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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을 빌려드립니다 : 북유럽 - 일상의 행복을 사랑한 화가들 미술관을 빌려드립니다
손봉기 지음 / 더블북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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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애초에 독일어를 배우게 된 것은 독일에서 유학을 하고자 함이었다. 유학의 목표는 이루지 못했지만 독일에 머무는 7개월 중에 내게 가장 의미있고 행복했던 시간은 기차로 독일의 지방도시에 가서 그곳의 미술관을 방문하는 경험이었다. 그 지방을 여행하며 미술관도 갔던 것이 아니라 오로지 미술관을 가기 위해 여정을 계획했었다. 독일에서 미술관은 한국에서와는 달랐다. 우선 작품들이 양적으로 많았고, 그래서 미로같은 전시실을 몇시간을 둘러보아도 모자랄 정도였기에, 그 거대한 스케일에 앞도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어린아이며 어른 할 것 없이 그림 앞에서 편안하게 감상하고 이야기하는 모습에 이들에게 예술이란 참으로 가깝고 일상적인 것이구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처음 '미술관을 빌려드립니다 - 북유럽-' 이 책을 받아들고, 미술관에 대해 독일에서의 경험을 통해 갖고 있던 위와 같은 생각들이 떠올랐다. 북유럽은 내게는 낯설지만 궁금한 그런 곳이었기에, 북유럽 사람들은 어떤 그림을 왜 그렸을지 궁금해졌다. 그들에게 예술은 어떤 의미였을까, 하고 말이다.

내가 이전까지 그림을 감상하던 것은 개인적인 차원의 것이었기에 작가나 그림에 대한 배경지식 없이 그냥 그림만을 보는 행위에 그쳤다. 그 그림이 그려진 시대 등의 배경이 배제된 상태에서의 감상은 오롯이 그 그림이 주는 느낌만으로 그 그림을 받아들이게 된다. 이러한 감상 방법이 잘못되었다고 생각이 들지는 않지만, 그렇다보니 작품 감상이 평면적이 될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책을 통한 그림의 감상은 그러한 감상방법에서 오는 오류를 어느정도 수정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듯 하다. 25년간 유럽 현지 미술관에서 도슨트를 해오셨다는 작가 손봉기는 그의 미술과 함께한 시간 만큼이나 다양한 역사나 미술사와 더불어 각각의 작품에 얽힌 뒷이야기까지 아우르면서 작품을 좀 더 입체적으로 감상할 수 있게 해주었다.

책의 전체적인 구성은 북유럽의 네나라,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핀란드의 순서로 나라별로, 그리고 그 안에서는 주요 작가별로 되어있는데, 나라별 작가 소개에 앞서 북유럽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서 알 수 있는 북유럽 신화와 문화소개가 실려있다. 이 부분이 나는 특히 마음에 들었다. 북유럽의 신화는 처음 접해보기에 생소하면서도 내가 기존에 접했던 그리스로마 신화와는 어떻게 다른지 알 수 있었다. 북유럽 신화에서 신들이 인간처럼 죽음을 맞는다는 것이 특이한 점이었다. '기후가 춥고 냉혹하여 힘든 삶을 지속하기보다는 영광스러운 죽음을 맞는 것이 더 낫다는 북유럽 사람들의 가치관을 반영'한 것이라고 한다.

현재의 북유럽 국가들은 행복지수 상위권에 탄탄한 복지국가로 누구나 한번쯤 살아보고픈, 적어도 알고 싶어하는 부러운 국가들이 되었지만, 역사를 통해 본 그들의 삶은 냉혹한 기후 만큼이나 척박했을 것으로 생각이 든다. 또한 겨울에는 해가 몇시간 동안밖에 떠 있지 않고, 여름에는 해가 거의 지지 않는 독특한 환경에서 살 수 밖에 없는 그들의 삶이 우리와는 물론 우리에게 친근한 작품들 속의 서유럽과도 달랐을 것은 분명할 것 같다.

이러한 배경지식을 가지고 들어다본 북유럽 작가들의 작품들은 주로 19세기부터 20세기 초반까지를 아우른다. 시기적으로 프랑스에서 프랑스혁명이 일어난 후이기에 사람들의 시선이 귀족에서 서민들의 삶으로 옮겨가고, 프랑스 파리가 예술의 중심지로 각국에서 그림을 배우고 싶어하는 화가들이 모여든 때인 것 같다. 이 책속에 나오는 대부분의 화가들이 프랑스나 드물게는 독일에서 유학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에 책속의 작품들은 서유럽의 그것과 닮아있으면서도 북유럽만의 것을 담고 있기도 하였다.

