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민석의 책 읽어 드립니다 - 세상의 모든 책썸 남녀를 위하여
설민석 지음 / 단꿈아이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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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에서 '요즘책방: 책 읽어드립니다'를 방송한다는 예고편을 보고선 꼭 시청해야겠다 다짐했는데, 진짜 제대로 한 편도 챙겨보지 못했다. 육아 때문이었다고 변명해두자. 흑. 요즘 책을 다룬 TV 프로그램을 접하기 쉽지 않은 터라 더 반가운 마음이었다. 게다가 진짜 언변이 탁월한 설민석 그만의 화술로 책을 풀어나간다니, 기대가 컸다.

방송 못 챙겨보는 마음에 재방송은 언제 하나 시간을 찾아보기도 했었는데, 세상의 모든 책썸 남녀를 위해 설민석이 요즘 책방을 한 권의 책에 담아냈다. 책이 출판된다는 말이 어찌나 듣기 좋았던지!


방송에서는 29권의 책을 다루었는데 이 책에서는 설민석이 꼽은 5권의 책 이야기가 담겨 있다. 설민석은 책을 꼽은 기준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우리 성장의 토대인 땅, 그리고 서로가 그저 존재 자체로 더불어 살아가게 만들어주는 사람들. 이 모든 것들은 여전히 우리를 여기 있게 해주고, 숨 쉬게 하고, 꿈꾸게 만들죠. 이렇게 '땅과 사람'을 주제로 삼아 다섯 권을 뽑았습니다.

- p16

그렇게 '이기적 유전자', '사피엔스', '페스트', '한중록', '노동의 종말'이 실렸다. 혼자 읽었더라면 참 어려웠을, 책장이 잘 넘어가지 않았을 책인데 유쾌한, 자세한, 친절한 설명이 곁들여져 책장이 술술 넘겨졌다. 여기서 소개된 책들을 사서 다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설민석도 이 책이 책과 책 사이를 연결하는 징검다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한다. '책 읽어드립니다'는 다섯 권의 책을 읽게 만들기 위한 가교일 뿐이라고.

이 세상 모든 만물의 이치는 생존기계를 조종하는 유전자들의 프로그래밍 때문이라는 '이기적 유전자'의 내용. 우리는 유전자가 조종하는 생존기계라는 것이다. 허나 인간만이 가진 독특한 문화 유전자' 밈' 덕분에 생각, 스타일, 행동양식 등을 모방하거나 복제할 수 있고, '밈'의 조종으로 역사와 문화를 만들어간다. 저자는 인간의 유전자의 근본은 이기심일망정 약한 자를 돕도록 설계되어 있다고 말한다. 일명 '상호부조론'. 약육강식으로 이긴 종만이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상호부조를 한 종이 더 우수한 형태로 살아남는다는 것이다.

지구에 사는 여러 종 중 별볼일 없던 호모 사피엔스가 인지혁명으로 종교와 제국, 화폐 등을 만들어 유연하게 연합했다. 농업혁명, 과학혁명을 이루어내면서 지구의 주인이 되었다는 '사피엔스'. 과학혁명의 시작과 함께 사회, 정치적 인식의 차이로 나라마다 격차가 벌어지기도 하고 서로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게 된다. 하나 둘 정복해가며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사피엔스들 앞에 '종의 파괴', '환경오염'이라는 난제가 버티고 있다. 과연 인간은 무엇을 위해 살아가고 있는 건지. 인간이라면 이제 어떤 행동을 취해야 지구의 주인답게 살 수 있는 건지 살짝 한 걸음 뒤로 물러서서 고뇌해봐야 한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코로나19 속과 아주 빼닮은 '페스트'. 저자는 미래를 꿰뚫어보는 능력과 통찰력이 있었던 게 분명하다. 전염병 앞에서 불굴의 투지로 사람들을 구해내는 사람들, 무조건 도망가기 바쁜 사람들, 무책임하게 방관하는 사람들, 살겠다고 몸부림치는 사람들 등. 혼란 속에서 죽음과 불행에 맞서 이겨내려는 사람들이 있어 어둠으로 가득했던 도시는 조금씩 빛을 되찾는다. 우리도 그러하겠지. 모두가 전염병에 맞서 서로 규칙을 준수하며 화합하면 이겨내지 못할 게 없을 것이다.

