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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민석의 책 읽어 드립니다 - 세상의 모든 책썸 남녀를 위하여
설민석 지음 / 단꿈아이 / 2020년 5월
평점 :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0/0528/pimg_7441231662558106.jpg)
TVN에서 '요즘책방: 책 읽어드립니다'를 방송한다는 예고편을 보고선 꼭 시청해야겠다 다짐했는데, 진짜 제대로 한 편도 챙겨보지 못했다. 육아 때문이었다고 변명해두자. 흑. 요즘 책을 다룬 TV 프로그램을 접하기 쉽지 않은 터라 더 반가운 마음이었다. 게다가 진짜 언변이 탁월한 설민석 그만의 화술로 책을 풀어나간다니, 기대가 컸다.
방송 못 챙겨보는 마음에 재방송은 언제 하나 시간을 찾아보기도 했었는데, 세상의 모든 책썸 남녀를 위해 설민석이 요즘 책방을 한 권의 책에 담아냈다. 책이 출판된다는 말이 어찌나 듣기 좋았던지!
방송에서는 29권의 책을 다루었는데 이 책에서는 설민석이 꼽은 5권의 책 이야기가 담겨 있다. 설민석은 책을 꼽은 기준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우리 성장의 토대인 땅, 그리고 서로가 그저 존재 자체로 더불어 살아가게 만들어주는 사람들. 이 모든 것들은 여전히 우리를 여기 있게 해주고, 숨 쉬게 하고, 꿈꾸게 만들죠. 이렇게 '땅과 사람'을 주제로 삼아 다섯 권을 뽑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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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0/0528/pimg_7441231662558107.jpg)
그렇게 '이기적 유전자', '사피엔스', '페스트', '한중록', '노동의 종말'이 실렸다. 혼자 읽었더라면 참 어려웠을, 책장이 잘 넘어가지 않았을 책인데 유쾌한, 자세한, 친절한 설명이 곁들여져 책장이 술술 넘겨졌다. 여기서 소개된 책들을 사서 다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설민석도 이 책이 책과 책 사이를 연결하는 징검다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한다. '책 읽어드립니다'는 다섯 권의 책을 읽게 만들기 위한 가교일 뿐이라고.
이 세상 모든 만물의 이치는 생존기계를 조종하는 유전자들의 프로그래밍 때문이라는 '이기적 유전자'의 내용. 우리는 유전자가 조종하는 생존기계라는 것이다. 허나 인간만이 가진 독특한 문화 유전자' 밈' 덕분에 생각, 스타일, 행동양식 등을 모방하거나 복제할 수 있고, '밈'의 조종으로 역사와 문화를 만들어간다. 저자는 인간의 유전자의 근본은 이기심일망정 약한 자를 돕도록 설계되어 있다고 말한다. 일명 '상호부조론'. 약육강식으로 이긴 종만이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상호부조를 한 종이 더 우수한 형태로 살아남는다는 것이다.
지구에 사는 여러 종 중 별볼일 없던 호모 사피엔스가 인지혁명으로 종교와 제국, 화폐 등을 만들어 유연하게 연합했다. 농업혁명, 과학혁명을 이루어내면서 지구의 주인이 되었다는 '사피엔스'. 과학혁명의 시작과 함께 사회, 정치적 인식의 차이로 나라마다 격차가 벌어지기도 하고 서로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게 된다. 하나 둘 정복해가며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사피엔스들 앞에 '종의 파괴', '환경오염'이라는 난제가 버티고 있다. 과연 인간은 무엇을 위해 살아가고 있는 건지. 인간이라면 이제 어떤 행동을 취해야 지구의 주인답게 살 수 있는 건지 살짝 한 걸음 뒤로 물러서서 고뇌해봐야 한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코로나19 속과 아주 빼닮은 '페스트'. 저자는 미래를 꿰뚫어보는 능력과 통찰력이 있었던 게 분명하다. 전염병 앞에서 불굴의 투지로 사람들을 구해내는 사람들, 무조건 도망가기 바쁜 사람들, 무책임하게 방관하는 사람들, 살겠다고 몸부림치는 사람들 등. 혼란 속에서 죽음과 불행에 맞서 이겨내려는 사람들이 있어 어둠으로 가득했던 도시는 조금씩 빛을 되찾는다. 우리도 그러하겠지. 모두가 전염병에 맞서 서로 규칙을 준수하며 화합하면 이겨내지 못할 게 없을 것이다.
이토록 슬픈 역사는 없을 것이다. 영조와 사도세자의 비극적인 이야기가 생생하게 담긴 혜경궁 홍씨의 '한중록'. 애통한 역사 속에는 영조와 사도세자 대신 아버지와 아들이 놓여 있었다. 부모라는 위치에서 자녀를 어떻게 품어야 하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드는 책. 오래된 역사 속에도 부모 자식 간, 평범하리만치 생기는 갈등과 깊은 골이 있다. 기록문학으로서 뛰어난 가치를 지닌 '한중록'이 설민석의 화술로 애절하게 담겼다.
로봇화되어가는 모습이 점점 친숙해지는 세상. '노동의 종말'의 저자는 이미 이 모습을 예견했다. 인간이 노동으로부터 해방되기 위해 기술과 기계를 발전시켜왔지만 이것이 '고용 없는 성장'을 초래해 인간을 소외시킨다고. 허나 기계, 기술로 발전하는 세상을 등돌려 낮은 시선으로 바라보지 말고 당당하게 맞서 다양함을 받아들일 마음을 먹어야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새로운 시선, 시도는 또 다른 새로운 산업을 만들어낼 테고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할 수 있으니 말이다.
진짜, 이 다섯 권 제대로 읽어보고 싶은 욕망이 솟구친다. 가교 맞다. 다섯 권의 책을 이어주는 분명한 가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