처음으로 소개된 나라인 스웨덴에서 처음 나의 눈길을 끈 것은 안데르스 소른의 '여름휴가'라는 작품이었다. 짧은 유럽생활의 경험으로 내게 익숙한 푸르른 자연과 청명한 하늘의 이미지의 서유럽과는 다른 무채색의 풍경과 눈이 튀어나오게 하는 물결과 옷의 질감의 표현이 놀라웠다.

19세기말의 여성화가들에 대해서는 아는바가 없는데, 적어도 지금보다는 여성의 교육이 자유롭지 않을 때일텐데 그림을 그리고, 파리에서 유학을 하고 화가로 명성을 날린 화가가 있었다는 것이 놀라웠다. 이 책속에는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더러 성공한 여성화가들의 작품도 소개되어 있다.

이 책 전체를 통털어서 아는 작가가 한명이었는데 바로 에드바르 뭉크였다. 노르웨이 작가라는 것도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책에 실린 그의 몇몇 작품을 보니 그가 왜 세계적인 작가가 되었는지를 알 수 있었다. 어머니를 어린나이에 여의고 누나 중 한명도 결핵으로 죽으면서 그이 어두운 작품세계가 탄생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내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덴마크의 몇몇 작가들이었다. 무채색에 가까운 색조에 인물의 뒷모습을 그린 위의 그림들은 우리의 마음을 차분하게 한다. 이 두 그림은 1988년도의 영화 가브리엘 엑셀의 '바베트의 만찬'을 떠올리게 하는데, 공교롭게도 그 영화도 덴마크 영화다.

뒤이어 나오는 칼 칼 빌헬름 홀소에라는 작가의 작품도 좋았다.

제한된 글에서 다 소개할 수는 없지만 이외에도 많은 작가의 작품들이 나의 시선을 끌고 마음을 머물게 했다. 북유럽에 언젠가 가게된다면 꼭 미술관에 가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각각의 나라 작가들의 소개가 끝나면 그 나라를 여행할때 가보면 좋을 미술관을 비롯한 예술과 연관된 장소가 소개되어 있으니 북유럽 여행시에 참고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을 통해 북유럽의 그림에 푹 빠져들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앞서 자세히 적지는 않았지만, 또 한편으로 인상적이었던 점은 그림이 당시 살았던 민중들의 삶과 많은 연관이 되어있다는 점이다. 당시의 북유럽 국가들은 인근의 나라와 동맹을 맺거나 혹은 다른 나라에 의해 지배를 받거나 전쟁을 치르는 등 혹독한 시기를 겪기도 했다. 황폐해진 나라의 절망한 국민들의 마음을 달래주었던 것도 예술이었다. 예술은 때로는 비참한 삶을 적나라하게 반영하기도 하고, 지금은 황폐해져버린 땅의 아름다웠던 순간을 되살려주기도 하면서 민중들에게 힘이 되어주었던 것 같다. 예술을 통해 그러한 민중들의 삶속에 침잠하고, 그리고 내 안의 깊은 내면에 빠져드는 시간을 가져볼 수 있을 것 같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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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을 꿈꾸다 - 우리의 삶에서 상상력이 사라졌을 때
배리 로페즈 지음, 신해경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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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떠올리면 나는 언제나 왠지 모를 부채감 같은 걸 느낀다. 그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보면, 아마도 그것은 나의 어린시절의 경험때문이 아닌가 싶다. 어린시절에 나는 3대가 모여서 자연에 터를 잡고 농사를 지으며 거의 성인이 될 때까지 살았다. 그렇게 어린시절에 자연과 함께 했던 삶과 정반대로 성인이 되자마자 대도시로 옮겨가고, 어린시절에 느끼고 체득했던 것과는 동떨어진 삶을 살고 있는 것이 아마도 내게 중요한 것을 멀리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부채감을 주는 것 같다. 지금은 나는 자연과 가깝지 않다고 말하고 있긴 하지만, 자연과의 경험이 어떤 것인지 아마도 나는 몸으로 알고 있을런지도 모르겠다.

최근 며칠은 배리 로페즈의 '북극을 꿈꾸다'라는 책에 몰두한 시간이었다. 간만에 자연에 대해, 자연과 인간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장장 600페이지가 넘는 대작에서 작가는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일까. 이것이 이 두꺼운 책을 한장한장, 한줄한줄 놓치지 않고 읽어나가며 내가 답하고자 했던 질문이었다. 이 글이 씌어지는 과정에서 그 답이 좀 더 명확해지긴 바란다.

배리 로페즈는 미국의 자연주의 작가라고 할 수 있겠다. 얼마전 서평을 적었던 '여기 살아있는 것들을 위하여'라는 책의 저자이기도 하다. 이 책 '북극을 꿈꾸다'로 전미도서상을 수상했다고 들어서 그의 책을 처음 접한 뒤로 읽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터였다. 앞서 읽은 책은 그의 마지막 저작으로 자연에 대한 것과 더불어 자신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들어있었다. 이 책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북극에 대해 다룬 책이다.

