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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로 말하는 아이들의 이야기 - 예성유치원의 놀이, 탐구 그리고 배움 이야기
이미진 외 지음, 이성대 감수 / 배움 / 2024년 11월
평점 :
어떻게하면 놀이로 아이들의 생각을 확장해줄 수 있을까, 더 넓은 배움에 이르게 할 수 있을까 궁금했다. 유아들에게 놀이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왔는데, 그 이유는 놀이를 통해서 사회 질서도 배우고, 신체적인 능력도 발달시키고, 뿐만아니라 수학적, 물리적 원리들을 체득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 고민을 하던 차에 예성유치원에서 아이들의 놀이를 통해 생각을 확장시켜나간 과정을 담은 책을 만나게되어 소개해보고자 한다.
바로 '놀이로 말하는 아이들의 이야기라는 책이다. 앞서 밝혔듯이 어느 한 유치원에서 각반 아이들의 수업과정을 기록한 책이다. 그래서 여러 선생님들이 공동저자로 기재되어 있다.
실제 유치원 수업의 기록이라는 점이 내게는 여러모로 흥미가 있었다. 나도 유치원 아이들 학부모이지만 실제로 수업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는 잘 알지 못한다. 그런데 구체적으로 수업이 진행되는 과정을 엿볼 수 있다는 것이 학부모 입장에서 좋았다. 대부분의 유치원이 이 책에 나와있는 것처럼 창의적인 수업을 하고 있을런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목차를 들여다보면, 실제 수업을 했었던 몇가지 사례를 가지고 책을 엮었음을 알 수 있다. 유치원의 대상 연령인 만 3,4,5세 아이들의 활동이었다.
그런데 이 유치원에서의 수업방식은 책의 제목에도 나와있듯이 '놀이를 통해서' 생각을 확장해나가는 것이다. 잘 몰랐지만 2019년 개정누리과정에서 강조하는 것이 유아중심, 놀이중심이라는 것이고 이 유치원에서는 그에 맞춘 수업을 해온 것으로 보인다.
책에실린 구체적인 사례를 보면, 우선 첫번째 사례에서, 만5세아이들이 팽이놀이를 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종이접기로 팽이를 만들다가, 종이에 팽이를 그려서 만들어보기도 하고, 그것이 확장되어 교실에서 팽이처럼 돌릴 수 있는 물건을 찾아보는데 이른다. 그러면서 어떤 물체가 잘 돌아가는지, 어떻게 해야 잘 돌릴 수 있는지를 관찰하게 된다. 팽이를 돌리며 돌아가던 팽이가 계속 돌아가고자 하는 원리가 물체의 '관성'임을 알아간다. 이 유치원 수업에서 감탄한 점이 어린아이들과의 활동이지만, 그속에서 과학이나 수학, 혹은 경제문제에 이르기까지 확장해나간다는 점이다.
그 뒤로 아이들은 직접 팽이가 되어 돌아본다. 만들기로 활동을 하던 아이들이 신체를 직접 활용하는 쪽으로 생각을 옮겨간다. 팽이에 대한 탐구는 못쓰는 CD에 펜과 같은 막대를 꽂아서 팽이를 만들기에 이르는데, 씨디에 물감을 묻혀서 예술활동을 해보기도 한다.
팽이놀이를 하다가, 누가 더 팽이를 잘 돌리는지 팽이경기를 하기에 이르는데, 여기저기 산재한 팽이놀이와 팽이경기에 불편함을 토로하는 아이들이 생긴다. 이렇게 '문제가 발생'하면 교사는 본인이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고 아이들에게 해결방법을 찾아보기를 권한다. 교사는 아이들이 서로 의견을 제시하고, 그것을 통해 적절한 해결책을 도출해낼 수 있도록 돕는다.
그리하여 아이들은 공간을 구획해서 효율적으로 쓸 수 있도록 하는 해결책을 내놓는다. 그렇게 팽이를 가지고 다양한 놀이를 하던 아이들은, CD를 가지고 예술활동을 하다가 그 모양에서 우주의 모습을 연상한다. 팽이놀이가 우주와 연결되는 순간이다. 그때부터 아이들은 교실을 우주의 공간으로 꾸미는 작업에 착수한다. 우주의 모습을 그려볼 뿐만 아니라, 우주여행을 기획하며, 우주여행에 필요한 로켓이나 우주복 같은 물건들을 만들어본다. 우주에 대해 탐구를 하기 시작하면서, 태양계 행성을 알아보기도 하고, 아이들의 궁금증은 끝없이 이어진다.
그 과정에서 많은 궁금증이 쌓이고, 그 궁금증을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지 그 방법을 고민하게 된다. 인터넷 검색을 해서 찾기도 하고, 이 유치원에서 또한 아이들의 경험을 확장해준 방법중의 하나가 직접 박물관과 같은 전문기관을 방문하는 것이다. 항공우주박물관에서 우주에 관한 전시를 관람한 후에는 아이들이 설명을 해준 도슨트라는 역할에 관심을 가지고 조를 짠 뒤 스스로 직접 조사를 해서 행성연구원이 되어보는 활동을 진행하였다고 한다.
팽이라는 하나의 놀이가 우주에 까지 이르면서 수와 과학, 항공우주에 이르기까지 영역을 확장하여 스스로 연구해서 설명하는 단계에 이른다는 것이 감탄스럽기만 하다. 게다가 이 아이들은 초등학교도 입학하기 전의 유아들인데 말이다. 책에는 이 외에도 다양한 활동들이 있는데, 다음 챕터에 소개된 인형극 놀이에서 영화촬영을 하기에 이르른 활동도 매우 흥미로웠다.
책을 읽으면서 많이 놀라웠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창의적인 수업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 말이다. 최근 IB학교에 대해서 접하고 알아보는 중인데, 위 유치원에서처럼 수업을 한다면 IB교육과정은 딱히 필요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 선생님들은 어떤 교육을 받으셨기에 이러한 수업이 가능한지 궁금해진다. 나도 그런 교사가 될 수 있는 연수같은 것을 받고 싶다. 국어든 영어든 무엇이든 위와같은 방법대로 가르친다면 더할나위 없을 것 같다.
더불어서 내가 아이들의 생각을 많이 제한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의 창의력이나 가능성이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넓고 깊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어지르는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시도하기전에 못하게 막기부터 한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물론 치우는 것은 귀찮고 번거로운 일이지만, 좀 더 생각을 확장하게 두어야 할 것 같다.
서평단 덕분에 좋은 책을 읽게되었는데, 예성유치원에서 감사하게도 수업과정을 책으로 남겨주셔서 나를 비롯한 유아교육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읽을 수 있게 된 것 같다. 이런 책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이 책은 나처럼 유아를 둔 엄마나, 유아를 가르치는 교사분들이 참고하면 아주 좋은 수업자료가 될 것 같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