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 체>

 

처음 체 게바라에 대해 알게된 것은

그를 '빨갱이'라고 주장하는 보수성이 아주아주 강한 학교선생님의 성토에 의해서였다.

오래 전, 학생운동(데모)이 격렬했던 대학교 근처의 중학교를 다녔던 나는

거리를 지나다가 멋진 별이 달린 베레모의 체 게바라를 보았고,

헤비메탈에 심취한 친구의 선물로 그의 사진을 구매했다가

교무실로 불려가 오래 혼이 났다.

그때는 그가 스타일 좀 되는 외국가수인줄 알았던 무지한 시절을 보냈으니.

 

시간이 흐른 후, 체 게바라에 대해 알게 되고, 읽게 되었을 때,

나에게 그는 자유였고, 열망이였고, 투사였다.

그럼에도 그가 그토록 오랜 시간, 사회주의 혁명가로만 낙인찍혀 거부 당했던 것은

쿠바의 독재자(?) 피델 카스트로와 함께 했기 때문이리라.

 

그의 사진에 매혹되었던 그때처럼, 이 책에 매혹되었다.

이 책은 여행기이지만, 그 곳에 오래 머무른 탓에

현지인(여행 중 그곳의 언어를 배우는 건 처음 들어봤다)이 쓴 에세이가 되어

이야기를 들려주는 문체로 라틴의 체의 발자취를 따라간다.

아르헨티나 출신의 체가 왜 의사의 길을 포기하고 자유투사가 되었는지,

왜 과테말라 안티구아로 갔는지, 또 멕시코, 쿠바로 들어가게 되었는지,

최악의 독재자라 하는 쿠바의 카스트로와 손을 잡았는지,

쿠바혁명 이후 아프리카로 떠나가게 되었는지를,

볼리비아로 돌아와 체포된 후 사형을 당했을 때까지 그의 일대기를 간략히 알려준다.

여전히 남미의 영웅으로 그 곳에서 숨쉬며 살아가고 있는 체!!

(체 게바라에 대해 잘 모르는 이도 이 간략한 설명만으로도 이해가 될 듯)

 

지도와 함께 안내하는 라틴 여행의 재미는

세세하고도 섬세한 표현으로 우리에게 전해준다.

순박한 그 곳의 사람들과 이질적인 문화와 역사는

나를 끌어당겨 감탄을 자아냈다.

물론 따분하고 재미없고 비싸기도 한,

여행 중 하염없는 기다림과 후덥덥한 기후에 기겁하게 되는,

물가와 숙소, 음식의 후진 현지 상황을 정직하게 전해주니

가고픈 마음이 들다가 사라졌다가를 반복하게도 되고.

 

체는 '자유 혁명'이라는 목표 앞에서

라틴의 마야와 카브리해의 아름다움을 얼마나 느꼈을지 모르겠지만

이 책은 이 거룩한 문명과 아름다운 자연을 느껴보라고 권해주기도 한다.

 

가보지 못한 곳에 대한 열망이랄까,

이 책은 그래도 여행기인데, 사진이 너무 작아서 아쉽다. 진짜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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