북극에 대해 어떤 이야기가 있을까, 읽기전에는 많이 궁금했다. 이 책의 화두는 크게 '자연과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북극에서 자연이라고 하면 동물과 대지, 얼음, 그리고 그곳에서 살아가거나 흔적을 남겨왔던 인간의 이야기가 포함된다. 책을 다읽고 다시 들여다본 서문에도 이 두 가지가 이 책을 쓴 계기였다는 것을 분명히 해두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해가 지지않는 어느 북극의 여름밤 산책에서 맞닥뜨린 날카롭게 쏘아보며 둥지를 지키던 툰드라의 새들과 조우한 경험과, 1881년에 북쪽으로 항해를 떠났다가 사망한 에드워드 이스라엘의 묘지를 발견한 경험 말이다.

총 9장으로 되어있는 이 책의 7장까지는 거의 자연에 초점을 두고 전개가 된다. 1장인 '큰곰의 땅 아르크티코스'에서는 전반적인 북극의 자연에 대해 설명한다. 무엇보다 북극의 자연은 보통사람에게 익숙한, 4계절과 낮과 밤이 있는 24시간을 기준으로한 생활이 가능한 온대기후와는 다르다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북극은 겨울과 여름으로 되어있고, 겨울동안에는 해가 뜨지 않고, 여름엔 해가 지지 않는다고 한다. 겨울에는 눈과 얼음으로 많은 것이 불가능해지기에 동물들은 태양이 있고 먹을것이 존재하는 짧은 여름동안 생존과 번식을 위한 준비를 끝내야 한다.

다음에서 이어지는 장들에서는 그러한 북극에서 적응해서 살아가는 놀라운 동물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북극에 대한 책이라고 하면 아마 사람들이 가장 기대할 법한 내용이지 않을까 싶다. 두꺼운 털로 뒤덮인 사향소가 38.3도의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하면서 '영하 40도의 극한을 일상적으로 견뎌'낸다는 이야기같은 것 말이다. 하지만 이러한 동물들의 생태 한켠에는 늘 그들에게 전혀 관심이 없으면서 동물원에 데려갈 새끼를 잡는다는 등의 사소한 이유로 마구잡이로 수백마리의 사향소를 죽인 인간들의 이야기가 있다. 그런일들은 다시 사향소의 수가 늘어나기까지 상당한 세월이 걸릴 정도로 그들의 생태에 커다란 충격을 준다고 한다. 이렇게 인간들에 의해 행해지는 무자비한, 동물들에 대한 살생의 이야기는 책의 곳곳에 나온다.

굳이 책의 후반으로 가지 않더라도 책속에서 북극을 탐험하는 인간들은 그곳에 정착해 살아가던 에스키모인들에 비해 얼마나 무지하고 오만했는지를 수없는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다. 하지만 내가 관심을 갖고 읽은 것도 자연에 대한 이야기보다 그러한 어리석은 인간에 대한 이야기였다. 북극을 탐험한 기록이 기원전 300년 경으로 거슬러 올라갈만큼, 인간의 그 춥고 척박한 북쪽 땅에 대한 관심은 아주 오래된 것으로 보인다. 그뒤로 오랜 세월동안 인간은 배를 타고 북극으로 항해를 떠나면서 그곳을 파악하고자 노력했다.

그것은 미지의 세계에 대한 탐험이기보다는 다른 대륙으로의 좀 더 가까운 항로를 개척하고자 하는, 혹은 금광같이 가치있는 것을 발견한다던가, 혹은 고래 등의 동물을 사냥해서 가죽이나 지방 같은 것을 팔고자 하는 경제적이거나 상업적인 목적과 연관되었다. 그도 그럴것이 커다란 배에 많은 이를 태워 북극으로 가는 것은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기에 부자들의 투자를 받기 위해서는 내세울 명목이 필요했던 것이다. 수많은 배가 좌초되고, 혹은 사람들이 추위에 얼어죽거나 굶어죽고, 그러는 과정에서 차츰 그 미지의 땅을 알아간 것 같다. 이 과정은 두려움을 극복한 영웅적인 정복의 과정이라서가 아니라, 인간이 극한의 상황에서 드러내는 것이 나약하고 무지한, 혹은 그러면서도 인간적인 모습일 것이기에 읽는 흥미가 생겼다.

