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퀼트하는 여자 ㅣ 예서의시 24
정귀매 지음 / 예서 / 2023년 3월
평점 :
제목부터 심상치 않다.
‘퀼트하는 여자’라, 도대체 어떤 여자일까?
나는 시와 시집에 그리 큰 관심이 없었지만 지난달에 몸이 아프니까 마음의 안정을 얻으며 천천히 글을 음미하고 싶어져 출판사 '예서'에서 출간한 김옥자 시인의 <낮은 곳에서 부르는 희망가>를 읽었다. 글의 길이는 짧지만 울림은 결코 짧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에 같은 출판사에서 출간한 시집이라 바로 믿음이 가서 <퀼트하는 여자>도 읽고 싶어졌다.
그래도 솔직히 제목이 어떤 뜻일지 좀처럼 짐작이 되지 않았다. 이렇게 궁금증을 유발하다니 출판사의 전략이 성공적인 건지 모르겠지만, 책장을 빨리 넘기고 싶어졌다.
아하! 1,2,3부를 지나 4부로 넘어가니 본격적인 퀼트 이야기가 나온다.
그중에서 시 하나를 소개하겠다.
치마
-퀼트하는 여자
양단 같은 노을
풀어진 머리카락 사이로 은사가 자라네
흰머리를 뽑아 울타리를 꿰매는 여자
시접과 시접이 만나는 곳에는 강이 흐르네
강줄기마다 골이 깊고
골 밖으로는 한 번도 발을 디뎌 본 적 없는 여자
열두 폭
문신 같은 날들을 빼곡히 수놓아 놓고도
풀어진 한 올을 찾지 못해 울타리를 완성하지 못하는 여자
은사는 점점 무성해지고
이제는 제 살갗을 기워 꽃을 피우는 여자
여기에서 친절하게도 '퀼트'의 의미를 알려준다.
퀼트 - 겉감과 안감 사이에 솜이나 모사 등을 넣고 바느질하여 누비는 수공예. 원단을 잘라 패치워크하거나 아플리케하는 기법으로 가방, 이불, 쿠션, 인형, 벽걸이, 매트, 의류 등 다양한 곳에 활용되는 바느질이다.
가끔 시인은 나와는 너무 다른 종족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쁜 의미가 아니라, 오히려 정반대다. 존경스럽고 나는 절대 그러한 감성과 표현력을 갖지 못할 것이라는 뜻이다. 짧은 몇 줄로 오래도록 생각하게 만드는지, 한 대 얻어맞은 느낌이 들 때가 많다. 압축과 절제, 그러면서도 표현력은 폭발하다니 참 아이러니하다. 그런데 좋단 말이지! 시집의 제목 <퀼트하는 여자>처럼 한 조각, 한 조각, 감성과 사유를 덧대는 마음으로 작품을 하나씩 읽어 나갔다. 나의 인생도 이렇게 한 조각씩 이어나가고 싶다.
*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인 견해를 적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