이토록 슬픈 역사는 없을 것이다. 영조와 사도세자의 비극적인 이야기가 생생하게 담긴 혜경궁 홍씨의 '한중록'. 애통한 역사 속에는 영조와 사도세자 대신 아버지와 아들이 놓여 있었다. 부모라는 위치에서 자녀를 어떻게 품어야 하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드는 책. 오래된 역사 속에도 부모 자식 간, 평범하리만치 생기는 갈등과 깊은 골이 있다. 기록문학으로서 뛰어난 가치를 지닌 '한중록'이 설민석의 화술로 애절하게 담겼다.

로봇화되어가는 모습이 점점 친숙해지는 세상. '노동의 종말'의 저자는 이미 이 모습을 예견했다. 인간이 노동으로부터 해방되기 위해 기술과 기계를 발전시켜왔지만 이것이 '고용 없는 성장'을 초래해 인간을 소외시킨다고. 허나 기계, 기술로 발전하는 세상을 등돌려 낮은 시선으로 바라보지 말고 당당하게 맞서 다양함을 받아들일 마음을 먹어야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새로운 시선, 시도는 또 다른 새로운 산업을 만들어낼 테고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할 수 있으니 말이다.

진짜, 이 다섯 권 제대로 읽어보고 싶은 욕망이 솟구친다. 가교 맞다. 다섯 권의 책을 이어주는 분명한 가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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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제벨 - 착한 어린이 대상!
토니 로스 지음, 민유리 옮김 / 키위북스(어린이)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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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잡을 데라고는 하나도 없는 그야말로 신통방통한 제제벨의 이야기가 그려진 '착한 어린이 대상! 제제벨'

제제벨은 책 제목 그대로 무엇이든지 척척 잘 해내고 스스로의 관리도 잘 하는 멋진 아이로, 대통령은 이런 제제벨에게 착한 어린이 대상을 수여했다. 떄문에 제제벨 동상까지 만들어져서 아이들이 제제벨을 닮기를 어른들은 바랐고, 텔레비전 쇼에도 나와서 그 동안 받은 상을 이야기하는, 최고의 어린이다.

제제벨이 어떤 아이냐 하면, 예의가 바르고 깔끔하게 옷 매무새를 정돈하고 남을 잘 도와주고 밥도 가지런히 먹고 코도 후비지 않고 다른 아이들을 타이르기도 하고 약도 알아서 챙겨먹고 모든 과목에서 일등을 놓치지 않고 감사 인사는 꼭 하고 방도 말끔히 정리할 줄 알고 고양이 똥도 잘 치우는, 어른들의 잔소리가 필요 없는 완벽한 아이다.

이토록 완벽한 아이가 그림책에 담긴 이유는 무엇일까, 아이와 책을 읽으면서 무지 궁금해졌다. 고개가 갸우뚱-

단순히 이런 어린이가 되어야 한다는 의미를 담기 위해 작가인 토니 로스가 이 책을 만들었을까. 실제로 아이와 함께 책을 읽어보면 어른들이 생각하기 어려운 이야기들이 아이들의 책 안에 펼쳐져 있어서 감탄하기도 하고 아, 하는 탄성과 함께 멍해지기도 했기에 끝까지 책장을 넘겨보고 다시 읽어보기도 하는 편인지라, 멈추지 않고 책장을 계속 넘겼다.

복도를 뛰어다니는 친구들에게 뛰어다니면 안 된다며 타이르면서 걸어가던 제제벨은 그만, 커헙, 예상치 못한 반전의 결말에 빠진다.

"어? 에잇! 이럴 수가!"

아이들에겐 통쾌한, 어른들에겐 황당한 재미 넘치는 반전이 마지막 책장에 숨겨 있다. 그림 속, 제제벨은 사라지고 바닥에 덩그러니 버려진 착한 어린이 대상 뱃지.