그러면서 묻게되는 한가지 질문이 있다. 앞서 다루어진 사향소나 북극곰 같은 동물들도 인간에 의해 죽임을 당하거나, 혹은 적어도 그해에 북극의 자연이 그들에게 우호적이지 않아서 떼죽음을 당하게 되는 경우가 생기게 마련이다. 그러한 (사람에 의한 것이 아닌) 동물들의 떼죽음은 어쩌면 자연적인 현상의 일부로 보게되고, 사람의 죽음은 그렇지 않은 이유가 무엇일까. 내가 같은 인간이라서 그들의 죽음에 더 연민을 느끼는 것일까, 아니면 그들은 자신의 고통과 앞으로 닥칠 죽음에 대해 기록을 남기고, 기록을 남길 수 있기에, 그래서 그것을 다른 이가, 내가 보고 그들이 느낀 것을 간접적으로나마 이해할 수 있어서일까.

이 책을 관통하는 작가의 주장은, 우리가 자연을 대할때 조금 더 조심스러워야한다는 것, 함부로 인간의 잣대를 들이대서 자연에 해를 가하지 말아야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북극에 적응해서 전통적인 방식으로 살아가는 에스키모인들의 지혜와 그들이 자연을 대하는 방식에 대한 작가의 우호적인 시각도 엿볼 수 있었다. 하지만 책의 마지막에서 그러한 에스키모인들에 대한 생각에도 작가를 괴롭히는 딜레마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된다. 바로 그들도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행해야하는 동물들에 대한 '살생'이다. 그는 에스키모인들과 같이 사냥을 하고 그들과 함께 바다코끼리 고기를 나누어 먹으면서도, 그렇게 한 생명의 끈이 끊어질 때 눈위를 붉게 물들인 살생의 흔적이 그의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 나는 그 불편함이 무엇인지 너무도 잘 이해가 되기에 그 질문은 또한 나를 붙들고 늘어졌다. 인간이 동물을 죽여도 되는 것인가 하는 질문 말이다.

그의 고민에 비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나도 비슷한 고민을 한 적이 있다. 미래에 시골에 터를 잡고 될 수 있는한 농작물을 길러서 자급자족을 하고자 하는 목표를 갖고 있다. 농작물을 기르면, 거기서 나오는 잉여적인 생산물이나 식물줄기 같은 것으로 닭이나 염소 같은 가축을 어렵지 않게 기를 수 있을 것 같다. 순환하며 낭비되지 않는 자연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서 식물과 동물을 같이 기르는게 낫겠다 싶은 것이다. 게다가 가족들은 육식을 하기에 닭을 기르면 달걀도 얻고, 닭고기도 얻을 수 있기는 하였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나를 주저하게 만드는 것이 생겼다. 닭고기를 얻기 위해서는 닭을 죽여야만 하는 것이다. 어찌보면 마트에서 닭고기를 사다먹는 행위나, 직접 살생을 행하는 것이나, 동물을 죽이는 것에 동참하는 것은 마찬가지일지도 모르겠다. 가족들에게 닭고기를 공급할 가장 좋은 방법이라면 굳이 닭을 죽이는 것을 마다할 이유가 있을까. 닭을 죽이는 것이 정말 꺼려진다면 닭고기를 사먹는 것도 하지 말아야할 것이다.

책속에는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서 단순히 동물에 대한 살생의 문제만을 다루고 있지는 않았다. 인간은 북극에 다양한 방법으로 흔적을 남기고 해를 가했던 것을 할 수 있다. 이 책에는 직접적으로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여기 살아있는 것들을 위하여'에서는 그러한 온난화를 비롯한 인간의 행위를 결과가 돌이킬 수 없는 상태에 와 있다고 곳곳에 절망감을 표현하기도 했다. 하지만 마지막에 표현한 에스키모인들의 살생을 보며 느낀 불편함을 보면서, 나는 어쩐지 작가가 인간의 행위를 보며 양가감정을 느끼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혹은 잘못됐다고 느끼지만, 그것을 바꾸어 이상적으로 나아갈 수 없는 인간의 속성에 대한 체념같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그가 비교적 안전하게 북극을 탐험할 수 있게 된 것도 그 이전의 수많은 어리석은 인간들이 쌓은 경험의 결과물 덕분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 또한 그러한 인간들의 역사의 혜택을 보고 있는 것이다.

