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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의 진화론 - 공학도가 바라본 자본주의 위기
김송호 지음 / 태웅출판사 / 2014년 3월
평점 :
< 부의 진화론 >
어쩌면 '단.무.지'란 자조적 우스개가 있을만큼 기술적인 면만 키워왔던 부작용으로
공학도의 문학, 예술, 철학을 비롯해 경제까지도 너무 무시되었던 것은 아닌지.
경제에 관한한 전혀 연관이 없어보이는 공학도의 관점에서의
경제와 부의 관념은 어떨지 궁금진 책 <부의 진화론>이다.
저자 김송호는 전형적인 공학도로 인생 후반부에 퇴직자들의 자급자족적 삶을 위한
<행복한 시니어 공동체>를 추진하고 '재능나눔과학기술인협동조합'을 설립하는 등
대학, 기업에서 강연과 함께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고.
이 책의 첫 느낌은 내가 이제껏 배워왔던 사회경제의 교과서 같았다.
뭔가 표지에서 풍기는 포스도 생각보다 따분함이 전해지기도 했고,
저자도 6장 중 1~3장은 전반적인 경제내용을 정리했다고 밝혔으니.
그럼에도 이 책은 - 나름 원론적이지만 - 호기심을 부르는 의문들,
예를 들어 부의 진화, 화폐 역사, 신용카드 효과, 전쟁의 경제,
비료와 농약이 필수가 된 이유, 녹색성장의 진실, 초고속 성장의 허실,
세대 갈등 등으로 경제에 대한 재미를 유발시켰다.
한번쯤은 답을 얻기까지 고민했을 의견분분한 이야기들이니.
정작 사설이 이렇게 길었고, 진짜 공학도가 바라본 경제는 4장의 엔트로피 개념이다.
이에 앞서 저자는 지금의 자본주의 경제는
화석 연료를 활용하고, 이를 바탕으로 금융 거품을 형성하게 되었지만,
종국에는 화석 연료의 고갈로 자본주의가 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가정했다.
이 부분이 항상 나에겐 가장 집중적인 부분이기도 하다.
나 스스로가 현실 자본주의에서 살아가고 있으니.
(저자는 새로운 부의 패러다임 출현이 오히려 현실성 있다고 하니)
현재의 물리법칙 중 거의 유일하게 '진리'로 인정받고 있는 열역학의 4법칙 중 2법칙,
엔트로피 법칙을 경제학에 적용하기에는 다분 억지스러움이 있긴 했지만
이 부분이 이미 정설로 받아들여진 경제나 부의 개념을 제치하고, 흥미롭다.
(역설을 생각하기 전에 이미 부분적으로 수긍되었다)
엔트로피 법칙은 존재하는 에너지를 유용 에너지로 변화시킬 때
유용 에너지 외에 무용한 에너지로 변환되는 부분이 있고,
이 무용 에너지가 점차 증가한다는 것이다(무질서도).
대부분(?)의 100의 에너지의 활용에 있어 30을 효율적으로 유용하게 쓰이지만
70은 비효율 혹은 무용하게 쓰이게 되는데, 이런 활용이 점차 증가함에 따라
무용 에너지가 더욱 증가할 수 밖에 없다는 것.
이 경우 특별한 장치와 외부 에너지가 없이(이를 폐쇄계라 한다)
이전의 에너지 형태로 돌이킬 수 없는데 이를 비가역이라 하고
자연계의 모든 현상은 비가역이 증가하는 현상을 엔트로피(entropy)라 정의한다.
(생물체는 개방계(폐쇄계의 반대개념)에 해당되지만, 전지구적 측면에서는 결국 폐쇄계로 이해)
화석 연료를 이 엔트로피 법칙 - 엔트로피 경제학으로 설명하면
쌓여가는 무용 에너지의 비가역(엔트로피)은 결국 자본주의를 무너뜨리는 위협이 될 것이라고.
흥미로웠던 4장을 넘어 5, 6장에서는
새로운 부의 패러다임과 한국경제의 해결책으로
다시 일반적인 사회과학과 경제서적으로 돌아가버렸다.
공유와 상생이 답이 될 것이라는 결론과 함께.
(저자의 공동체 삶이 한가지의 대안책이 된다는 의미일까)
공학도다운 저자의 입장은 솔직히 당황스럽긴 했지만
4장이 있었기에 이 책이 타 경제서적과 차별이 되었다고 생각된다.
엔트로피 경제학이 가능한 것은 "넓게 보자면 사회현상도 자연의 범주"로 보았기 때문.
저자의 발상이 일단 재미있었고, 상식적인 면에서 꽤나 재미있었기에.
비록 삼천포로 빠졌다가 다시 돌아오긴 했지만,
삼천포에서 평소 볼 수 없던 광경을 본 기분이다.
비경제학자가 쓴 경제 서적 중 읽어본 책으로 단연 으뜸으로 흥미로웠던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