굉장히 가볍게 읽는다면 훅, 가볍게 읽고 말 책일 수도 있는데 아마 아이들은 그렇게 느끼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제벨이 결국 이렇게 되어버렸잖아! 결말을 읽으며 깔깔대지 않을까. 첫째는 제제벨의 이야기를 읽다가 "왜 이렇게 됐어?"라고 물어보며 웃었다.

이런 사람이 되어야지, 이런 행동을 해야지 하면서 어른들은 아이들의 행동이나 말이 바뀌길 바란다. 나도 아이들에게 그러한 이유로 혼을 내거나 잔소리를 하곤 한다. 그런데 문득 제제벨처럼 자라는 것보다 엉뚱하고 철 모르는 아이다움이 더 나을 때도 있지 않나 생각한다. 오히려 그럴 때 더 많이 웃고 즐겁고 행복함을 느꼈던 것 같다. 제제벨 덕분에 오늘은 우리 아이에게 잔소리 한 번 덜 했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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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 기억
줄리언 반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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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이해하는 것'은 나중에 오는 것이고, 사랑을 '이해하는 것'은 현실성에 근접한 것이고, 사랑을 '이해하는 것'은 심장이 식었을 때 오는 것이다. 무아지경에 빠진 애인은 사랑을 '이해하고' 싶어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경험하고 싶어 하고 그 강렬함, 사물의 초점이 또렷이 잡히는 느낌, 삶이 가속화하는 느낌, 얼마든지 정당화할 수 있는 이기주의, 욕정에 찬 자만심, 즐거운 호언, 차분한 진지함, 뜨거운 갈망, 확실성, 단순성, 복잡성, 진실, 진실, 사랑의 진실을 느끼고 싶어 한다.
-  p141


연애가 담고 있는 감정은 무한하다. 차분한 만남부터 격렬함까지, '연애'라는 것은 어느 한 단어로 정의될 수 없는 마성의 단어다.
연애에 빠진 순간부터는 그 누구의 말도 귀에 진중하게 들리지 않는다. 특히 연애와 관련한 충고라면 더더욱 그렇다. 앞만 보는 경주마처럼 '연애'에만 직진했다가 모든 감정이 뒤흔들린 다음에야 발을 뒤로 빼게 된다. 그리고 나면 직접 경험했던 '연애'의 잔가지들뿐만 아니라 숲이 비로소 보인다.

숲이 보였을 때에 이르러서야 후회, 미련, 아쉬움, 경멸, 분노 같은 감정들이 쏟아진다. 비난을 막 상대방에게 퍼붓기도 하고 자기 자신을 한심하게 여기기도 하고, 그 때 왜 충고나 조언을 귀에 담지 않았나 후회하기도 하고 최선을 다한 시간이기에 미련 없이 뒤돌아 서기도 한다. 처음엔 이 하나하나의 감정들, 사건들이 너무 특별한 일로 다가왔는데 시간이 지나고 나이를 먹으니 사람 사는 인생사 중 하나의 문장 정도로 여겨진다. 어찌 보면 젊었기에 가능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10대였던 케이시가 테니스 클럽에서 만난 수전 맥클라우드와 사랑에 빠지게 된 건 이 단순한 문장 하나로는 사귀나 보다, 연애하나 보다 라는 생각이 들지만 흔한 연애의 시작은 아니었다. 수전 맥클라우드는 케이시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유부녀였기 때문이다. 그와 그녀를 순수하게 남자와 여자로 놓고 보면 이들의 연애 이야기는 무지 설레고 긴장감 있고 다정하다. 문제는 이들이 이들만의 세계에서 사는 게 아니라 현실 안에서 산다는 거다. 그러기에 케이시의 부모님, 수전의 남편, 수전의 딸들 등 부딪쳐야만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인생은 단면이고, 기억은 결을 따라 쪼개지는 것이며, 기억은 그것을 끝까지 쭉 따라간다.
- p180