작가의 무언가를 명확하게 단정짓지 않으려는 태도는 그의 이러한 양가감정에서 비롯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우리가 새로운 것을 대할 때 필요한 것도 바로 이러한 조심스러운 접근법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그 조심스러운 접근법이라는 게 무엇인지를 우리는 이 책을 통해서 배울 수 있을 것이다. 말하자면 새로운 세상과 만날 때 필요한 지침서 같은 것이다. 왜 그래야하는가, 왜 자연을 대할때 신중하고 조심스러워야하는가에 대한 이유를 생각해보면 명확하다. 바로 자멸하지 않기 위해서다. 지금이라도 고개를 들어 내 앞에 있는 것을 있는 그대로 보고, 대상화하지 않는 방법을 배우는 것, 이 책을 통해서 가능하리라 생각한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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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쇼핑, 나는 병원에 간다 - 의사, 환자, 가족이 병을 만드는 사회
최연호 지음 / 글항아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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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병원과 의사에 대해서 비판적인 시각을 갖게 된 것 같다. 나와 주변 사람들의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고, 특히 아이를 낳고 기르면서 예방접종을 비롯하여 자주 열이나고 아픈 아이를 병원에 데려가면서 다양한 의사를 만나서 치료를 받다보니 자연스레 의사마다의 차이를 느끼게 된다. 말못하는 아이의 보호자로서, 대변자로서 병원에 데려가는 것이기에 책임감이 많이 느껴지는데, 사실 의사와 나는 전문지식에서 오는 불균형이 크기에 의사가 그렇다고 하면 수긍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번에 의사의 입장에서 그러한 의사와 환자와의 관계나 의사가 내리는 진단과 처방에 대해 다각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책을 만나서 소개해보고자 한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인 최연호 '의료쇼핑, 나는 병원에 간다'라는 책이다. 총 6개의 챕터로 되어있는 이 책은 첫 챕터에서 의료현장에서 휴머니즘이 필요하다고 언급하며 휴머니즘의료를 보여준 영화 '패치 아담스'나 한국의 '이태석 신부'를 예를 들면서 책을 시작한다. 휴머니즘 의료라는 개념은 처음 들었는데, 의과대학 과정에서는 학점에는 반영되지 않지만, 이와 관련된 수업을 이수하여 좀 더 환자를 한 인간으로서 존중하며 의료행위를 할 수 있도록 짖도하고 있는 것 같다. 이 책의 전반적인 논조도 휴머니즘 의료에 기반한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책에는 의사가 환자를 진단하면서 범할 수 있는 오류에 대해서 자세히 나와있다. 의학도 과학의 한 분야로서 어떤 결론을 이끌어내는 과정에서는 철저한 관찰과 실험을 통하고, 그것은 반증을 통해서 확고해진다고 한다. 그러한 바탕에 '비판적 합리주의' 사고가 깔려 있는 것인데, 현대에 와서는 그러한 '비판적 합리주의'적 사고가 퇴색되면서 어떠한 현상에 대해 잘못된 결론을 도출해내는 일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책에서 지식과 겉으로 보이는 현상에 잘 몰입하는 '지적 사고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있고, 그 지식과 현상이 왜 그렇게 되었는지를 더 알고 싶어하는 '사고 성향이 뛰어난 사람'에 관해 설명이 나와 있는데, 전자가 환자가 보이는 증상만으로 진단을 해서 오류를 범할 수 있는 유형인 것 같다. 두 개념을 들어보면 그간 만났던 의사들 중에서 각각 떠오르는 사람들이 있다.



내가 특히 관심있게 읽은 것은 소아 복통문제를 다룬 제 3장이었다.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그중에 과민성 대장증후군에 관한 이야기도 나온다. 나도 지난해에 아이들이 둘다 같은 시기에 몇달간 배가 아프다고 해서 여러번 병원에 다닌 적이 있었다. 병원에 가도 가스가 차 있을 뿐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좋아진다고 했는데, 시간이 지나도 나아지지 않아 난감했었다. 병원에서 지사제와 유산균을 처방해주었던 것 같은데 약이 딱히 들지 않아서 더 막막했던 것 같다. 책에서는 이런 것이 스트레스로 인한 과민성 대장증후군일 수 있다고 말한다. 내가 다녔던 병원에서도 스트레스 요인일 수 있다고 하셨었다. 나는 추측컨대 아마 지난해 이사로 인해 어린이집도 바뀌고 환경도 바뀌면서 아이들이 적응하면서 스트레스가 온 것일 수도 있고, 그 전에는 하원하면서 놀이터에서 1시간 이상 뛰어놀았는데, 이사하고부터는 마땅히 놀 공간이 없어서 그런 시간이 사라지면서 뱃속에 가스가 배출되지 않아서 그럴 수도 있다고 판단을 내렸다. 어쨌든 책을 보면서 아이들이 배가 아프다고 할 때, 그게 늘 지속되는 통증이 아니라 중간중간 아프다고 하는 것이면, 이러한 심리적인 요인을 고려해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복통으로 병원에 오는 아이들이 변비로 진단을 받는 사례도 소개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도 경험이 있다. 둘째 아이가 얼마전에 자다가 배가 아프다며 울면서 깬 일이 있었다. 아프다고 데굴데굴 구를 정도여서 큰아이도 깨워서 응급실로 달려갔었다. X-레이를 찍어보고 장에 대변이 차 있으니 관장을 해보자고 하셨었고, 관장 후에 아이의 상태는 호전되었다. 그 의사분도 그런 말씀을 하셨는데, 아이가 배가 아플때 대변 때문이라고 진단을 하는 것이 성급한 판단이 될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관장이 효과가 있다고 말이다. 그러면서 대변 때문이라면, 관장보다는 스스로 변을 볼 수 있게 기다려주라고 덧붙이셨다. 책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온다. 억지로 관장을 시키면 그것이 트라우마가 되어 앞으로 화장실가는 것을 거부하는 등의 더 큰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그런 강압적인 방법을 쓰지 말라고 말이다. 다음번에는 울면서 배가 아프다고 고통을 호소하는 아이를 달래며 좀 지켜볼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엄마로서 아이의 말에 귀를 기울이되 어떤 상황에서도 침착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다.



