 통해 더 깊이 깨닫는다. 아홉 명의 서로 다른 손길들이 모여 아름다운 한 권의 완결된 책이 완성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했을까?
차례엔 작가 이름이 쓰여 있지만 본문에는 글 맨 뒷부분에 작게 이름이 찍혀 있다. 글을 읽으며 어떤 사람일까 상상하며 읽다가 글 마지막마다 이름을 확인해보는 재미가 있었다. 예를 들면, 그림책을 비롯해 여러 다양한 책들을 연결지어 사회 문제와 보다 깊은 고민을 적으신 선생님 글 두 편이 결이 비슷하다 여겼는데 같은 선생님의 글이었던 것과 같은? (이 글은 어느 선생님 글이게요?)
특히 내게 신선했던 글은 #공해가소리가되는순간 이었다. 오정희의 #소음공해 는 내게 그림책이 아닌, 교과서에 실린 단편으로 짙게 남아 있는 작품이다. 아이들과 수업한 시간들만 합해도 100시간은 가뿐히 넘게 수업했을 듯하다. 아파트의 층간 소음 문제를 다루고 있어 아이들이 공감대를 형성하며 토론하기도 했는데, 아찔한 개인의 경험과 연결해 소음이 ‘소리’로 변신하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그곳에 사람이 있다는 것, 상황에 따라 똑같은 소리가 얼마나 다르게 들릴 수 있는지 생각의 방향을 비틀어주는 글이라 고마웠다.
거기에 사랑하는 이웃님 따나샘 글은 보자마자 느낌 팍! 우리가 함께 그림책 온라인 모임하면서 살펴본 그림책이었는데, 역시나 예상한 것을 넘은 본인의 삶의 경험이 배어들어 읽는 즐거움이 컸다. 또한 예전에 페북으로 동화처럼 예쁜 외국서점들을 여행하는 현아샘 사진을 즐겁게 봤던 기억이 떠오르는 서점 탐방 여행 이야기도 책 덕후라면 누구나 빠져들어 읽을 듯.
내가 읽은 그림책을, 전혀 다른 자신의 경험과 이어서 해석해나가는 에세이를 읽다보니, 한 권의 그림책은 얼마나 다양한 이야기를 내포하고 있는지 생각하게 된다. 같은 책을 이렇게 다르게 읽을 수도 있구나, 이 선생님의 시선과 경험에서 이 책은 이런 향기를 품게 되었구나 하는 생각. 또한 같은 교직에 있는 입장에서 초등 선생님들의 다양한 시도를 보며, 중등에서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은 어떤 모양과 빛깔로 펼쳐가면 좋을지도 생각해보게 된다.
‘학교 밖과 안의 온도 차를 줄이는 통로’ 역할을 하고 싶다는 야무진 아홉 선생님들의 포부가 이 책 한 권으로 더욱 훈훈하고 포근하게 이루어질 듯하다. 소중한 이야기들을 기꺼이 나눠주신 선생님들과 선생님 교실을 다녀갈 모든 아이들에게 축복의 인사를 건네고 싶다. “Have a nice LIFE!”
* 참여 작가
#이현아 #김여진 #김미주 #김다혜 #김설아
#김지민 #우서희 #이한샘 #조시온
* 에필로그에 그림책 모임 운영 팁과 주제별 그림책 목록 150권이 추천되어 있어 다양한 그림책 모임에서 참고하기 좋겠다.
* 예약 구매하고 눈 빠지게 기다려 받느라 목이 이~만큼 길어졌다. 일단 받는 순간, 표지의 그림과 부드러운 표지의 촉감에 1차적으로 반하게 될 거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