연애를 시작하면 상대방과 함께 나누는 시간 안에 기억이 차곡차곡 쌓인다. 좋은 기억이건 나쁜 기억이건, 그 기억은 연애와 함께 공유된다. 서로에게 빠져 사랑을 하는 동안에는 연애의 기억은 선명해진 상태가 되지만 서로의 관계 거리가 멀어지게 되면 그 기억은 희미해진다.
수전 맥클라우드가 자신이 살고 있던 집을 떠나 케이시와 함께 동거를 하게 되면서 그저 두 사람만 서로 바라보며 집중했기에 지금 당장에만 꽂혀있던 시선이 점차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옮겨가기 시작했다. 누군가는 돈을 벌어야 일상이 지속될 수 있으니까 말이다.

둘만 함께 있다면, 사랑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수전은 남편과 함께 살 때보다 더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케이시와 함께 있으면서 알콜중독자가 되어버린 수전, 두 사람의 연애의 기억이 흐릿해지기 시작했다. 대체 '사랑'은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어떻게 유지해야 하는 건지. 현실과 맞닿은 사랑을 지키는 방법을 케이시와 수전은 혹독함을 치뤄가면서 느낀다. 수전을 남편의 폭력에서 구해냈지만 케이시와 함께 지내는 일상이 그리 행복하지만은 않은 것 같아서 케이시의 하루하루도 점점 연애의 기억으로부터 눅눅해져 간다.

그의 사랑은 사라졌다, 쫓겨나버렸다, 달이 갈수록, 해가 갈수록. 하지만 그가 충격을 받은 것은 사랑을 대체한 감정이 전에 그의 심장에 자리 잡고 있던 사랑만큼이나 격렬하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그의 삶과 그의 심장은 전과 마찬가지로 동요했는데, 다만 이제는 그녀가 그의 심장을 진정시켜줄 수 없다는 게 다를 뿐이었다. 그리고 이로써, 마침내 그녀를 되돌려줄 수 밖에 없을 때가 왔다.
- p313

열 아홉살이던 케이시에겐 무지 잔혹한 연애의 기억이 생겼다. 단순히 사랑하다 이별하는 기억이었으면 좋았으련만, 사랑하는 사람이 빛을 바래가는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 연애라니. 케이시는 결국 수전을 그녀의 딸에게 되돌려준다. 필요하다면 그녀의 치료비도 지원하겠다고 연락하라고 말을 남긴다. 가끔씩 수전이 힘을 잃어가는 모습을 보러 간다. 수전이 그를 기억해낼 땐 그녀와 나눴던 연애의 기억이 선명해지다가 수전이 그를 타인으로 인식하면 그 기억은 색을 잃어간다.

어느 누구나 다 그러하겠지만 연애의 기억은 어찌 됐든 흐려질 수 밖에 없다. 시간이 지나서, 혹은 색깔이, 기억 속 내용이, 상대방에 대한 모습이. 그 기억을 방치하지 않고 마지막까지 잘 기억해내려 한 케이시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수전과 함께 한 연애의 기억을 무의미한 것으로 만들지 않으려 한 모습이 마지막 페이지까지 빽빽하게 담겨 있는 걸 읽고 있으니 숨이 차오르기까지 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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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나로 살 것인가 -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는 기술
로렌 헨델 젠더 지음, 김인수 옮김 / 다산북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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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자기가 좋아하는 변명의 유형이 있다. 변명은 매우 똑똑하다. 노력이 필요한 일이 생기면, 당신이 그 일을 할 수 없는 이유를 둘러대면서 못 하게 한다. 자신에게는 아무런 잘못도 없다는 보험에 가입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좋은 점은 보험에 가입하는 순간, 변명이 모든 잘못에 대한 책임을 뒤집어쓴다는 것이다. 하지만 공짜가 아니다. 당신은 행복, 자존감, 자부심이라는 보험료를 치러야 한다.
- p85

진실은 자신이 책임지고 정면으로 대응해야 얻을 수 있는 오묘하고도 귀한 선물이다.
- p242~243



자기계발서를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그래서 자기계발서의 느낌이 나는 책은 선택하지 않는다. 매번 그런 류의 책은 부지런해라, 발전해라, 무언가를 계발해라 등등 내 의지와 상관없는 -그 순간만 상관없을지라도- 조언과 충고를 일삼기 때문이다. 뭐든 하고 싶을 때, 내가 갈망하는 무언가가 있을 때 도전하고픈 열정이 생기기 마련이니까. 뭐 이기적인 변명이라 해도 어쩔 수 없다. 