뒤에 나오는 4장에는 의원병과 가족원병이라는 좀 더 심각하지만 흥미로운 주제를 다루고 있다. 의원병과 가족원병은 처음듣는 개념이다. 의원병은 원래 병원에 가서 바이러스 등에 감염이 되면서 병을 얻게되는 사례를 말한다고 하는데, 이 책에서는 의사에 의해 없는 병을 있다고 진단을 받아 치료를 받게되는 경우 또한 의원병으로 지칭하였다. 가족원병은 가족구성원의 개입으로 인해 당사자가 스트레스로 신체화 증상을 얻기도 하고, 어떤 경우는 없는 병도 가족구성원이 있다고 우기면서 멀쩡한 사람을 환자로 만드는 경우도 해달되는데, 이렇게 의도적으로 건강한 사람을 환자로 만드는 경우를 가스라이팅이라고 설명하였다. 어떤 경우이든 엄마로서 아이들이 환자가 되는 경우 피해가 갈 수 있기에 주의가 요구되는 것 같다.



책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나왔는데, 둘째 아이를 낳고 출산한 산부인과 근처의 소아과에서 첫 예방접종을 맞추로 갔을 때의 일이다. 접종을 하고나서 의사는 아이의 엉덩이를 살피더니 대뜸 "딤플이네요."하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심한경우 걸음을 걷지 못할 수 있으니 간호사의 설명을 듣고 검사를 받아보라고 하였다. 간호사에게 물어보니 검사비가 6만원이었다. 간호사는 대부분 검사를 받는다고 검사를 추천한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했는데, 그때 좀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의사는 왜 굳이 아이의 엉덩이를 살펴보았을까? 나는 검사를 받지 않고 집으로 왔다. 첫째 아이의 엉덩이를 살펴보니 비슷했고, 집근처 소아과에가서 물어보니 딤플이 아니니 걱정 말라고 했다. 내 생각에 둘째를 딤플이라고 했던 의사는 오는 아기마다 엉덩이를 살펴보며 딤플인지를 확인했을 것 같다. 그러고나서 검사를 추천하지 않았을까 싶다. 이렇게 생각하기는 싫지만 검사비를 벌기위해 그런게 아니었을까 싶다. 정상인 아이들은 검사를 받고나면 정상으로 나올 것이기에 오진으로 불필요한 치료를 받게되지는 않을테고 병원으로서는 검사비만 챙기는 정도로 끝나는 일이니 크게 피해를 주는 건 아니라고 의사는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비윤리적인 행위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만나지 말았으면 하는 의사 유형이다.



'환자는 두번째다'라는 제목의 5장도 흥미로웠다. 환자가 두번째라고 한 이유는, 의료계의 종사자들이 자신의 근무환경에 만족하고,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갖고 임할때에 환자도 좋은 의료환경에서 치료를 받는 것이 가능해진다는 의미로 한 말이다. 그전까지 깊이 생각해보지는 않았지만 고개가 끄덕여졌다. 마지막 장에서는 이 책의 주 논조가 되는 휴머니즘 의료에 대해 다시한번 다룬다. 그러면서 앞으로 의료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 제시하고 있다.



여러가지 생각해볼 거리를 던져준 책이었다. 그러면서 관련된 여러 용어들의 어원과 함께 알아가는 지적자극도 받을 수 있었고, 소개된 다양한 사례나, 관련 영화나 책의 예를 접하는 것도 흥미로웠다. 무엇보다 이렇게 폭넓은 사고를 하는, 그리고 휴머니즘 의료를 지향하는 의사가 현업에 종사하고 있다는 것이, 그리고 이렇게 책을 통해서 올바른 방향을 알리고자 한다는 것이 감사한 일이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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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태도 - 행복한 이기주의자로 평생 살아보니 알게 된 것들
웨인 다이어 지음, 이한이 옮김 / 더퀘스트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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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자기계발서'라고 하는 책을 별로 즐겨 읽지 않는다. 전에 읽어보지 않았던 것은 아니며, 읽고나서 감명을 받은 적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런 종류의 책들은 뭔가 나 말고 다른 사람들을 위한 책인 것 같은 느낌을 받았는데, 왜냐하면, 그런 책이 효용을 가지려면 내가 다른 누군가로 바뀌어야 할 것 같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나는 나를 바꿀 자신이 없었기에, 자신을 바꾸어 새로운 삶을 살으라고 명하는 듯한 책을 멀리했던 것이다.

