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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리더가 된 당신에게 ㅣ 교양 100그램 9
최재천 지음 / 창비 / 2025년 8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료로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에세이
#소통
#리더십
#어쩌다리더가된당신에게
인간 사회의 정치 지도자인 대통령은요, 여왕개미처럼 고유한 역할이 있는 자리입니다. 필요한 큰 그림을 그리고, 방향을 제시하고, 흔들림 없이 미래를 구상하고, 다음 세대를 생각하는 자리이지요. 리더를 한 번 잘못 선출해놓으면 몹시 오랫동안 큰 고통을 겪게 됩니다. 망가뜨리려 들면 많은 것을 없애버릴 수도 있는, 무서운 권력을 가진 자리라는 점을 유념해야 합니다.
-p.19
인간이 오히려 분배를 잘 못해요. 자기가 권력이 있다든가 능력이 출중하다고 생각되면 끝까지, 송두리째 다 거머쥐려고 하거든요. 우리 사회가 그런 권력의 행사를 법이라는 이름으로 묵인해버리는 것도 큰 문제입니다. 수많은 권력형 비리가 그래서 나타나고요. 동물들도 다 아는 이 협력의 역동을 오히려 인간이 잘 모르는 것 같아요. 안타까운 부분입니다.
-p.23
내 것만 주장하려는 게 아니라 다른 이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내 생각과 비교해보고 다듬어보기도 하는 것이죠. 그래서 서양에서 'discussion' 즉 토론은 '누가 옳은가'가 아니라 '무엇이 옳은가'를 함께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합니다.
-p.50
그밖에 제가 숙론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점은, 깊게 생각하며 얘기하기, 충분히 숙성한 생각을 얘기하기, 단숨에 끝내지 말고 대여섯번, 열번도 좋으니 여러번에 걸쳐 이야기하기입니다. 결과를 열어두는 방식이어야만 더 나은 아이디어가 만들어진다고 믿습니다.
-p.62
어차피 문과와 이과를 구분하는 장벽도 허물어진 시대에 적절한 수준의 AI기술을 기본적으로 장착하고, 거기에 인문학적 소양을 함께 갖춘 인재가 살아남는 세상이 도래한 것입니다. AI시대에는 곧바로 해답을 찾는 사람보다 끊임없이 좋은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이 필요합니다. 그러자면 과학 못지않게 중요한 학문이 바로 인문학입니다. 저는 AI시대를 맞으며 역설적으로 제대로 된 인문학의 시대가 자리 잡을 것이라고 예측합니다.
-p.81
제목부터 끌렸다. '어쩌다 리더가 된 당신에게'라니. 누구나 어쩔 수 없이 리더가 되는 경우가 있지 않은가. 큰 규모의, 많은 인원을 이끄는 거창한 의미의 리더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친구들 사이에서, 작은 집단에서, 어떠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지와 상관 없이 리더가 될 때가 있다. 내가 리더인지도 모른 채 리더 역할을 할 때도 있을 것이다.
오랫동안 생태학을 공부해 온 최재천 교수의 시선은 좀 특별한 것 같다. 군집을 이루며 사는 동물들 사이에서 인간보다 더 나은 질서를 발견할 때가 있지 않겠는가. 동물이 인간보다 더 나은 것 같을 때, 최재천 교수는 어떤 생각이 들까? 문득 궁금해진다. 인간은 동물보다 훨씬 나은 존재라고, 인간들은, 우리들은 그렇게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으니 말이다.
최재천 교수는 따끔하고 분명하게 리더라면 이렇게 해야 한다는 것을 책에 밝힌다. 페이지 수가 많지 않은데, 적은 종이의 양에 간결하고 명확한 표현이 가득하다. 타인의 말을, 이야기를 귀담아 듣고 몸담아 들어야 하는 것, 리더라면 반드시 갖춰야 할 태도라고 말한다. 맞다. 경청하는 태도는 사실 리더이든 아니든 사람이라면 꼭 갖춰야 할 태도다. 리더라면 더더욱 조직원의 말을 경청해야 한다. 우리는 직간접적으로 불통의 리더를 경험한 적이 있다. 듣지 않고 자신의 말만 쏟아내는 리더와 함께 일을 해야 하는 것은 곤욕일 때가 무지 많다. 말을 쏟아내는 사람은 일의 과정보다는 결과만 보는 혹은 자신의 기준으로만 생각하는 편협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경험만으로도 그렇다.
현재 리더의 자리에 있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이 책은 읽어야 한다. 이 책의 내용을 되새김질하면서 조직을 이끌어야 한다. 허나 리더가 아니더라도 이 책을 꼭 읽기를 추천한다. 리더의 자세이기 전에 세상을 현명하게 살아가는 자세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