그래서 '어떻게 나로 살 것인가'의 책을 받아들었을 때 살짝 거북했다. 대체 나에 대해, 내 인생 방식에 대해 뭐라 쓴소리를 해댈지 걱정도 됐고. 헌데 추천사를 읽으면서 자기계발서에 대한 내 선입견이 조금 달라지기 시작했다. 마크 하이먼이라는 의사가 쓴 추천사에는 이 책의 저자 로렌 헨델 젠더가 자신의 이름을 딴 '헨델 메소드' 코칭 방법을 알려주었는데 그 방법대로 코칭을 받자 자신의 삶이 변화되었다고 했다. 대체 무슨 방법이기에 삶에 변화를 불러 일으킨단 말인지 궁금해졌다.

저자인 로렌 헨델 젠더는 잊어버린 혹은 놓아버린 꿈을 다시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현재의 상황에 만족하지 말고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변화해야 한다고 말이다. 그러기 위해선 스스로, 본인 내면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조언한다. 맞다. 인생에 변화를 맞이하려면 무엇보다 그 인생을 살아온 스스로를 돌아봐야 한다.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게 문제여서 그렇지.

이 책에서 알려주는, 내가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한 코칭 방법을 기술해보면 다음과 같다.
내가 바라는 꿈을 적는다. 구체적으로, 인생의 세부적인 영역에 대해. 그 후 나는 그 꿈에서 어느 정도의 위치에 있는지 점수를 매긴다. 꿈을 왜 이루지 못하는지의 이유를 적는다. 그 이유는 매순간 자기 자신의 내면에서 뱉어내던 변명, 핑계, 거짓말 등일 것이다. 그 내면의 목소리와의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 싸움에서 이겨내는 게, 이 목소리가 진정 내 목소리인지, 변명인지 핑게인지 잘 구분해내는 것이라는 걸 명심해야 한다. 자신의 꿈에 다가가기 위해 해야 할 약속을 정하되, 벌칙도 함께 정한다. 평소에 무슨 생각을 하는지 하루에 짬짬이 시간을 내어 적어본다. 그리고 적은 생각을 정리해본다.
가장 중요한 부분, 자신의 부모를 인정해야 하는 것. 좋은 점이든 나쁜 점이든 부모의 모습을 솔직하게 받아들이고 인정해야 한다. 부모의 유전자는 곧 내 유전자라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부모의 싫은 모습을 부인하는 건 자신의 변화를 부인한다는 뜻이다.
또한 자신이 했던 거짓말들을 기억해내서 적는다. 과거의 일들을 정리하면 오히려 과거로 빠지는 게 아니라 과거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 자신의 내면을 있는 그대로 쏟아내면 정리되지 않았던, 혼란스러웠던, 생각하고 싶지 않았던 시간들이 생각보다 수월하게 정리된다. 

굉장히 구체적인 코칭 방법이다. 자신을 변화시키려는 방법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건강하게 인정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건강하게 자기 자신을 다루면 미래를 대응하는 힘이 건강하게 길러진다. 