그랬기에 웨인 다이어의 '인생의 태도'라는 책을 펼쳐서 읽기 시작하고는, 약간 걱정이 되기는 하였다. 나는 사실 수필집같은 것을 기대했는데, 내가 기대한 것과는 좀 다른 책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난 뒤에는, 이 책의 내용을 좀 더 '습득'하고 싶어지고, 이 책의 저자의 다른 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졌다.

'인생의 태도'와 'Happiness is the way'라는 책의 한국어 제목과 영어제목에 많은 함의가 있다. 작가는 내 인생의 모든 것은 나의 선택으로 결정된다고 말한다. 그러므로 내 인생에 어떤 태도로 임할 것인가에 대한 것도 나의 선택이기에, 한국어 제목을 '인생의 태도'로 정한 것 같다. 나는 인생에 어떤 태도로 임할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해서는 다름아닌 바로 '나'에게 답이 있다. 작가는 나의 행복에 집중해서 길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영어 원제목의 'Happiness is the way'는 그런 의미가 아닐까 한다.

나의 감정은 누구의 것일까? 나의 감정은 내가 느끼는 것이기에 나에게 속해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나의 감정은 매일 타인에 의해 좌우된다. 나를 부당하게 대하는 남편때문에 화가 나고, 내 뜻에 잘 따라주지 않는 아이들 때문에 화가 난다. 화가 나면 화를 내고 나도 상대방도 기분이 상한다. 하지만 그 상황에 대해 화를 내기로 결정한 것은 바로 나이다. 내가 화를 내지 않기로 나는 '선택'할 수 있었던 일이다. 아마 화를 내지 않았다면 나도 상대방도 기분이 상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물론 쉽지는 않은 일이지만 말이다.

작가는 내가 인생에서 만나는 모든 것은 '나의 선택'으로 이루어진다고 말한다. 나의 기분 또한 마찬가지다. 우리는 우리가 맞닥뜨리는 상황에 의해 기분이 좌우되지만, 우리가 어떤 상황을 맞이하건, 그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떤 기분이 될지는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일이다. 내 기분은 나의 것이니까 말이다. '말이 쉽지, 그게 가능한 일인가'라는 반문이 절로 나오는 내용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책의 말대로 생각해보고 싶다. 내가 어떻게 느낄지를 선택하는 것은 어려울 수 있지만, 무엇보다 자명한 것은, 나의 인생은 나의 것이라는 점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나의 인생이 타인에 의해 휘둘린다고 생각하면, 그건 바꿔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작가의 말대로라면, 이건 나의 인생이니 '행복하기'를 선택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작가가 '나'라는 자신에 대해 바라보는 시각이 흥미롭다. 이제껏 읽은 자기계발서를 보면, 내 주변의 5명의 평균치가 나라던가, 내가 원하는 나의 모습을 그리고 노트에 100번을 쓰라던가 하는, 나를 뭔가 주변적인 것, 내가 꿈꾸는 것으로 나를 규정하게 하는 면이 있었다. 웨인 다이어의 시각은 좀 달랐다. 그 어떤 것으로도 나를 규정하지 말라고 말한다. 나의 이름이나, 자란 환경, 외모, 학력이 아니라, 나는 나 그자체이며, 나에게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고 말이다. 그렇다고 작가가 내가 생각하기에 따라서 세계 최고 부자가 되고, 훌륭한 작가가 되어 베스트셀러를 내고 하는 거창한 목표를 이룰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삶에서 부딪히는 작은 상황속에서, 이를테면 학교에서 발표를 하는데, '나는 사람들 앞에서 발표를 못하는 사람이야'라고, 혹은 수영을 배우면서 '나는 운동신경이 부족해서 접영은 못해'라고 나의 한계를 규정짓지 말라는 것이다. 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하고자 선택을 한다면 그것은 작은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하고, 나 또한 그렇게 믿는다.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들고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성취와 성공을 바라보는 작가의 관점이었다. 작가는 '무엇을 해야한다'거나 '이루어야한다'라는 강박에서 벗어나라고 한다. 대신에 중요한 것은 현재를 사는 것이며, 자신의 마음의 소리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자신에게 집중해서 그 마음의 소리를 따라 즐겁게 나아가다보면 성공과 성취는 어느새 뒤따라 온다는 것이다. 이부분이 기존의 자기계발서에서와는 다른점이라고 느꼈다. 이전의 책들에서는, 목표를 설정하고, 그 목표를 향해서 나아가는데 초점이 맞춰진 느낌이다. 내가 기꺼이 그 목표를 나의 것으로 생각하며 이룰 수 있도록 마인드 컨트롤을 해야하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내 안에 있는 것을 찾아 집중하라고 한다. 나에 집중하면 결과가 절로 따라온다는데, 이러한 경험은 나도 실제로 한 바가 있기에 내게 더 설득력을 가지는 것 같다. 내가 나의 인생에서 이룬 소위 '성취'는 내가 그것을 이루어야겠다고 목표로 하고 열심히 노력해서 이룬 것은 없었다. 뭔가를 목표로 한 것은 중도에 중단하거나, 생각한 것보다 기대에 못미치는 결과를 낳기 마련이었다. 내가 생각지도 못하게 좋은 성과를 냈을 때는 내가 결과를 바라지 않고, 과정 자체에서 즐거움을 느끼며 집중했을 때였다. 좋은 결과를 기대하지도 바라지도 않았지만, 절로 결과가 따라왔다. 그때 나는 어렴풋이 내가 나에 집중하는 것이 성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것을 깨달았던 것 같다.

