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기억 기억의 전쟁 - 베트남과 친구되기
김현아 지음 / 책갈피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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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이들이 오랫동안 고생하면서 베트남 현장을 누비며 기록한 일종의 기행문이자 역사서이고, 수필이자 반성문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의 머리속에는 끊임없이 한가지 의문이 들었다. '대체 진실은 어디 있는가?'

나는 이 책 모두가 진실이라 말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이른바 한겨례 신문사를 때려 부순 참전군인들이 진실이라고 말하지도 않는다. 양쪽 모두 진실이고 진실이 아니다. 어쩌면 진실은 둘 사이 어디쯤 놓여있는지도 모른다.

한국군이 작전에 참가하여 행한 행동들. 그런 그들의 과거의 기록들을 담담히 전해주는 현지 베트남 생존자들의 얘기를 읽다보면 자연스레 그 당시의 모습이 머릿속으로 상상이 간다. 그리고 나에게 다시 묻게 된다. 과연 나라면 그 때 어떻게 행동했을 것인가?

당연히 한국군은 양민학살을 했을 것이다. 그것이 이른바 참전군인들의 '민간인 피해'라는 단어로 표현될지언정 분명한건 그런 사실이 있다는 것이다. 내 옆 전우가 수색도중 베트콩이 쏜 총에 맞아 죽었다. 그리고 또 몇몇이 픽픽 쓰러진다. 우리는 응사를 하고, 눈에는 독기가 뿜어져 나온다. 숨도 점차 거칠어 지면서 그들을 추격한다. 그들이 떠난 곳에 마을이 하나 있다. 우리는 그 마을을 조사한다. 하지만 민간인과 베트콩을 구별할 방법이 없다. 이미 우리는 이성을 잃었다.

모든 전쟁에는 양민학살이 있다. 특히 근현대에 들어와서 벌어진 제국주의의 침략전쟁에는 더더욱 그렇다. 그렇지 않다면 근현대 전쟁이 아니다. 아니 그건 전쟁이 아니라는 말이 맞을 것이다. 이제 남은건 현재 침묵하는 다수의 참전군인들이 자신의 뿌린 씨를 스스로 거두는 일이다.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라쇼몽이라는 영화가 떠오른다. 그 영화에서는 인간의 입에서 진실을 들을 순 없다는 메세지를 전달해 주었다. 50년전에 인간의 본질을 그렇게 파해친 소설과 영화가 나오다니...참으로 놀랄 일이다. 그게 바로 내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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