또한 부모님께 편지를 쓸 것을 조언한다. 편지로 부모님에게 실망했던 점, 싫었던 점, 고마운 점 등을 자세하게 적어 드린다. 서로를 가장 잘 이해하는 방법이란 생각이 든다. 진심이 담긴 글을 이길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이 헨델 메소드에 따라 코칭을 받은 사람들은 부모님뿐만 아니라 관계가 좋지 않았던 와이프, 전 남편, 어린 시절 끔찍한 상처를 줬던 사람에게 진심을 담은 편지를 보냈고 연락을 했다. 이로 인해 괴로웠던 과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자기 자신에게 제일 솔직해져야 하는 사람은 나, 자기 자신이라는 걸 이 책을 통해 이해했다. 맞다.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은 바로 나다. 혹여 괴짜스러운 기질을 갖고 있더라도 그 기질을 감추지 말고 당당히 드러내는 게 옳다. 오롯이 나를 이해하는 방식을 배울 수 있어 너무 좋았다. 건강한 미래를 꿈꾸는 사람들이 있다면, 반드시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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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MB의 재산 은닉 기술 : 이명박 금고를 여는 네 개의 열쇠 - 이명박 금고를 여는 네 개의 열쇠
백승우 지음 / 다산지식하우스(다산북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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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과 권한, 이익과 비용이 울타리 처져 있지 않고 애매할 경우 이렇게 비극이 발생하는 게 일반적이다. 인간은 욕심을 부리게 마련이고 욕심이 끝까지 치달으면 모두 망한다. 모두의 것은 누구의 것도 아니다.
- p272

공인은 자신의 권한과 책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시민이 권력을 위임한 대통령이라면 그 무게는 더 무겁다. 정직의 무게도 그렇다. 태산처럼 무겁다. 이명박은 2007년 대선을 치르면서 모든 의혹에 대해 수없이 부인했다. 세 번 이상 부인했다. 정직했다면 걱정할 건 없다. 하지만 정직이 거짓으로 드러나게 되면 그가 치러야할 책임은 상상하기 힘들다.
- p279


공교롭게도 이 책을 다 읽은 어제, MB가 구속됐다. 구속영장을 받고 구치소로 향하는 MB의 모습이 생중계로 전파됐다.
권력과 돈이 이 세상을 휘두를 수 있다는 걸 보여줬던 그가 구속되는 걸 보니, 아직 세상은 돈과 권력이 다가 아니구나, 하는 당연하고 당연한 생각이 들었다.
감히 '정직'이란 단어를 말해선 안 됐다. 증거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래도 그는 '정직'하다 했다. 가훈이 '정직'이라고까지 했다. 그는 '정직'의 지읒도 꺼내선 안 됐다.

'그래서 다스는 누구 겁니까?' 유행어처럼 돌고 돌았던 이 질문. 사람들은 다스와 관련 없는 기사의 댓글에 다스가 누구 것인지 뜬금없이 적어 내려갔고 다스의 주인에 대해 수없이 물었다. 정작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인 MB는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았고 그래서 사람들은 계속 물었다. '다스는 누구 겁니까?'

MBC의 기자 백승우가 MB에 대해 책을 냈다. 권력에 기울어진 방송국 안에서 망가진 뉴스를 직접 목도한 그는 MBC 파업이 시작되자 예전 MB에 대해 취재했던 자료들을 꺼내, 이에 대한 취재를 다시 시작했다. 예단하지 말자. 팩트만, 있는 그대로의 사실만 파헤치자. 끝까지 의심하자. 자신만의 취재 원칙을 내세우며 열심히 뛴 결과, 'MB의 재산 은닉 기술'이라는 책 한 권을 펴내게 됐다. 그는 말한다. 이명박과 이명박 일가의 '돈', '땅', '다스', '동업자'가 이명박의 재산으로 안내할 열쇠라고. 

한 나라를 대표할 권력을 가진 자가 나라 안팎의 안위를, 국민의 삶을 보듬고 살피는 것보다 제 이익의 '경영'을 나라보다 더 중요시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책을 읽으면 읽을 수록 더 그렇다. 뽑았든 뽑지 않았든 선출된 대통령을 믿고 나라를 맡길 수 밖에 없는 국민들이 느낄 배신감은 누가 해소시켜 줄 텐가. 한숨이 절로 나온다.

이제 시작이다. 철저한 수사로 MB의 은닉 기술, 은닉한 모든 것이 낱낱이 밝혀지길. 언론과 함께 일하는 기자들도 멍추지 말고 계속 이 수사에 관심을 쏟아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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