현재 나는 길을 잃은 듯한 느낌을 받는다. 어떤 것에 집중을 해야할지, 미래에 어떤 나의 모습이 되어야할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그것은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몰라서가 아니라, 경제적으로 성과를 내고 싶다는 목적과 얽혀서 혼란이 오는 것 같다. 이 책의 저자 웨인 다이어가 지금처럼 작가로 성공하게된 이야기를 들어보면, 내 삶에 대해서도 힌트를 얻을 수 있는 것 같다. 그는 책을 쓰기전에 대학에서 교수로 일하면서 정년이 보장된 상태였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고, 어느날 출근길에 불현듯 싫은 마음이 극에 달해 사표를 냈다고 한다. 그러고나서 곧 책을 쓰고 저자가 된다. 책을 쓴 뒤에는 자신의 책을 알리기 위해 당시 알려지지 않은 작가였던 그가 방송에 출현 기회를 만드는 등 하나하나 자신이 생각해낸, 하지만 다른 이들은 불가능하다고 했던 일을 이루어간다.

그는 처음부터 '내가 베스트셀러를 쓰고 방송에도 출현해서 유명인이 되고, 그렇게 부자가 되어야지'라고 목표를 설정하고 시작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저 자신이 원하는 스스로의 모습을 그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하고자 하는 일에 집중하다보니 책을 썼고, 책을 쓰고나서 좀 더 많은 사람이 읽게 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할지를 생각하면서 하나하나 행동에 옮기지 않았을까 싶다. 나도 그렇게 시작해보면 되지 않을까 한다.

책에서 또한 배우고 싶은 부분은 그가 아이들을 대하는 면이었다. 8명의 자녀를 두었다는 그는, 아이들에게도 자신의 감정, 행동, 성취 등 모든 것이 자신의 선택에 달린 것이라는 점을 가르쳤다고 한다. 엄마로서 아이들을 키우다보면 일상에서 아이들은 수없이 문제 상황에 부딪히고 조언을 구하려 부모에게 온다. 친구나 형제 자매와 싸우는 경우도 있고, 어떤 일을 하다가 잘 안되어 좌절을 느낄 때도 있다. 그런 경우에 나는 어떤 조언을 해줘야할지 막막할 때가 있다. 나조차 삶에 서투를 때가 많으니까 말이다. 이 책을 읽으니 아이들에게 삶에 대해 어떤 태도로 임할지에 대해 일관성있는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다. 주변상황에 자신의 감정이 휘둘리지 않고, 외부적인 평가를 통해 자신을 위치시키지 않고 스스로 자기 기준을 갖고 살아갈 수 있도록 말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부모로서 그런 사람의 본을 보이는 것일테다. 아이를 어떻게 양육해야할지에 대해 그가 쓴 책이 있는데 읽어봐야할 것 같다.

어제 나는 이런저런 일들로 기분이 안좋았다, 아니 나는 외부적인 상황에 내 기분이 휘둘리도록 놔두었다고 해야할까. 하루가 지나고 차분히 생각을 정리해본다. 오늘은 어떤 하루를 맞이하고 싶은가. 어제의 기분을 이어서 여전히 불만족스럽고 불안한 기분으로 살아갈 것인가, 어제와는 다른 기분좋은 하루를 살것인가. 나는 후자를 선택하고 싶다. 내 감정이 내가 선택할 수 있는지, 그것이 나의 선택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알아봐야겠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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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태도 - 행복한 이기주의자로 평생 살아보니 알게 된 것들
웨인 다이어 지음, 이한이 옮김 / 더퀘스트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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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인생을 살아갈지 내가 선택할 수 있다는 깨우침을 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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